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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전나무의 땅》 잔잔한 파도처럼 아름다운 작품!
"《뾰족한 전나무의 땅》 잔잔한 파도처럼 아름다운 작품! " 내용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사교술이란 결국 일종의 독심술이며, 나를 맞아준 부인에게는 그 귀한 재능이 있었다. 공감은 마음뿐만 아니라 정신의 산물이기도 하고, 블래킷 부인과 내 세계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하나였다. 게다가 부인에게는 궁극의 재능, 천상이 허락하는 가장 고매한 재능이 있었으니 바로 완전한 이타였다. 때때로 부인의 다정하고
"《뾰족한 전나무의 땅》 잔잔한 파도처럼 아름다운 작품! " 내용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교술이란 결국 일종의 독심술이며, 나를 맞아준 부인에게는 그 귀한 재능이 있었다. 공감은 마음뿐만 아니라 정신의 산물이기도 하고, 블래킷 부인과 내 세계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하나였다. 게다가 부인에게는 궁극의 재능, 천상이 허락하는 가장 고매한 재능이 있었으니 바로 완전한 이타였다. 때때로 부인의 다정하고 열심인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면 어찌 된 사연으로 이토록 빛나는 인물이 북쪽 바다의 외딴섬에 자리 잡게 되었을까 의아해졌다. 어쩌면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일지도, 각자 흩어져 살지만 서로가 절실한 이웃들에게 부족한 것들을 보충해주기 위해서 일지도 몰랐다.                    p.75

'나'는 짧은 첫 방문과 뱃놀이 길에 둘렸던 두세 해 여름을 뒤로하고 다시 더닛 랜딩을 찾았다. 여름 한 계절을 지낼 숙소로 거리 끝에 위치한데다 녹음이 우거진 정원이 있어 번잡한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채로 아늑해 보이는 앨미라 토드 부인의 아담한 집을 선택한다. 하지만 조용히 은둔하며 글쓰기를 할 생각이었던 '나'는 그곳에서 결코 은둔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약초 애호가인 하숙집 주인 토드 부인의 세심한 환대 덕분이다. 토드 부인은 정원에 있는 약초밭에서 제배하는 풀들을 끓여 몸이 아픈 이웃들에게 나눠주었고, 마을 의사와도 사이가 아주 좋았다. 약초 채집이 제철을 맞은 6월 말에 도착했기에, 토드 부인이 화창한 날마다 숙박인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당연지사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토드 부인과 산책하며 지혜를 전수받고, 그녀의 일을 도와주느라 7월이 훌쩍 지났는데, 그러다 보니 마감이 지나버렸으나 꼭 써야만 하는 긴 글을 떠올리게 된다. 

어쩔 수 없이 토드 부인에게 당분간은 방에 틀어박혀 일에 전념해야겠다며 아쉬운 소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웃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늙은 선장의 과거 이야기를 들어주고, 만 건너편에 있는 토드 부인의 엄마를 함께 만나러 가기도 한다. 그렇게 더닛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마을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며 그들의 삶을 함께 경험하는 동안 여름 한철이 천천히 지나간다. 토드 부인은 그 이웃들과 함께 같이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저마다 고생을 잔뜩 하고 그 고생의 명암을 전부 깨우칠 때까지' 함께 해왔다. '나'는 이곳에서 여름을 보내며 서로에게 한 시절을 온전히 내어주는 이들의 삶을 함께 체험한다. "주어진 삶을 최대한 즐기며 한껏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게 누구든 마음이 좋아지는 것 같아."라는 극중 토드 부인의 말처럼,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삶들이 그런 느낌이었다. 유쾌하고, 용감하고, 애틋하고, 따스하며, 기쁨으로 가득 차 있는, 평범한 일상의 세계 말이다. 

