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랑 출근시키자마자 어제 사 놓은 도넛을 준비하고 커피도 준비하고 지난 번 주문해둔 책 한 권을 꺼내들었다. 딸도 잠자고 신랑도 없는 조용한 아침, 동향집이라 아침부터 쏟아지는 햇살에 눈을 찌푸리며 책을 읽는 기분이란. 에쿠니 가오리의 책은 이번이 세번째다. 참 이상한 것이 특별히 이 작가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벌써 세 번째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에 읽을 책 한 권 까지 이미 정해두었다. 분명 그녀의 건조한 문체에 큰 호감은 느끼지 않지만 그녀가 가지는 기본 생각에 동의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그녀가 결혼생활에 대해 주간지에 연재했던 에세이의 모음이다. 그녀의 결혼생활은 그녀의 문체처럼 건조하다. 그녀의 글을 처녀들이 읽었을 때, 결혼이란 좋은건가 그렇지 않은건가 의문할 것이다. 그러나 에쿠니 가오리는 결혼생활에서 오는 안정감을 사랑하는 것 같다고 나는 감히 생각한다. 분명 웅크린 남편의 등을 가만히 안을 때의 따뜻함을 정말 좋아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여자와 남자는 본질적으로 다른 인간이기 때문에 약간의 서운함 쯤이야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러한 감정을 작가는 건조하게 내뱉는다. '외간 여자'라는 제목의 에세이가 그 중 날 잡아끈다. "때로, 외간 여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외간 여자란 요켠대 아내가 아닌 여자. ... 남편은 외간 여자를 좋아하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좋은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것이다. 그녀는 늘 인상이 좋으니까. 외간 여자니까. 화를 내면서 울지도 않고 남편의 결점을 지적하지도 않으니까. ... 나는 초콜릿을 좋아해서, 맛있는 초콜릿은 언제 받아도 신이 난다. ... 남편은 가끔 가다 내게 초콜릿을 사다준다. ... 나는 남편에게 초콜릿을 선물받을 때마다, 나를 외간 여자에서 자기 여자로 만든 남편이 사과하는 뜻으로 건네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 산책을 나가자는 신랑의 말에는 늘 '응'하고 대답하고 초콜릿은 늘 신랑에게 받고만 싶고 신랑과의 공원 산책을 좋아하고 주말을 설레며 맞이하고 주말이 되면 신랑과 시간을 보내느라 월요일이 되면 탈진되는 작가에게서 나는 나를 본다.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 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낮에는 혼자 집에 있지만 , 남편은 회사에 있다. 회사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밤에 집에 돌아오면, 내가 기다리고 있다. 물론 누구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고, 나 역시 그런 시간이 없다면 정신적인 안정을 유지할 자신이 없으니까, 가능하면 남편에게도 혼자 있는 시간을 갖게 하고 싶다. 생각은 그런데, 역시 안 된다. 남편은 아침 일찍 집을 나가 밤이 늦어야 돌아오니까. 그래서 집에 들어오면 옆에 꼭 달라붙고 만다." 나는 신랑의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 컴퓨터 자리를 내어준다. 그리고 멀찌감치서 티브이를 본다. 물론 나도 작가처럼 늦게 들어오는 신랑 옆에 꼭 달라붙고 싶다. 하지만 난 늘 이렇게 얘기한다. 난 혼자만의 시간이 늘 필요해. 그러니까 신랑한테도 그런 시간을 줄께. 하루종일 업무에 시달렸으니 신랑도 쉬어야지. 그렇게 잘난체하는 내 속에 실은 더 강한 집착이 숨어있음을 신랑은 알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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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처럼 글을 쓰는 작가에게 주말은 특별하지 않다. 평일과 주말이라는 금을 긋지 않고 산다. 주말이라도 글을 쓰면 평일인 셈이고, 평일이라도 펜을 놓으면 주말처럼 보낼 수 있다. 그런 그녀가 평범한 직장인과 결혼했다. 일반인에게 주말은 특별하다. 휴식, 자유 등이 보장되는 날이니까 말이다. 그녀가 결혼과 동시에 주말을 느끼기 시작했다. 