| 마이클 크라이튼의 쥬라기공원,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쥬라기 공원은 한국 사회에 공룡 열풍과 함께 유전자 (복제) 기술에 대한 관심을 폭발시켰다. 그 비슷한 시기에 복제양 돌리의 출현으로 그 즈음에는 완전히 유전자 기술의 시대가 되었고, 이후로도 유전자 복제에 대한 영화나 저작물이 쏟아져 이제는 21세기를 이끌어갈 주요한 기술이 유전자 기술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한국인은 없다. 그러한 한국인들의 유전자 기술에 대한 인식은 최근 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한 황우석 교수에 대한 일관된 지지와 응원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이제 마이클 크라이튼은 새로운 동시에, 나 개인적으로는 인간이 상상해왔던 궁극의 기술이 아닐까 하는 나노기술을 들고 다시 찾아왔다.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나노기술과 진화이론, 떼지능(분산 지능? 병렬 지능?)이 아직 대중에게 생소한 최신과학이자 종합과학 기술의 측면을 가지고 있어 소설은 시종일관 새로운 기술에 대한 해설과 그 의미를 전달하는데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물론 그러한 해설이 소설의 재미를 반감시킬 정도로 지루함 일색은 아니고, 차라리 소설의 흥미와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마이클 크라이튼 소설 특유의 영화적 줄거리 전개와 장면 묘사는 이제 거의 진부해질 정도로 흔한 영화적 장면들로 채워져 있는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다. 처음 장면은 실직한 가장이 유능한 직장인인 아내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지 않은가에 대해 의심을 갖는 장면으로 시작되며, 실직한 자신의 심리변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한 서술을 통해 그려지는 장면들은 아메리칸 뷰티나 그런 비슷한 부류의 우울한 현대 영화를 연상시키고, 이어서 본격적으로 스토리가 전개 되는 네바다 사막 속의 연구소가 그려주는 그림은 흔해빠진 SF영화의 그림 그대로이다. 이후 종반부에 등장하는 새롭게 진화된 나노스웜들의 전략은, 학교 선생님들의 몸속에 들어간 외계 괴물이 등장하는 미국 청소년용 공포영화를 연상 시키고, 끝장면은 쥬라기 공원의 마지막 장면과 흡사한 동시에 매우 흔한 SF영화적 장면으로 제시 된다. 지난 해 일년 동안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하면서 소설도 몇권 집어들었지만 이토록 영화적인 장면, 정말 진부할 정도로 상투적인 영화적 장면들로 채워진 소설은 처음 본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어리둥절할 수준이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전작 쥬라기 공원과 잃어버린 세계는 차라리 새로운 장면들로 가득했던 것 같은데, 이 작품의 경우 소재 자체가 그런 한계를 가져다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나노기술이 진화과학, 그리고 불확실성(이건 아마도 복잡성 과학이나 카오스 이론이 아닐까? 나는 과학도가 아니라 소설에 등장하는 이론들의 정확한 학문적 이름에 자신이 없다)과 맞물리면서,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을 흔해빠진 영상으로 채워진 통속소설로 치부해버리진 못할 것 같다. 아주 미개한 수준의 지능을 가진 미립자들이 모여 창발성으로 인한 떼 지능을 획득하는 과정이 진화적으로 일정단계를 넘는 순간 매우 짧은 시간에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가설은 내게는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왔고, 그저 환상 수준의 공포가 아니라 실제적 고민으로 이어져야할 필요성을 전해 주었던 것 같다. 재미와 교양성 모두 높게 충족시켜주는 소설이다. 만약 독자가 고교생 수준의 과학지식을 갖고 있다면 읽으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번역은 매끄러웠고 용어해설도 충실하고 권말 해설도 권마다 붙어있다. 심지어 참고서적도 제시되어 있다. 이 정도면 그냥 소설이 아니라 교양과학소설이라고 이름 붙여야할 것 같다. |
