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공아트에서 ‘디테일로 보는 명작의 비밀 시리즈’가 새로 나왔다. 시리즈의 첫 포문은 인상주의가 열고 있다. 미술 사조 가운데 관심도가 높은 순으로 인상주의 화가로는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도 한번쯤은 들어봄직한 마네, 모네, 드가 등이 있다. 인상주의 화가는 쉽게 말해 1874년부터 1886년까지 개최된 여덟 차례 합동전시회에 작품을 전시했던 화가들을 인상주의라고 하는데 <인상주의 /시공아트> 에서는 인상주의에 대하여 매우 자세한 설명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파리의 한 사진가 작업실에서 첫 전시회가 열렸을 때 모네의 <인상, 해돋이>그림을 보며 루이 르루아라는 미술 비평가가 이런 평을 했다. "막 그리기 시작한 벽지라도 이 바다 풍경보다는 마무리가 잘 되어 있겠군." 모네의 인상Impression 이라는 그림을 본 혹평으로 이 전시회에 참가한 화가들을 이후 인상주의Impressionnisme 화가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같은 그림을 보고도 한 시인은 이런 평을 남겼다.
"이 예술가들이 그들의 인상을 추구하며 이용하는 수단은 당대 예술에 무한히 기여할 것이다, ... 그림에 나타난 미묘한 색조의 관계를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 미묘한 색조가 이 예술가들을 영예롭게 하고 그들의 가치를 증명해 줄 것이라.“ 라고, 이 시인의 평은 정확하다 못해 적확했다.
인상주의 화가로는 폴 세잔, 에드가 드가, 아르망 기요맹, 베르트 모리조, 피에르오귀스트 르누아르, 알프레드 시슬레, 조르주 쇠라, 카미유 피사로, 등이 있으나 책에는 주로 에드가 드가와 클로드 모네, 카미유 피사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마네만은 전시회에 참가하지 않은 화가이지만 그를 인상주의라 꼽는 것은 그의 화풍이 인상주의를 이루고 있는 중요한 주춧돌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탄생한 인상주의 화가들은 한 가지 공통된 주제가 아닌,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순간들을 화폭에 담으려 했고 우리의 삶에서 덧없이 흘러가는 순간의 인상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인상주의는 사조라 하기보다는 운동에 가까운 회화운동이라는 점, 이들은 근대정신을 담아 삶의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철학적 정신을 회화를 통해 회복하고자 하는 화가들이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인상주의 화가들의 면면을 살피기에 앞서 작품이 지닌 가치와 터치감, 색조, 기법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실고 있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기존의 양식과 달리 일상의 찰나, 순간의 경이를 그대로 담기 위해 색채의 사용을 다양하게 실험하며 보다 사실적인 인상을 그대로 담으려 하였다. 파리 근교의 일상과 삶을 매우 단순하지만 평범하게 대신 사진과 같은 그림들이 주를 이루며 드가의 <발레 수업>처럼 평범한 일상의 한 순간을 그렸다. 기존의 낭만주의 화가라면 무대에 선 아름다운 발레리나만을 그렸겠지만, 인상주의 화가는 그 무대의 배경 즉, 삶을 이루고 있는 평범한 일상에 더한 심혈을 기울였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보여지는 사물과 인체를 명암으로 세심하게 표현하였다. 위의 그림 귀스타브 카유보트의<마루를 깎는 사람들>과 같이 이들은 사실주의에 입각해 당대의 생활을 그대로 재현하려 하였다. 바로 그것이 삶이었으니까. 근대 생활의 분위기와 핵심을 시각적으로 포착하려는 바람은 인상주의 화가들의 꿈이었다. 이 책이 정말 좋았던 것은 ‘인상주의’의 작품에서 인상주의가 지닌 미술회화의 의의 뿐만 아니라 인상주의 작품이 왜 명작이 된 것인지가에 대한 전문가의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였다. 현재 세계화가 미술에 끼친 영향을 연구 중에 있는 저자 다이애나 뉴월은 미술학 박사이기도 하다. 20여편의 작품을 통해 인상주의의 가치와 인상주의 화가들이 추구하고 있는 작품세계에 대한 부연설명들이 도판과 함께 실려있다. 예술은 아는 만큼 보인다 했다. 전문가가 설명해주는 색조의 대비와 붓질의 터치감은 아는 사람만이 포착할 수 있는 명작의 비밀이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그림책,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 |
|
고등학교 때, 미술 수업 숙제로 미술 전시회에 직접 가서 팜플렛과 감상문을 써서 내라는 숙제가 있었다. 경남의 경우, 10년 전쯤 도립미술관이 생기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가까이에 큰 미술관이 없었다. 물어물어 찾아간 곳이 작은 미술관들이었다. 작고 크고를 떠나 어떻게 감상해야할지를 몰라, 무척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서울의 큰 미술관은 거리가 멀어 가기 힘들지만, 부산이나 가까운 곳의 미술관은 기회 있을 때마다 가는 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감상하는 법을 모르는 것은 매 한가지다. 이 책은 미술작품을 보다 더 잘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반가운 책으로 보인다. 시리즈 제목 그대로 작품을 세세하게 보는 법을 일러준다. 에드가 드가의 <발레 수업>에는 피아노 위에 앉아 불편한 자세로 팔로 등을 긁고 있는 한 소녀, 그리고 그 뒤로 얼굴이 반쯤 가려졌지만 귀걸이를 매만지고 있는 무용수의 모습까지 놓치지 않고 감상할 수 있도록 설명해준다. 