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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알기 위해서]는 '와'를 이해해야 한다고 어느 책에서 배웠다. 와는 '화(和)의 일본어인데 같이 먹는다는 의미로(米+口) 두루두루 잘 지내는 뭐 그런 거다. 섬나라의 특징인데 대륙처럼 힘의 논리에 왕이 바뀌거나 외국으로 도망을 가거나 외국군대의 도움으로 역성혁명을 막을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함으로써 자연스레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존재를 모셔놓고 하늘처럼 섬기게 되는데 이 존재가 바로 '덴노'라는 천황이다. 싸움이 나도 이 존재 한마디면 뚝 그치게 만드는 것. 바로 '와'를 지키기 위한 것. 와가 깨지면 모두가 자멸하는 섬나라 일본. 역사 이래로 한 번도 천황의 혈통이 바뀐 적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천황을 전복하면 이후 또 다른 세력이 나타날 게 뻔하니 천황은 상징으로 두고서 실권은 '바쿠후의 쇼군'이 지배하는 무사 정권이 탄생하기에 이른다. '와'가 깨지면 모두가 자멸하니깐. 두루두루 '와 사상'은 일본인을 모나지 않도록, 조직에 폐가 되지 않도록, 큰소리 내지 않도록, 체면을 중시하게, 정직하도록, 은혜는 반드시 갚는 것으로, 무엇보다 속마음을 감추게 했다.
[이런 일본의 '와']를 깬 3명의 인물을 노마 필드는 만났다. 일장기를 끌어내려 불태워버린 오키나와 슈퍼마켓 주인 '치바나 쇼오이찌', 공무수행 중 사망한 자위대원 남편을 유족 동의 없이 신사에 합사하는 것에 반대해 소송을 일으킨 '나까야 야스꼬', 천황에게 전쟁 책임이 있다는 발언을 해 일본을 발칵 뒤집은 나가사키 시장 '모또시마 히또시'가 그 주인공 3명이다. 여기에 주인공 1명을 더하자. 바로 저자인 '노마 필드'다. 그녀는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의식 없던 어린 시절 아버지 손에 들려 10살까지 워싱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일본으로 돌아와 미군기지 안에 미국 학교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다음 다시 미국에서 일본 문학을 전공한 인물이다. 어린 시절 혼혈 아이라는, 일본의 '와'에 어긋나 이지매가 어찌 보면 당연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녀 주변의 외가 가족들은 그녀의 자존감을 위해 오로지 '사랑'으로 키워냈다.
[책의 시작은 노마 필드]가 미국에서 결혼한 후 가족을 이끌고 외가가 있는 도쿄에 기거하면서 시작이 되는데 마침 때가 천황이 사경을 헤매는 시기(1989년 1월 히로히토가 죽었다), 전 일본이 자숙하며 보내는 시기다. '와'를 깨트린 3명의 인물에 저자를 더하자는 나의 주장은 3명의 인물을 만나며 저자의 어린 시절을 풀어가기 때문이다. 결코 관찰자의 입장이 아니다. 이들 세 명과 그 주변 인물의 삶 속에 뛰어들다가도 어린 개인사를 교차시키고 같은 시공간을 산 저자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
[국내에서] 1991년 고 박이엽선생에 의해 첫 출판 되었고 2014년 개정판을 나는 들고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일본 근현대사에 한국은 빠질 수 없는 나라다. 책의 시작을 재일한국인 '종추월'의 <비탄 패러독스>라는 시로 시작하고 본문에서도 한국은 이야기의 매개체가 된다. 또 개정판에는 30년 전 만났던 이들 3명의 근황과 한국 독자를 위한 저자의 글이 추가되었다. 때문에 결코 책도 저자도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동아시아 100권의 인문도서'에도 이름을 올린 책. 30년이 지났어도 지금의 일본을 보면 여전히 이 책은 유효하다. 히로히토는 죽어서도 지금의 일본을 지배한다.
[책을 만나서 고맙다.] 나의 블로거에 간판 같은 책을 물갈이하게끔 만든 책이다. 개정판 후기에서 저자는 옮기신 고 박이엽 선생을 고마워했고 2011년 세상을 떠난 '종추월'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음을 안타까워 했다. 노마 필드. 이제 그녀 나이 얼추 74세다. 당신은 제발 오래 사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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