| 스티븐 스필버그에 의해 만들어져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모았던 '쥬라기공원'의 원작자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그렇다.마이클 클라이튼이다...쥬라기공원,콩고,스피어,타임라인,터미널맨 등의 인기작품을 썼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지만...책을 읽기 전 그의 약력을 주의 깊게 읽어보게 되었는데...오방은 큰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그의 타고난 상상력은 깊은 학문적 조예에서 기인하였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인데..마이클 크라이튼은 하버드대 영문학부에 진학하였다가..영문학이 작가가 되는데 적합치 않다고 판단하고 인류학을 전공을 바꾸어 수석으로 졸업한다...여기서 그의 학문적인 열정은 그치지 않고...영국의 캠브리지 대학에서 연구원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다시 하버드 의대를 졸업 하였으니...우리로 치면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사람이 소설가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 되니...아마 미국에서도 그 희한한(?) 행동을 보이는 소설가에게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그의 혀를 내두를 정도로 따라갈 수 없는 상상력역시 남들처럼 눈대중으로 하루아침에 이룩된 것이 아니라...현대과학에 제대로 기초하고 있으니...책을 읽으면서도 그만이 해낼 수 있는 과학적인 완성도와 수준 깊음에 독자들은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추억의 영화 슈퍼맨 시리즈 중에서 초대형 슈퍼컴퓨터가 정신이 나가 인간들을 스스로 지배하겠다는 음모를 꾸미는 내용이 있는데...이 소설역시 그와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소설은 인간들이 바벨탑을 쌓다가 신의 분노를 사는 것처럼 과학기술의 발달을 통해 자기 복제력을 가진 존재를 개발하게 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나노Nano기술과 컴퓨터기술, 그리고 생명공학으로 이어지는 현대과학의 화두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게 되었을 때 벌어지게 될 엄청난 재앙을 마이클 크라이튼은 미리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하기에 인간은 얼마나 미약한 존재일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 잭은 현재 실직자다...아니 주부도 직업으로 간주한다면 3명의 아이를 땀 뻘뻘 흘리며 키워 내고 있는 훌륭한 아버지라는 표현이 적절하겠지...그는 실리콘 밸리에서 근무하던 촉망받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다...그녀의 부인 줄리아 역시 남편에게 뒤지지 않는 인재인데..현재 '자이모스 테크놀로지(Xymos Technology)'라는 벤처기업에서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인물이지...벤처 캐피탈리스트에게 투자를 유치받느라 회사일에 쫓겨 아이들 돌봐 줄 시간도 없는 이 시대의 불쌍한 엄마라고나 할까...직장에서는 잘 나가는 경영자 이지만 집에서는 빵점 짜리 엄마인 셈이지...잭은 회사에서 억울하게 해고된 이후 약 6개월 여간 실직상태로 있는 바람에 그가 톡톡히 엄마 노릇을 하고 있긴 하지만 회사일에만 혈안이 되어 아이들과 가정을 돌보는 것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아내 줄리아 에게 표현은 하지 않지만 단단히 불만이 가득 차 있었다...현재 줄리아의 회사 '자이모스'에서 심혈을 기울여 개발중인 프로젝트는 바로 나노기술과 관련되어 있는데 좀 더 자세히 설명을 덧붙이자면 눈에도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미립자들을 서로 무리 짓게 하여 영상을 찍어 전송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예를 들면 이 아주 작은 미립자들을 혈관으로 투입하게 되면 혈액과 함께 몸 속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그 들이 서로 그룹을 이루어 영상을 찍어 전송하는 것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의학적으로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지...그러나 그 누가 알 수 있었겠는가...의학적 개발은 그저 맛을 보여 주기 위한 연막탄이었을 뿐....'자이모스'에서 본격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바로 '펜타곤'에서 자금을 받아 그 미립자들을 군사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함이었음을 말이다...긴장이 고조된다...그 즈음....