베르트 모리조의 <요람>에서 캐노피의 주름장식 끄트머리를 살며시 잡고 있는 엄마의 손가락을 조명한 부분에서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아이를 향한 따뜻한 애정을 그리고 있다는 설명까지 빠지지 않는다.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마루를 깎는 사람들>에서는 한구석에 포도주 한 병이 있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일하는 사람들이 쉬는 시간에 포도주를 목을 축였을 것이라는 설명을 읽고 나서야 눈에 들어온 포도주병. 사람들 뒤 창문에서 내리쬐는 빛은 바닥의 질감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상반신 근육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각 작품은 화가의 간략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작품의 전체적인 감상, 그 작품과 관련된 숨은 일화, 사용된 색채와 표현방법, 세세하게 보면 더욱 깊은 감상이 가능한 부분에 대한 설명 순으로 소개한다. 그저 두루뭉술하게 생각하고 지나갔을 부분을, 색채부터 디테일한 부분까지 설명을 읽고 보니 다시 그림을 보게 되었다. 화가의 의도를 자세하게 알고, 더 깊고 풍부한 감상을 하고 싶은 사람이나 미술에 뜻을 두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
|
개인적으로 시리즈 중 제일 어려웠던 책입니다. 인상주의 작품을 일상적으로 접할 기회는 많았지만, 인상주의라고 불리는 작품들에 대한 공통적 이미지가 잘 잡히지 않더라구요. 뭔가 부옇고 희미한 느낌이랄까요? 애초에 인상주의라는 단어 자체가 애매합니다. 지나치게 포괄적이죠. 인상적이라는 건 대체 뭐가 인상적이라는 의미일까요?
인상주의란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일어난 회화운동으로 기존 예술 제도가 추구하던 가치에 도전하며 혁신을 추구했던 주의입니다. 대표작가로 모네, 피사로, 시슬레, 드가, 르누아르 등을 들 수 있지요. 19세기 후반만 해도 전성기 르네상스 양식(르네상스 미술은 시리즈의 다음 권 참조)에 바탕을 둔 소묘와 유화 기법이 대세였던 모양입니다. 이에 대항하여 인상주의 화가들은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주제와 덧없이 흘러가는 한순간의 "인상"을 화폭에 담았다고 해요. 인상주의의 양식과 주제는 전혀 통일되지 않았지만 근대적인 주제를 그린다는 공통 관심사가 있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총 20점의 작품 중 4점을 모네에게 할애했습니다. ‘해돋이’ ‘생라자르역’ ‘포르코통의 피라미드 바위’ ‘루앙 대성당’의 4점이 실려 있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모네의 작품(뿐만 아니라 인상주의 전반)을 감상하다보면 어느 순간 마음이 공허해질 때가 있습니다. 문득 작가가 그림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나 의미가 뭔지 알 수 없어서 답답해지곤 해서 말입니다. ‘포르코통의 피라미드 바위’같은 작품을 예로 들면, 거칠고 소용돌이치는 바다의 질감, 일렁임, 눈이 시릴 정도로 하얀 파도의 색채가 가슴 벅찰 정도로 압도적이고 역동적입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과묵하다고 할까요? 작가가 뭘 말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었죠.
이에 대한 해답을 저자의 한마디에서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모네는 풍경에 나타나는 시각과 감각을 추구해 근본적인 주제를 압도했다.” 즉, 무엇보다 우선해서 캔버스에 전해지는 붓놀림, 한점 한점의 빛과 빛깔의 가치를 감상하고 회화적인 구조 그 자체를 음미하라는 의미인 듯합니다. 전통적인 회화기법을 거부한 새로운 형식이란 곧 색채·색조·질감 자체에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하는 기법이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 애초에 감상하는 방법 자체가 틀렸다고 할 수 있겠네요. 19세기에 인상주의를 처음 접한 관객들과 동일 선상에 있었던 거죠. 온전히 색채와 형태로만 이루어진 그림을 즐기는 방법을 본서를 통해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디테일 시리즈의 큰 특징 중 하나인 ‘뚫린 구멍’의 효과를 톡톡히 본 한 권이었어요.
모네 이외에 르누아르, 드가, 피사로 같은 인상주의 주요 화가들과 베르트 모리조, 메리 커셋 같은 인상주의 여성화가 세 사람의 작품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인상주의 이후 미술의 전개를 이해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세잔과 쇠라의 작품이 후반에 실려 있는데, 이들은 다음 세대 화가들이 추구하게 될 추상미술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p92 <풀밭 위의 점심>과 <올랭피아>처럼 초기의 혁신적인 그림은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고전적인 주제를 당대, 즉 근대의 맥락으로 변형시켰던 것이 관객에게 노골적으로 도전하는 자신감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p93 이 그림에서 수수께끼는 관객의 예상 위치와 비교하여 거울이 실내의 광경을 비추는 각도가 의아하고, 화면 맨 오른쪽에서 거울에 비치는 남자, 즉 바 앞에 서 있는 남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네는 이 한 작품 안에서 쾌락을 추구하는 얄팍한 부르주아 세계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면서 그림의 역할, 술집 여급의 역할, 그 안에 속한 관객과 화가 자신의 역할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