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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타인의 행복이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는 그릇을 가진 사람일까? 젊은 시절 나는 타인의 행복을 시기 질투했었던가? 지금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런 시간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웃으며 축하하면서 속으로는 진심이 아닌. 내가 타인의 삶에 관심이 없어지기 시작하면서 자유로워진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내가 가진 기준을 가지고 사는 것. 이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지만, 기준이 생기면 나름 괜찮은. 인생을 살면서 제일 친하다고 생각한 사람들. 어떤 이는 연락이 끊기기도 하고 어떤 이는 인연의 끈을 잡고 있지만, 그 당시의 ‘친하다’는 개념이 지금과 같지는 않다. 각자의 삶을 살면서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기에 거리를 두기도 하고, 만난 시간은 짧지만 나와 합이 맞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인간관계는 젊던 나이 먹던 다 어려운 모양이다.
이번에 만난 소설은 3명의 작가가 ‘손절’이라는 주제로 ‘관계의 단절’ 혹은 ‘시대의 단절’에 대해 이야기한다. 각 소설은 독립적이지만, 그 안에 연결고리가 있다. 그걸 찾는 재미도 꽤 괜찮다. ^^ 성혜령의 ‘나방파리’는 편입 학원에서 만난 ‘언니’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고, 이서수의 ‘언 강 위의 우리’는 3명의 동창생이 친구지만, 때론 친구를 시기 혹은 질투하면서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이며, 전하영의 ‘시간여행자 – 처음 한여행과 다르게 여행하는 것’은 영화학교에 다녔을 때 알았던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손절은 아마도 그 친구와의 일이겠지. 고등학교 내내 제일 단짝이었던 그 친구. 근데 참 이상하다.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한 그 친구에 대해 내가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는 것. 우리 둘의 인생이고 우리 둘의 서사였다면 이렇게 ‘손절’까지는 아니었겠지만, 그 관계에 서로의 ‘아이들’이 있으니. 우린 서로가 타인이 되어 버렸다. 내가 생각하는 아이 교육관과 그 친구의 교육관이 달랐고, 그 친구의 ‘우정’이 서사가 나와 달랐다는 것. 시간이 지나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아닌 것에 인연의 끈을 잡는 건 내 성격과 맞지 않으니까.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인연. 그 모든 인연과 관계를 끝내지 않는 것. 그게 중요할 수 있지만,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아닌 것에 대해서는 미련을 두지 않는 성격에 친구가 없다. ^^ 근데 뭐 괜찮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 어찌 보면 자연스럽게 정리된 내 인간관계가 좋으니까.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은 내 성격을 잘 알아선지 ‘아’하면 ‘아’고, ‘어’하면 ‘어’한다. 오해할 일이 없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만남’이 생길지 모르겠지만,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을 것 같다. 결국 인간관계도 봄이 오면 녹기 마련이겠지 출처 : https://blog.naver.com/heygirl0903/2240115360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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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봄이 오면 녹는은 세 작가님 쓰신 각각의 소설이 얽여있는 책입니다. 이번 책의 연결고리 즉 키워드는 손절이었어요. 각기 다른 세 소설속 인물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와 방식으로 관계의 손절을 생각하지만 누구는 손절하고, 누구는 새롭게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나'를 찾게 됩니다. -나방파리 (성혜령) 종희가 죽은 아들인 시온과 이야기 하고 싶어 일영과 함께 무당들을 찾아다닌다. 일영은 종희가 자신을 감정쓰레기통으로 생각한다고 판단하여 어떤 행동을 하게 되고 과거의 이 행동이 밝혀지면서 관계의 균열이 일어난다. 손절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직관적으로 나타나는 소설이라고 느꼈어요 -언 강 위의 우리들 (이서수) 세 명의 친구들인 미진, 종선, 예슬이 미진을 손절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실행해 보지만 결국 손절하지 못하는 이야기 손절과 이별의 다름에 대해서 이야가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 둘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소설이였어요 -시간여행자 (전하영) 현무의 죽음으로 꿈과 현실의 사건들을 태주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 과거를 손절하려는 것일까요? 