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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타깝게도 제 피붙이를 잃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미국을 구경간 것이 아니라 제 나라를 떠나 아예 살러 간 사람들은 미국을 어떤 눈으로 바라볼까?
이런 물음에 어떻게 풀어가는지를 알려주는 영화가 있다. 짐 쉐리단 감독이 2002년에 만든 <천사의 아이들 In America>이다.
많이 만들지는 않았지만 <아버지의 이름으로> <나의 왼발>같이 보는 이들의 가슴에 큰 자국을 남긴 감독의 영화이므로 스스럼없이 고를 수 있었다. 게다가 짐 쉐리단 감독의 아우인 프랭키 쉐리단의 이야기를 담았기에 더 진한 느낌을 준다.
2. 아일랜드에서 캐나다로, 캐나다에서 미국 뉴욕으로 집을 옮겨간 설리반네. 아버지 쟈니 설리반(퍼디 콘시다인)은 배우가 되려고 하지만 일거리를 찾지 못해 밤에는 택시를 몬다. 엄마인 새라 설리반(사만다 모튼)은 아일랜드에서 선생을 하다가 뉴욕에서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일한다.
늘 캠코더를 들고 다니며 세상의 모습을 찍으려 하는 열 살짜리 큰 딸 크리스티(새라 볼거)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만큼 귀엽기 짝이 없는 막내 딸 아리엘(엠마 볼거)을 두었으니, 세상에 부러울 게 없는 집이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다.
두 살때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고 다섯 살때 머리가 아파 죽은 아들 프랭키 때문에 모두 가슴 속에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아버지 쟈니는 저를 닮은 프랭키를 살리지 못하고 죽어가도록 내버려 두었다는 생각에, 프랭키를 살려달라고 아무리 빌었지만 달라진 게 없는 하나님을 이젠 믿지 않고 차가운 얼굴로 살아간다. 엄마인 새라는 계단으로 떨어질 때 프랭키를 잡지 못한 게 늘 마음에 걸린다. 크리스티와 아리엘도 프랭키를 지우지 못하고 가슴 아파한다.
이들이 프랭키 때문에 괴로워하는 마음을 멈추게 하는 길은 없을까? 죽은 프랭키를 아무리 생각한들 달라지는 게 없는 삶을 그냥 받아들이는 마음은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3. 설리반네의 눈에 잘 사는 나라인 미국은 어떻게 보일까? 크고 빛나는 건물이 즐비한 뉴욕이지만, 저들이 살 곳은 허름한 아파트일 뿐이다. 엘리베이터는 멈춰 버렸고, 더워도 시원한 물마저 마음대로 틀어볼 수가 없다.
쟈니가 땀을 뻘뻘 흘리며 들고 계단을 올라온 에어컨은 꽂을 플러그가 맞지 않고, 아무리 적은 돈이 남았어도 믿고 주지 않는 마을인 터라 어렵사리 돈을 다 치르고 플러그를 사서 꽂았지만, 이번에는 전기가 견디지 못한다. 뻥...
아파트에 사는 이들은 마약쟁이가 아니면 변태같은 사람들로 보인다. 무엇이 성을 내게 하는지 집에서 큰소리를 치면서 늘 투덜거리는 사내, 대문에다 '꺼져!'라 써놓고 홀로 지내는 검둥이 사내, 늘 얼굴을 맞대면서도 돈을 빌려 주지 않는다고 칼을 목에 갖다대는 흰둥이 사내...
어른들의 눈에는 뉴욕은 사람이 살 곳이 못 되지만, 아이인 크리스티와 아리엘의 눈에는 그저 새롭기만 하다. 배움터에서 노래도 배우고, 할로윈 날에는 사탕을 얻으러 아파트를 돌아다닌다. "사탕 주면 안 잡아 먹지..."
4. 뉴욕에서 다시 아이를 갖게 된 쟈니와 새라는 걱정이 많다. 프랭키가 생각난 탓이다. 이렇게 걱정이 많은 설리반네를 부러워하는 이도 있다. 험상궂게 생긴 아랫집 마테오(자이몬 혼수)다.
딸들과 장난을 치는 쟈니나 아기를 가진 새라, 귀엽기만 한 두 딸의 삶이 너무 좋아보인 탓이다. 사는 게 힘들다고 입이 튀어나온 사람이라 하더라도 살 날이 많지 않은 사람에 어찌 견줄 수 있으랴.
앞뒤가 들어맞지 않는 구석이 보인다. <이티 E.T.: The Extra-Terrestrial>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아리엘이 사고 싶어한 이티 인형을 얻으려고, 처음에는 2달러, 다음에는 4달러, 8달러, 16달러...256달러까지 내놓고 놀이를 하는 건 조금 지나치다.
설리반네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들어올 때 "우린 구경간다고 해..." 하며 딸들한테 쟈니가 말한다. 살러 가는 게 아니라 구경을 간 사람들이 뉴욕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것인지...
이 대목에서 영화를 같이 본 막내가 "어, 저기는 우리도 지나온 곳인데..." 한다. 지난 9월에 미국과 캐나다를 구경갔을 때 거쳐간 국경검문소여서 그렇다.
뉴욕으로 들어가는 땅밑 길이며, 맨하탄의 건물들을 볼 때도 같은 말들이 나왔다. 며칠 동안 눈으로 미국을 구경한 우리야 그때 생각이 나서 영화 속의 모습들이 반갑지만, 태어나지 않은 남의 나라에 가서 힘들게 사는 이들한테는 누릴 수 없는 모든 건 아픔이었으리라.
5. 쟈니와 새라를 맡은 이는 잉글랜드 사람이지만, 크리스티와 아리엘은 감독이 아일랜드 사람이라 그런지 아일랜드 아이들이 맡았다.
디브이디 화면이나 소리는 깔끔하다. 예고편이 없는 건 아쉽지만, 보너스도 괜찮다. 감독이 영화를 보면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영화를 찍을 때 있었던 일들을 따로 모아 놓아 푸짐하다.
그런데 한 번 들어간 디브이디는 다시 나올 줄 모른다. 예스24에서는 떨어지면 다시 보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