그곳에 속세가 있었고, 이곳에 능히 시작된 영원을 사는 조애나가 있었다. 우리 모두의 생에는 외따로이 고립된 장소가 있다고, 끝없는 후회와 비밀스러운 행복에 바쳐진 장소가 있다고, 우리 모두가 한 시간이나 하루쯤은 동행 없는 은둔자이며 외톨이라고 나는 스스로에게 이야기했다. 그들이 역사의 어느 시대에 속했든 우리는 이 똑같은 감옥의 수감자들을 이해하고 만다고도. 산들산들 바닷바람이 부는 셸히프 아일랜드에 홀로 서 있는데, 문득 저 멀리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바다 쪽으로 향하는 유람선을 가득 채운 젊은 남녀의 쾌활한 말소리와 웃음소리였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p.126~127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이 지났지만, 강추위는 여전한 요즘이다.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추운 계절에 너무 잘 어울리는 책을 만났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세라 온 주잇의 <뾰족한 전나무의 땅>이다. 주잇은 평생 결혼하지 않았고 가까운 여성들과 동반자적 관계를 맺으며 살았는데, 특히 보스턴에서 문학 살롱을 개최하던 애니 필즈와 각별했다. 두 사람은 헨리 제임스의 <보스턴 사람들> 집필에 영감을 준 것으로도 알려졌다. “자기 공간을 향한 나의 애착은 야옹, 하고 운 적 있는 그 어떤 고양이보다도 강하답니다”라고 스스로 묘사한 것처럼 주잇은 미국 지방주의 문학의 선구자라는 세간의 평가에 걸맞게 자신의 공간에 깊이 속한 존재였다. 이 작품 속 바닷가 풍경은 첫 장편인 <디프헤이븐>과 마찬가지로, 북동부 메인주의 바닷가 마을 사우스버윅에 기반한 것이라고 한다. 그곳은 그가 평생 발붙이고 사랑한 땅이었다. 공간에 대한 애착 덕분인지, 작품 속 공간에 대한 묘사도 굉장히 뛰어나다. 마을과 사람, 자연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묘사력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고 말이다. 

1896년 처음 출간된 이 작품은 '여성이 여성에 대해 말하는, 여성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당시의 시대상에 맞는 종속적인 여성 대신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여성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시간 다 잡아먹을 남자들'과 함께할 생각은 없지만, 사랑이 필요한 모든 것을 한껏 사랑해온 마음을 가진 여자들의 이야기는 따뜻한 즐거움과 포근한 사랑스러움으로 가득하다. 6월에 시작되어 8월의 늦여름까지 이어지는 시기가 작품의 배경이라 페이지마다 여름의 빛과 공기가 흠뻑 느껴지는 것도 너무 좋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바깥은 겨울이었지만, 나는 바닷가 마을 더닛 랜딩의 초록빛 풍경 속에 있었다. 이른 아침의 산들바람, 따사롭고 청량한 공기, 햇살 아래 나무 향기를 느끼며 단호한 마음으로 꽃송이와 명랑함을 심은 아담한 정원 안에서 마을 사람들의 삶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잔잔하게 밀려오고 나가는 파도처럼 섬세하고, 사려 깊게 그려지고 있는 이야기가 마음의 온도를 조금씩 데워주었다. '세라 온 주잇'이라는 반짝이는 작가를 발견하게 해주어 너무도 고마운 작품이다.


r*******n 2025.02.0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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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고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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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어렸을 때 먹지 않았던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 국이나 찌개에 들어 간 작은 파도 골라내던 내가 파의 고유한 단맛을 알아버렸다. 요리를 만들 때 하나라도 빠지면 아쉬운 양념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이다. 자극적인 맛이 아닌 재료 본연의 맛이 얼마나 맛있는지 말이다. 처음 만나는 세라 온 주잇의 소설 『뾰족한 전나무의 땅』은 그런 소설이다. 그러나 고수가 아니면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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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어렸을 때 먹지 않았던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 국이나 찌개에 들어 간 작은 파도 골라내던 내가 파의 고유한 단맛을 알아버렸다. 요리를 만들 때 하나라도 빠지면 아쉬운 양념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이다. 자극적인 맛이 아닌 재료 본연의 맛이 얼마나 맛있는지 말이다. 처음 만나는 세라 온 주잇의 소설 『뾰족한 전나무의 땅』은 그런 소설이다. 그러나 고수가 아니면 소설 도입 부분에서 바로 그 맛을 발견할 수 없다. 고백하자면 얇은 소설을 단숨에 읽지 못했다. 


