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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를 믿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불교와 관련된 우리의 역사적 산물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니 절에 가는 일이 그다지 싫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굳이 절을 찾아다니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내가 가 본 절에 대한 구체적인 기억이 없다. 그 절이 그 절인 것만 같고, 가 본 곳인지 안 가 본 곳인지 말로만 들어서는 확신도 안 서고, 어떤 때는 전에 와 본 곳을 다시 와서야 깨닫기도 하고. 참 무심한 편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숲은 끌린다. 숲에는 가고 싶다. 나무들이 우거져서 나무그늘로 이루어진 터널을 만들어주는 길에는 가고 싶다. 그 어느 자리에 앉아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앉아 있고 싶다. 숲을 찾아가다 보면 꼭 절이 있게 마련인데, 우리나라에서 숲과 절은 어쩔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펼치면 절이 나오기도 하지만 숲과 길과 시와 휴식이 담겨 있다. 꼭 그 절이 아니어도 괜찮을 숲과 길과 시와 쉼터. 책에 나오는 곳 어디라도 좋으니 이 여름이 끝나기 전에 한 곳이라도 들어가 보았으면 좋겠다. 절 옆 숲그늘에 하염없이 앉아 있어 보았으면 좋겠다. 숲의 숨소리를 들으며. 그러면 이 책에서 말하는 산사 여행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