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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졸라의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은 19세기 프랑스의 급격한 산업화와 소비문화의 확산을 배경으로,
한 백화점의 성장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책은 단순한 성장 서사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변화 속에서 개인들이 어떻게 적응하고 도전하는지를 치밀하게 분석한 걸작이다. 특히 졸라 특유의 세밀한 묘사와 자연주의적 필치가 돋보이며, 현대 백화점의 원형이 되는 공간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하는지를 역동적으로 보여준다.
1. 이야기의 중심, 무레의 백화점
소설의 주 무대는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이라는 이름을 가진 거대한 백화점이다. 졸라는 이를 단순한 상업 공간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상징하는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로 묘사한다. 기존의 작은 가게들이 하나둘 문을 닫아가는 동안, 대형 백화점은 화려한 쇼윈도와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마치 거대한 탐욕스러운 짐승처럼 작은 상인들을 몰아내고, 소비자들의 심리를 조종하는 공간이 된다.
주인공 드니즈는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 나가는 인물이다. 처음에는 힘없는 시골 소녀로 등장하지만, 점차 성장하며 백화점 시스템을 이해하고 적응해간다. 그녀의 성장은 단순한 개인의 성공담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 질서 속에서 노동자 계급이 겪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졸라는 이를 통해 자본주의의 명암을 냉철하게 분석하면서도, 드니즈의 성장을 통해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2. 소비 문화의 태동과 인간의 욕망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백화점이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인간의 욕망과 심리를 자극하는 거대한 기제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졸라는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하며, 광고와 판촉 행사가 어떻게 사람들의 소비 습관을 변화시키는지를 탁월하게 포착한다.
특히 여인들의 백화점에서의 모습은 마치 종교적 의식에 가까울 정도로 묘사된다. 화려한 옷과 값비싼 상품들에 넋을 잃고, 충동적으로 지갑을 여는 모습은 현대 백화점과 온라인 쇼핑 문화에서도 여전히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졸라는 이를 통해 자본주의의 매혹적인 동시에 무서운 측면을 조명한다.
3. 현실적인 인물 묘사와 섬세한 문체
졸라는 자연주의 작가답게 인물의 심리와 행동을 극도로 현실적으로 묘사한다. 드니즈뿐만 아니라, 그녀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도 각자의 욕망과 한계를 지닌 채 살아간다. 백화점 사장 모레는 냉철한 사업가이면서도, 드니즈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못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다. 또한, 기존 소규모 상점 주인들의 몰락과 그들이 겪는 고통 역시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급변하는 시대의 이면을 보여준다.
졸라의 문체는 세밀한 묘사와 압도적인 디테일이 특징적이다. 백화점 내부의 화려한 진열대, 여성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옷을 고르는 모습, 손님들을 유혹하는 점원들의 미소까지 모든 것이 마치 그림처럼 펼쳐진다. 이를 통해 독자는 단순히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니라, 직접 19세기 파리의 백화점 안을 거니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4. 고전이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이야기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은 19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여전히 현대적이다. 대형 유통업체의 성장, 소비 문화를 조장하는 광고 전략,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개인의 투쟁은 오늘날에도 익숙한 주제다.
졸라는 단순히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다양한 면모를 조명한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단순한 경제 소설이 아니라, 인간 드라마로서도 깊은 감동을 준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책의 재질과 재본 상태가 매우 뛰어나다는 점이다. 종이의 질감이 부드러워 읽는 동안 눈의 피로가 적었고, 제본이 튼튼하여 쉽게 벌어지거나 손상될 염려가 없었다. 장기간 보관하며 다시 읽고 싶은 독자들에게 최적화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글씨 크기와 행간이 적절하여 가독성이 높아, 장시간 읽어도 불편함이 없었다.
책의 디자인과 재질은 나에게 너무나 큰 만족감을 주어 너무나 만족스런 구매였다.
시공사의 리커버 합본판은 이런 명작을 더욱 아름답고 완성도 높은 형태로 독자들에게 제공했다. 내용뿐만 아니라, 소장 가치까지 뛰어난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졸라의 문학 세계를 깊이 탐험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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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처음 들었던 게 타 인터넷 서점 서평단으로 활동했을 때이다. 문학 분야의 서평단에게 주었던 세계문학 엽서가 있었는데, 책갈피로 사용하던 중 아름다운 여성이 있는 책의 표지를 보고 언젠가는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이 작품이 에밀 졸라의 책이라는 것도 머릿속에 각인시켰고. 그러다 리커버 특별판을 알게 되었고, 이처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두 권을 합본해 두께가 상당하지만 흥미진진한 스토리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제목이 다른 것도 아닌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이지 않는가.