남편의 생활리듬과 자신의 것이 교차하면서 주말뿐만 아니라 결혼생활 전반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결혼생활에서 오는 기쁨과 안정이 있는가 하면 실망과 고독도 있다.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지만 서로 수십 년 동안 딴 세상에서 살았으니 생소한 것들을 맞닥뜨리는 것은 당연하다. 저자는 이 책에 남편과의 교집합과 차집합을 담담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얼마 전까지 내게는 주말이란 개념이 없었다. 회사에 다니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러운 일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토요일이든 일요일이든 나는 그저 일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남편을 만나고 나서 변했다. 남편과는 주말에만 놀 수 있으니까." (37쪽)
"남편하고도 그렇다. 남편은 어질러 놓기만 하고 치울 줄을 모르는 데다 만사에 무심하고 감정을 경시(한다고 생각한다)하는 경향이 있고, 나는 참을성이 없고 감정적이고 양보를 모른다(고 남편이 그런다). 그래서 우리 부부 사이에는 싸움거리가 끊이지 않는다." (40페이지)
"항상 같은 사람과 밥을 먹는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먹은 밥의 수만큼 생활이 쌓인다." (48쪽)
말 그대로 이 책은 수필집이다. 찬란한 결론은 물론, 밑도 끝도 없다. 소설과 같은 감정의 기복이나 분석이 없다. 그런 것을 기대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아니올시다'이다. 이 수필집에는 저자의 감성이 잔잔히 흐를 뿐이다. 그 감성에 공감할 수 있다면 이 책은 읽어볼 가치가 있다. 미혼인 독자보다는 기혼자의 공감을 살살 긁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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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 이 곳에서의 생활은 조금은 슬프고, 대체로 평화롭지만 불행하다.
이 문장을 읽을 때마다 매번 고개를 끄덕였지만 요즘처럼 격하게 공강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딱히 무슨 일이나 그런 건 아닌데.. 지금 이곳에서의 생활은.. 조금 외롭고, 대체로 따분할 정도로 평화롭지만, 종종 펑펑 울고 싶을 정도로 몹시 불행하다. '불.행.하.다'라니.. 내가 스스로 이 단어를 내뱉을 줄이야.. 어쩌면 지금 나의 생활은 균형이 깨지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
p.15 지금은 추리 소설이 없으면 아내로서 생활할 수 없을 정도다. 아파트에 혼자 있다 보면 외롭고 따분하다. 그러면 온갖 상념이 밀려온다. 하지만 생각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좋은 일도 많으니까, 그런 때 대신 살해당한 맥건과 실종된 레네이, 유괴된 조주를 생각하면 된다.
그마저도 힘든 요즘은, 퍼즐이 나를 일상을 버티게 해준다. 몸도 마음도 지쳐 아무 것도 읽히지도 않는 지금 아무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그림과 모양만 쳐다보며 조금씩 완성시켜 나가는 퍼즐이 나의 하루 하루가 그냥 허투루 지나가지 않음을 증명해준다.
p.22 나와 남편은 취향이 전혀 다르다. 좋아하는 음악과 좋아하는 음식도 다르고, 좋아하는 영화와 좋아하는 책도 다르고, 뭘 하면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지도 다르다. 뭘 하면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지도 다르다. 그래도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해 왔고, 오히려 다른 편이 건전하다고도 생각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같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같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동해 내려온지 4년. 나는 '그래도 같았으면 좋을 텐데.' 하는 마음에 때로 심히 외롭고 슬프다. 주변에 누군가 있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기에.. 아니, 때론 더 격하게 외로움이 느껴질 때도 있기에..
