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간속에 영원을 담는다 전이정 창비 2004년 내가 하이쿠를 처음 대한 것은 [시인과여우]라는 어린이 동화책에서였다. 그림도 아름다웠지만 여우와 시인인 바쇼의 대화가 담긴 이 이야기는 내 마음을 쏙 뺏어갔다. 그 뒤에 또 알게 된 하이쿠는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에서 였다. 그 책의 한 이야기인 [시간은 흘러가고 슬픔은 지속된다]에서 하이쿠와 함께 수필이 담겨져 있는데, 그 하이쿠와 수필은 개인적으로도 마음에 오래 남았다. 그 후에 예스리뷰에도 올렸지만 류시화의 [한 줄도 너무 길다]가 다시 만난 하이쿠였다. 그 시집은 혼자서 하이쿠를 감상하고 느껴보라는 의미에서 해설도 없고 원어도 안 들어가서 나 같이 시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하이쿠에 대해선 더 모르는 사람에겐 그저 글자만 읽을 뿐이었다. 뭔가 아쉽다 아쉽다 했더니..그 아쉬움을 달래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우선 하이쿠란 무엇인가? 부터 시작하여 시인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명구 감상을 알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해설과 같이 들어가 있다. 하이쿠의 주제는 계절을 이야기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하이쿠의 유래와 하이진이라 불리는 하이쿠 시인들의 생애도 알게 되었고, 그들이 그 시를 썼을 때의 기분까지도 알게 되었다. 하이쿠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정말 좋은 지침서라 할 수 있다. 5,7,5의 시구로 쓰인 글에는 삶의 감동과 인간의 진실함이 엿보인다. 그 짧은 시구에서 느끼는 감동이란 정말 멋진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하이쿠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선 자국어로 된 하이쿠를 지어보기도 하는 등 많이 알려져 있다.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나라의 좋은 시들과 시조들도 많이 있는데 일본의 하이쿠에 감동을 받는다는 것은 욕먹을 짓이기도 하겠지만 일본 영화나 소설, 만화가 끊임없이 들어 오는 것을 보면 가까운 시기에 아마도 하이쿠도 자리를 잡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처럼 비 내리고 가을이 성큼 다가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짧은 하이쿠의 세계로 한 번 들어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가을을 이야기 하는 하이쿠.. 산은 저물고 들녘은 황혼빛의 참억새로다. -부손 가을은 깊고 이웃은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바쇼 이 길이여, 행인 하나 없이 저무는 가을 저녁 -바쇼 가을바람에 걸어서 도망가는 반딧불이여 -잇사 덧없는 세상 덧없는 세상이라고, 한다지만 -잇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