세일 할 때의 백화점을 가본 적이 있는가. 지하의 식당 매장에서부터 1층의 화장품이나 명품 매장 등 아주 넓은 공간인데도 발디딜 틈새가 없다. 모든 사람이 백화점으로 몰려왔나 싶을 정도로 사람들에게 치이고, 커피라도 한 잔 마실라치면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향수나 립스틱이라도 고르려면 판매직원이 나에게 오는 시간 또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여자들은 물건에 집착한다. 쇼핑이라는 병에 중독되면 가산을 탕진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혼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쇼핑은 습관이다. 습관처럼 구매하다보면 그 욕망을 자제할 수가 없다. 백화점을 비롯해 쇼핑몰은 우리의 소비의 욕망을 부추기고 사람들은 욕망에 굴복하고 만다. 소설 속 여자들의 소비 행태는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100여년 전의 소설임에도 현재와 같다는 것이다. 백화점에 가서 예쁜 물건을 보고 그 욕망을 이기지 못해 한두 개 사서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핸드백에서 조용히 꺼내 들추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자기가 구매한 제품을 자랑하고 싶어 어쩔줄을 모르는 것이다. 다시는 사지 않겠다고 마음 먹어도 막상 물건이 있는 장소에 가면 그 유혹을 견디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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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마르티 부인의 행동이 안타까우면서도 마치 우리를 보는 듯 했다. 남편의 수입은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자꾸만 물건을 사들이는 그녀 때문에 남편은 가욋돈을 벌어야 하는 처지다. 실크 스카프를 만지는 그녀의 탄식, 그 물건을 부러움에 쳐다보는 다른 여인들의 탄식어린 눈빛들. 백화점은 여성들의 마음을 훔치는 곳이었다. 여성의 마음을 빼앗기 위해 화려한 쇼윈도로 여성을 현혹시키고, 바겐세일의 덫으로 유혹했다. 여성들이 굴복할 수 밖에 없는 새로운 욕망을 자꾸 주입시켜 거대한 유혹의 덫을 놓았다.
이 모든 이야기가 이 소설 속에 있었다.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거대한 백화점의 장소를 이용해 인간들의 소비 행태를 말하는 한편 거대한 자본 속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내용이었다. 에밀 졸라는 시골에서 올라온 드니즈라는 인물을 통해 이 모든 것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드니즈가 동생들과 함께 처음 파리에 도착후 큰아버지의 가게를 찾아 가던중 맞닥뜨린 백화점의 위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장면은 이 소설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화려한 백화점 건물의 한쪽에 어둡게 자리한 큰아버지의 가게는 사람들의 소비와 욕망이 어디쪽으로 치우쳐 있는지 확연하게 보여준다. 거대한 자본앞에 소상인들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들을 따라잡지 못한다.
거대한 자본이 투자된 백화점은 저렴한 가격으로 사람들을 유혹한 후 더 많은 물건들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만든다. 실크 스카프 하나만 사겠다던 여성들은 모자며 장갑들을 사기를 주저하지 않고 실크며 기성복을 사들인다. 여기에는 여성들의 소비를 부추기는 판매원들이 한 몫을 하게 된다. 기본급 외에 판매 수당을 주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많이 팔려고 하기 때문이다. 출근 순서대로 판매 순서가 정해지지만 제대로 지키기가 힘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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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레의 궁극적이고 유일한 야심은 여성을 정복하는 것이었다. 그는 여성이 자신이 이룩한 백화점의 왕국에서 여왕으로 군림할 수 있기를 바랐다. 여성을 위한 신전을 지어 바친 다음, 그곳에서 그녀를 자신의 뜻대로 좌지우지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이 그의 전략이었다. 정중하고 세심한 배려로 여성을 취하게 한 다음, 그녀의 욕구를 부추겨 달아오른 욕망을 충족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393페이지)
소설이 그렇듯 에밀 졸라의 주인공 드니즈는 이곳,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에서 성장해 나간다. 시골뜨기에서 백화점 사장 무레의 인정을 받고, 판매직원들의 신임을 얻기까지의 과정이 펼쳐진다. 더군다나 무레의 사랑을 받지만 현명한 여인답게 그의 식사 초대를 거절한다. 그를 사랑하되 하룻밤의 연인으로 머물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물론 소설에서 드니즈와 무레의 사랑의 전개는 아주 미미하다. 여성들이 소비의 욕망에 어떻게 굴복하는지, 거대한 자본의 흐름이 어디로 흐르는지를 주로 보여준다.