p.31 결혼할 때, 남편에게 약속 받은 일이 한 가지 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외간 여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지 않는다는 약속이다. 꽃다발이나 구두, 가방, 장신구는 상관없지만, 초콜릿은 안 된다고.
p.34 나는 남편에게 초콜릿을 선물받을 때마다, 나를 외간 여자에서 자기 여자로 만든 남편이 사과하는 뜻으로 건네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엉뚱함 때문에 에쿠니를 사랑한다. 그깟 초콜릿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부여하느냐고 혹자는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그깟 것'들이 각자들에게 주는 그 어떤 의미가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비록 누군가들이겐 그냥 '그깟 것'들이겠지만서도..;;ㅋ
p.37 남편의 생활이란 아주 규칙적이다. 나는 회사란 과연 어떤 곳일까 하고 때로 불가사의하게 생각한다. 한 사람의 어른을 - 그것도 원래부터 규칙적이었다고는 도저히 여겨지지 않는 성격의 한 남자를 - 이렇듯 제압하고, 더구나 그런 사항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장소.
매우, 몹시, 리얼, 진심, 완전 공감! 아무리 내게 불합리하게 느껴지더라도 회사가 당연하게 생각하면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야만 하는 곳. 내겐 도무지 적응되지 않는 곳이다.
p.53 색깔이 있는 생활은 때로는 행복하다. 깊은 밤 욕조에 들어앉아 책을 읽다가 갑자기 공포에 짓눌려 몸을 움츠리곤 한다. 그런 때, 목욕탕 문과 세면실 문을 모두 활짝 열어젖히면, 복도 건너 침실에서 남편의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그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혼자가 아님이 기뻐진다. 색깔이 있는 생활이란 예를 들면 그런 것.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끔찍한 우울감에 꼭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이제 좀 편해지고 싶다. 살고 싶지 않다,의 충동이 강하게 일 때 옆방에 코 골며 잠든 엄마 옆에 살금 눕는다. 숨소리와 체온을 느낀다. 그러면 다시 아직은.. 이란 생각이 든다. 아직은 살아있어야겠다.. 그래 아직은 아니야.. 내게 색깔이 있는 생활이란 예를 들어 이런 것 아닐까?
p.79 하얀 꽃잎을 올려다보면서 내년에도 이 사람과 함께 벚꽃을 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한다. 단순한 의문문으로, '함께 보고 싶다'가 아니라 '과연 함께 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할 때 내 인생이 조금은 좋아진다. 묘한 느낌이다. 내년에도 이 사람과 함께 벚꽃을 볼 가능성이 있다. 아주 희망에 찬 생각이라고 나는 기뻐한다. 그것은 물론 함께 벚꽃을 볼 가능성이 있기에 가능한 기쁨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행복한 것은 많은 가능성 속에서 한 가지가 선택되기 때문이고, 그 선택에 나는 가슴이 설렌다.
이런 까닭에 에쿠니를 사랑한다. 이런 에쿠니를 닮고 싶다. 에쿠니처럼 이렇게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면 평생 우울증 따위에 걸릴 일은 없으리라..
p.93 내가 결혼한 가을, 그런 차례를 미처 모르고 자동판매기 옆을 지날 때마다 왜 캔 수프는 없는 거지, 하고 안달을 했다. 올해부터 캔 수프를 취급하지 않기로 했나, 하고. 캔 수프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내기를 하는 기분으로 기다리는 것이다. 이제 곧 캔 수프가 들어오겠지. 그러면 모든 게 안심이야. 결혼 첫 해는 내 인생에서 두 번 다시 돌이키고 싶지 않은 한 해였다. 아마 남편도 같은 생각이리라.