평화롭던 잭의 가정에 무언가 이상한 기운이 감돌게 되는데.... 이제 9개월 된 막내딸 아만다에게 이유를 알 수 없는 괴질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온 몸에 새빨간 작은 발진으로 시작한 아만다는 간질환자가 발작을 일으키듯 괴성을 질러대며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게 되는데...잘났다는 병원의 내노라 하는 의사들 조차 어떤 질환인지 알아내지 못하고 아만다의 증상이 심화되면서 잭은 발작 이상의 엄청난 정신적 압박을 받게 된다...혹시 알고는 있는가..자신의 자녀가 아팠을 때 그 부모의 마음을...거짓말 하나도 안보태고 그 아픔을 내가 겪었으면 하는 마음만 가득하게 되는데..회사일로 바쁘답시고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줄리아에게 짜증을 느끼며 아만다를 걱정하고 있던 잭에게 기이한 일이 일어나게 된다...어떤 처방을 내려야 할지 몰라 이것저것 비싼 돈 드는 기자재만 사용하면서 시간이라도 좀 벌어보려는 의사에 의해 MRI촬영을 하게 된 아만다가 촬영을 시작하기도 전에 갑자기 발작증세를 멈추고 새근새근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놀라움도 잠시...오히려 무언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아만다의 증상에 강한 의문을 품고 있던 잭은 집에 돌아와서 아만다에게 발생한 이상한 현상들에 대해 컴퓨터 프로그래머 다운 섬세한 조사를 벌이게 되는데...아만다의 방안 요람 위에서 의심이 갈만한 여러 징후들을 발견하게 된다...요람아래 마치 누군가가 숨겨 놓은 것처럼 감추어져 있는 과전압 차단기로 보이는 플라스틱 정육면체의 물체를 발견하는가 하면....아만다가 평소 좋아하는 곰돌이 푸우가 그려진 갓등이나 기저귀용 매트들 역시 평상시와는 다른 위치로 이동되어 있는 것이었다...과연 누가 아만다의 방안에서 어떤 이상한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일까...아들 에릭이 아끼던 MP3플레이어의 메모리칩역시 몽땅 가루가 되어있는 상황은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일까... 이 와중에도 자신의 프로젝트에만 몰두하고 있는 줄리아에게 왕짜증을 느끼던 잭은 우연히 줄리아가 어떤 젊은 남자를 조수석에 태우고 회사로 돌아가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동안 참았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게 되는데...그 분노가 식어 버리기도 전에 이혼을 조용히 기획 중이던 잭에게 들려 온 비보는 아내 줄리아의 차가 사고로 전복되었다는 사실이었다...물론 줄리아의 차 조수석에 타고 있었어야 할 의문의 남자는 타고 있지 않은 채로 말이다... 잭은 결심한다...과연 그녀의 회사에서 어떤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었기에 가정을 사랑하며 아이들을 아끼던 그녀가 마약중독자나 정신병자로 오인을 받을 정도로 빡돌게 되었는지 스스로 밝혀 내지 않으면 안될 지경에 처한 것이다...그것이 바로 가장으로써 자신의 가정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하면서도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었는지도 모르니깐....아아 우리시대의 아버지들은 얼마나 용감한가....그의 앞에 펼쳐질 무시무시한 사건들을 도대체 잭은 알고서 그러는 것일까....ㅋㅋㅋㅋ 줄리아의 회사 '자이모스'는 앞서 말한 대로 군사적인 목적을 위해서 '펜타곤'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고...그 프로젝트의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자금지원은 종료될 입장에 놓인 상황이었다...잭은 프로젝트를 연구중인 네바다 사막의 '자이모스 분자 제조 연구소'로 호랑이를 잡으러 몸소 뛰어들게 되면서 그가 의문을 품고 있던 '자이모스'의 실체가 속속 밝혀지게 되는데...'펜타곤'은 미래의 전쟁에서 날아다니면서 적군의 위치를 파악하거나, 레이저 유도로켓을 조종하는 등의 군사적인 용도로 일종의 이동로봇 카메라를 개발하려고 하고 있었고...나노 소자를 이용한 스웜(swarm:'무리' 혹은 '집단'정도로 번역하면 적절하다..개미떼나 벌떼처럼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상상하면 되겠다..)이 가장 최적의 대안으로 채택되어 '자이모스 분자 제조 연구소'에 의해 개발 중이었던 것이다..그러나 진짜 나노 조립기를 만들기에는 과학적인 수준이 역부족이었던 개발팀은 유전공학이라는 편법을 사용하여 번식력이 왕성한 세균을 통해 손쉽게 분자를 만들어 내고 있었던 것이지...인간에게 과학이란 또 어떤 예기치 못한 재앙을 가지고 오는 것일까...개발팀의 사소한 부주의로 미완성된 미립자들이 연구소내의 환풍장치를 통해 네바다의 뜨거운 사막으로 유출되게 되는데...공기 중으로 흩어져 사라져 버린 줄만 알았던 육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미립자들이 '포식자'의 모습으로 그들을 향해 돌아오게 되는데....어떤가...2편이 정말 기대되지 않는가? 미립자들로 이루어진 스웜(swarm)과 그들을 창조해 내긴 했지만 제어하지 못하게 된 인간들과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혈투의 현장...모두들 잘 싸워라..이기는 편이 우리편이다..바이. |