드니즈는 백화점의 거대한 상권의 변화, 이것들에 관한 새로운 시대를 예감했다. 백화점 주변 소상인들이 무너지리라는 것을 미리 예감했다는 이야기다. 여성들에게 물건을 파는 행위는 욕망의 본질을 파는 행위와도 같다. 그 사람의 욕망을 자극해 유혹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현대 사회의 거울'로서의 소설이 요구되던 시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시대를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소설에 심취했던 에밀 졸라. 스무 권으로 이루어진 '루공-마카르' 총서의 열한 번째 작품이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이다. 놀라운 작품이다. 현재 우리가 느끼는 그 모든 것을 담아 100여 년전의 소설이라 믿지 못할 정도였다. 고전문학이 왜 오랫동안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지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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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이라.” 발로뉴에서 이미 연애 경험이 있던 미소년 장이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말했다. “백화점 이름이 정말 근사하지 않아? 이름만 보고도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오겠는걸!” (p. 9)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도, 에밀 졸라, 라는 이름도 근사했다. 그러나 눈길은 ‘리커버 합본 특별판’이라는 문구에 머무르고 있었다. 라벤더를 연상시키는 연보라색 표지도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니 당장 읽을 계획이 없어도 구매할 수밖에. 물론 구매는 바로 이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이 방치되어 갈수록 부담이 늘었다. 저 두꺼운 책을 과연 펴는 날이 있을까.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을 드나들던 여인들도 그러지 않았을까. 적어도 쉼 없이 물건을 사는 마르티 부인은 그랬을 것 같다. 무레에게 느끼는 원망과 질투에도 불구하고 다른 여인들과 똑같이 물건을 사들이는 데포르주 부인도 예외일 수 없다. 심지어 그녀는 무레가 펼치는 저돌적인 애정 공세에 마음을 뺏겨 자신을 허락하지 않았던가.
여성을 지극히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는 무레의 우아한 몸짓 뒤에는 여성의 살을 파운드로 떼어 팔고자 하는 유대인 상인의 잔인함이 숨겨져 있었다. 그는 여성을 위해 신전을 세우고, 수많은 직원들로 하여금 여성을 위한 향을 피우게 함으로써 새로운 숭배 의식을 만들어냈다. 또한 자나 깨나 오직 여성만을 생각했으며, 끊임없이 더 효과적이고 강렬한 유혹의 방식을 생각해내기에 바빴다. 그리하여 여성의 판단력을 흐려놓아 주머니를 모두 비워낸 다음에는 이내 뒤돌아서서, 바로 조금 전에 콧대 높은 정부와 마침내 잠자리를 같이하는 데 성공한 남자처럼 경멸적인 표정을 은밀히 지어 보였다. “그러니까 여자들의 마음을 얻을 줄 알아야 하는 겁니다.” 그는 대담한 웃음을 지어 보이면서 아주 조그만 소리로 덧붙였다. “그럼 세상을 팔아치울 수도 있다니까요!” (p. 133~ 134)
호언장담하던 무레는 한 여자 앞에서 절망하게 된다. 바로 드니즈다. 스무 살 처녀치고는 가냘픈 체구에 초라한 행색이었던 그녀는 점점 높이 날아올라 무레를 압박하기 시작한다. 강인한 부드러움 덕분이기도 하지만, 본능에 따른 행동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는 무레와의 사랑뿐만 아니라, 수석 구매상이라는 성공의 지렛대로 작용한다. 안타깝게도 나사 상인이면서 드니즈의 큰아버지인 보뒤와 지팡이와 우산을 취급하는 상인 부라 영감은 반대다. 본능에 따른 행동이 그들을 파멸로 이끈다.
“집들은 이미 무너지고 있습니다, 영감님.” 보뒤는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우린 모두 그 밑에 깔려 죽고 말 겁니다.” (p. 350)
물론 아직 랑부예의 집이 있긴 했다. 보뒤는 10년 전부터 그곳으로 물러나 사는 것을 꿈꾸었다. 헐값에 사들인 오래되고 낡은 집은 끊임없이 손을 봐야만 했기 때문에 그는 마침내 그곳을 세놓기로 했다. 그런데 세입자들은 집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모아두었던 돈들이 몽땅 그곳으로 흘러들어 갔다. 옛것만을 고집하면서, 꼼꼼한 성실함이 두드러지는 그에게 탓할 것이라곤 단지 그 잘못밖에는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p. 49~ 50)
백화점을 나와 가게를 차린 로비노의 표현대로 드니즈가 “빠르게 변해가는 새로운 세상을 받아들일 줄 아는 젊은 사람들”이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p. 635) 하지만 로비노도 젊은 사람들 중 한 명이었지만, 역행을 하는 바람에 참회의 눈물을 흘리고 만다. 한번 열린 새로운 세상은 멈출 줄 몰라 내세까지 넘본다.
