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였을까? 편집 기획이란 직업을 갖게 된 계기. 한때는 소설가가 되리라 야무진 꿈을 꾼 적도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글짓기가 중고등학교로 이어졌다. 백일장을 휩쓸며 우쭐해하던 10대의 나는, '난 소설가가 될거야'란 막연한 꿈을 안고 경희대 국문과에 진학했다. 허허실실 술과 당구로 청춘을 소비하던 대학 시절, 한편으론 신춘문예에 응모하며(소설로, 평론으로) 긴 미몽의 시간을 가졌다. 결국 재능 없음으로 판명나면서 새로운 진로를 모색할 즈음, '편집디자인 실기론'이란 전공과목이 운명처럼 다가왔다. 그때 마주한 '경주 남산' 화보집. 그것을 대하는 교수님의 책에 대한 열정을 온몸으로 느끼며 난, 편집자의 삶을 살기로 결정했다. 아무 준비도 없이.
그렇게 입사한 편집디자인 회사. 잡지와 브로슈어, 애뉴얼리포트 등을 만들며 출판 기획과는 궤를 달리한 기획 편집자가 되었지만, 그래서 여전히 그 일이 내게 밥을 먹여주고 있지만, 단행본 출판 기획은 언젠가는 이뤄낼 꿈이기도 했다. 물론 중간중간 단행본들을 많이 만들긴 했지만, 엄밀한 의미의 출판 편집은 아니었다. 이러한 로망을 품은 채 살아가는 것. 책읽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누구보다 책 자체를 사랑하며, 책 만드는 것을 인생 최고의 도전으로 삼고 살아간다. 편집자는 저자와 독자를 매개하며 책을 만들지만, 책을 둘러싼 세상의 일부를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이기도 하다. 마음산책의 대표인 정은숙 선생의 멋들어진 서문이다. '편집자 분투기'는 20여 년을 한결 같이 편집자로 살아오면서 겪었던 시행착오, 자신의 편집관, 책 만드는 프로세스에 대한 고견 등이 한데 녹아있는 책이다. 동시대 편집자로 살아가는 내게는 피와 살이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2004년도에 펴낸 책이다. 이미 현실이 된 경우가 많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책의 패러다임과 트렌드'에 대한 선견지명은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작년에 휴머니스트의 대표인 김학원 선생의 '편집자란 무엇인가'를 읽고 편집자가 갖춰야 할 A to Z를 뼈속 깊이 각인했었다. 김학원 선생의 책이 편집의 스탠다드한 기준을 세웠다면, 정은숙 대표는 편집자가 갖춰야 할 실무는 물론 철학까지 아우르고 있다. 섣부른 가치 판단은 금물이지만, 눈물나게 고마운 건 '편집자 분투기'였다. 왜냐하면 10년 경력의 편집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자기 반성 내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그냥 좋은 책, 재미난 책, 내가 좋아하는 책을 많이 만들겠다는 유아적 발상은 접어두고, 진지하게 편집자에 대해 고민을 시작한 요즘이기 때문이다.
이 책엔 20년 경력(지금은 26년 경력)의 편집자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우선 '편집자로 산다는 것'에 대한 자기 철학을 분명히 하고, '편집자의 관점'을 새롭게 정립하고 있다. 실무에 들어가서는 '기획의 이해', '편집의 실제', '책이 태어나고 만들어지는 자리', '출판 홍보'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실 알량한 자부심이겠지만, 이 책에 소개된 대부분의 실무는 그다지 새로울 게 없다. 경력 자체가 경험의 차이를 만들겠지만, 사실 편집 업무를 10년 정도 했다면, 그 이후는 거의 비슷한 정도의 실무능력을 갖췄다고 보면 무방하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다른 직업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중요한 것은 자기 일에 대한 철학, 비전, 열정이다.