| 현재 우리는 복제 문제로 찬반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결국은 인간복제로 이어질 것인가, 아니면 과학자들이 양심적으로 그 단계까지는 가지 않을 것인가. 우리는 과학으로 인한 어두운 미래에 대한 영화로도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보았었다. 자신이 의도한 결과는 아니지만, 인간들이 했던 일들이 모여서 결국은 인간을 파멸로 몰아가는 이야기들. 이 책도 그런 부류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좋은 관점에서 시작되었다. 마이크로 로봇을 만들어서, 인체 내부를 자세히 관찰하고 치료에 도움을 줄 수도 있고, 군사적인 목적에서 사람이 직접 접근하기도 어렵고, 위성으로도 관찰하기 어려운 적지를 마이크로 로봇들이 함께 접근을 해서 관찰해서 아군의 피해를 줄이면서 적지를 공격할 수도 있게 한다는 것. 그러나 인간이 만든 것들이 꼭 인간이 의도한 그대로 움직인다는 보장은 할 수가 없다. 그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 과연 인간은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는 의지력이 있는가 하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책에서는 마이크로 로봇에 대한 실험이 실패했다는 것이 명백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였을 경우의 커다란 보상에만 집착하여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무서운 진행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이 통제를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을 했으나, 결국은 사람의 의지마저도 기계에 의해서 통제되는 상황. 그리고 문제를 해결했다고는 하지만, 과연 문제가 실제로 모든 면에서 소멸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 책은 처음에는 주인공의 부인이 바람을 피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하다가, 다음에는 일의 실패를 두려워해서 일에 지나치게 몰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러나 결국 드러나는 진실은.... 그건 직접 읽어보면서 느끼는 것이 더욱 재미있을 마이클 크라이튼의 작품이다. |
| ''쥬라기 공원''의 원저자로 유명한 마이클 크라이튼의 2002년작. 에어프레임 이후 개인적으로는 거의 10년만에 마이클 크라이튼의 글을 접하게 되었다. ''먹이''도 쥬라기공원, 잃어버린 세계와 흡사한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다. 공룡이 나노 스웜(sworm) 덩어리 개체로 바뀌었을 뿐, 인간의 무리한 시도와 탐욕으로 인해 맞이하게 된 특정 폐쇄공간의 디스토피아(Dystopia) 속에서 피조물의 역습을 받게 되는, 뭐 결론이 뻔히 예상되는 그런 시나리오가 아니겠는가. 전형적인 헐리우드 식 패턴이 책 시작부터 이어지며, 마지막에는 거의 터미네이터 급의 아스트랄함을 전달해준다. (언제나 그래왔지만) 상황 하나하나가 영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클 크라이튼의 글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그러한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며, 실제 연구되고 있는 최신 과학 이론들을 접목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꽤나 쉽게 글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사실 주인공이나 그 주변인물이 맞이하는 위기 따위 보다는 기술이 발생시킬 수 있는 범위와 한계에 더 관심이 간다. 이번 작품의 소재는 나노 수준의 마이크로로봇이다. 