부여된 이름이 없는 화자(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이로 짐작)는 바닷가 마을 ‘더닛 랜딩’에서 여름을 보낸 이야기라 할 수 있는 『뾰족한 전나무의 땅』은 특별한 사건이 없이 흘러간다. 어찌 보면 똑같은 하루의 반복이며 비슷한 일상의 연속이다. 비슷하다고 해서 어제만 살지 않는 것처럼 삶은 이어진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의 삶도 마찬가지다. 조용하고 고요하게 지내고 싶었던 화자는 하숙집 주인 ‘토드 부인’의 따뜻한 오지랖 때문에 그럴 수 없게 된다. 야생 약초 애호가인 토드 부인은 몸이 아파 찾아온 이웃에서 복용법을 알려준다. 토드 부인을 찾는 방문객은 끊이지 않고 화자는 어느 순간 부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동업자 노릇을 하게 된다.  토드 부인은 화자를 “우리 동생”이라 부르게 된다.


토드 부인과 친밀해진 화자는 이웃의 이야기를 듣고 더닛 랜딩을 알아간다. 더닛 랜딩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 어떤 아픔을 지녔는지, 몇 년을 어부로 살았는지, 누구와 결혼하고 혼자 남았는지, 어떻게 긴 시간을 견뎠는지. 더닛 랜딩은 그런 마을이었다. 


토드 부인이 우리 이웃의 역사를 전부 이야기해주었다. 같이 어린 시절을 보냈고, 부인의 말을 빌리자면 “저마다 고생을 잔뜩 하고 그 고생의 명암을 전부 깨우칠 때까지” 함께했다. (23쪽)


소설은 화자를 통해 만난 더닛 랜딩 사람들의 삶을 들려준다. 토드 부인의 엄마와 남동생이 사는 섬 ‘그린 아일랜드’ 방문한다. 직접 배를 몰고 도착한 그곳에서 토드 부인의 엄마 ‘블래킷 부인’과 ‘윌리엄’을 만난다. 건강하고 다정한 블래킷 부인과 함께 식사를 마치고 토드 부인에게 특별한 장소로 간다. 그곳은 토드 부인이 남편과 연애할 대 즐겨 찾던 곳이었다. 그리고 남편의 이야기를 듣는다. 언제나 유쾌한 토드 부인에게도 슬픔이 있었고 외로움이 있었다.


어느새 독자인 나는 화자와 함께 그의 여정에 동반하며 귀를 기울인다. 토드 부인의 오랜 친구인 포스딕 부인의 방문과 그를 통해 듣게 된 조애나의 안타까운 삶.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고 혼자 ‘셀히프 아일랜드’에서 혼자 살아간다. 그녀를 걱정하며 찾아온 이들에게 아무도 찾아오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단절된 생을 살다 죽었다. 포스딕 부인이 떠나고 화자는 이웃 선장에게 부탁해 배를 타고 그곳을 찾는다.  조애나의 무덤으로 길을 찾아가며 이제는 잊힌 조애나의 삶을 생각한다. 


우리 모두의 생에는 외따로이 고립된 장소가 있다고, 끝없는 후회와 비밀스러운 행복에 바쳐진 장소가 있다고, 우리 모두가 한 시간이나 하루쯤은 동행 없는 은둔자이며 외톨이라고 나는 스스로에게 이야기했다. 그들이 역사의 어느 시대에 속했든 우리는 이 똑같은 감옥의 수감자들을 이해하고 만다고도. (126~127쪽)


현재를 사는 이들은 조애나의 선택을 이해하기 힘들다. 그깟 사랑이 뭐라고, 자신을 버린 남자 때문에 고립된 채 살아간 그녀를 비웃는 이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그녀를 비난할 자격은 없다. 그것이 그녀가 원하는 삶이 아니었을까 생각할 뿐이다. 




화자는 더 이상 방문자가 아닌 더닛 랜딩의 일원으로 바닷가 마을의 축제에도 참여한다. ‘보든가 모임’으로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음식을 먹고 즐긴다. 미리 도착한 ‘블래킷 부인’과 함께 토드 부인과 화자는 마차를 타고 모임 장소로 향한다. 흙먼지 날리며 달리는 마차의 행렬 그 안에는 그리운 이를 만난 기대로 부푼 사람들이 있다. 곳곳에서 마차를 타고 사람들이 모여 만찬을 즐기고 추억을 나눈다. 언제나 헤어짐은 아쉬운 법. 모임이 끝날 때면 다음을 기약한다. 