사실 난 첫단추부터 제대로 잘못 채웠다. 좋은 선배들과 분위기 속에서(정말이지 한달에 열흘 정도는 밤샘을 했을 정도)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했었다. 하지만 10달 정도의 임금 체불을 겪으며 더이상 의리만으론 세상을 살기가 쉽지 않았다. 내게 완벽한 실무 능력을 가르쳐줬지만, 그만큼 가혹한 경제생활로 지금까지도 그 영향이 있으니 말이다. 편집자란 편집으로 승부를 해야 한다. 하지만 편집의 범위가 너무 넓고, 아직까지 몇몇 대형 출판사를 제외하고는 그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 않아서(정확한 포지셔닝이 없기 때문에) 일당 백의 업무를 하곤 한다. 저자 섭외, 원고 청탁, 글쓰기, AE, 디자인 레이아웃 협의, 필름 출력, 종이 선정, 인쇄 감리 등 한 권의 책이 탄생하는 전 과정에 능통해야 한다.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멀티 태스킹을 요구하기에, 나 또한 부단히도 맞아가며, 깨져가며 배웠었다. 물론 지금에야 온전히 그 때 당시를 감사하지만 말이다.
턱없이 높은 원고료를 부르는 저자, 마감 일정은 아예 안중에 없는 저자, 컴퓨터를 사용할 줄 몰라 육필을 우편으로 보내오는 저자 등 많은 저자들을 겪었다. 그러다보니 어떤 컨셉이 정해지면 딱하고 떠오르는 저자가 생겼고, 나름의 리스트를 갖고 있다. 또한 아내도 디자이너지만 기획자와 디자이너는 사이가 별로 좋지 못한 편이다. '니가 원고의 내용을 제대로 헤아릴 줄 알아?' vs '니가 디자인 레이아웃의 깊은 미학적 요소를 이해해?' 이렇게 반목한다. 지금에야 편집 능력을 갖춘 디자이너, 디자인 안목을 두루 갖춘 편집자가 많아졌지만, 아직까지 소통 불능의 협업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흔히 출판은 3D 산업이라 불린다. 고부가가치와는 거리가 먼, 정말 손가는 곳이 많은 프로세스를 갖고 있다. 오탈자 하나 때문에 전량을 폐기하고 재인쇄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종이 선정에도 무수한 협의가 이뤄진다. 인쇄는 또 어떤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인쇄기를 바라보며 톤과 핀을 두루 맞춰야하는 감리 과정. 지옥이 따로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최초 기획부터 최종 제본에 이르기까지 한 권의 책이 손에 들려지면 두려움 반, 뿌듯함 반이 밀려온다. 한 권의 책을 만들면서 사고가 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만큼 복잡한 프로세스를 자랑하기에, 요즘 세대들은 편집자나 디자이너로 진로를 정하는 경우가 드물다. 골수를 빨려가며, 박봉에 시달리며, 인생의 가장 소중한 한 때를 모니터와 함께 보내야 하므로. 그만큼 애정이 넘쳐야, 제대로 자기 만족을 할 줄 알아야 편집자로서 살아남을 수 있다.
'편집자 분투기'는 제목 그 자체가 모든 걸 설명해준다. 이 땅의 모든 편집자들에게 위안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나 또한 '영혼을 잃지 않는 편집 기획자'로 살아갈 것을 매 순간마다 다짐한다. 물론 돈벌이를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더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많겠지만 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 목표는 무엇인가요?' 어떤 회사의 면접을 보더라도 꼭 묻는다. 난 항상 자신있게 대답한다. '1만 권의 책을 읽는 겁니다'라고. '영혼을 잃지 않는 편집자로 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세상의 다른 일부를 만들어주고 싶습니다'라고.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편집자 분투기'와 같은 책을 통해 지나온 10년과 살아갈 10년을 가열차게 채찍질하게 된다. 열정과 성과는 정비례한다는, 만고 진리의 좌표를 머리에 그리면서 기분좋게 이 책을 닫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편집자는 고달프다. 당장 내일 오전까지 마감해야 할 기획안을 앞에 두고 있으니 말이다. |
|
<편집자분투기>. 적어도 대한민국 땅에 살고있는 애서가들에겐 아마 올해 상반기에 읽었던 가장 재밌는 책이 아니었을까?
이 책이 무엇보다 감동적인 건, 바로 책을 만드는 자의 그 도저한, 깊숙한 애정이 갈피 갈피 스며있기 때문이다. 이미 시인으로서도 그 필력을 입증한 적 있는 정은숙 주간은 시보다 더 아름다운 산문적 표현으로 떠날래야 떠날 수 없는 책에 대한 사랑을 담아내었다.
