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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혹독한 겨울나기에 바치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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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일인지 시집의 앞뒤 표지 위쪽이 젖어 있다. 책상 위에 두었던 냉수병에 맺힌 수증기가 묻었던가 보다. 속상한 마음으로 젖은 모양을 보는데, 뭔가 예사롭지 않다. 시를 다 읊은 뒤 혼란의 어떤 징조 같은 게 마치 그것의 흔적처럼 보인다고 할까. 이어지는 시를 만난 순간 “눈송이를 낚으려 하나 물에 닿는 순간 사라져 버리”는 “젖은 눈 속에 젖은 눈”이 되어 “그 열린 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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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일인지 시집의 앞뒤 표지 위쪽이 젖어 있다. 책상 위에 두었던 냉수병에 맺힌 수증기가 묻었던가 보다. 속상한 마음으로 젖은 모양을 보는데, 뭔가 예사롭지 않다. 시를 다 읊은 뒤 혼란의 어떤 징조 같은 게 마치 그것의 흔적처럼 보인다고 할까. 이어지는 시를 만난 순간 눈송이를 낚으려 하나 물에 닿는 순간 사라져 버리젖은 눈 속에 젖은 눈이 되어 그 열린 으로 나도 따라 들어가(<이 열리고>)고 있었다. 그리하여 보이지 않는 내 발자국은 젖은 흔적으로 남았다.

 

'시인의 말'을 읽는데, '도덕적 갑각류'라는 표현이 나온다. 갑각류에게 '도덕성'까지 입히는 시인의 휴머니즘적 창의력에 생각이 오래 머문다. “벗어나려고 할수록 더욱 단단해지던, 살의 일부가 되어버린 갑각의 관념들을 해독解讀하고 싶은 욕구로 서둘러 페이지를 넘긴다.

 

 서로의 희생을 숙주로 하는 生死의 아이러니

 

생의 우여곡절을 두드림, 울음이라는 신호로 보내는 것들의 소리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시인에게 그것은 무언의 아우성과도 같다. “한 뼘쯤 열려진 창 틈으로 누군가 필사적으로 들어오려고 하는(<누가 우는가>), 목소리 없는 것들의 목소리를 방치하지 못하는 시인을 알아본 닫힌 창문은 더 크게 울어 젖히고, 집에 두고 온 줄 알았던 그림자는 귀가 후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고(<그림자는 어디로 갔을까>)남몰래 비에 숨어들어 마른 하늘 한 조각’’(<비에도 그림자가>)을 슬프게 예비한다.

 

출생이 주검이 되는 비애가, 고독이 곧 나임을 밝히는 어둠 속에서 우리는 외로움을 배우러 온 그의 제자들이 되어/ 온기 없는 거실에 오래 앉아 있(<북향집>) 하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삶의 물결, 위에 쌓았다 허문 날들(<저 물결 하나>) 헤아린다. “아무리 천천히 지나도 온몸이 흔들리는 유난히 높은 과속방지턱을 추억하며. “집으로 가는 길이란 늘 그 모순형용을 지나야함을 깨우치며(<행복재활원 지나 배고픈 다리 지나>). “죽음의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시장기를 느끼는 불경스러움(<국밥 한 그릇>) 매번 반복하는 게 삶이라는 걸 삶과 죽음을 오르내리잠시도 쉬지 않는 사다리(<엘리베이터>) 겪으며 배우고 또 배운다.

 

성한 한쪽 눈으로 세상을 반쯤만 보고사는 아버지(<진흙 눈동자>), ‘굶주린 바람에게 피와 살점을 다 내주고 허옇게 굳어가는 손가락을 오, 촛불처럼 들고 걸어가시는 어머니(<斷指>), “하루하루 불멸에 가까워지는 동안점점 시들어가는 소나무(<소나무의 옆구리>)의 희생으로 구워진 자식들의 삶은 그들을 숙주로 삼는다. 혹자는 이를 공생이라는 단어로 위장하기도 하지만, “늙은 자연이 어린 자연을 업고 걸어가(<소나기>) 종단에는 역으로 성립한다는 면에서 마땅한 순환적 위장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  빛의 혹독한 겨울나기

 

수많은 을 가슴에 꽂고” “거대한 폐선처럼 가라앉고 있(<사라진 손바닥>)는 연못의 비밀은 연꽃이다. 어느덧 사라진 손바닥이 된 연꽃은 부활을 위해 긴 겨울잠에 들어가고, 시인은 그 부활을 기다리며 시적 영감에 대한 소득을 기대해본다. 그러나 이는 협의狹義의 해석에 불과한데, 곧 빛의 온갖 진통을 통감하게 될 후속 의 향연에 입장할 것이기에 그렇다.