아마 내년 이맘 때에도 지금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나도 캔 수프와 같은 어떤 것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입사 두 달째, 내 회사 인생 통틀어 가장 씁쓸하고 화나고 속터지고 짜증나고 답답한 생활을 하고 있다. 완전히 생소한 일에 도전한다는 건.. 이렇게나 어리석고 스스로를 바보가 아닐까 의심하게 하는 짓이었다. 에쿠니의 캔 수프처럼, 나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거라는 안심이 필요하다. 절대적인 안심.
p.124 킵 레프트란 단어는 자동차 교습소에서 배웠다. 아무튼 왼쪽으로 붙어서 차분하게 속도를 너무 내지 말고 가라. 차분하게 왼쪽으로 붙어서, 안심하고. 화해란 이 가르침과 비슷하다. 싸움의 원인이 된 어긋남이다. 싸우면서 주고받는 말, 본 얼굴과 보이고 만 얼굴, 던진 가시, 꽂힌 가시,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아무튼 왼쪽으로 붙어서 속도를 너무 내지 말고 차분하게 흐름을 타는 것. 만약 차를 타고 간다면 어떤 이유에서든 코스에서 벗어날 수 없다. 화해란 요컨대 이 세상에 해결 따위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사람의 인생에서 떠나가지 않는 것, 자신의 인생에서 그 사람을 쫓아내지 앟는 것, 코스에서 벗어나게 하지 않는 것. 킵 레프트는 정말 처절하다. 그리고 때로는 터무니없을 만큼 어리석다.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는데, 그래도 편하니까.
그닥 편하지도 않고 해결된 것도 하나 없지만.. 그래서 더욱 처절하게 느껴지는 지금 내가 탄 ''회사'라는 차의 킵 레프트는, 순응하는 것밖에는 도리가 없다. 코스를 벗어나지 않으려면 무조건 달리거나 그냥 과하게 속도를 내 죽거나.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밖에 없는 아주 절박한 킵 레프트.
p.132 지금까지는 남편과 같이 있다. 그것이 전부다. 그리고 같이 있는 동안 함께하는 생활을 마음껏 맛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헤어질 때가 오면 조금은 울지도 모르겠지만. '죽음이 우리 둘을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한다면, 아마 더 울지도 모르겠다.
겨우 2개월째이지만, 아직까지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 그것이 전부다. 그리고 회사에 다니는 동안은 내 업무에 한해서는 내가 제일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그만둘 때가 오면 조금은 아깝고 또 조금은 서운할지도 모르겠지만.. '정년'이란 개념은 없지만 만약 그런 나이가 될 때까지 내가 버텨낸다면 그때는 좀 울지도 모르겠다.
p.136 오늘은 월요일이고, 늦더위가 극성을 피우고 있고, 남편은 회사에 갔습니다. 저녁 반찬으로는 꽁치를 구울 생각입니다. -1997년 가을, 에쿠니 가오리
(이 리뷰를 썼던) 오늘은 일요일이고, 가는 봄이 자꾸 아쉬운지 반팔 입을 계절에 긴 팔을 새로 사 입었고, 모처럼의 쉬는 날 늦잠을 맘껏 자지 못한 나는 여전히 비몽사몽입니다. 이따가 오후에는 모처럼 단골 카페에 가 책을 읽을 생각입니다. -2019년 6월 중순으로 가는 어느 날, 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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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16편의 각기 다른 제목을 가진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있다. 에쿠니 가오리씨의 소설 속의 주인공들처럼 그녀 자신도 도시의 주택가이면서 조금은 한적하고 주변에 공원이 있는 곳에 살고있다. 또 그녀도 역시나 목욕을 좋아하는 듯하다. 1964년 생으로 올해로 41세가 된 에쿠니 가오리씨가 결혼한지 2년이 되는 가을에서 3년이 되는 가을까지 쓴 에세이를 1997년에 출간한 것이라니 많이 잡아서 이 책이 결혼 후 한 4년쯤 되었을 때 나온 것이라 생각하면 30대 초반에 결혼한 것이니 에쿠니 가오리씨는 결혼을 비교적 늦게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생각이 참 Cool하다고 할까? 그녀의 소설속 주인공들처럼...