이 책엔 유독 밑줄 그은 구절들이 많은데 [편집자는 세상을 관찰하면서 그것을 질료로 세계를 창출해내는 사람이다] [편집자란 세상을 읽어내기 하는 자이며, 읽어내는 기준으로서 나만의 관심, 곧 자기다움을 가져야 한다] 등등에 빨간 줄을 그었다. 그건, 단지 책을 만드는 사람만의 기준이 아니라, 책을 대하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의 기준이기도 한 것 아닐까?
잠시 생각해보았다. 정은숙 주간이 가졌던 자기다움이란 무엇일까 하고, 아마도 human interesting을 바탕으로 한, 인문학적 또는 예술적 소양이 아니었을까? 내 책꽂이를 찬찬히 살펴보니 그녀가 언급한 책들이 몇 권 꼽혀있다. 어쩌면 나의 독서이력도 그녀의 이력과 겹쳐질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기분이 묘해진다.
기무라 카쿠야가 그랬다. 멋지지 않는 놈이 패션잡지를 만드는 건 싫다고. 나도 마찬가지다. 책을 사랑하지 않는 놈이 책을 만드는 건 싫다. 그 점에서 대한민국은 아직 믿을만 하다는 생각이 슬몃 들었다.
[인상깊은구절] 한 편집자의 독서이력은 곧 출간이력으로 이어진다. 편집자가 읽고 이해하고 좋아하게 된 저자와 주제를 만났을때 기획은 구체적이고 생생해진다. |
|
정은숙씨는 편집자를 일컬어 "자신이 편집하는 책의 산모"라고 말한다. 나아가 편집자는 "편집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하는 사람"이라고도 말한다. 편집자는 세상을 작업(?)의 대상으로 삼아 하나의 완결된 책을 만들어내는, (정은숙씨의 표현에 따르면) 지식을 편집하는 사람이 아닌 세상을 질료로 삼아 편집하여 지식을 생산하는 사람이다. 편집자는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세상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무릇 자신이 어디에 서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거듭해서 물어 보아야 한다."
이 책은 장장 20년간 매력적인 저자를 발굴하고 씨앗을 품어 세상에 내보인 정은숙의 산모 체험기다. 처음엔 기자가 되려 했다가 책 만드는 일에 발을 담근 뒤 그 길을 묵묵히 계속 걸어온 그는 이제는 버젓이 자신의 출판사를 차려 "우리 삶의 넓이와 깊이를 부여할 수 있는" 문학과 예술, 인문서적들을 만들고 있다. 그는 몇몇 책을 통해 물음을 던지고 답했다. 어떤 책은 스스로 대견하다 싶을 정도로 가슴 뿌듯했고, 어떤 책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뿌듯하면 뿌듯한대로 아쉬우면 아쉬운대로 모두 소중하다. 세상에 선보인 모든 책들은 그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고 자랐다.
|
|
별 생각없이 빌렸는데, 많은 도움을 준 책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이 무엇인지, 그 책을 만드는 편집자는 어떤 일을 하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게 해줬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 알 수는 없기에, 세상에 대한 지적 호기심만이라도 열심히 불태우리라!고 다짐하게 만든 책이다. 소장가치 있으니 구매해야겠다.
|
|
보고서나 레포트를 쓰면서 인용란을 적을 때 보통 저자와 책의 제목, 출판사 등을 적게 됩니다 그닥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도 했습니다 ![]() 표지에 들어있는 책머리글의 한 문단은 이 책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간결하게 전달해줍니다 나는 항상 가벼운 현기증을 느낀다. 나 자신이 귀중한 펄프를 소비하면서 얼마나 세상에 유용한 책을 만들었는지 되돌아보곤 한다. 그리고 편집자로서 더 투철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집한다. 이 책은 출판편집자로 살아오면서 느끼고 반응하고 또 꿈꿔왔던 오든 경험의 총체다.…(생략)" 실제로 인쇄해서 독자들의 반응을 끌어내기까지 전체를 꿰뚫어 묶는 통찰이 느껴집니다 |
|
저자는 글을 쓰지만, 그 글을 책으로 만들어 내는 사람은 편집자이다. 원석을 가공해 보석으로 만들고, 보석을 디자인해서 액세서리로 만드는 사람들이다. 글의 산모는 작가이지만, 책의 산모는 편집자이다.
