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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사랑을 묻는다' 동경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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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과 고소영이 풋풋했던 시절, 함께 출연했던 '연풍연가'라는 영화가 있다. 제주도의 황홀한 풍광을 배경으로, 인물로는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두 배우가 그리는 사랑 이야기는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그 서정적 분위기와 감미로운 정경에 지금보다 젊었던 나는 완전히 매혹되고 말았다. 도도한 이미지를 벗어버린 고소영은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청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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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동건과 고소영이 풋풋했던 시절, 함께 출연했던 '연풍연가'라는 영화가 있다. 제주도의 황홀한 풍광을 배경으로, 인물로는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두 배우가 그리는 사랑 이야기는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그 서정적 분위기와 감미로운 정경에 지금보다 젊었던 나는 완전히 매혹되고 말았다. 도도한 이미지를 벗어버린 고소영은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청순하고 여린 가이드로, 장동건은 슬픔을 간직한 관광객으로 나와 자연스런 연기를 선보였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서로에게 끌렸던 두 사람은 그 감정이 사랑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면서도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삶의 상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 생의 단면을 그림같은 풍광에 담아 보여준 이 영화는 그렇기에 더  쓸쓸했으며 무척이나 고왔다. 

 

이 영화에 대한 좋은 기억은 영화와 관련된 어떤 것을 볼 때도 잔상으로 남아 영향을 미쳤다. 요시다 슈이치의 '동경만경'은 전부터 이 영화의 제목이 주는 느낌과 비슷해 관심이 가던 책이었다. 灣景이란 제목은 볼 때마다 알 수없는 아련함으로 내 마음을 흔들었다. 해질 무렵의 경치라는 뜻의 만경은 이 책에 대해서도 그런 내 감정을 투사하게 했다.

 

'동경만경'은 부두 창고에서 일하는 노동자 료스케와 전문직 여성 '료코'가 만남 사이트에서 만나 자신들의 사랑을 확인하는데까지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도회지의 일상과 그 안에서 사는 현대 남녀의 모습이 덤덤하고도 세밀하게 그려진다. 료스케는 료코를 공항에서 만나고 난 후 다시 만남이 이어지지 않자 은근히 상심해 있다. 비록 한 번 뿐인 만남이었지만 료코는 그의 기억 창고속에남아 있다. 메일을 보내도 연락이 없자, 그녀의 근무처에도 가보지만 그런 여성은 없다. 회신이 오지 않으면 다시는 만날 길이 없다.

 

그러던 차, 옆집에 사는 직장 동료 오스기의 여자친구인 유코가 소개해준 마리를 만나 자신의 집에서 밤을 함께 한다. 료스케는 마리를 좋아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감정은 뒤틀린 감정이었고, 료코는 잊혀진 게 아니었다. 마리조차도 이내 료코의 존재를 감지해낸다. 료쿄에게 다시 메일을 보내본다. 료쿄에게 답신이 왔다. 료스케는 료코를 만나고는 마리를 정리한다. 

 

어느 날 유명 작가인 아오야마 호타루가 항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려고 부두를 찾아온다. 얼떨결에 료스케는 그녀의 일행을 안내하는 일을 맡게 된다. 오스기의 여자친구 유코는 아오야마 호타루의 열혈 팬이다. 료스케의 이야기는 각색돼 대중지에 실리고, 료스케가 자신의 고등학교 영어선생님이었던 사람과 졸업후 함께 살았다는 사실까지 글에 실린다. 자신과 선생님의 관계를 의심하던 사람들 앞에서 순수한 사랑을 증명코자 가슴에 불을 붙였던 이야기까지도.

 

료코는 아직도 자신의 본명을 밝히지 않았다. 기회를 놓쳐버린게 가장 큰 이유다. 료스케의 집에 들른 료코 앞에 마리가 나타나 본명조차 밝히지 않는 이유를 힐문하며 항변한다. 미오에게 료스케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미오는 육체 이상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는다. 료스케에 대한 관심도 서서히 커갔을 뿐이지 그와 더 나은 관계로 가고자 하는 생각도 딱히 갖지 않는다. 그녀와 하루밤을 함께 했던 직장 상사도 그가 좋아서였기 보다는 그의 쓸쓸함이 못견디게 측은했기 때문이다. 그 일은 그의 감정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했던 해프닝일 뿐이었다. 육체관계에만 몰두하는 미오에게 사랑이 존재하긴 하는 걸까? 

 

포스트 하루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일본 문단에서 자신의 입지를 견고히 한 요시다 슈이치는, 일반 작가와는 다른 색깔로 자신만의 세계와 정서를 보여준다. 도회지에 사는 이 시대의 남녀를 그릴 때 그는, 차라리 서로의 육체를 탐닉케 할지언정 마음을 열지 않는다는 특이한 관계로 설정해 나타낸다. 적나라한 육체적 반응은 있지만 감정으로까지 그 이상 진전되지 않는 관계의 상정은 현대적 공간에서 마음을 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준다. 즉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의 몸을 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몸에 탐닉하는 역설적 관계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의 글은 육체의 확인을 통해 마음을 열어도 된다는 확신이 섰을 때야 비로서 마음을 여는 단계로 들어간다. 사랑, 참 어렵다.