손절이라는 하나의 소재를 가진 3편의 소설이지만 전혀 다른 내용이라고 느껴지기도 하면서 또 다른 하나라고 생각되는 책이였어요 평소 단편소설집은 뚝뚝 끊기는 느낌이라 선호하지 않았는데 같은 주제인 소설이 모여있다보니 술술 잘 읽히고 작가님들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손절의 이야기가 매력있었습니다. 마지막 부분에는 세 작가님들이 서로의 작품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는 내용이 있는데 궁금했던 부분을 해소 할 수 있었어요. |
![]() 소설 세 편을 연달아 보면서 지나간 시절을 떠올렸다. 좋다고 붙들고 있을 수도, 싫다고 건너뛸 수도 없는 시절들. 지나고서야 보이는 각 시절은 모두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만나고 헤어진 사람들과 있었던 모든 일과 느꼈던 기분은 점차 흐릿해지지만 잊을 수 없는 사람과 장면이 간간이 생겨 난다. 아쉽고 후회되는 일보다 진심으로 즐거웠던 일이 더 많지만 이상하게도 전자가 더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이 슬퍼서일까. 각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서로를 알지 못하지만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장면을 바라본다. 이발소 앞에서, 도서관 벤치에서 각기 다른 생각을 하며. 배경에 불과했던 인물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주인공이 되는 모습이 흥미롭다. 오가며 스친 이들 모두가 자신만의 하루를 보내며 삶을 꾸려간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신기하다. 서로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이 우연히 겹치기도 하지 않을까. 어느샌가 끊어지고 갑작스레 파탄나고 의도치 않게 이어지는 게 관계이니만큼. 다 읽고 나니 살아 있는 것들을 더 많이 사랑하겠다고 중얼거리는 태주의 마음을 알 것 같다. 곁에 있는 사람들을 더 아끼고 사랑해야지.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해야지. 이 시절이 지나고 후회하지 않도록. ㆍ관계라는 것도 유기체처럼 피고 지고 시들고 하는 것이구나 깨달아가는 중입니다. 그러나 관계가 끝났다고 해서 그 관계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p.211 전하영 코멘터리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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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욕이라는 것은 사실 갈망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종선이 미진을 갈망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종선이 미진을 갈망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종선은 미진이, 미진 아닌 모습의 미진이 되길 바라는 것 같았다. 그것은 실로 불가능한 일이었음에도 그랬다. -63p, 언 강 위의 우리 * 관계의 시간성, 과거의 유령, 서로 다르게 편집된(혹은 나에게만 있는) 기억, 애증(!!), 인정욕구, 책을 향한 끝없는 갈증. 어쩌면 세계관이 처음부터 ‘픽션’에서 형성된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래빗홀, 나의 토토로홀이었던 이서수 작가의 ‘젊은 근희의 행진’을 다시 읽었다. 소설집 <젊은 근희의 행진>에 붙여둔 인덱스의 위치를 바꾸는 김에 다시 읽은 표제작은 18개월 전과 다르게 읽혔다. (처음 한 여행과 다르게 여행하는 것처럼.) 이 작품은 내 안의 관종과 유교걸이 서로 칼을 겨누게 하여 어떻게 하면 유교걸(엄마?)조차 무시할 수 없는 관종이 될 것인지를 고민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그토록 자랑하는(관종이니까) 젊작 도장깨기를 시작한 작품이었다. * 아니 얽힘 얘기를 하라고. (이렇게 끌고 와야 한다.) 마침내 (젊작 도장깨기를 어지간히 했을 무렵) 전하영 작가를 읽고 서평센터에 여러 번 갇히기까지 수많은 작가의 수많은 캐릭터와 울고 웃고 싸우며(손절?도 하며) 제대로 얽히고 있었는데, 얽힘 시리즈가 나왔다. 이서수 작가의 신간을 수집하고, 성혜령 작가의 근작이 실린 소설보다(축하해요!)까지 차곡차곡 쌓아봤다. 지나가다 소설보다 과월호가 있으면 전하영 작가의 작품을(이미 읽었음에도) 집어온다. (쇼츠시대이므로) * 비도 아랑곳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 계속 걸었다. 빗줄기에 온몸이 찔렸다. 피가 철철 흐르는 것 같았다. 피부는 식어가는데 속은 끓어올랐다. 자기가 뭘 안다고. 나에 대해서, 내가 어떤 시간을 겪었는지 뭘 안다고. 내가 그동안 어떤 마음으로 전화를 받아줬는데, 맨날 힘들다는 그 지겨운 얘기를 몇 년을 참고 들어줬는데. -36p, 나방파리 힘이 정말 세요. 