그렇지만 편집자가 하는 일을 잘 아는 독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교정 보는 것 이상의 많은 일들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을 했지만, 제대로 알지는 못했다. 작가가 '원고를 출판사에 넘겼습니다.'라고 하면 '책이 곧 나오겠구나'라는 생각만 하고 그냥 기다릴 뿐이었다. 그 원고가 책으로 바뀌기 위해 필요한 노력은 모르는 채로 '책은 언제 나와?!'라는 짜증을 가끔씩 동반하기도 하면서. 그 기간 동안 편집자가 하는 일이 궁금해졌다.
이 책은 출판 과정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독자가 갓 출판계에 입문한 편집자들로 상정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꼭지' 같은 평소에 잘 듣지 못한 출판 용어도 그냥 막 쓰인다.(사전을 찾아보니 '일정한 양으로 묶은 교정쇄'라고 한다) 하지만 크게 어렵지는 않다. 편집자를 대상으로 한 글이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친절하다. 전문서 같이 딱딱하지도 않다. 그저 편집자는 이러해야한다는 안내서와도 같다. 오랜기간 출판계에 몸 담았던 선배가 후배에게 하는 조언이라고 보면 된다. 편집자란 무엇인가. 편집자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편집자에게만 국한시킬 수 없는 말들도 나와서, 때론 가깝게 다가오기도 한다.
편집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책의 이야기도 언급된다. 안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물론 편집자와 관련되어서 말이다. 편집자의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책을 이야기하는 것이니 당연한가? 어쨌든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즉,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편집자가 하는 일들, 해야하는 일들이 이야기된다. 이런 내용의 책은 이렇게 해야한다, 아니면 저렇게 해야한다는 식으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어떤 판형이 있고, 무슨 서체가 좋고 하는 이야기도 나오지 않는다. 기획을 할 때는 어떤 자세로 하고, 작가를 만날 대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하고. 이런 식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책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역시 책이 만들어지는 상세한 과정이 궁금한 사람에게는 내용이 조금 부족할 수 있다. 편집자가 어떻게 일하는지는 나와있지만 일 하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그려지지는 않으니까. 어디까지나 상정독자가 초보 편집자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하지만 편집자가 아니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어떤지도 알 수 있고 말이다. |
|
책이란 무엇인가? 매트릭스를 인식할 수 있는 자는 매트릭스 밖에 있는 자다. 한 번도 바깥의 사유를 발전시켜본 적이 없는 우리는 끊임없이 일상으로부터의 탈주를 꿈꿔야 한다. 책을 통해 나는 이 사유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책의 의미와 수용의 형태가 그 지평을 활짝 열어 주리라고 믿는다. -258p- 마지막으로 <편집자 분투기>에서 발췌한 준비된 기획편집자를 위한 4계명을 옮겨봅니다. |
![]()
최근 출판업계에서 일을 하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문화와 예술 분야를 좋아하고 정치, 사회, 여행 등 다양한 방면에 관심이 많기에, 출판업계에서의 직장은 나와 썩 잘 어울릴 것 같았다.그리고 출판업계에 대한 간단한 이해를 위해 정은숙 편집장에 대해 알게 되고, 그녀의 책인 <편집자 분투기>를 읽어보았다.
출판 편집자가 누구인지 궁금한 사람들은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첫 번째 이유는, 20여년 을 출판 편집자로 살아온 작가이지만, 객관성을 잃지 않고 쓰려는 그녀의 노력이 책 곳곳에서 묻어나기 때문이다. 출판업계를 처음 이해하는 사람들에게는 객관적인 출판업에 대한 설명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둘째, 만능 엔터테이너를 요구하는 한국의 편집장들의 업무에 대해서 잘 소개해주고 있다. 편집장은 그야말로 만능 엔터테이너이다. 교정과 배열은 물론이고, 회사 경영상의 문제 (심지어 회사의 브랜딩까지 고려해야 하며), 홍보, 마케팅 등의 출판 전 과정을 조율해내야 하는 직업임을 일관성 있게 알려주고, 강조하고 있다.