무레는 백색의 향연이 펼쳐지는 가운데 자신의 여성 신도들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희뿌연 배경 위로 시커먼 그림자들이 또렷하게 두드러져 보였다. 오랫동안 격류에 휩쓸려 기진맥진한 채 우왕좌왕하는 군중 사이를 빅 세일의 마지막 열기가 현기증을 일으키며 훑고 지나갔다. 이제 매장을 가득 메웠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백화점 문을 나서기 시작했고, 풀어 헤쳐진 천들이 판매대 위에 여기저기 널려 있는 사이로 계산대의 짤랑거리는 금화 소리가 들려왔다. 약탈당하고 능욕당한 고객들은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거리를 나섰다. 그들의 욕망은 충족되었지만, 수상쩍은 호텔 구석방에서 유혹에 굴복했을 때와 마찬가지의 은밀한 수치심 또한 느껴졌다. 그는 그런 식으로 여인들을 소유했다. 끊임없이 물건을 공급해 가득 쌓아두고, 가격 인하와 반품 제도, 대대적인 광고를 고안해내고, 그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는 식으로 그녀들을 자신의 뜻대로 좌지우지해 온 것이다. 또한 엄마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아 독재자처럼 거칠게 그녀들 위에 군림하며 그 변덕스러움으로 가정을 파괴하기도 했다. 그가 창조해낸 것들은 새로운 종교를 일으켰다. 그의 백화점은 흔들리는 믿음으로 인해 신도들이 점차 빠져나간 교회 대신, 비어 있는 그들의 영혼 속으로 파고들었다. 여인들은 공허한 시간을 채우기 위해 그의 백화점을 찾았다. 그리하여 예전에는 예배당에서 보냈던 불안하고 두려운 시간들을 그곳에서 죽여나갔다. 백화점은 불안정한 열정의 유용한 배출구이자, 신과 남편이 지속적으로 싸워야 하는 곳이며, 아름다움의 신이 존재하는 내세에 대한 믿음과 육체에 대한 숭배가 끊임없이 다시 생겨나는 곳이었다. 그가 백화점 문을 닫는다면 거리에서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었다. 고해실과 제단을 박탈당한 독실한 신자들이 절망적으로 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p. 706~ 707)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인들은 독실한 신자들이 되어 백화점을 찾는다. 법의 보호를 받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소상공인들은 힘들다.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이라는 제목처럼 백화점이 우뚝 서 있는 소설이지만, 그곳에서 피어나는 무레와 드니즈의 사랑이 메인 플롯에 자리하고 있다.
“언젠가는 여자들한테 크게 당할 수도 있다니까요. ······누군가 하나라도 그렇게 한다면, 그건 사장님께 치명적이 될 거란 말입니다.” “그런 걱정일랑 접어도 되네, 친구!” 무레는 프로방스식 억양을 과장하면서 소리쳤다. “그 한 사람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을 테니까. 만약 그런 여자가 내 눈 앞에 나타난다면······.” 그는 펜대를 치켜들어 흔들어 보이더니 허공을 향해 겨누었다. 칼로 보이지 않는 심장을 찌르려는 것처럼 보였다. 부르동클은 또다시 방 안을 오가면서 주인의 우월함 앞에 언제나처럼 경의를 표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러한 천재성 속에 허점 또한 많다는 사실이 그를 당혹스럽게 했다. 매사에 분명하고 논리적이며 냉철한, 따라서 추락할 위험도 없는 그였지만 성공은 여자와 같은 속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파리는 용감한 자에게만 키스를 허락한다는 것을. (p. 62)
파리의 키스를 보는 재미도 대단하지만, 당시 파리의 얼굴을 보는 재미도 있다. 분명히 지금과 다르면서도 은근히 비슷한 얼굴이 매력적이다. 물론 키스에 이끌려 뒤를 흘끔흘끔 쳐다보기는 했지만 말이다.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과 에밀 졸라는 이름만 근사할 뿐 아니라, 내실도 튼튼했다. 아쉬운 점은 ‘리커버 합본 특별판’에 있다. 우선 무겁다. 자신도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겠는지 홍해가 갈라지듯 쩍 벌어진다. 혹 뜯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럼에도 여전히 연보라색 표지는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옮긴이 박명숙은 해설 ‘여인들의 욕망과 판타지가 넘실대는 곳에서 꽃핀 동화 같은 사랑’을 통해 “이 책이 독자들로 하여금 에밀 졸라라는 대작가와 그의 작품들에 관심과 애정을 갖도록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역자로서 그보다 더한 보람은 없을 것 같다.”, 라고 말하고 있다.(p. 741 해설) 이제 이 책을 한마디로 정리하겠다. 역자가 보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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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이 책을 사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디자인, 색감, 두께, 작가, 제목.. 