모든 제어구조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단말에 단순한 행동 패턴을 주입하여 그 집단으로 하여금 의도하지 않은 ''창발적''인 행위를 수행하게 하는 일종의 분산 인공지능이다. Biology와 Computer Science의 또다른 결합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대부분의 ''인공지능''이라는 소재를 택하는 작품들의 한계는, 인공지능을 지나치게 그 자체만으로 인식한 나머지 중간의 기술적 논리전개를 건너뛴 데에 있다. 이 작품은 나름대로 AI에 의한 집단의 진화를 쳬계적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역시나 논리적 비약이 꽤 존재하는 편이며, 특히 마지막으로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논리를 뒷받침하는 연구가 진행되어 있는 지도 사실 의문이긴 하다. SF매니아까지 갈것도 없이 일반인들에게도 아주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과학소설이다. 헐리우드식 극전개를 극도로 혐오하지 않는 이들이라면 한번 읽어볼 만한 책. |
| 마이클 클라이튼은 그의 유명한 저서 <쥬라기 공원> 이후에도 많은 화제작들을 출간한 바 있다. 일본의 미국에 대한 경제침략을 다룬 <떠오르는 태양>과 직장내의 성폭력을 다룬 <폭로> 그리고 항공기에 대한 안전문제를 다룬 <에어프레임> 등 작가는 그 시대의 주된 관심사를 첨단 과학이라는 소재들을 잘 버무려서 매력적인 하나의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선보여 왔다. 이번에 선보인 그의 소설은 바로 나노기술에 대한 하나의 변주이다. 한 벤쳐기업의 욕망으로 인해 발생한 나노생명체들의 유출과 그로인한 파국적인 위험...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나노기술에 대한 수없이 많은 인용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하여 나노기술의 현 상태와 문제점 그리고 극복해야할 기술적 한계에 대한 쉽고도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마치 나노기술에 대한 한편의 교양과학서라는 느낌이 이 책의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이런 점은 작가의 소설들에서 드러나는 공통된 점이지만 이 책 <먹이>에서는 그런 부분이 너무나도 많아서 오히려 독자들의 이야기에의 몰입에 방해가 되고 소설로서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역활을 하고 있다. 집중하여 나노기술에 대한 설명을 읽다보면 이야기의 전개를 문득 잊는 경우도 왕왕 생기곤 하였다. 그러나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가지는 미덕은 명백하다. 바로 지금 현재보다는 미래에 혹시 일어날 수도 있는 그리고 가장 위험스러운 나노기술의 한 단면을 독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명 지금 현재는 이 책에 나오는 기술들은 현실화 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모든 기술들과는 다르게 우리가 제대로 통제할 수 없는 나노기술과 유전공학 그리고 생명공학등은 그 파국효과가 기존의 산업에서와는 명백히 다르다는 점이다. 이 책 자체가 자는 소설적 재미는 그리 크지 않지만 이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와 상상력은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다소나마 위안이 될 것이다. |
| 21세기에 접어든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는 21세기를 특징지을 확실한 단서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21세기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가공할만한 속도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하기만 할 뿐 정작 그 변화의 내용과 방향에 대해서 확실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마이클 크라이튼의 과학소설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90년 『쥬라기 공원』을 통해 유전공학의 새로운 가능성과 동시에 위험성을 알렸던 마이클 크라이튼은 이후로도 『타임라인』등 주로 최첨단 과학을 소재로 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10억분의 1m(1nm·나노미터)의 세계, 곧 원자의 세계를 다루는 나노기술을 소재로 한 디스토피아 소설 『먹이(prey)』(김영사 刊)을 발표했다. 나노기술(nano-technology)이란 말은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1990년대 말부터 국내에 불기 시작한 미래역점 산업에 대한 논의에서 심심찮게 나노기술이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나노기술은 한마디로 초정밀 기술이다. 