“다음 여름에”라는 말이 여러 번 반복되었다. 아직 여름이 우리 것이고 나뭇잎이 초록임에도. (167쪽) 


화자도 더닛 랜딩을 떠날 시간이 왔다. 부두에 나가서 배웅하지 않더라고 이해해달라는 말을 남기고 토드 부인은 나간다. 작별 인사를 전하려는 화자에게 고개를 젓는 토드 부인의 마음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헤어짐의 서운함과 애석함이 가득할 것이다. 


다시 들어가 아담한 집을 둘러보자 갑자기 집 안이 적적하게 느껴졌고, 내가 쓰던 방이 처음 도착했던 날처럼 텅 비어 보였다. 나와 내 소지품이 전부 죽어 없어진 듯했다. 나는 토드 부인이 귀가했을 때 손님이 사라진 집이 어떻게 보일지 깨달았다. 그래, 때때로 사람들은 눈앞에서 사라진다. 인생의 한 막이 결말에 다다르면 그저 멀거니 바라볼 수밖에 없다. (194~195쪽)


 『뾰족한 전나무의 땅』는 글 쓰는 화자와 그녀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눈부신 초록과 바닷가 풍경이 따라오는 소설이다. 화자가 보낸 여름의 시간은 잔잔하고 평온하다. 그 잔잔함과 평온함을 만든 건 마을 전체를 살피는 토드 부인과 든든한 어른으로 건재한 블래킷 부인과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 살아가는 이들 덕분이다. 뱃사람으로 살아온 이들, 뱃사람인 남편을 떠나보내고 남겨진 사람들. 그들은 모두 청년이 아닌 노인이며 대부분 여성이다. 


소박하고 다정한 이들이 살아가는 더닛 랜딩을 그려본다.  쓸쓸한 것 같지만 전혀 쓸쓸하지 않은 바닷가 마을. 화자를 선생님이라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 가운데 유독 선명한 건 “우리 동생”이라는 토드 부인의 목소리라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잔잔한 그리움이 쌓인다. 

r*********s 2025.01.2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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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전나무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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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너무 사랑하는 세계문학 시리즈가 또 하나 있는데요. 바로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흄세입니다 :) 이 시리즈 좋아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이번 흄세 시즌 8은 흄세 시리즈의 마지막 시즌입니다.■‘미국 문학의 3대 걸작’이라 극찬 받은 세라 온 주잇은 지방주의 문학의 선구자이자 당대 최고의 작가였는데요. 헨리 제임스의 <보스턴 사람들>에 영감을 준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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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너무 사랑하는 세계문학 시리즈가 또 하나 있는데요. 바로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흄세입니다 :) 이 시리즈 좋아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이번 흄세 시즌 8은 흄세 시리즈의 마지막 시즌입니다.




‘미국 문학의 3대 걸작’이라 극찬 받은 세라 온 주잇은 지방주의 문학의 선구자이자 당대 최고의 작가였는데요. 헨리 제임스의 <보스턴 사람들>에 영감을 준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보스턴 사람들 사두고 아직 안 읽어 봤는데 이것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

 


▶ ‘부인에게는 궁극의 재능, 천상이 허락하는 가장 고매한 재능이 있었으니 바로 완전한 이타였다.’ _ p.75

 

* 곡진하다 : 매우 정성스럽다.

 

- 소개에 나오는 ‘곡진하다‘는 표현이 책에 정말 찰떡같은 표현이라고 느껴지는데요.

 

책은 여름을 보내기 위해 ‘더닛 랜딩’에 온 화자는 민박집 주인이자 약초의 열렬한 애호가인 ‘앨미라 토드’, ‘리틀 페이지 선장’, ‘윌리엄’, ‘블래킷 부인’ 등 이곳에 뿌리내려 사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함께 이야기를 쌓아가며 공동체에 스며들게 됩니다.

사실 처음부터 막 빠져들어 읽게 되는 책은 아니었어요.

일상적인 내용들이 대부분이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 이유로 저도 잠들기 전 조금씩 읽었는데, 눈앞에 그림처럼 전나무에 둘러싸인 마을 풍경과 토드 부인의 허브가 가득한 정원이 그려지더라고요.

 


▶ ‘한 마을과 그 주변을 진심으로 알아가는 것은 꼭 한 사람과 관계를 다지는 일처럼 느껴진다.’ _ p.9

 

- 화자는 더닛 랜딩에서 지내면서 역사를 함께 공유하는 사람들, 같은 곳에 뿌리를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박한 행복, 공동체의 삶을 경험합니다.