꼭 사야만 했던 책이었다 물론 지금 책상 위에서 첫장도 펼치지 못한 채 휴식을 취하고 있지만 낱권으로 된 책을 살까하다가 리커버 합본 특별판이라는 말에 또 넘어가버렸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물론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는 좀 무리가 따르지만 시공사 책은 너무 예쁘게 나오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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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졸라의 '루공-마카르' 총서의 11번째 작품. 부끄럽게도 에밀 졸라 이름만 알았지 그의 작품들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어서 이 작품이 그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 어떠하다고는 말을 하기 어렵지만 마치 백화점을 눈 앞에서 보고 있는 듯한 생생한 묘사와 거대 자본으로 인해 움직이는 시장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큰아버지를 찾아 파리로 오게 된 드니즈가 어린 동생들을 데리고 파리에 정착하면서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을 그리고 있다. 백화점이라는 공간에서 드니즈는 울고 웃으면서 성장하고 거대 자본이 움직이면서 만들어내는 기존 상권의 몰락과 상인들의 고군분투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 씁쓸했다. 그래도 사회인으로 바르게 성장한 드니즈가 백화점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사장인 무레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일구어 나간다는 점에서 상당히 진보적인 소설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에밀 졸라의 '루공-마카르'총서를 다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 ㅋ 나머지 작품들은 전부 염세적이고 해피엔딩도 없다는데 기분이 매우 좋을때 읽어봐야겠다. 덩달아 다운되지 않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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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에밀 졸라.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에밀 졸라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냥 책 커버가 예쁘고 제목이 맘에 들어서 샀다. 일이 바빠서 저녁마다 조금씩 읽었는데 낮 동안에 가끔씩 무레와 드니즈가 생각났다. 드니즈가 갖 백화점에 입사해서 동기들과 상사들의 텃세에 힘들어하던 시간들에 공감하면서 읽었다. 한세기 전의 프랑스 백화점과 현재의 회사원들의 생활과 대인관계가 너무 닮아있었다. 배경을 바꿔서 같은 이야기를 지금의 대기업 신입사원으로 바꿔도 전혀 어색할것 같지 않았다. 점원들간의 신경전이나, 상사를 끌어내리려는 안팍이 다른 음험한 부하직원, 고위관리인 엄마 뺵으로 농땡이부리며 출근하는 직원, 직원들 사이에서 빠르게 왜곡되고 퍼져나가는 뒷담.... 에밀 졸라는 직장생활을 잘 알고 있었다. 직장생활을 현재 하고있는 사람보다 더 잘 아는것 같았다. "그럼에도 드니즈는 동료들의 말에 아파해서도 안되고, 상처받아서도 안되었다.그렇게 하루종일 버티다가 퇴근해서 방으로 돌아오면 온 몸이 부서지는것 같았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충 이런 구절이었는데 드니즈가 자신에게 다짐하는 말들은 나에게 해주는 말 같았다. 그래서 드니즈에게 정이 가고 공감이 갔다.
그리고 젊고 야망있는 몽상가이자 달변가인 무레. 나는 실제로 비슷한 성격의 사람을 알고 있다. 닮은 점은 몽상가이고 오만하며 자신을 잘 포장한다. 달변가이며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신경질적이고 생각이 쉽게 변한다. 여자들에게 젠틀하다 등등. 그래서인지 무레의 이미지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사실 무레와 비슷한 이미지의 남자들은 소설이나 만화에도 자주 등장한다. 바람둥이 카사노바 같은 캐릭터, 그들은 언어의 유희에 능하며 옷차림은 흠잡을곳 하나 없이 매 인치마다 계산한듯 완벽하게 차려입고 다닌다. 그리고 살짝 능글거리기까지. 내가 떠올린 닮은꼴 캐릭터들은 <캐러비안 해적>에 나오는 잭 스패로우, <기사단장 죽이기>에 나오는 멘시키,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나오는 윌리 웡카 사장님... 이외에도 이런 캐릭터들은 종종 등장한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유형이라 즐겁게 읽었다.