편집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작가는 그 자양분은 바로 ‘관찰하는 자아’에 있다고 말한다. 편집자들이 가지고 있어야 할 성실성과 섬세함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내용이다. 왜냐하면 게을리하지 않는 다는 것은 성실성을 의미하고, 사물 보기는 섬세함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다시, ‘관찰하는 자아’가 필요한 이유는 이해를 잘하기 위해서이다. 도서 출판이란 관찰을 기반으로 한 이해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관찰을 잘하고, 세상의 단편들 속에서 맥락을 이해해내는 것은 사실 편집장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항상, 굉장히 중요하다. <편집장 분투기>는 원래 편집장이라는 직무에 대한 설명과 출판업에 대한 이해를 도우기 위한 책인지 모르지만, 20여년 간의 경력을 통한 작가의 진솔한 조언을 통해, 앞으로 살아가는 데에 있어 내가 유지해야 할 중요한 요소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또한 문화예술과 연관되는 '책'이라는 재화의 물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 |
|
책을 만들면서 기획을 하면서 출판에 대해 공부하는 나에게 과연 이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을 했다. 그러다 만난 편집자 분투기. 편집을 20여년간 해온 편집자가 쓴 책.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책이였다. 그런의미에서 편집자는 늘 책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편집자는 단순히 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한 독자와 저자의 소통을 이루어지게 하는 매개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편집자가 어떤 방향으로 기획하고 편집하고 홍보하느냐에 따라 책이 나아가는 길은 달라진다. 이 책은 어느 한편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정도를 지키면서 책의 길을 만들어가는 것이 편집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지금 내 책장에 있는 많은 책들도 편집자의 따뜻하고 냉철한 눈을 통해서 만들어졌겠지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글자 토시 하나하나까지 편집자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편집자야말로 책을 만드는 최전방에 서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책이 나아갈 방향을 잡고 거기에 맞는 편집과 홍보를 거쳐 독자의 품으로 들어가는 한 권의 책의 소중함을 다시함번 깨달았다. |
|
기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접한 책이 '편집자 분투기'이다. 사실 기자와 편집자는 명백히 다른 직업이지만, 공통점도 많았다.
첫째, 왕성한 탐구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기자는 행간의 묘미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같은 사물을 바라보더라도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하여 독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편집자도 마찬가지다. 편집자는 세상만사에 대한 호기심을 토대로 좋은 책을 기획할 수 있다.
둘째, 지혜로워야 한다. 기자라는 직업의 큰 '단점'이라면 자칫 '수박겉핥기 식'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깊이 있는 기사를 쓰기 위해 기자는 부단히 뛰어다니고 많은 사람을 만나보아야 한다. 편집자도 끊임없이 저자와, 그리고 기자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래야지만 훌륭한 책 한 권이 탄생할 수 있다.
셋째, 열정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기자는 퇴짜맞는 경험이 많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취재하기 위해 끈질긴 접촉을 시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진실이 탄생한다. 편집자는 출판사의 총 책임자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데, 순간순간 맞닥뜨리는 어려움을 열정으로 상쇄시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넷째, 감동 마케터가 되어야 한다. 기자가 글을 통해 독자를 설득시키는 것과 편집자가 책을 출판하여 독자가 읽게 하는 것은 같은 이치다.
사실 위에서 살펴본 네가지는 저자 정은숙이 제시한 '편집자를 위한 4계명'이다. 물론 편집자가 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자세일 뿐이다. 저자는 책 곳곳에 자신의 경험을 녹여내어 편집자라는 직업의 매력, 어려움 등을 드러낸다. 저자의 경험인 탓에 설득력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감동받았던 점은, 정은숙의 책에 대한, 그리고 독자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다.
사랑으로 책을 만드는 데, 어느 독자가 마다하겠는가.
우리는 애초부터 사랑에 목말라하던 존재가 아니던가.
'편집자 분투기'를 읽고 나서 책 하나하나를 바라보는 내 시선도 따뜻해졌다. 책 한권 한권에 묻어나는 저자, 편집자의 땀방울이 느껴진다는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