 

아픈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기꺼이 내미는 토드 부인과 블래킷 부인의 이타심은 읽으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져요 :)

 

블래킷 부인과 윌리엄이 함께 ‘즐거운 나의 집’을 부르는 장면은 풍족하지 않아도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이라 기억에 많이 남고요.

 


▶ ‘이 뾰족한 전나무의 땅에서는 심지어 장례식에도 사회적인 이점과 만족이 있었다. “다음 여름에”라는 말이 여러 번 반복되었다. 아직 여름이 우리 것이고 나뭇잎이 초록임에도.’ _ p.167

 

- 책에서 화자가 함께 대화하는 인물 대부분이 노인입니다. 노인이기에 누군가가 떠나는 것에 대해 익숙할 수 있는데요.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지만 앞으로의 만남을 장담할 수 없기에 ‘다음 여름에’라는 말만 반복하는 모습이 애틋하기도 하고 감동이었어요.

 


여름이 배경인 책이지만 겨울에 읽어도 마음 따뜻해지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제가 살아온 곳에 대한 애정도 더 커지는 것 같고요. 바람 부는 언덕에 앉아서 천천히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이었어요. 소박함에서 오는 감동을 찾는 분들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 내 생각에 어느 공동체든 자기들 일에만 함몰되어 난잡한 싸구려 신문만 읽고 바깥세상 이야기를 접하지 않는다면, 정신이 쪼그라들고 끔찍한 무지만 자라납니다. ( p.34 )
f********7 2025.02.0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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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고 평온한 이야기 『뾰족한 전나무의 땅』 이름 없는 화자가 여름을 보내려 작은 어촌 마을 '더닛 랜딩'에 도착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과거를 불러오고, 이야기를 이야기한다. 화자가 만나는 이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다. 환갑을 훌쩍 넘은. 때문에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많이 겪었다. 장례식에 참석하는 일이 그냥 보통의 일상처럼 느껴질 만큼... 그런 그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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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고 평온한 이야기 『뾰족한 전나무의 땅』 



이름 없는 화자가 여름을 보내려 작은 어촌 마을 '더닛 랜딩'에 도착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과거를 불러오고, 이야기를 이야기한다. 화자가 만나는 이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다. 환갑을 훌쩍 넘은. 때문에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많이 겪었다. 장례식에 참석하는 일이 그냥 보통의 일상처럼 느껴질 만큼... 그런 그들에게 마을에서 열리는 잔치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기쁘다.  


"봐, 역사를 공유하는 오랜 친구와 이야기하는 건 참 즐거운 일이라니까. 요즘에는 과거도 미래도 없는 것 같은 낯선 사람들이 참 많이 보여. 대화는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어야 해. 그러지 않으면 말마다 부연 설명을 해야 하고, 그러면 사람이 기진맥진해지고 말아." (p.95)


소설 속 인물들은 특별한 아니 특출나게 눈에 띄는 사람이 없다. 그저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삶을 산다. 소박하고 평범하고 보통의. 읽는 내내 마음이 평온하게 느껴졌던 『뾰족한 전나무의 땅』 


조애나를 기억하고 조애나의 삶을 생각하는 부분에서는 유독 마음이 쓰였다. 사랑 때문에 자발적 고립을 선택했던 조애나.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애나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나는 그녀의 선택을 존중!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어.... 


우리 모두의 생에는 외따로이 고립된 장소가 있다고, 끝없는 후회와 비밀스러운 행복에 바쳐진 장소가 있다고, 우리 모두가 한 시간이나 하루쯤은 동행 업는 은둔자이며 외톨이라고 나는 스스로에게 이야기했다. 그들이 역사의 어느 시대에 속했든 우리는 이 똑같은 감옥의 수감자들을 이해하고 만다고도.  (p.126~127) 


잔잔한 바람이 살짝살짝 불어오는 여름날의 화창함이 생각이 났고.. 그리움이란 단어가 잔잔하게 남은 소설이었다. 괜히 누군가 보고 싶어지기도 하고.. :)  



이 뾰족한 전나무의 땅에서는 심지어 장례식에도 사회적인 이점과 만족이 있었다. "다음 여름에"라는 말이 여러 번 반복되었다. 아직 여름이 우리 것이고 나뭇잎이 초록임에도. (p.167)