 

동경만을 배경으로 그려지는 사랑의 여러 양태는 사랑이 희미해지는 세상일수록 더 다가가야 한다는 이율배반적 역설을 담고 있다. 결국 돌아갔지만 료스케와 미오는 사랑을 찾았고 그 사랑에 자신들을 싣기로 마음 먹는다. 섬세하고도 담담한 감정묘사를 통해 '이 시대의 사랑이 무엇이냐'는 물음을 요시다 슈이치는 던지고 있다. 나는 '생의 가장 소중한 것을 얻기 위해 내딛는 발걸음'을  사랑의 시작이라 생각했고, 그 시작을 용기라는 이름으로 불러본다. 이제는 당신이 답할 차례다. 

 

 

 

 

d*********2 2012.02.06. 신고 공감 6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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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눈에 들어올 듯한 연애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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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고... 조용하고... 평온한 듯 하지만 열정적인 사랑 이야기가 가득한 소설이었다. 얼마전 케이블 방송에서 일본 드라마를 하는 것을 보고 원작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표지가 너무 예뻐서 바로 구입했습니다. 하드커버에 표지 그림도 예쁘고 상태는 좋은 편입니다. 단지 배경이 되는 동경만이 어떤 모습인지 몰라서 소설을 읽으며 완전히 동화하거나, 풍경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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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고... 조용하고... 평온한 듯 하지만 열정적인 사랑 이야기가 가득한 소설이었다. 얼마전 케이블 방송에서 일본 드라마를 하는 것을 보고 원작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표지가 너무 예뻐서 바로 구입했습니다. 하드커버에 표지 그림도 예쁘고 상태는 좋은 편입니다. 단지 배경이 되는 동경만이 어떤 모습인지 몰라서 소설을 읽으며 완전히 동화하거나, 풍경을 그리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남자 주인공의 사랑에 여자 주인공의 마음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둘의 사랑이 잡지를 통해 소설로 연재가 되고 그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주인공들의 모습도 흥미롭습니다. 핸드폰으로 메일을 주고 받는 것이나 핸드폰을 통한 만남 등은 우리의 정서와는 잘 맞지 않지만 일본의 문화도 약간 엿볼 수 있습니다. 특별한 사건은 없지만 그래서 더 평범하고 더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h******e 2005.07.27.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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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묘사와 시기적절 대사의 절묘한 조화...
"시시콜콜 묘사와 시기적절 대사의 절묘한 조화..." 내용보기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을 네 권째 읽었다. 작가는 어려울 법한 사람들의 심리를 의외로 무척 쉽게 투시한다. 고매한 은유나 비상한 묘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요시다 슈이치는 그런저런 풍경의 묘사와 주인공들의 소소한 동선을 보여주는 데에 적극 공을 들이는 타입이다. 주인공이 지금 걷고 있는 거리, 주인공이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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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을 네 권째 읽었다. 작가는 어려울 법한 사람들의 심리를 의외로 무척 쉽게 투시한다. 고매한 은유나 비상한 묘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요시다 슈이치는 그런저런 풍경의 묘사와 주인공들의 소소한 동선을 보여주는 데에 적극 공을 들이는 타입이다. 주인공이 지금 걷고 있는 거리, 주인공이 지금 타고 있는 지하철, 주인공이 지금 바라보고 있는 빌딩에 대해서 그리고 바로 그 주인공의 행동 하나하나는 시시콜콜하게 묘사하지만 그들의 심리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 하지만 그렇게 주인공의 행동을 따라가고 주인공이 바라보는 것을 함께 바라보고 주인공이 걷고 있는 거리를 함께 걷다보면 어느새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설명되지 않는 주인공의 심중을 스스로 부연설명하고 있는 독자인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만다. 소설은 동경만의 부두에서 일을 하는 료스케와 그 건너편 빌딩에서 기업의 홍보 업무를 하는 미오(하지만 자신의 이름과 직업을 숨긴채 료코라고 말하는) 사이의 사랑 이야기다. “……사람은 말야. 그리 쉽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진 않잖아. 그 사람과 헤어지고 난 후에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내가 보기에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자기 뜻대로 꿈을 이뤄내는 것처럼 정말 대단한 일인 것 같아. 뭐랄까, 내 마음인데도 누군가가 스위치를 켜지 않으면 ON이 되지 않고, 거꾸로 누군가가 그 스위치를 끄지 않으면 OFF가 되지 않는 거지. 좋아하기로 마음먹는다고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싫어하기로 작정한다고 싫어지는 것도 아니고…….” 십대 시절 좋아했던 여선생과의 동거, 그리고 헤어짐 이후 사랑과는 담을 쌓고 있던 료스케였지만 료코와의 첫만남 이후 그녀에게 푹 빠진다. 하지만 료코는 료스케의 몸에는 흡착하지만 료스케의 마음까지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뭐라고 해야 할까……. 내가 이야기만 들은 바로는, 료스케였지? 그 사람은 미오가 좋아하는 타입의 남자라기보다는 단지 지금까지 몰랐던 타입의 남자가 아닌가 싶은데? 난 그런 식으로 밖에 생각이 안 들어.” 미오의 친구 요시노는 이렇게 충고한다. 그건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미오 또한 그런 자신을 정확히 판단내리기 어렵다. 하지만 부두 창고에서의 섹스 이후 이제 미오는 료스케의 몸에 더더욱 빠져든다. 몸뚱이만 남고 모든 것은 사라진 것처럼 료스케의 방에서 출근하고 료스케의 방으로 돌아온다. 주말이면 밖에도 나가지 않고 오로지 료스케의 몸과 미오 자신의 몸만이 가득한 시간을 보낸다. “요시노는 ‘사랑에 빠졌다’고 놀려댔지만 그건 조금 잘못된 판단이라고 미오는 생각했다. 이렇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컵라면을 먹는 료스케를 사랑하기 때문에 자기가 그토록 그의 앞에서 대담해지는 게 아니라, 그를 그다지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그의 품안에서 자유롭게 몸을 해방시킬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러니 두 사람이 마냥 순탄하게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료스케에겐 료코와 사귀기 이전 어정쩡하게 만났던 마리라는 여자가 있다. 료스케는 마리에 대해 심각하지 않았지만 마리는 료스케에게 심각했던 그런 여자... 미오가 침투하기 이전엔 미약하나마 료스케의 몸과 마음에 가장 가까웠던 여자... 게다가 료스케는 아오야마 호타루라는 소설가에게 부두를 소개해주면서 이런저런 말을 한 것이 인연이 되어 여성지에 연재중인 소설의 주인공 모델이 되어 버린다. 산재해 있는 여러 난관을 뚫고 두 사람은 마침내 서로를 사랑하게 될까? “...어떤 사랑도 믿을 수 없게 된 료스케와 자신이 어딘가 닮은 것 같은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런 두 사람이 이제 와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 새삼스레 다시 만나 대체 무엇을 시작하겠다는 걸까? 그 순간만을 즐기면 그만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앞일은 생각하지 말고 단지 그 순간을 즐기라고. 그러나 이미 두 사람은 그 순간을 실컷 즐겼다. 이제 앞에 남은 건 미래뿐이다.”
k******i 2006.02.04.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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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우리가 헤엄치기 시작할 때 비로소 사랑에 빠지게 된다.
"서평-우리가 헤엄치기 시작할 때 비로소 사랑에 빠지게 된다." 내용보기
우리가 헤엄치기 시작할 때 비로소 사랑에 빠지게 된다. <서평> 『동경만경』(은행나무.2004. 9500원)   사람들은 사랑을 할 때 문학적 표현으로 ‘사랑에 빠지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흔히 빠지다란 말은 물이나 구덩이 따위 속으로 떨어져 잠기거나 잠겨 들어갈 때 또는 곤란한 처지에 놓일 때 쓴다. 많은 표현 중 왜 하필이면 ‘사랑에 빠지다’라고 표현할까? 그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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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헤엄치기 시작할 때 비로소 사랑에 빠지게 된다.