 

잊혀 이름을 갖지 못한 바위, 여는 날개를 퍼덕이던 새들(<,라는 말>) 덕분에 가까스로 제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젖은 날개로 퍼덕인다는 건 평소보다 곱절의 힘을 필요로 하는 법. 그렇게 망각이 기억으로 전환되는 일의 육중함은 바위로, 여로 대체된다. 그런가 하면 빛이 물처럼 흘러들어 어둠을 적셔버리는 것이 두려웠던 나는(<마른 물고기처럼>) 마침내 낡은 밥상 위에서 겨울 햇살을 받고 있는 마른 황어들과 마주하게 된다. 이처럼 세상의 모든 빛은 어둠이란 알을 제 몸 가득 품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심지어 밤새 어둔 맘 곁에” “저도 모르게 피어나지막한 꽃들"(<그날의 山有花>)과 어느새 잊어버린 검게 타들어가며 쓰러지던 꽃대(<붉디붉은 그 꽃을>)덩굴자락에 휘감긴 한쪽 가지를 쳐내고도 살아 있는 나무(<걸음을 멈추고>)마저도. “번개가 가슴을 쪼개고 지나간 흔적을 안고도 저렇게 눈부신 잎을 피워낸 느티나무(<느티나무>)허물어지는 몸을 이끌고 마른 흙에 뒹굴고 있던/ 끝내 섶에 올라 羽化도 못하고/ 한 올의 명주실도 풀어낼 수 없게 된누에(<검은 점이 있는 누에>)처럼 고통의 휘발 과정을 수시로 거치는 것이 세상 모든 생명의 숙명이려니.

 

달 저편에서 말을 건네고 있지만 다시 잡을 수 없음으로 아직 따듯한 손(<초승달>)은 결핍 투성이인 만남의 다른 이름인 이별까지 더 아름답게 만든다. 충족되지 않음으로써만 채워질 수 있는 그리움의 손맛이라고 해야 하려나. 겨울과 폭설을 겪어야만 꽃을 피울 수 있듯이 영영 녹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그러나 조금씩 흘러내리는 만년설에 입을 대고 자라나/ 우우우우, 일시에 터뜨리는 함성(<만년설 아래>)처럼 다른 듯 같은 삶의 양면을 고행처럼 인정하고 사랑하는 시인의 눈에 비친 것들은 그토록 처연하고 애틋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  마침내 노스탤지어

 

가난을 있는 대로 다 살고도 남은 가난이 있어/ 六畜처럼 도란도란 살고 있는데,/ 깜박거리는 불빛이 새삼 서러운 것은/ 누추한 지붕 때문이 아니다/ 그 불빛 아래 내가 살고 있는 줄도 모르고/ 너무 멀리 떠돌다 여기에 이른 까닭이다(<낯선 고향>)

 

사는 내내 죽음과 진배없는, 숱한 방황 끝에 찾게 되는 건 무얼까. 고향은 산 자나 죽은 자 모두에게 최종역에 다름 아닐 것이다. 우리가 고향=어머니로 인식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모든 겨울을 극복하고 찬란한 빛으로 피어나는 존재의 근원지, 내 고향. “백 년쯤 지나 다시와서 연밥 한 그릇 얻어 먹그보다 일찍 오면 흰 꽃도 볼 수 있는 곳.(<사라진 손바닥)>

a*********9 2021.07.13.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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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손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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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이라는 시집을 다 보고 또 다른 시집은 없을까하고 찾아보다 알게된 시집.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을 너무 감명깊게 봤던 터라 기대가 컸는데 이 시집이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었습니다. 표지 테두리가 너무 강렬한 그린색이라 편집적인 부분에서는 그게 좀 아쉽네요. 좀 더 감각적인 디자인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컬러배색이 너무 맘에 안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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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이라는 시집을 다 보고 또 다른 시집은 없을까하고 찾아보다 알게된 시집.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을 너무 감명깊게 봤던 터라 기대가 컸는데 이 시집이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었습니다. 표지 테두리가 너무 강렬한 그린색이라 편집적인 부분에서는 그게 좀 아쉽네요. 좀 더 감각적인 디자인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컬러배색이 너무 맘에 안들어요.

d*******2 2019.06.08.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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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시인의 사라진 손바닥
"나희덕 시인의 사라진 손바닥" 내용보기
앞서 리뷰를 작성했던 어두워진다는 것과 함께 오래 장바구니에 담았다 구매한 책이다. 이 시집에서는 표제작인 '사라진 손바닥'이라는 시를 참 좋아하는데, 친구가 내게 읽어보라며 보내준 뒤로 이 시를 좋아하게 되었다. 문학동네 시인선의 시집을 몇 권 구매한 적 있기 때문에 그 책들과 함께 보관하고자 한다. 20년 전 여름에 나온 이 시집으로 나희덕 시인의 글을 조금 더 알고 사랑
"나희덕 시인의 사라진 손바닥" 내용보기
앞서 리뷰를 작성했던 어두워진다는 것과 함께 오래 장바구니에 담았다 구매한 책이다. 이 시집에서는 표제작인 '사라진 손바닥'이라는 시를 참 좋아하는데, 친구가 내게 읽어보라며 보내준 뒤로 이 시를 좋아하게 되었다. 문학동네 시인선의 시집을 몇 권 구매한 적 있기 때문에 그 책들과 함께 보관하고자 한다. 20년 전 여름에 나온 이 시집으로 나희덕 시인의 글을 조금 더 알고 사랑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a********7 2024.01.3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