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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시대를 다룬 유럽의 영화를 보면 정의롭고 용감한 기사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만나면 그것이 진실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나 역시 그를 만나고 중세 시대의 사회적 모순을, 아니 과거의 어느 역사에서나 있었던 신분제도의 문제점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의 부정부패를 없애고 약한 자를 구하겠다는 명분으로 길을 떠나나 결과는 항상 형편없이 당한다. 이는 우스운 돈키호테를 통해 중세 시대의 기사가 진실로 약한 자를 위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생활을 힘들게 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기사 이야기책을 좋아하고 지나치게 많이 읽은 나머지 책 속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구별하지 못하는 시골 영감 키 하나가 있다. 그는 자신이 기사도 시대에 살고 있다는 환상에 빠져 악당을 쳐부수고 공주를 구하기로 마음먹는다.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부정과 부패를 없애고 약한 자를 구하겠다는 결심을 하여 기사가 된다. 그리고 이웃에 사는 조금 모자라는 산초 판사를 부하로 삼아 기사 수업을 떠나면서 이야기는 전개 된다. 풍차를 거인으로, 양떼를 군대로 착각하여 싸운다. 또한 죄인을 호송하는 장면을 보고 괴로워하는 사람을 두고 그냥 지나치는 것은 기사도 정신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여 풀어 준다.
가는 곳마다 실수를 연발 하여 웃음을 자아내게도 했지만 높은 뜻은 어디로 갔는지 형편없이 당하여 죽음 직전에 이르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그를 생각하며 마음 아파했다.
주변의 놀림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하는 일이 옳다고 믿으면 끝까지 행하는 돈키호테를 보며 ‘바보다‘,’용기 있는 사람이다‘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과연 나는 어떠한 인물인가? 소신껏 행동하기보다 주변의 이목을 더 의식하며 행동하는 겁쟁이는 아니였나? 내면을 채우기 보다는 외면을 위해 노력하지는 않았나?
주인의 말을 잘 듣고 충실하게 섬기는 산초, 하지만 그 모두가 자기에게 돌아올 물질만을 생각하는 현실적인 인물이다. 나를 포함한 우리 시대의 인물을 대변하는 사람이 아닐까? 친구를 사귈 때에도 그의 내면이나 마음을 읽기 보다는 겉으로 드러나는 조건이나 외모만을 보는 지금의 현실이 어찌나 잘 나타나 있는지 모르겠다. 그 때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세상은 비슷한가 보다.
형편없는 결과와 바보스런 그의 행동이 가치 있는 것이 아니었어도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돈키호테의 마음과 끝없는 역경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그의 정신이 나를 사로잡는다. 또한 자신의 꿈을 위해 용기 있는 모험을 하는 그의 모습에 쉽게만 꿈을 이루려고 하는 자신의 모습을 포개어 보며 나를 되돌아본다.
모두를 위한다는 거창한 말보다 ‘가치 있는 일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평범한 인간이 되자’고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인상깊은구절] 이제부터 여러분에게 이 세상에 기사도를 지키는 자가 얼마나 필요한하를 알려 드리겠소. 포로가 된 전 귀부인은 내 손으로 구해 내어 여러 분에게 기사의 존엄성을 보여 주겠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