#뾰족한전나무의땅 #세라온주잇 #휴머니스트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YES마니아 : 로얄 t*****j 2025.02.0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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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전나무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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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사건이나 서사없이 화자가 더닛랭딩이라는 마을에 여름 잠시동안 토드부인의 집에 하숙하며 지내는 동안 여러 이웃들과의 만남에 대해 쓴 소설이다. 화자가 표현하는 여름날의 더닛랜딩 마을의 묘사가 구체적이고 생생해서 머릿속으로 상상을 잔뜩 하며 읽었다.마치 '더닛 랜딩 마을 설명서' 같이 느껴질 정도였음.이 책을 떠올리면 상상되는 모습은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고, 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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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사건이나 서사없이 화자가 더닛랭딩이라는 마을에 여름 잠시동안 토드부인의 집에 하숙하며 지내는 동안 여러 이웃들과의 만남에 대해 쓴 소설이다. 

화자가 표현하는 여름날의 더닛랜딩 마을의 묘사가 구체적이고 생생해서 머릿속으로 상상을 잔뜩 하며 읽었다.

마치 '더닛 랜딩 마을 설명서' 같이 느껴질 정도였음.

이 책을 떠올리면 상상되는 모습은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푸른 빛의 바다에 정박된 배들이 바람에 따라 흔들리며 역사가 깊은 큰 나무들이 빽빽히 자리잡고 있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마을의 모습이다.

고전이 대단한 이유는 고전 속 등장인물이 시대불변 현 시대에도 똑같이 되풀이 되기에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소설만은 다른 이유로 대단했다. 현 시대에는 찾아볼수 없는 작은 마을 속 이웃간의 정이 느껴졌다. 지금은 지방소멸 시대다.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어 있고 모두가 인간에 치이며 살아간다. 옛날에는 저 멀리 이웃집 숟가락 갯수까지도 알았던 시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세상이다. 

반대로 이 책에서는 마을 이웃들과 다정하게 소통하며 각자가 선택한 삶을 있는그대로 받아들여 주고 존중해준다. 인생은 혼자 사는거야 라고 늘 생각해왔음에도 마음 한 구석에는 뭉클함과 부러움이 일었다.


"다음 여름에" 다음여름, 그 다음 여름에 다시 찾아 읽고 싶어지는 소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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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출판사 휴머니스트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 입니다.


#뾰족한전나무의땅 #휴머니스트세계문학 #세라온주잇 #서평단 


g*******1 2025.02.0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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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온 주잇 - 뾰족한 전나무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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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온 주잇 - 뾰족한 전나무의 땅전국적으로 눈이 펑펑 내리고, 얼어 죽을 것처럼 추운 시기에 이렇게 따뜻하고 다정한 소설을 읽게 되다니 이것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세라 온 주잇은 주로 메인주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온 지역주의 소설가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왜 이런 훌륭한 작가를 이제야 안 걸까, 궁금했는데 현재 번역된 작품은 휴머니스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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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온 주잇 - 뾰족한 전나무의 땅

전국적으로 눈이 펑펑 내리고, 얼어 죽을 것처럼 추운 시기에 이렇게 따뜻하고 다정한 소설을 읽게 되다니 이것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세라 온 주잇은 주로 메인주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온 지역주의 소설가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왜 이런 훌륭한 작가를 이제야 안 걸까, 궁금했는데 현재 번역된 작품은 휴머니스트에서 출간된 <뾰족한 전나무의 땅>이 전부인 것 같다. 

글을 쓰는 화자가 쇠락한 작은 시골 마을에서 하숙을 치는 토드 부인과 함께 지내며 여름을 보내는 이 몇 달간의 이야기가 얼마나 목가적이고 평화로운지, 마을 사람 하나하나에게 조금씩 지면을 양보하고 그들의 과거와 좋은 점을 소개하는 소설의 형식은 또 얼마나 친절한지. 감탄에 감탄을 반복했다.

어느 공동체든 자기들 일에만 함몰되어 난잡한 싸구려 신문만 읽고 바깥 세상 이야기를 접하지 않는다면, 정신이 쪼그라들고 끔찍한 무지만 자라납니다. -34p

"만나러 갈 엄마만 있다면 영원히 어린아이로 살 수 있는 거야!"-59p

토드 부인의 이 명랑한 한 마디에 얼마나 큰 행동이 깃들어져 있는지, 여러번 반복해서 읽었다. 60대의 토드 부인이(이 책이 출간되던 시기는 1896년) 80대의 어머니가 아직 살아 계시다고 고백할 때, 건강하고 정정하신 모습을 여전히 확인할 수 있을 때 독자들도 똑같이 즐거웠으리라. 