서평동경만경(은행나무.2004. 9500)

 

사람들은 사랑을 할 때 문학적 표현으로 사랑에 빠지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흔히 빠지다란 말은 물이나 구덩이 따위 속으로 떨어져 잠기거나 잠겨 들어갈 때 또는 곤란한 처지에 놓일 때 쓴다. 많은 표현 중 왜 하필이면 사랑에 빠지다라고 표현할까? 그만큼 상대방의 마음속에 깊숙이 잠기고 싶거나, 아니면 사랑을 하면 곤란한 처지에 놓일 상황이 생기는 걸까.

 

저자인 요시다 슈이치는 1997년 데뷔작 최후의 아들로 제 84회 문학계 신인상을 수상했다. 2002년 야마모토슈고로상과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작가는 대중문학과 순수문학을 넘나들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동경만경2004년 일본드라마로도 각색이 되었다.

 

글쓴이는 동경만경을 통해 사랑에 빠졌던, 빠지고 싶은 사람들을 보여주며 사랑이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진다. 소설은 도쿄만을 배경으로 남자 주인공 료스케와 여자 주인공 미오(료코)가 미팅사이트를 통해 서로를 만나면서 사랑을 확인하는 이야기다. 처음 소설은 료스케의 시점으로 진행되며, 그 뒤는 미오의 시점으로 바뀐다. 료스케와 미오의 시점을 대조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사랑에 대해 상반된 생각을 지닌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료스케는 사랑에 한번 빠졌었던 인물이다. 그는 18살 때 담임선생님과 사귀면서, 졸업 후 동거까지 했지만 결국은 이별한다. 사랑이 깊었던 만큼 그 사랑이 변하자 료스케는 깊은 상처를 받는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그 사람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 모든 걸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해야할까.”

쑥스럽긴 하지만 진심으로 좋아했어. 그런데 내가 그녀를 따르지 않았어. 그 당시에는 내가 그 사람을 따를 수가 없었던 거지. 아직 철부지였기 때문일 거야”-P154

 

미오는 좋아하지도 않은 남자와 손을 잡는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만큼, 외로워 보이는 사람에게는 자기도 외롭다고 털어놓고 싶을 만큼 외로운 사람이다. 그녀는 진실한 사랑을 믿지 못하기에 외롭고, 그러기에 역설적으로 진실한 사랑에 빠지고 싶은 인물이다.