그리고 그 기술을 현실세계에 활용할 경우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는 게 우리의 희망사항이었다. 그러나 크라이튼의 소설 『먹이』는 나노기술이 인류에게 이롭지만은 않을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즉, 인류가 화산 활동이나 태풍 같은 거대 규모의 자연현상들을 통제할 수 없듯이 나노기술과 극미 세계도 인간이 완벽하게 통제하기는 지극히 어려울 것이라는 전제로부터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물리학의 시대인 20세기의 인류가 핵폭탄이라는 엄청난 재앙을 초래했다면, 바이오의 시대인 21세기에 인류는 나노기술을 통해 또 다른 재앙을 불러올지 모른다. 『먹이』는 나노기술을 이용 최첨단의 의학기기를 생산하려는 미국의 한 벤처기업이 나노스웜(nanoswarm)을 창조한 뒤 그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는 데서 출발한다. 네바다 사막에 있는 한 연구소에서 나노스웜(nanoswarm)이 누출되었다. 사람의 머리카락의 지름의 1,000분의 1에 해당되는 나노 입자, 그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다. 분산인공지능(distributed artificial intelligence, DAI)을 가진 에이전트(agent)들이 유전알고리듬(genetic algorithm, GA)에 의해 육식 동물의 행동을 모방하면서 실제 살아 있는 생물처럼 번식하고 학습하며 급속도로 진화한다. 연구소 주변 사막의 동물을 사냥하던 스웜은 이제 인간을 사냥하기 시작하는데... 이 작품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다양하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탐욕에 의해 왜곡되기 쉬운 과학기술, 특히 미래의 중추 산업이라 할 생명공학과 나노기술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다. 크라이튼은 과학의 발전이 인류에게 반드시 이로운 것만은 아닐 수도 있음을 강조한다. 따라서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이 바로 과학자들의 윤리의식과 사회조절능력의 강화임을 역설하고 있다. 한편 저자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을 통해서도 최첨단 과학 분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시도하고 있다. 그중 특히 현대 과학의 총아라고 할 ‘복잡성 과학’에 대한 설명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복잡성 과학의 키워드는 ‘창발(emergence)'이다. 소설 『먹이』에 등장하는 나노스웜 역시 학습과 창발에 의해 스스로 진화해 나간다. 아울러 이 책은 진화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재끼고 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인류가 아직도 19세기의 다윈 진화론에 매몰돼 있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러나 이제 “힘이 약한 생명체는 사라지고 만다(적자생존)”는 다윈의 진화론은 “약한 동물도 자기 학습과 타 종과의 협동으로 통해 점차 강해진다”로 고쳐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공진화(coevolution)다. 결국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과학발전의 궁극적 목적은 인류가 그동안 줄기차게 범해 왔던 자연파괴의 역사를 청산하고 자연계의 모든 생명체와 함께 공동의 삶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용어해설] 떼 지능(swarm intelligence) : 사회적 동물의 집단에서 창발하는 지능적 행동. 에이전트(agent) : 스스로 행동하고 정보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분산인공지능(distributed artificial intelligence, DAI) : 무리를 형성하는 수많은 에이전트들 사이의 분산적 의사결정 능력을 이용하여 문제의 해결을 시도하는 분야. 유전알고리듬(genetic algorithm, GA) : 자연의 진화 메커니즘을 본떠 만든 문제해결 프로그램. 공진화(co-evolution) : 둘 이상의 종이 상호 작용하여 일어나는 진화. 창발(emergence) : 구성요소에 없는 특성이나 행동이 전체구조에서 자발적으로 돌연히 출현하는 현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