"세상에 이렇게 풍경 좋은 곳은 없을걸요?" 아무래도 한 번도 고향을 벗어난 적 없는 꼬마에게 어울리는 말이었지만, 나고 자란 거친 땅을 소중히 여기는 그를 보면 누구든 애틋함을 느꼈을 것이다.

실연을 당하고 거친 파도 뒤, 무인도에 숨어 혼자서의 삶을 살아간 조애나의 이야기는 마법 같았다. 추운 겨울밤이 걱정 되기는 했지만 이웃들의 적절한 관심과 배려로 잘 버텨낼 수 있었기를 바란다.

이 책의 주인공이 누군지에 대해 역자이자 해설가인 임슬애씨가 내놓은 답은 이 소설 속 마을 <더닛 랜딩>이다. 더닛 랜딩의 자연 그 자체다. 

농업과 어업이 주 일거리인 이 작은 마을. 허브가 지천으로 피어나며 잔잔한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가 보이는 이곳. 다정하고 마음씨 좋으며 서로의 일거수 일투족을 신경 쓰는 이웃들이 모두 주인공이다. 

헤어짐 앞에서 툴툴거림과 외면을 택한 토드 부인의 마음,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던 그녀의 뒷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나는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 소설을 기억하고 싶다.
d*******0 2025.01.2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뾰족한 전나무의 땅_ 고요하면서, 고아한 삶에 대한 특별한 애착
"뾰족한 전나무의 땅_ 고요하면서, 고아한 삶에 대한 특별한 애착 " 내용보기
자기 몫의 삶을 일구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잔잔하지만 그 안온함에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소설!   ‘고아하다’는 표현만큼 이 책과 어울리는 말이 또 있을까. 뾰족한 전나무가 늘어선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 ‘더닛 랜딩’을 배경으로, 자연과 합일하여 작지만 단단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삶과 기억을 시종 섬세하고 우아한 필치로 엮은 작품이다. 특
"뾰족한 전나무의 땅_ 고요하면서, 고아한 삶에 대한 특별한 애착 " 내용보기




자기 몫의 삶을 일구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잔잔하지만 그 안온함에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소설!





  ‘고아하다’는 표현만큼 이 책과 어울리는 말이 또 있을까. 뾰족한 전나무가 늘어선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 ‘더닛 랜딩’을 배경으로, 자연과 합일하여 작지만 단단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삶과 기억을 시종 섬세하고 우아한 필치로 엮은 작품이다. 특별한 주인공이나 어떠한 극적인 사건도 없지만, 작가인 세라 온 주잇은 자기 몫의 삶을 일구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말로 위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마을과 그 주변을 진심으로 알아가는 것은 

꼭 한 사람과 관계를 다지는 일처럼 느껴진다. / 9p



  어느 6월 저녁, 한 승객이 홀로 증기선 선착장에 도착한다. 메인주 동쪽 바다에 접한 바닷가 마을 더닛 랜딩에 마음이 이끌린 승객은 이곳에서 하숙하며 여름 한 철을 보내기로 한다. 약초 전문가인 토드 부인의 아담한 집에서 하숙하게 된 이 손님은 마을 사람들과 하나둘씩 안면을 틔우며 더닛 마을이 주는 아늑한 느낌에 점차 동화되어간다. 그렇게 소설은 한 이름 모를 화자의 시선에 포착된 마을 풍경과 이곳에 뿌리 내린 존재들, 살며 사랑하며 고유의 서사를 쌓아나가는 생의 면면들에 주목한다.



