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1페이지 퀴어한 역사 읽기’라는 부제의 이 책은 성소수자들의 삶을 추적하여, 그것을 역사적 맥락에서 재구성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한국사’라는 제목에 맞게 그 첫머리는 고대로부터 시작되고 있지만, 실상 근대 이전의 자료는 매우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뚜렷한 한께를 지닐 수밖에 없다. 더욱이 ‘1일 1페이지’라는 부제의 수식어도 독자들에게 1년 동안의 읽을 거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모두 365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드러낸 표지라고 이해된다. 애초에 달력 형식으로 제작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출발했지만, 저자들은 작업을 하면서 그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기획’임을 확인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애초의 기획 의도를 여러 차례 수정하면서 ‘날짜에 상관없이 365개의 사건을 고르기로’ 하고, 그것을 역사적인 순서로 구성하는 방향으로 최종 결정을 했음을 밝히고 있다.
저자들의 기획 의도를 한국사라는 관점에 초점을 맞출 경우, 성소자를 뜻하는 ‘퀴어(queer)’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이 오래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야만 한다. 더욱이 여성동성애자(레즈비언)와 남성 동성애자(게이) 그리고 양성애자(바이섹슈얼)와 성전환자(트랜스젠더) 등 다양하게 존재하는 성소수자들의 범주를 세분화하고 있기에, 이들을 모두 포괄하는 관점을 관철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 짐작된다. 특히 저자들은 ‘365개라는 제한된 날짜에서 사건을 고르는 일에도 의도성이 들어가기 마련이며’, 저자들의 ‘가치 지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음을 고백한다. 그리하여 ‘사건을 기록하고 주제를 선별하다 보면 의도하지 ㅇ낳은 누락이 필연적으로 생긴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어야만 했을 것이다. 이러한 저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카이브는 끊임없이 생성 중에 있을 뿐 이미 완성된 무엇이 아니’기에, 이 책이 ‘퀴어 문화 연대기’로서 충분한 의의를 지닌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하겠다.
이 책은 크게 6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환, 시작하다’라는 제목의 1부에서는 ‘고대부터 1940년대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짐작하듯이 이 시대에는 성소수자라는 개념조차 없었으며, 다만 ‘특이한 사건’으로서 성소수자를 바라보고 다양한 방식으로 그에 관한 기록들을 남기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성소수자들에 대한 내용이 각종 기록에 나타난 특이한 사례로서 다루어지고 있으며, 기나긴 역사적 흐름에 비해 모두 41개의 주제만이 이 항목에 배치되어 있을 뿐이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를 다룬 2부의 ‘여성국극과 파고다극장’에 수록된 내용들 역시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아직은 호기심으로 채워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수록된 28개의 주제에는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당시 언론들의 관점을 엿볼 수 있으며, 당대의 일반적인 사회적 시선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이해된다.
아마도 성소수자의 문제가 본격적인 사회적 현상으로 떠오른 것이 1990년대라고 할 수 있겠는데, 3부에서는 ‘모습을 드러내는 최초들’이라는 제목으로 모두 69개의 주제로 성소수자의 다양한 양상들이 정리되어 있다. 이 항목에는 인터넷 이전 피시통신과 공중파 뉴스에서도 다뤄졌던 성수자들의 활발한 활동이 시대순으로 요약 정리되어 있다. 21세기 들어 성소수자의 인권이 적극적으로 개진되면서 차별과 혐오에 맞선 소수자들의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등장하게 되는데, 4부에서는 ‘퀴어, 확장과 투쟁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모두 77개의 항목으로 퀴어 역사의 흐름과 사건들을 정리하고 있다. 이어지는 2010년대의 흐름을 ‘혐오에 맞서 뜨겁게 맞서다’라는 제목의 5부에서 정리하면서, 모두 94개의 주제에 걸쳐 성소수자들의 활동과 연대하는 이들의 움직임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현재 진행형인 2020년대의 활동을 6부의 ‘무지개색 미래를 향한 열정’이라는 제목으로, 모두 58개의 항목으로 요약하고 있다.
저자들은 성소수자들의 역사를 365개의 항목으로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서, 에필로그의 제목처럼 그들의 삶이 ‘오래됐고, 오래 버텨왔고, 오래 살아갈 존재들’이라는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의 퀴어 역사는 아직 충분히 설명되지 못해 종종 새로운 사건을 발굴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성과로 오인’되는 경우가 적지 않음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역사적 흐름을 고려해서 ‘퀴어의 삶’을 정리하고, 그 의미를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지니는 가치는 적지 않다고 평가하고 싶다. 성소수자들의 역사를 정리하기 위해 조그만 흔적이라도 찾기 위해 ‘옛날 신문과 잡지, 논문 등 자료를 뒤져’ 만들어낸 결과물이 앞으로도 충분히 하나의 이정표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