난 줄곧 뭐랄까, 남자와 여자가 한마음이 된다는 걸 환상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어. 마음과 마음이 하나가 되지 못하니까 그렇게 필사적으로 몸과 몸을 부대끼는 걸거라고......”-P263~264

 

이러한 둘의 만남은 미팅사이트를 통해 이뤄졌다. 애초부터 진지한 만남이 아닌 가볍고 충동적인 만남인 셈이다. 료스케는 그녀의 몸을 탐할 생각으로 만났고, 미오는 료코라는 가명으로 마음의 문을 닫은 채 료스케와 만난다. 이 둘은 쉽게 육체적인 사랑에 도달하지만, 서로 마음은 쉽게 열지 못한다. 이는 료스케와 미오(료코)가 호텔에서 몸을 섞기 전 미오가 어느 동호회 기사를 떠올리는 장면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빠지다라는 말과 탐닉하다라는 말은 전혀 다르다. ‘탐닉하다는 감각적인 문제지만 빠지다라는 건 영혼의 문제다.”-P120

 

이들은 그저 상대방의 몸을 탐닉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서로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각자의 품안에서 자유롭게 몸을 해방시킨다. 료스케와 미오는 사람마음이 언제 변할지 모른다는 것을 알기에, 영원한 사랑은 없다고 믿기에 사랑에 빠지기를 무서워한다.

 

하지만 이 둘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제 2의 소설로 인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인정한다. 또한 작가는 도쿄만이라는 공간적 배경을 통해 료스케와 미오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료스케와 미오는 불과 1km 남짓한 거리에서 근무하지만 도쿄만이 사이를 가로막아서 우회해서 만나야만 한다. 그런데 도쿄만을 가로지르는 지하철이 개통되고서 둘 사이는 점점 가까워진다. 소설 마지막 부분에서는 료스케가 도쿄만을 헤엄쳐서 미오한테 가겠다고 말한다. 미오는 농담처럼 받아들이지만 도쿄만을 헤엄쳐 건너는 료스케를 상상한다.

 

이렇듯 우리는 사랑에 빠지고 싶어 하지만 서로에게 깊이 잠겨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그로인해 상처를 입을까봐 두려워한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거나 사랑을 믿지 않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서로의 몸만을 탐닉하는 것에 만족한 채 정작 진실한 사랑은 어렵다고 느낀다.

 

소설 속 미오의 말을 빌리자면 사랑은 너무나 심플한 거라서 그렇게 어려워하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에 빠지는 법은 간단하다. 영원한 사랑은 없다는 것을 인정하며, 상대방을 믿고 상처를 극복하는 것이다. 다만 그것을 인정하고 극복할 용기가 필요할 뿐. 미오를 향해 도쿄만을 건너는 료스케처럼 서로한테 헤엄치기 시작할 때 비로소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료스케와 미오를 통해 작가가 보여주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동경만경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k*******h 2014.01.05.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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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 <동경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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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4.22  <요시다 슈이치> - 은행나무  \9,500  요시다 슈이치의 책.. 많이도 읽은 것 같다. <퍼레이드>, <일요일들>, <악인>, <7월 24일 거리> <사요나라 사요나라>, 그리고 이번에 읽은 <동경만경>까지.. 매번 느끼는 거지만, 요시다 슈이치는 ‘인간’의 모습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이따금씩 우리도 느끼는 감정이지만,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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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4.22 

<요시다 슈이치> - 은행나무  \9,500


 요시다 슈이치의 책.. 많이도 읽은 것 같다. <퍼레이드>, <일요일들>, <악인>, <7월 24일 거리> <사요나라 사요나라>, 그리고 이번에 읽은 <동경만경>까지.. 매번 느끼는 거지만, 요시다 슈이치는 ‘인간’의 모습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이따금씩 우리도 느끼는 감정이지만,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그런 감정들을 잘 포착하고 표현해 내는 것이다.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은 특정한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이 많지만, 나는 그 공간보다 거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어떻게 그려내고 있을까 궁금해 하면서 읽게 되는 것 같다. 이번 <동경만경>이란 작품도 과연 어떠한 인물들이 등장할지 궁금해 하면서 읽게 되었다.


일본 지리를 잘 알았더라면..

 처음 책을 펴고 읽기 시작했을 때 조금은 산만하단 느낌을 받았다. 그 이유는 바로 산발적으로 튀어 나오는 일본의 지명들 때문이었다. 일본의 지리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그 배경이 오버랩 되면서 그 이미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겠으나, 나같이 그 지역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들어 본 것 같은데.. 라고 하면서 자꾸만 책장을 들었다 놨다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오다이바’의 경치를 느끼기 위해 네이버에 쳐보기도 하였다.) 하하, 물론 일본 작품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마치 우리나라 소설을 읽으면서 ‘아니 도대체 한강이 어떤 곳이길래 자꾸 나오는거야! 라고 떼쓰는 격이니.. 그저 짧은 내 지식을 한탄할 뿐이다. 음.. 요시다 슈이치는 오다이바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모든 관광지란 곳이 기대완 달리 왠지 재미없는 곳’이란 걸 느끼기 위해 찾아온다고 생각하지만 난 그저 오다이바에 가서 그곳의 경치를 느끼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랑에 상처 입은 남자’와 ‘사랑을 해보지 못한 여자’의 이야기..