토드 부인이 우리 이웃의 역사를 전부 이야기해주었다. 같이 어린 시절을 보냈고, 부인의 말을 빌리자면 “저마다 고생을 잔뜩 하고 그 고생의 명암을 전부 깨우칠 때까지” 함께했다. / 23p


“올바른 방향으로 진실을 추구하지 못했어요. 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아요. 날 비웃는 사람들은 내 사상이 얼마나 굳건한 근거에 기반하는지 잘 몰라.” 선장은 저 아래 마을을 향해 손을 저었다. “저기 작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가 우주를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지요.” / 30p


이렇게 삭막한 환경에서는 분명 오후의 방문과 저녁의 잔치가 드문 계절이 있을 터였으나 블래킷 부인은 자기 혼자 사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단순한 자기 이해를 넘어서서 한 사람이 사회에서 주고받을 수 있는 자기만의 몫을 감사히 여겨온 사람이었다. / 66p



뾰족한 전나무로 둘러싸인 정상에서 섬 전체를 내려다보고, 이 섬과 조금씩 엿보이는 다른 수백 개의 섬을 둘러싼 바다, 육지의 해안과 저 멀리 수평선까지 조망했다. 문득 광막한 세상을 감각할 수 있었다. 그 어떤 것도 시야를 막거나 몸을 에워싸지 않았으니까. 탁 트인 곳에서는 어김없이 이런 자유로운 시공간적 감각을 느끼게 되는 법이다.

“세상에 이렇게 풍경 좋은 곳은 없을걸요.” 윌리엄이 자랑스레 말했고, 나는 서둘러서 진심 어린 찬사를 늘어놓았다. 아무래도 한 번도 고향을 벗어난 적이 없는 꼬마에게 어울리는 말이었지만, 나고 자란 거친 땅을 소중히 여기는 그를 보면 누구든 애틋함을 느꼈을 것이다. / 73p







  『뾰족한 전나무의 땅』이 빛나는 지점은 더닛 마을의 사람들에게 있다. 화자는 약초를 이용해 주변 사람들의 아픔을 돌보는 토드 부인에게서는 사려 깊은 마음을, 리틀 페이지 선장에게서는 뱃사람 특유의 원대하고 용감하며 진득한 성정을, 블래킷 부인에게서는 서로가 절실한 이웃들에게 부족한 것들을 돌봐주려는 다정한 이타심을 엿본다.



  그 중에서도 작은 섬에 홀로 틀어박혀 은둔자의 삶을 선택한 조애나가 눈길을 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버림받고 품었던 끔찍한 생각 때문에 신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고 생각한 조애나는 평생 홀로 살기로 작정하는데, 이 가엾고 기구한 운명에 사로잡힌 여인에게 연민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자기 삶을 향한 고집스러운 신념과 독립성을 향한 용기에 삶을 수용하는 또 다른 방식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은 그들 나름의 사연과 생각을 지닌 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성실하게 살아간다. 덕분에 독자들은 자신이 나고 자란 땅을 소중히 여기고, 자기에게 주어진 몫을 감사히 여기면서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봐, 역사를 공유하는 오랜 친구와 이야기하는 건 참 즐거운 일이라니까. 요즘에는 과거도 미래도 없는 것 같은 낯선 사람들이 참 많이 보여. 대화는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어야 해. 그러지 않으면 하는 말마다 부연 설명을 해야 하고, 그러면 사람이 기진맥진해지고 말아.” / 95p


“지난번에 이 길로 왔을 때 이 나무가 풀이 죽어서는 축 처져 있더라고. 다 자란 나무들은 그럴 때가 있어. 사람이랑 똑같아. 그러다가도 마음을 고쳐먹고 새로운 방향으로 뿌리를 내려 용감무쌍한 정신으로 다시 살아가기 시작해. 물푸레나무는 이따금 우울에 사로잡혀. 다른 나무들처럼 굳세지 못해서.” / 143p


“바위를 뚫고 자라나는 건강하고 씩씩한 나무도 가끔 있지.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는 거야.” 토드 부인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헐벗은 돌투성이 언덕 꼭대기 같은 곳, 기름진 흙이라고는 싹싹 그러모아도 외바퀴 수레 하나 못 채우는 곳에서 바싹 마른 여름을 지나면서도 푸르른 우듬지를 자랑하지. 돌에 귀를 대보면 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릴 거야. 그런 나무는 자기만의 샘을 지니고 있거든. 그런 나무를 똑 닮은 사람들도 있고.” / 143p







  푸른 언덕 위에서 바다 너머의 수평선을 바라보듯 휴식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잔잔하지만 그 안온함에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소설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한 즐거움을 찾고 싶은 날엔 이 책이 많이 생각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YES마니아 : 로얄 h***s 2025.01.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