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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책 #하리뷰 #소설 #책의날리뷰
#단순한열정 #아니에르노 #문학동네 “작년 9월 이후로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그 사람이 전화를 걸어주거나 내 집에 와주기를 바라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첫문장 사랑에 빠진 한 여자의 단순한 열정을 잘 그려냈다. 오직 사랑의 감정만을 놓고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누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게 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감정을 담담하게 단순하게 표현한다. 그러나 남자가 외국인 연하의 유부남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1991년 발표된 이 작품은 지금 발표해도 그렇겠지만 당시에 독자와 문단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고 한다. 불륜이 소재인데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작품이었기 때문인데 나에게 역시 놀라운 작품이었다. 노벨상수상작은 읽지 않더라도 사고보는 편인데 아니 에르노의 작품은 도전하기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이제야 읽게 되었는데 예상대로 당혹스럽고 편하게 읽히지 않았다. 게다가 작가 스스로가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으니 허구가 아닌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이라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단순한 열정』은 글쓰기의 소재와 방식, 기억과 기록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기존 작품과의 연장선상에 위치하며, 임상적 해부에 버금가는 철저하게 객관화된 시선으로 ‘나’라는 작가 개인의 열정이 아닌 일반적이고도 보편적인 열정을 분석한 반(反)감정소설에 속한다. #출판사책소개 철저히 객관화된 시선으로 그려낸 단순하게 열정을 그려낸 소설이라 했다. 도덕적, 윤리적인 시선으로 비난하거나 옭고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사랑에 빠진 그 지독하고 광기어린 사랑의 열정이라 할 수 있겠다. (숭고하고 치명적이기까지 한 욕망, 위엄 따위는 없는 부재, 다른 사람들이 그랬다면 무분별하다고 생각했을 신념과 행동,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스스럼없이 행했다.p.66) 스스럼없이 행했던 그 모든 것들, 절제와 신념 따위는 생각나지 않고 당신밖에 보이지 않는 그녀의 욕망과 열정이 놀라울 따름이다. P. 17 우리가 지금까지 몇 번이나 사랑을 나누었는지 헤아려보았다. 사랑을 할 때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우리 관계에 보태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동시에 쾌락의 행위와 몸짓이 더해지는 만큼 확실히 우리는 서로 조금씩 멀어져가고 있었다. 우리는 욕망이라는 자산을 서서히 탕진하고 있었다. 육체적인 강렬함 속에서 얻은 것은 시간의 질서 속에 사라져갔다. P. 65-66 그 사람이 그럴 만한‘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지금은 그 모든 일들이 다른 여자가 겪은 일인 것처럼 생소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사람 덕분에 나는 남들과 나를 구분시켜주는 어떤 한계 가까이에, 어쩌면 그 한계를 뛰어넘는 곳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나는 내 온몸으로 남들과는 다르게 시간을 헤아리며 살았다. 나는 한 사람이 어떤 일에 대해 얼마만큼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숭고하고 치명적이기까지 한 욕망, 위엄 따위는 없는 부재, 다른 사람들이 그랬다면 무분별하다고 생각했을 신념과 행동,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스스럼없이 행했다. 그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세상과 더욱 굳게 맺어주었다. p. 66-67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따위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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