 타이밍이 좋았던 것일까, <동경만경>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가 마치 내 이야긴 것처럼 느껴졌다. <동경만경>은 사랑에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쉽사리 사랑을 시작하지 못하고, 누군가를 만난다 하더라도 헤어질 것을 미리 대비하고 있는 남자 ‘료스케’. 그리고 사랑을 해보지 못했기에 사랑은 정말 진정한 사랑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쉽게 마음을 주지 못하는 미오(료코)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뭐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료스케가 아오야마에게 느낀 감정처럼 ‘내가 그 때 이런 감정이었는데..’라고 깊은 공감을 하게 되었다. 마치 내 마음 깊숙이 숨겨져 있던 감정들(말로 표현하기는 조금 어려운 그런 감정들)을 끄집어내서 표현하고 있는 그런 느낌이랄까.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되는 그런 계기가 되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 쯤은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하게 된다. 학교를 다니다가 만나든, 소개팅을 하든, 아니면 료스케와 미오처럼 만남 사이트를 통해 만나든 말이다. 이렇게 만남의 방식은 정말 다양한데 왜 ‘사랑’을 한 순간부터는 일정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 것일까?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오던 사람들의 만남인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신기한 일이다.(이렇게 일정하게 흘러가기에 우리는 좀 더 파격적인 연애소설을 기대하게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하고 마치 활활 타오르는 불꽃처럼 불태우다가 이별의 순간을 맞이하는 그런 일정한 흐름이 나타나는 것이다.

 사실 누구나가 이런 일정한 흐름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번 쯤 ‘사랑’을 해보았다면, ‘이별’ 역시 느껴봤을 것이기에.. 그런데도 또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는 ‘만남’을 너무 쉽게 가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사람에게 ‘빠지는 것’이 아니라 ‘탐닉하는 것’에 머무르는 수준의 만남.. 탐닉하는 것에 머물렀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 푹 빠질 수 있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자꾸만 ‘사랑’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면 결국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 버렸다’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찾아오게 된다.(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찾아온다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안 생기는 것은 아니다. 더 이상 서로 탐닉하고 끝내는 것이 아닌, 그 사람에게 깊숙이 빠져 버렸기에 그 사람을 놓아 줄 수 없는 것이다. 불같은 사랑을 하면서도 동시에 마음 한 구석에서 이전의 ‘이별’이 떠오르면서 ‘변화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지는 것이다. 실제로 변하지도 않은 것을 끊임없이 변하였다고 상상하면서 말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결국 변하고 마는 것이다. 오지도 않은 ‘변화’를 걱정하다가 서로에게 짐을 떠넘기게 되는 것은 참 서글픈 일이다. 그렇지만, 이 글을 쓰는 나도 사랑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변화를 걱정하는 그런 한 사람에 불과하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럴 듯하게 글을 끄적거리면서도 결국엔 그놈의 덫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유한한 인간 존재이기에 영원한 것은 없다.(어쩌면 우리는 태어남과 동시에 이런 삶을 살아가도록 만들어진 존재일 지도 모르겠다) 유한한 삶을 살고 있기에, 변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급해지지 말자. 조급해진다면 이 유한한 삶이 더 짧게 느껴질지도 모를테니까.. 그리고 변화를 수용할 줄 안다는 것. 이것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진정으로 그 사람에게 빠질 수 있게 되고, 한걸음 나아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여전히 그 ‘한걸음’은 너무나도 어렵게 느껴진다. 참.. 어쩔 수 없는 ‘인간’이다.. 이렇게 ‘어려움’을 느낄 수 있기에 ‘사랑에 빠지다’라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니.. 이것 참 미묘한 느낌일 따름이다. 앞서 말한 이런 저런 어려움을 느끼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한 번 떠올렸을 뿐인데도 이렇게 웃음이 머금어 지는 것은 또 다시 미묘한 느낌이다.


“마음에 품고 있거나 생각한 일들을 정확하게 표현할 일본어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 p57


“‘빠지다’라는 말과 ‘탐닉하다’라는 말은 전혀 다르다. ‘탐닉하다’는 감각적인 문제지만 ‘빠지다’라는 건 영혼의 문제다.” - p120


“사람은 말야. 그리 쉽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진 않잖아. 그 사람과 헤어지고 난 후에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내가 보기에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자기 뜻대로 꿈을 이뤄내는 것처럼 정말 대단한 일인 것 같아.” - p154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게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 가지 고민하게 될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어려워서가 아니라 너무나 심플한거라서 그렇게 어려워하는지도 모르겠네요.” - p188


“계속 좋아하고 싶지만, 마음이 제멋대로 이제 싫증이 났다고 말하는 거야.” - p270


“사람이 좋아지는 마음은 반드시 언젠가는 옅어지기 마련이다. 먼저 마음이 시들해진 쪽이 상대에게 쫓기게 되고, 마음이 남아 있는 쪽은 이러쿵저러쿵 사랑을 이야기한다.” - p294

 

j*****n 2009.04.2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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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京灣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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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도 더 읽고, 오다이바 사진이라면 어떤 사진이든 닥치는대로 찾아서 보고, 드라마로 나왔다고 해서 그거까지 다 보고, 그 OST까지 다 들어보고.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질리지 않고 여전히 너무너무 좋아서. 도저히 빌려서 읽는 것만으로는 만족할수가 없어서     사버렸다. 일찍 샀어야 했는데, 책사는 돈은 절대 아까워 하지 않는 엄마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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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도 더 읽고,

오다이바 사진이라면

어떤 사진이든 닥치는대로 찾아서 보고,

드라마로 나왔다고 해서 그거까지 다 보고,

그 OST까지 다 들어보고.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질리지 않고 여전히 너무너무 좋아서.

