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 막연하게나마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주위 누군가의 죽음으로 자연스레 사고가 시작되기도 하겠고, 나처럼 뜬금없이 어느날 "죽은 뒤에는 엄마랑 두번 다시 만나지 못하는 걸까?"라며 혼자 바보같이 슬퍼했던 여섯 살 무렵처럼 특별한 계기 없이 막연히 떠오르게 될수도 있는 것이다. 푸릇푸릇한 한여름을 담고 있는 이 소설의 세 녀석 키야마, 카와베, 야마시타는 시골에 사시던 야마시타 할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소년기 특유의 한 번 발동이 걸리면 억제가 불가능한 호기심의 요동이 학교 근처 낡은 목조 가옥에서 홀로 사는 노인과 아름다운 한 때를 공유하게 만든다. 모두 다 녹녹치 않은 터프한 일상을 제각각 살아내야 하는 아이들과, 전쟁터에서 겨우 살아 돌아와 가족들에게는 생사도 알리지 않은 채 홀로 몇 십년을 살아온 노인의 우정이 짠하게 펼쳐진다. 할아버지의 작은 뜰에서 보낸 그 여름을 통해 이 세 아이들은 생활의 소소한 일들 (빨래 너는 법, 부엌칼 사용법, 페인트 칠하는 법, 풀 뽑고 꽃들 가꾸는 법,,,)을 경험하고 익히면서, 할아버지의 눈으로 자기의 내면을 응시하고 있는 스스로를 어느덧 발견한다. 아름답고 서정적이면서도 고달프고 팍팍한 현실 역시 함께 아우르고 있는 성장 소설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평범하고 어리숙한 세 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 여름 방학을 지나면서 그 전과 후로 분명하게 가를 수 있을 만큼 달라진다. 그 이후, 그들을 휩쓸고 지나갈 괴물같은 생의 파도 더미들을 가늠해보니 조금 쓸쓸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