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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동네 도서관 책장을 둘러보다가 익숙한 제목이 보여 꺼냈다. 전에 추천받아 읽으려고 생각해둔 책이었다. 두껍지 않아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아이들에 대한 책이다. 그중에서도 존재를 부정당하고 서류상 존재하지 않거나 죽은 아이들에 대한 역사, 정책, 현황을 다룬 거진 현실고발물이다. 비문학 책이라 이번 독후감은 내용 요약이 위주가 될 것 같다. 가부장제 속 모성 암컷 동물들은 상황에 따라 임출육을 결정한다. 과거부터 세계 곳곳에 유기/살해당하는 영아들이 있었다. 가부장제 속 인간 여성의 경우에는 과부라서, 미혼이라서, 먹고살기 힘들어서, 딸이라서 아이를 환대하지 못했다. 아이를 키우지 못하는 여자가 많은 게 아니라 여자와 아이를 책임지지 않는 남자가 많았고 사회는 무심했다.
살아남은 고아 돌볼 수 없는 아이는 계속 태어났기에 이를 해결(또는 처리..) 하기 위해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불행의 역사로 남았다. case 1. 베이비박스를 만들었다. → 버려지는 아기의 수가 너무 많아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해 금방 죽었다. case 2. 보육원 아이들을 전국으로 입양 보냈다 → 노예처럼 선발되고 학대당하는 일이 빈번했다. 처음부터 버려지는 아기가 없도록 원가족 지원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으나 과거에도 국가와 사회는 그닥 협조적이지 않았다. 현대 보육원 현대 원가족이 없는 아동은 보육원이나 공동생활 가정에서 생활한다. 보육원 환경은 점점 나아지고 있지만 가정학대와 행동장애(특히 ADHD) 아동은 늘어나는 추세다. 요즘엔 스마트폰에 매달려있고 공동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는데, 이건 이 시대 모든 아이들의 공통점인 것 같다. 보육교사는 인력에 비해 많은 업무량에 과로에 시달리며 훈계와 아동학대의 경계에서 늘 고민한다. 보육원의 아이가 성인이 되면? 퇴소 처리된다. 요즘은 보호 종료 아동, 자립준비청년 이라고 부른다. 경제적/사회적 보호막이던 시설로부터 나와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해야 한다. 원가족에게 길러진 아이들도 밥벌이하기 힘든 각박한 세상인데 이들에겐 어떨지 구태여 말할 필요가 없다. 시설에서 독립을 위한 교육과 지원을 받지만 옆에서 단도리해주는 어른이 없으면 힘들게 모은 현금을 금방 다 써버리거나 심지어 지원금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 (너무 속상해 이건 애들이 잘못한 게 아니라 사기 친 사람이 잘못한 거잖아...!) 물론 자립수당, 정착금 등 제도를 잘 활용해 자립하는 다행스러운 케이스도 있다. 다만 극소수라는 거... 아무튼 돈도 부족하고 주거도 불안정하고 곁에 지지해 주는 사람도 적으면 누구든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복합적인 요인으로 고립되기 쉽다. 자립준비청년의 고립과 자살 사례는 최근까지도 관련 기사와 연구로 다뤄지고 있는 현재진행형 문제다. 아동수출사업 이 책의 핵심 메세지를 짚기 전에 다시 과거로 돌아가 보자. 1961년 박정희 정권이 고아입양특례법을 만들고 70~80년대 해외입양이 급증했다. 한국 정부와 보육원, 입양기관은 부모 있는 아이를 신분세탁하여 해외로 입양 보내 수수료를 받는 불법적인 방식으로 아동수출사업을 추진했다. 해외입양된 아이들이 제대로 시민권을 취득해 잘 살았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미국 입양부모는 이에 무관심했다. 불법체류자니 취업도 어렵고 인간관계 고립과 약물중독은 자살로 이어진다. 참 속상하고 지겹고 익숙한 패턴이다. 현대사의 경제성장 뒷면의 국가폭력을 마주할 때마다 속이 쓰리다. 내 만족스러운 일상이 누군가의 불행으로 유지되고 있다면 기분이 찝찝하다. 물론 내 잘못은 아니고 개인이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지만 최소한 어떤 사회문제가 있는지, 어떤 방향이 옳은지를 알고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홀트, 동방 아동복지회 등의 입양기관은 카카오맵 리뷰를 보면 아직도 욕을 뒤지게 먹고 있다. 정부와 기관들은 이 과오를 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노력은커녕 올해 1월 기사를 보고 실망만 커졌다.
★뿌리를 알 권리 60~80년대의 입양아들이 자라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1990~2010년, 인터뷰를 통해 평생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혼란을 겪었다는 공통적인 이야기를 한다. 책에서는 끊임없이 출생서사 알 권리와 원가정 보육 원칙을 강조한다. 그런 와중에 한국은 2024년 7월 19일부터 보호출산제가 시행됐다. 산모가 신원을 숨기고 병원에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출산할 수 있는 제도다. 병원이 아닌 곳에서 출산하거나 임신중절을 시도하다 산모와 아이가 다치거나 사망하는 걸 방지할 수 있다. 문제는 태어난 아기는 유기 아동으로 분류되어 (원하면 출생신고 가능) 나라에서 정해준 이름으로 서류상 연고자 없이 시설로 보내진다. 자신의 뿌리를 모른 채 인생이 바로 시작되는 것이다. 오히려 입양인들의 요구와 거리가 멀다며 무겁게 비판받는 제도다. 아직도 '일단 낳아라' 수준에 그친다. 갈 길이 먼 것 같다. 실제 있었던 사건이나 정책은 객관적인 사실이라 덤덤하게 읽은 반면 입양인들이 겪은 공허함, 정체성 혼란 등에 대한 인터뷰는 내가 잘 모르는 감정이라 인상 깊게 읽었다. 이제 그게 어떤 감정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의미 있었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한 부분이라 인용을 많이 가져왔다.
이렇게 쭉 국가와 사회가 태어난 아이를 어떻게 대해왔는지 알아본 다음 "출생률이 낮아서 문제다"라는 이야기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태어난 애들부터 잘 키우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이 가능한 원가족과 살기를, 원가족과 사는 것이 어렵다면 떠나는 것을 선택할 수 있기를, 입양가더라도 자신의 뿌리를 알고 건강하게 사회의 구성원으로 설 수 있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이걸 아이들이 저절로 해낼 수 있길 바라지 말고 정부와 사회가 책임지고 이런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아무튼 책 잘 읽었다. 오늘도 세상에 불만을 품으며 독후감을 마친다. ^_^ 7월에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