도저히 빌려서 읽는 것만으로는 만족할수가 없어서

 

 

사버렸다.

일찍 샀어야 했는데,

책사는 돈은 절대 아까워 하지 않는 엄마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좋은 책은 꼭 사서 봐야 한다는 내 지론에도 불구하고.

 

뭔가 항상 옆에 두고 읽기에는 마음이 아린 무언가가 있어서,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결국은 이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책을 사버렸다.

 

 

주인공들의 사랑이 가볍지 않아서 좋고,

배경이 조용하고 잔잔해서 좋고,

감정과 배경묘사가 아름답고 서정적이라서 더 좋고,

여행때 가본 오다이바가 책속의, 두 사람의 사랑과 닮아있어서

더더더 좋은 東京湾景.

 

 

드디어. 가지게 되었다.

 

e*********n 2009.06.2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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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할 필요가 없지만, 간결하지는 않은.
"자세할 필요가 없지만, 간결하지는 않은." 내용보기
동경만경! 제목만으로는 동경의 여러 풍경인가 의심하기도 했다. 도쿄만 주변에서 일하는 두 남녀의 사랑을 그린 책이라, 동경만의 경치, 동경만경. 깨닫고 자세히 보니, '동경만'의 색이 보라색, '경'은 검은색이다.  동명의 드라마 내용을 얼핏 듣고는 같은 내용이라 생각하고 읽었더니, 주인공 미오에 대한 끊임없는 의구심이 들었더랬다. 드라마에서는 재일교포 3세로 나온다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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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만경!

제목만으로는 동경의 여러 풍경인가 의심하기도 했다.

도쿄만 주변에서 일하는 두 남녀의 사랑을 그린 책이라, 동경만의 경치, 동경만경.

깨닫고 자세히 보니, '동경만'의 색이 보라색, '경'은 검은색이다. 

동명의 드라마 내용을 얼핏 듣고는 같은 내용이라 생각하고 읽었더니, 주인공 미오에 대한 끊임없는 의구심이 들었더랬다. 드라마에서는 재일교포 3세로 나온다기에 소설 속 주인공에 몰입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래저래 오해가 많았던 책이다.

 

얼마 전 아이와 함께 도쿄에 갔더랬다.

유리카모메를 타고 주인공들이 오갔던 곳을 지나온 경험이 있기에, 도쿄만 그 어둡고 바다 같지 않은 곳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갔다.

나에게는 아이와 함께 비너스포트를 가고, 대관람차를 보고, 후지TV를 관광했던 곳이라 료스케가 미오가 있는 곳을 보며 느꼈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인에게 있어 오다이바란 막상 와 보면 별로인 유원지 느낌이었다니, 하며 역시 외국인과의 간극이 있음을 시인할 수밖에 없기도 했다.

 

그 도쿄만을 사이로 전혀 다른 세상을 사는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

가장 가벼운 류의 만남에서 시작되어 사랑의 본질을 의심하기까지 그들의 여정.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은 없다.

옛일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지만 그것은 철저히 현재를 위한 기억이다.

시간을 마음대로 오가며 흘러가는 이야기들은 꼭 알아야 할 것만 알려주는 듯하다.

 

책을 덮은 이후, 그렇게 간결하지만은 않은 느낌이 썩 개운찮다.