고집도 말도 못 하게 세. 자기를 아무도 몰라주고, 아무도 생각 안 해주니까. 그냥 너는 탈락이라는 듯 그런 취급 하니까, 그쪽한테 자기를 알리려고 엄청 애썼네. -44p, 나방파리 집착과 오해와 증폭된 피해망상은. 그것에 대해선 왜 아무도 말하지 않을까. 우정이 아니라서? 혹은 우정의 보기 싫은 점이라서? -85p, 언 강 위의 우리 언제나 다급하게 나의 관심을 촉구하는 책들이 있었다. 그 책들을 손에 넣지 않으면, 그럴 수 있을 때까지 나는 안절부절못했다. 서가 앞에 서면 어떤 책에 우선권을 줘야할지 고민에 빠졌다. 너무나도 많은 관심사가 내 손을 타려고 아우성치고 있었다. -123p, 시간여행자 그러고 보니 조울증이니 뭐니 정말로 병이 있기는 했던 것일까. 나는 그의 병을 미화하고 그에 대해 열등감마저 품고 있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예술을 하고 싶으면 ‘미쳐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예술에 미쳐라!’ ‘예술가는 미쳐야 한다!’ 수업 시간에 그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내가 너무 제정신이라는 게 콤플렉스처럼 느껴졌고 소위 광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동경하며 그들처럼 되고 싶었다. -137p, 시간여행자 * 이 얽힘에 얼마나 깊숙하게 얽혀 있는지는 각색-픽션화가 필요할 정도로 서술이 어렵다. 싸이월드와 달리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고인의 프로필이 남아있어 댓글이나 친구태그로 추모가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학원에서 만난 연하의 미소녀에게 큰 상처를 주기도 했고 이미 어느 정도는 망했지만 나를 휘저었던 남자들보다 덜 망가졌다는 묘한 자부심(?)도 있다. 자연스럽게 멀어지거나 연락이 끊기는 것까지는 뭐. 지금 잘 지내는 사람들하고 연락하는 걸 잊지 않고 있는지를 생각하기에도 바쁜데. 어쩌다 한번 만날 수 있는 관계 역시 충분하다. 그럼에도 그게 이미 끝난 사람들이 손톱 거스러미처럼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얽힘 1기 서포터즈로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우리 동생, 아니 얽힘시리즈 많관부. |
봄이 오면 녹는 세 명의 작가, 세 편의 소설, 그리고 연결된 세계앤솔로지 ‘얽힘’의 첫 번째 프로젝트젊은작가상 수상 작가 성혜령, 이서수, 전하영작가님이 함께 만들어 낸 얼어붙고 녹아내리는 마음에 대한 세 가지 이야기 봄이 오면 녹는 을 읽은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나방파리-성혜령 작가님-이 년 전 겨울, 토요일 아침에 시온이의 부고 문자를 받고 나는 마치 이런 일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처럼 옷장 깊숙이 넣어둔 검은 정장으로 갈아입고 지갑을 챙겨 곧바로 택시를 불러 탔다. 차창 밖으로 부스러기 같은 눈이 날리고 있었다. 눈이 유리에 붙었다 녹아내리는 모습을 한동안 보고 있다가 내가 외투를 입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벌뿐인 정장은 봄가을용이 었다. 계절과 시간이 사라진 진공으로 빨려들어간 기분이었다. 언 강 위의 우리들-이서수 작가님-손절과 이별은 차원이 다르다고, 손절은 효용성을 따지는 행동이지만 이별은 그런 게 아니라고, 마음이 저절로 멀어지거나 사정이 생겨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되는 거라고, 죽음 때문이든 경제적 이유든 오해를 풀 수 없어서든 여하튼 손절과는 경우가 다르다고. -누군가의 마음을 찌르는 칼이 제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그것의 용도는 상처를 입히는 것이다. 얽히고 얽힌 세 친구의 이야기.. 유지하기도 손절하기도 어려운 친구 관계..손절 호텔이 등장하는데요.. 흥미롭습니다. 언 강 위의 우리들..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어요. 시간여행자-전하영작가님 인간관계가 힘들고 지쳐 있고 무기력한 주인공..아무도 보지 않는 영화를 찾아 시간을 보내는 마음.. 알 것 같으면서도 이 경험을 실천하는 사람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P. 109 사실 나는 미래의 어느 한 시절을 살아가고 있다고 느낄 때가 가끔 있다. 나이가 들수록 그 느낌은 더 설득력을 얻고 현실적인 감각으로 다가온다. 그저 인생을 내 속도대로 살았을 뿐인데 ‘세계’라는 이 복잡한 기계는 내가 모르는 사이 나보다 훨씬 더 빨리 구동해 버려서 거대한 미래의 가상 세계를 만든 다음 유튜브 같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매체를 통해 자신의 실체를 부분적으로 슬쩍슬쩍 드러내 보여준다는 가설을 세워보기도 한다. ->이 대목이 저는 꽤 와닿았어요. 연예인들의 리즈시절을 보여주는 영상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더욱 구체화 된다는 이야기도 공감했습니다. 이것도 젊은 시절의 시간에 대한 상실, 인간과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변화하고 있는 세계에 내가 얼마만큼 잘 따라가고 있는가..생각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좋았습니다. 세가지 얽힘을 보면서..얽힘이라는 요소가 우리가 살아가는데 다 걸쳐져 있는 느낌입니다. 손절과 시간적요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읽어본 시간 세 작가님의 매력이 얽힌 책 봄이 오면 녹는 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쓴 솔직한 서평입니다. #한국문학사랑 #알라딘 #앱레터 #봄이오면녹는 #다람출판사 #얽힘시리즈 #성혜령 #이서수 #전하영 #나방파리 #언강위의우리 #시간여행자 |
