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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차 세계 대전 이후 일본은 역사의 변질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자국의 침략 전쟁을 아시아의 평화와 부흥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 미화시키는 것을 부끄러운 역사를 감추기 위한 시도라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를 지니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결코 가질 수 없는 게 있으니 그것은 바로 역사와 전통이다. 경제대국 일본으로서는 콤플렉스를 가질만한 부분이라고 할까나? 제국주의적 본성을 일본이라는 국가가 아직도 견지하고 있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역사로부터 오는 힘을 획득하기 위해 그들은 역사 왜곡이라는 극단 노선을 선택한 것이기에 이는 앞으로도 지속되지 않을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은 넓은 땅, 무한함에 가까워 보이는 노동력뿐만 아니라 유구한 역사마저도 가지고 있으니 축복받은 곳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어디까지를 중국의 역사로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의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의 역사를 논할 때 중국을 제외하는 것이 힘들 정도로 아시아 역사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하겠다. 이 책은 춘추 전국 시대, 즉 주 왕실이 붕괴하고 도래한 혼란기를 상세히 다루고 있다. 한 국가가 쇠퇴할 무렵은 기존 세력과 신진 세력 간의 갈등 구도의 해결을 위해 대다수의 에너지가 사용되고, 그렇기에 문화의 발전을 기대하기가 힘들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춘추 전국 시대를 보고 나니 역사에서는 혼란이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물론 각국은, 국가간의 권력구도가 수시로 변했기에, 자국의 몰락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각국은 정치적 연맹을 형성함으로써 생존을 도모했으며, 정략 혼인 역시 빈번히 이용된 방법 중 하나였다. 이러한 방법은 서로 다른 문화간의 융합을 가능케 했다. 또한 사상에 대해 검열할 수 있는 지배적인 하나의 국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상의 해방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사상의 자유로운 발달을 가능케 했다. 맹가, 순황, 손무, 장주, 묵적, 한비 등의 학자들이 춘추 전국 시대라는 공통된 분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를 증명하는 예일 것이다. 이는 국력을 위해 인재를 끌어들이고자 하는 각국의 노력과 맞물려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 풍토로 이어졌으니, 우리 사회를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는 학력 위조 파문은 어쩌면 사회가 너무 하나의 질서에 안정적으로 고착화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과거에만 역사가 머물러 있었다면 우리는 역사를 중요하게 여기지도, 역사로부터 흥미를 느끼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를 통해 현재를 깨닫게 되고, 미래를 계획한다. 오늘날 중국이 지닌 잠재력은 단지 시장이 개방되었기 때문에, 값싼 노동력이 풍부하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은 후 더욱 강해졌다.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복원된 춘추 전국 시대는 혼란마저도 화려하게 보였다. 보다 안정된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혼탁함이라 해도 좋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