확실한 결말이 아닌 것 때문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주제 자체가 워낙 개운치 않은 것이기 때문일 테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y********7 2009.06.1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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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끝맺음이 주는 두려움... 그래서?
"관계의 끝맺음이 주는 두려움... 그래서?" 내용보기
... ... 정말로 사랑했었어. ... ... 그랬는데 그렇게 사랑했는데... 그런데도 끝나버렸지. 사람은 무엇에든 싫증을 내기 마련이야. 나 자신도 어쩔 수가 없어. 계속 좋아하고 싶지만, 마음이 제멋대로 이제 싫증이 났다고 말하는 거야. ... ... 끝나지 않는 게 있을까? 응? 너 역시 우리의 이런 관계가 계속될 거라고는 믿지 않을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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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로 사랑했었어. ... ... 그랬는데 그렇게 사랑했는데... 그런데도 끝나버렸지. 사람은 무엇에든 싫증을 내기 마련이야. 나 자신도 어쩔 수가 없어. 계속 좋아하고 싶지만, 마음이 제멋대로 이제 싫증이 났다고 말하는 거야. ... ... 끝나지 않는 게 있을까? 응? 너 역시 우리의 이런 관계가 계속될 거라고는 믿지 않을 거 아냐? -요시다 슈이치, 동경만경 중에서 한 여자를 사랑한 남자에게 끝이란 원래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가 자신의 선생님이라는 것도 문제되지 않았다 젊은 몸뚱이가 아닌 자신 그대로를 사랑한다고 믿었다 그들은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은 것은 가족도, 다른 사람들의 수군거림도 아닌 상대방에 대한 서로의 무관심과 외면, 버림받음이었다 영원할 것 같은 그의 영광의 상처는 이제 따끔따끔한 쓰라림과 함께 그에게 지울 수 없는 두려움의 무게만 더할 뿐이다 이제 그에게 사랑은 신기루일 뿐이고, 여자란 그저 목마름을 적시기 위한 지나치는 오아시스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남자라면 영원히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래서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나약하고 안일한 그녀가 있다 그들의 사랑 앞에 있는 것은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는, 또 앞으로도 있을 도쿄만의 불확실성이 가로막고 있다 관계가 끝난다는 것은 자의든 타의든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사회적인 인간으로 살아야 하는 현대인에게 관계의 끝맺음은 ‘낯섦’이라는 불안과 두려움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관계의 종식은 사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더 큰 파괴력을 발휘하기에 상대방보다는 나를 위한, 자기방어기제가 더욱 강하게 자리 잡는 것이다 그래서 끝나는 것이 두려워 시작도 하지 않는 사랑이 현대에는 즐비하다 나는 영원한 사랑은 없다고 생각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살았던 과거에도 그랬고, 탐닉이 중심이 되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는... 사랑이 눈밭에 찍힌 까치 발자국처럼 따박따박 찾아오는 것이라면 길이 되는 나머지 발자국사이의 공간은 관계이며, 관심과 배려라고 생각한다 발자국도 중요하지만 그 나머지 걸음사이의 일정한 공간이 없다면 길을 만들지 못한다 사람들은 선명하고 짜릿한 발자국을 꿈꾸지만 그와 더불어 오랫동안 걸어갈 길을 원한다 우리가 접하는 짜릿한 사랑 얘기는 눈에 보이는 몇 발자국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면, 소설의 드라마틱한 구성을 위해 행해진 발자국 사이의 공간 생략은 불확실성에 나약한 인감감정과 더불어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강하게 만들었다 요시다 슈이치의 ‘동경만경’은 기존 연애질 소설들처럼 눈밭에 찍힌 선명한 발자국만을 멋들어지게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발자국을 중심으로 걸음사이의 공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도 결국은 연애소설이다 천연조미료처럼 약간 심드렁하고 밋밋한 하지만 그 자극스럽지 않음이 두고두고 입안에 남아 자꾸 생각이 난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끝맺음으로 벌써부터 고민하고 머뭇거린다면 끝맺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면 되지 않는가? 라는 식으로 다그치지 않고 그래도 사랑해보는 게 낫지 않겠어... 라고 이래도, 저래도 그만이라는 식이 듣는 사람으로서는 덜 부담스럽고 오래 생각이 남는다 [ 자 그럼, 만약 내가 지금, 바다로 뛰어들어 도쿄만을 헤엄쳐 너에게... 미오가 있는 곳까지 간다면, 날... 끝까지 좋아해 줄 수 있겠어? ]
m***m 2005.01.3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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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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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만경 / 요시다 슈이치 / 동경만경 {소장}   차차의 추천으로 구입하게 된 요시다 슈이치의 책_ 동경만경. 나는 사실 일본이 그냥 그렇다. 꼭 가보고 싶다거나, 한번쯤 가보고 싶다는 동경따위는 없는 나라다. 왠지 이 소설을 읽으니 일본의 도쿄에 가서 모노레일을 타보고 싶다.   소설속에 동경만경이라는 작품이 나온다. 료스케와 료코. 료스케와 미오.   가볍지만 가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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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만경 / 요시다 슈이치 / 동경만경 {소장}

 

차차의 추천으로 구입하게 된 요시다 슈이치의 책_ 동경만경.

나는 사실 일본이 그냥 그렇다. 꼭 가보고 싶다거나, 한번쯤 가보고 싶다는

동경따위는 없는 나라다. 왠지 이 소설을 읽으니 일본의 도쿄에 가서 모노레일을 타보고 싶다.

 

소설속에 동경만경이라는 작품이 나온다.

료스케와 료코. 료스케와 미오.

 

가볍지만 가볍지 않았다.

흔하디 흔한 연애소설 같았는데 왠지 마음이 아리다.

료스케와 미오.

 

흔한 연애소설에서는 **씨와 00씨가 행복했습니다. 끝이거나 **씨와 00씨 둘중에 누가 죽거나 흔하디 흔한 연애소설은 말이다. 결말을 말해주지 않는다.

사랑의 끝은 그러니깐 이별은 잘 모른다.

해보지 않은 이상, 해보았어도 또 다른 누군가와 이별할 때는 분명 다르겠지.

 

가볍게 읽다보니 금방 읽혔다.

요시다 슈이치가 좋아질 것 같다 :), 한번쯤 꼭 다시 읽어봐야지.



a*****a 2010.01.0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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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만경/요시다 슈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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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지다' 라는 의미는 자기가 사라지고 영혼을 빼앗긴다는 것이다.'빠지다'라는 말과 '탐닉하다' 라는 말은 전혀 다르다.'탐닉하다' 는 감각적인 문제지만 '빠지다'라는 건 영혼의 문제다.요시다 슈이치,그의 책들을 읽다보니 빠져들었는가 싶으면서도 한권을 끝내고 나면 허전하다. 그의 소설이 로맨스가 아닌 연애소설이라 그런가보다. 사랑의 감정이 싹트는가 싶으면 끝나는 조금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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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지다' 라는 의미는 자기가 사라지고 영혼을 빼앗긴다는 것이다.
'빠지다'라는 말과 '탐닉하다' 라는 말은 전혀 다르다.
'탐닉하다' 는 감각적인 문제지만 '빠지다'라는 건 영혼의 문제다.