![]() ![]() ![]() ![]() 『봄이 오면 녹는』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책, 영화, 드라마를 볼 때 이제는 아무런 정보 없이 그대로 직진하며 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기분이다. 얼마 전에 본 드라마 《조명가게》 역시 강풀 작가의 원작이라는 것만 알았지 내용에 대한 사전정보는 없었다. 휴일 낮에 본 《조명가게》는 무서웠다. 공포물이구나. 그러다 점점 F는 울고 말았다지. 이런 이야기였구나. 강풀은 정말 대단하네. 어떻게 이런 발상과 주제를 생각해 내었을까. 현생에서는 불가. 다음 생에서도 사람으로 태어나는 행운을 누린다면 멋지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해 본다. 이서수의 단편이 실려 있다는 『봄이 오면 녹는』이었다. 그래서 책을 사지 말자마자 하면서도 주문했다. 또 유난히 지치고 힘든 날 붉은 등 아래에서 책을 펼쳐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봄이 오면 녹는』에 실려 있는 각기 다른 작가의 세 편의 이야기의 주제는 '손절'이었다. 와. 얼마나 설레는 말인가. 손절이라니. 매사에 우유부단하고 싫은 소리 듣거나 하는 걸 못 견디는 나에게 필요한 올해의 단어가 아닐까. 2025년의 너는 칼같이 손절 좀 하라는 책으로 전달하는 신의 계시. 몸이 아플 때 보던 영상은 도시에 있는 모든 걸 버리고 산이나 섬으로 들어가 혼자 사는 사람들의 영상이었다. 그들은 젊을 때 사람과 세상과 돈에 상처를 받고서 몸이 아프면서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이었다. 모든 걸 버리고 훌훌 떠나보자. 100년도 채 살지 못하는 내 인생에 휴식과 즐거움을 줘보자. 모든 관계와 세상을 손절하고 사는 사람들은 얼굴부터가 달랐다. 별거 아닌 일에도 웃었다. 그런 삶에도 걱정이 있겠지만 표면적으론 걱정이 없어 보여 다행이었다. 내려놓을 수만 있어 모든 걸 내려놓으면 마음과 얼굴이 좋아지는가 보다. 고통과 상처를 얻고 난 뒤의 깨달음이라 비싼 값을 치른 후에 앎이어서 앞으로의 생활이 더욱 소중해지는가 보다. 『봄이 오면 녹는』을 다 읽고 나면 제목 그대로 봄이 오면 우리의 그런 관계가 눈 녹듯 과연 녹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그만큼 각각의 이야기들의 결말이 파격이다. 특히 성혜령의 「나방파리」는. 아이를 읽은 종희와 일영이 영매를 찾아다니면서 밝혀지는 그들의 과거사는 현재와 만나면서 아찔함을 준다. 사실 그럴 의도가 아니었어. 선의를 가장한 악의가 무엇인지 사유하게 한다. 이서수의 「언강 위의 우리」는 웃기는 손절에 관한 이야기이다. 손절과 이별의 차이가 무엇인지 곰곰 생각해 본다. 손절은 일시적인 헤어짐의 상태. 이별은 영원한 헤어짐의 상태. 손절은 다시 만날 수도 있지만 이별은 영영 만나지 못하는 것. 종선과 미진과 예슬이 어감도 이상한 빠가사리 매운탕을 먹으면서 나누는 우정은 봄이 오면 녹는 관계여서 다행이다. 그러니까 너희는 친한 게 맞아. 앞의 두 소설이 인간관계를 손절의 대상으로 삼았다면 전하영의 소설 『시간여행자-처음 한 여행과 다르게 여행하는 것』은 시절을 손절한다. 현재의 내가 회상하는 과거의 어느 시절을 하나씩 열거하며 수치와 나태를 버린다. 과감하게까지는 아니고 천천히 오래 감정을 만지면서 손에서 놓아버린다. 과거를 손절할 수 있다면 미래 역시 손절 가능한 대상이 아닐까 희망을 준다. 다시 앞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정보란 무엇인가를 고민해 본다. 정보는 과연 정보 다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가. 너무 많은 정보는 정보가 아니었음을. 너무 많이 알아도 문제. 자주 정보 없이 무언갈 보고 듣고 사랑해 봐야겠다. 그때 내게 달려오는 이야기의 감동의 무게가 상당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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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누군가와 이별할 예정이거나 이미 이별한 사람들을 위해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호텔이래._p52
이런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각자의 사정이나 이별의 형태가 어떻든 간에 이별이라는 것 자체가 몸과 마음에 타격이 큰 것은 사실이다. 이런 이별을 하기 전에는 관계라는 것이 존재했을 것이고 관계를 다른 말로 얽힘이라는 단어로 깊이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런 얽힘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 작가 #성혜령 , #이서수 , #전하영 이 각자 개성을 담아서 #첫번째얽힘 , #봄이오면녹는 을 내놓았다.
