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국지>나 <열국지>와 같은 중국 고전이 재미있는 이유는 크고 작은 싸움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에피소드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 전쟁은 그렇게 다뤄지기에는 너무 비참하다. 군인들의 전쟁이 보통 사람들의 대량 살상으로 이어지는 탓이다. 대신 그 자리는 기업들의 전쟁이 대신한다. 한 기업의 수명이 불과 수십년을 넘지 못하는 작금의 상황은 숨가쁜 전국시대의 싸움을 연상시킨다. 그 싸움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면 그야말로 현대의 <삼국지>로 거듭날 수 있다. 다만 그 본질이 여전히 싸움이고 전쟁이라면 그 이기는 방법의 요체도 한번쯤은 정리할만 하다. 저자의 주장으로는 그 필승의 전략은 '란체스터의 법칙'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전쟁의 승패 원인은 병력의 수로 요약할 수 있다. 들판에서 군인들이 1 대 1로 맞붙어 싸우는 백병전의 양상에서는 병력이 많은 쪽이 절대로 유리할 수 밖에 없다. 한쪽이 3만명의 병력을 갖고 있고, 다른 쪽이 2만명의 병력을 갖고 있다면 그 전력은 3:2로 봐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기기술의 발달은 이런 현상을 더 심화시켰다. 먼 거리에서 자신은 피해를 입지 않으면서 적을 공격할 수 있으면 그 전력은 제곱의 비로 심해진다는 것이다. 즉 전투기 3대와 전투기 2대의 싸움이라면 승률은 9:4의 격차로 벌어진다는 설명이다. 병력 수 제곱의 비로 만들어지는 승률, 바로 란체스터의 법칙이다. 기업 전쟁에서 병력의 수는 시장점유율로 표현된다. 말하자면 시장점유율에서 뒤져 있다면 싸움은 해보나 마나 질게 뻔하다는 얘기다. 그럼 이 하나마나한 얘기를 왜 하나. 막상 싸움을 해보면 그렇지도 않다는게 답이다. 문제는 질게 뻔한 경우는 정면승부를 걸었을 때라는 점이다. 들판에서 건곤일척의 싸움을 벌이면 백전백패다. 그러나 골짜기로 몰아넣고 싸우면 얘기는 달라진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은 돌팔매를 사용했기 때문에 다윗의 승리로 끝났다.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됐으면 싸움의 승리는 싱겁게 골리앗에게 돌아갔다. 저자는 강조한다. "정정당당"이라는 말을 믿지 말라고. "정정당당"은 어디까지나 강자의 논리일 뿐이라고. 세분해서 보면 많은 전략이 있다. 나폴레옹은 적은 병력으로 많은 병력을 깬 지략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전쟁 전체의 국면에서 볼 때 그렇다. 개별 전투에서는 언제나 나폴레옹 군대가 숫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상대의 전력을 분산시킨 가운데 자신은 온힘을 기울여 적에게 타격을 입힌 것이다. 길게 설명했지만 사실 란체스터의 법칙 자체와 책의 내용은 크게 관계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진지하게 마케팅 비법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보통 사람에게는 기업 사이의 숨막히는 전쟁사만으로도 충분히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OB맥주의 아성을 하이트가 무너뜨린 이야기처럼 국내에서 친숙한 이름들이 대거 등장해서 남의 일 같지 않게 읽을 수 있다.삼국지>열국지>삼국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