요시다 슈이치,그의 책들을 읽다보니 빠져들었는가 싶으면서도 한권을 끝내고 나면 허전하다. 그의 소설이 로맨스가 아닌 연애소설이라 그런가보다. 사랑의 감정이 싹트는가 싶으면 끝나는 조금은 건조한듯 하면서도 연애나  일상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것이 그에게 빠지는 이유인듯 하다. 

주인공 료스케는 메일로 한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를 만나기 전 고등학교대 선생님과 일년여간 동거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떠나 버린 그녀때문에 사랑에 데인 상처를 안고 산다. 그런 그가 만난 여자 료쿄는 마음이 끌리면서도 그녀 또한 메일사이트를 통해서 만나서인지 이름이며 직업들을 그에게 숨긴다. 첫만남 이후 별 이유없이 헤어졌는가 했는데 료스케가 얼마후에 보낸 메일로 그들은 다시 만난다. 하지만 그때 료스케는 미오라는 여자와 사귀듯 만나던 시기였는데 료쿄를 만나기 시작하며 그녀에게 이별을 통고하였다. 료스케의 이별을 믿을수 없는 그녀는 셋이서 사귀자는 제안까지 하지만 료스케와 료쿄는 그들만의 세계로 빠져든다. 하지만 서로의 영혼을 빼앗기듯 빠져든것이 아니라 육체를 탐닉하듯 겉만 도는 연애를 한다. 료쿄는 직장동료에게 말했듯이 '마치 자신이 료스케가 아니라 료스케의 몸에 반한 것 같다' 는 말처럼 그의 가슴에 난 화상까지도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소설속의 소설 '동경만경' 이 화근이 되어 그녀는 잠시 료스케에 떨어져 지내지만 다시 료스케를 찾게 된다. 료스케 또한 고등학교시절 선생님께 데인 사랑이 상처때문에 사랑은 언젠가는 끝이난다는, 내리막길의 생각에서 벗어나 그녀 료쿄, 미오를 바로 보게 된다. 료쿄도 또한 사랑한번 해보지 않았기에 그저 료쿄의 몸만 탐닉하다가 주위 사람들의 말에 의해 비로소 자신의 사랑을 보게 된다.

이 소설은 특이하게 소설속에 동명의 소설인 <동경만경>이 함께 진행이 된다. 그 또한 료스케가 주인공이며 그가 일하는 부둣가 선착장이며 그녀가 사귀는 여자 역시 메일사이트에서 알게된 여자이다. 작가는 료스케를 인터뷰한뒤에 그를 소설속에 그대로 들어내놓는다. 작가 자신은 사랑을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소설속의 이야기는 어느덧 현실이 되고 료스케 또한 자신이 현실에서 느끼지 못한 감정을 소설을 통해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도 하면서 소설과 함께 감정이 진행이 된다. 

그들의 직장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보듯 하고 있다. 바다가 없었다면 돌아갈 필요가 없었을텐데 도쿄만이라는 그들사이의 장벽때문에 연애 또한 한참을 돌아서 가야 한다. 자신들이 가진 상처와 사랑에 대한 결정된 판단때문에 서로를 탐닉하기만 하고 빠져들지 못하지만 그들을 더 자세하게 알고 있는 주위사람들에 의해 자신들의 사랑을 바로 보게 된다. '마리를 안을 때면 가끔씩 눈앞에 떠오르는 광경이 있다. 해수가 모두 말라버린 도쿄만 풍경이다. 햇빛을 받은 수면 밑바닥은 마치 폐허와도 같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내 마음인데도 누군가가 스위치를 켜지 않으면 ON이 되지 않고, 거꾸로 누군가가 그 스위치를 끄지 않으면 OFF가 되지 않는 거지. 좋아하기로 마음먹는다고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싫어하기로 작정한다고 싫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를 그다지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그의 품안에서 자유롭게 몸을 해방시킬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문득 그의 소설을 손에서 놓으며 '겨울눈' 이 생각이 난다. 온갖 풍상을 이겨내고 봄이 오고야 비로소 새로운 잎이 되는 겨울눈, 그의 소설은 혹독한 시간을 이겨내고 있는 겨울눈 같다. 이제 봄을 기다리고 봄이 오는가 싶으면 소설은 끝이나고 허전함에 내려놓다 보면 그의 다른 소설들을 집게 된다. 연애감정을 이렇게 건조하면서도 그 건조한 연애조차 일상임을 강조하는 그의 섬세한 문체,그래서 그에게 빠져드는가 보다. 도쿄만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듯 서로를 찾고 있을 그들을 찾을 수 있을것만 같은 표지의 사진이 책을 읽고나면 다르게 보인다. 우리와는 문화적인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사람 살아가는 방법은 다 똑같은가 보다. 연애하다 지치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다 지치면 결혼하게 되고...사랑보다는 연애가 더 진부하지 않아서 좋다.좀더 깊숙히 헤엄쳐 들어갈 공간이 남아 있기에 여유를 부리듯 자신의 전부를 들어내지 않고 탐닉하는 그 시간이 그만의 건조함으로 이루어져 좋다.
y******2 2009.03.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