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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채근담, 그리고 현문?
"명심보감, 채근담, 그리고 현문?" 내용보기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의 퇴임사를 듣고 살짝 감동했던 적이 있다. "장강의 물이 흐르는 것은 뒷물이 앞물을 차고 흐르는 탓이다. 후임 대변인이 잘해줄 것이다." 자신을 낮추고 후임자를 높이는 말이다. 겸손으로 가득찬 그 말을 듣고 기자들은 박수로 대변인을 떠나 보냈다. 대통령도 박수받기 흔치 않은 점을 감안하면 큰 파격이다. 그말은 그러나, 나중에 스스로도 밝혔지만, 윤태영
"명심보감, 채근담, 그리고 현문?" 내용보기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의 퇴임사를 듣고 살짝 감동했던 적이 있다. "장강의 물이 흐르는 것은 뒷물이 앞물을 차고 흐르는 탓이다. 후임 대변인이 잘해줄 것이다." 자신을 낮추고 후임자를 높이는 말이다. 겸손으로 가득찬 그 말을 듣고 기자들은 박수로 대변인을 떠나 보냈다. 대통령도 박수받기 흔치 않은 점을 감안하면 큰 파격이다. 그말은 그러나, 나중에 스스로도 밝혔지만, 윤태영 대변인의 창작이 아니었다. "江中後浪催前浪, 世上新人超舊人" 이 말은 찾아낸 책은 <현문(賢文)>이다. 명나라 때 만들어진 격언집이다. 지은이도 막연히 어느 유생이겠거니 할 뿐 이름은 없다. 하지만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인 것만은 틀림없다. 중국 고전과 민간 속담을 두루두루 엮어 삶의 지혜를 모아놨다. 장강의 물에 대한 얘기만 해도 명나라 정화의 해외 원정을 다룬 고대소설 <삼보태감 서양기="">에 이미 원형을 드러낸다. 글자는 조금 다르게 쓰는데 뜻은 같다. "張江後浪推前浪, 世上新人趣舊人" 그런데 책의 해석은 조금 맥이 빠진다. "장강 뒷 물결이 앞 물결 재촉하고, 세상에 새 사람은 옛사람을 밀어낸다." 뭔가 도도한 흐름을 전하기에는 부족한 느낌의 해석이다. 역주 해설을 보면 <현문>은 <명심보감>, <채근담>과 함께 명나라 때 정리된 3대 격언집이라는데 우리나라에는 생소하다. 내용이 지나치게 세속적인 탓이 아닌가 하는게 역주가의 분석이지만, 글쎄다. 이런 맥없는 해석으로는 세속에 흠뻑 빠진 이 시대에도 3대 격언집으로 꼽히기에는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해설이라고 달아놓은 글들이 이 시대에 사어나 다름없는 한자로만 되어 있으니 과연 제대로 읽어낼 사람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독해는 커녕 독음조차 없으니 좀 꼼꼼하게 챙겨보고 싶어도 능력이 없다. 하지만 꼭 등수에 들어야 맛은 아니다. 좋은 글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끌리기만 하면 독음없는 글자도 자전 찾아가며 볼 수도 있다. 꼭 거창하게 치세의 도를 말할 것도 없다. 하다못해 술자리에 숨어있는 진실을 들여다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믿지 못하겠거든 잔치 자리에서 술잔을 보라. 잔마다 먼저 술잔을 올려 공경하는 이는 돈 있는 자로다.(不信但看筵中酒, 杯杯先敬有錢人)" 술자리에서는 부지런히 술잔 돌리고 볼 일이다. 하지만 술마시는 기계도 아니고 몸 상해가며 그럴 일이 뭐가 있을까. "그대와 더불어 한자리에서 말을 나눔이 십 년 책 읽은 것보다 낫도다.(同君一夜話, 勝讀十年書)" 이런 사람을 만나자고고 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더 좋은 건 내가 그런 사람이 되는건데, 그리 쉽지 않다. 하지만 술이란 뭐니뭐니해도 결국 취하자고 먹는거다. "석 잔으로 대도에 통달하고, 한 번 취하여 천 가지 근심을 풀어버리도다"(三杯通大道, 一醉解千愁) 사람이면 피해 갈 수 없는 큰 고민, 연애에 대한 작은 비법도 기꺼이 전수한다. "마음이 한번 떠나면 끝내 떠나보내야 한다. 다시 미련을 느껴도 머뭇거리지 말라.(心去終須去, 再三留不住)" 때로는 잡는 것도 맛이라지만, 그나마 마음이 남았을 때의 일이다. 매몰차게 돌아서기, 차는 쪽이나 채이는 쪽이나 금과옥조로 삼을 말이다. 뜻하지 않게 직업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안겨주는 문구를 만나기도 한다. "세상에 떠도는 무익한 말은 입에 담지 말고, 자신의 일이 아니거든 간섭하지 말고 나서기를 적게 하라.(無益世言休著ㅁ, 不干己事少當頭)" 좋은 말이긴 한데, 기자라는 직업을 버리기 전에는 안될 말이다.
k****9 2004.09.07. 신고 공감 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