그리고 내가 전공이 의상 쪽이어서 책에 나오는 용어들이 그리 어렵게 느껴지진 않았다. 패션 용어들이 꽤 많이 등장한다. 패션과 학생이라면 재미있다고 생각할수 있겠다. 하지만 패션에 관심없는 사람이 읽으면 수많은 용어들의 홍수 속에서 조금 지루하게 느낄수도 있을것 같다.
백화점의 디스플레이나 광경을 묘사한 부분은 영화로 찍으면 영상미가 엄청날것 같았다. 요즘은 그런 영상미 뛰어난 고전을 영화로 잘 찍지 않나. <위대한 개츠비>에 견줄만한 엄청난 영상미를 장착한 영화가 나올것 같은데 영화제작자들 여길 보시오. 무레의 즉흥적인 파격 디스플레이와 당황하는 직원의 표정, 그걸 보고 황홀해하며 감동하는 드니즈의 표정, 그런 드니즈를 보며 흐뭇한 무레의 표정이 엇갈리며 황홀한 디스플레이와 몰려드는 사람들... 책의 앞부분에서 백화점 직원들을 한명씩 소개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도 영상으로 떠올리면서 앵글을 옮긴다는 느낌으로 읽으면 더 재미있게 읽을수 있다.
소설에는 대조되는 수법을 많이 썼다. 몰락해가는 부띠끄와 이제 막 화려하게 날개를 펼치며 부흥하는 백화점 산업. 어두컴컴한 부띠끄에서 아프고 죽어가는 사람들과 새로운 계급으로 떠오르는 백화점 직원들, 엄청난 숫자의 직원들이 식당에서 식사하는 광경. 어쩌면 대사가 강렬한 뮤지컬로 나와도 괜찮을것 같지 않은가?
이 책을 계기로 좋은 작가를 알게 돼서 기쁘다. 시리즈로 모으는 작가가 한 명 더 생긴것 같다. 고인이라는 점이 너무 아쉽지만 전작들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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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니즈라는 파리로 상경한 젊은 여성과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사장인 무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돌아갑니다 드니즈는 파리로 상경하자 마자 큰아버지 댁으로 가게 되는데 큰아버지는 새로 생긴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때문에 경제적으로 굉장히 빈곤하게 지내게 되었기 때문에 드니즈네를 부양 할수 없다고 하게 되는데 그로 인해 백화점에 취직을 하게 되고 온갖 궂은 일들을 이겨내고 결국 성공해내는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특히 새로운 유통 시장의 등장으로 인해 소상공인들이 몰락하는 것을 잘 표현한 소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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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졸라의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은 얼핏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연상시킨다. 19세기 중반 자본주의의 정착과 발전으로 말미암아 생겨난 상업과 소비문화 그 가운데에 백화점은 그야말로 인간의 욕구와 욕망, 본능이 들끓는 도가니와 같은 곳이었다. 파리의 아케이드는 그 당시 모든 예술인과 철학자 들에게 시험관이나 다름없었을 공간이었다. 모더니즘의 시작인 보들레르 역시 백화점과 아케이드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파리를 시적 소재로 삼지 않았던가 루공 마카르 총서의 일부인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이 아닌 사료로서의 문학의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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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졸라라는 소설가가 쓰고 박명숙이라는 번역가가 번역하고 시공사라는 출판사에서 펴낸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이라는 책을 리커버 합본 특별판으로 구매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자본주의와 인간의 욕망을 세계최초의 백화점이라는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이라는 소재를 통해 드러낸 점이 압권이었습니다. 에밀 졸라라는 인물이 나오기까지는 5세기가 걸린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대로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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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하기에 좋은 책입니다. 되게 예쁘고 내용도 재미있었어요. 그나마 에밀 졸라 책 중에서는 읽기 수월했던 책이네요. 중간중간 지식을 채울수도 있구요. 한정판으로 예쁘게 나온 김에 소장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보라색 표지 정말 예쁘네요. 서재에 꽂아두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요. 근데 생각보다 내용이 길어서 조금 놀랐어요. 짧을 줄 알았는데.. 아무튼 재미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