가까운 이들의 죽음이 함께하고 그 존재성이 한껏 느껴져서 조금 오싹했었던 ‘나방파리’, 친구들과 연인간의 얽힘의 인간들이 나와서 남 일 같지 않았던 손절호텔을 찾은 스토리, ‘언 강 위의 우리들’, 이것이 과거인가 현재인가 시간의 얽힘으로 풀어가는 ‘시간여행자’ 까지, 하나의 앤솔러지로 이어지는 소설들은, 나에게도 과거로의 회귀를 불러일으키고, 지금 공간을 둘러보게 만들었다.
굳이 다짐하지 않아도 얼마나 약한 것이 관계라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어, 이 책을 읽으니 그 동안 여러 번의 시기를 넘기며 얽힘이 다져지고 끊어지고 했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흔적들은 내안에 고스란히 남아서 나를 만들어내고 있을 것이다. 지금으로 이어져서 또다른 얽힘에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다.
책의 마무리는 세 명의 작가들의 코멘터리가 들어있어서,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코멘터리를 읽어보기 전에 오롯이 소설만으로 느낀 바를 먼저 정리해보면 더 의미있을 것 같다.
독립적으로 보이지만, 결코 고립된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얽힘의 세계, 이 안에서 우리는 너와 나, 과거와 현재를 생각해보게 된다.
_우리들은 친한 게 맞을까? (그 대답은 우리의 믿음에서 비롯되고). 친하다는 건 어떤 의미지? (한겨울엔 얼어도 봄이 오면 녹는 강.) 그래, 그런 강._p89
_잃어버린 미래와 가능한 과거들. 내가 시간에 대해, 우리에 대해 쓴다면, 여전히 우리를 우리라고 말하고자 한다면, 살아 있는 그는 나를 응원해줬을까?_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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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으로 읽고 정식 출간본을 받았을 때 정식 제목을 한참 들여다봤다. 세 편의 소설을 아우르는 제목 《봄이 오면 녹는》.![]() 화장실에서 무심히 죽였던 <나방파리>를 소설을 통해 명칭을 알았다. 첫 페이지부터 몰입하게 된 이야기에 나는 순식간에 일영이 되어 종희를 저주하고 후회한다. 그러려니 하며 살았으면 좋았을텐데... 악의를 품고 말았다. "어릴 때 아프면 어딘가 좀 망가지게 되나봐요." 일영의 말이 비명처럼 들린다. <언 강 위의 우리들>은 손절 호텔이 등장하고 서로를 끊어내고자 하지만 결코 끊어내지 못하는 세 친구의 이야기로 미진을 손절하겠다지만 결코 그럴수 없는 종선이 꼭 나같아서 안쓰럽다가도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시간여행자-처음 한 여행과 다르게 여행하는 것>은 상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친구 현무의 죽음을 막을순 없었을까? 어떤 징후조차 알아채지 못한 자신을 탓하는 태주... 한동안 꼭 쥐고 있던 친구의 흔적은 조금씩 사라지고 그만큼 태주는 살아낸다. 흐른 세월만큼 무뎌진 어느 날 안식년을 택하고 글을 쓰고자 정독도서관으로 향하는데... 세 작가의 이야기는 독립적이지만 정독도서관이라는 공간과 손절이라는 키워드가 존재한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정독도서관에서 스치듯 지나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니 세 소설이 더 친밀하게 느껴진다. 정독도서관에 가면 이들을 만날수 있으려나? 재밌는 상상도 해본다. P.62-63 누군가의 마음올 찌르는 칼이 제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그것의 용도는 상처를 입히는 것이다. P.110-111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점점 더 빨라지고 나는 더욱더 가속하여 미래로 다가가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지원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