이 책 속의 글의 일부를 인용하면,
"인생이란 어디서 어떻게 변할지 알 수가 없다. 언제 헤어지게 되더라도, 헤어진 후에 남편의 기억에 남아 있는 풍경 속의 내가 다소나마 좋은 인상이기를, 하고 생각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에쿠니 가오리씨가 참 Cool한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그렇다. 인생이란 어디서 어떻게 변할지 알 수가 없다. 아직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인생의 큰(혹은 작을 수도 있는) 일부인 결혼이라는 것도 역시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그런 것이 아닐까하고 막연히 추측해 본다.
결혼이란 짧으면 1~2년, 길어야 내 삶의 마지막까지 뿐이 유지될 수 없는 것이란 생각이든다. 너무 가벼운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결혼을 하게된다면 에쿠니 가오리씨처럼 Cool하고 의외로 정다운 면도 있는(?) 여자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또 생각해 보면 나도, 그녀가 불평하는 그녀의 남편처럼, 만사를 귀찮아하고 게으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대부분의 남자가 역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런 생활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 나는 '죽음이 우리 둘을 갈라놓을 때까지'한 말로 맹세한 사랑이나 생활은 어디까지나 결과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목적은 아니라고 믿고, 찰나적이고 싶다. 늘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 결정 하고 싶다. 지금까지는 남편과 같이 있다. 그것이 전부다. 그리고 같이 있는 동안은 함께하는 생활을 마음껏 맛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헤어질 때가 오면 조금은 울지도 모르겠지만. '죽음이 우리 둘을 갈라놓을 때까지' 함꼐한다면, 아마 더 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에피소드의 일부다.
결혼이란 정말 저런 면에서 매력이 있는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해본다. 멋지다. 왠지 하지만 한편으로는 허전해 온다. 너무 일찍 환상(혹은 망상)을 깨버린 것일까?
역시나 그녀의 글엔 묘한 매력이 있다. 더욱이 솔직 담백한 에세이이기에 그 향기가 더 진하게 느껴진다. 지금까지 내가 읽어본 그녀의 책들 중 최고라고 할 만하다. [인상깊은구절] 인생이란 어디서 어떻게 변할지 알 수가 없다. 언제 헤어지게 되더라도, 헤어진 후에 남편의 기억에 남아 있는 풍경 속의 내가 다소나마 좋은 인상이기를, 하고 생각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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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를 대비해 이 책을 미리 주문하여 받아보았다. 냉정과 열정사이를 몇년전에 읽었던 터라 이 작가가 기억에 남는 이유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결혼에 대한 궁금증이랄까 , 어떤 에세이인지 호기심이 일어서였다.
책 디자인과 구성은 너무나 내 스타일과 맞았다. 다른 분들은 너무 책이 조그맣고 글씨도 다른 책에 비해 크다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책을 마니 접하지 않는 나에게 그리고 스트레스가 쌓인 요즘에 너무나 쉽게 읽히고 동감이 가는 많은 부분들이 책을 빨리 끝내게 해주었다.
에쿠니 가오리의 결혼생활을 그녀의 입을 통해 한 줄 한 줄 읽으면서.. 아~ 그렇지.. 그렇지.. 하고 혼자서 맞장구도 치고.. 이런 점도 있구나!! 하고 놀라기도 했다.
에쿠니 가오리의 다른 소설도 접해 보고 싶다. [인상깊은구절] 나는 어쩌면 나만의 남자를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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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결혼을 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이야기일 것이다. 갑자기 이혼 이야기가 나왔다. 아, 물론 이혼을 하자는 이야기는 아니고, 그저 만약 이혼을 하게 된다면 현재 한 집에 들어있는 물건들을 두 사람이 나눠 가져야 할텐데 그걸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문제였던 것 같다. 장롱은 너무 크니까 네가 가져라, 라는 나의 말에 아내는 그까짓거 난 뭐 필요한가, 라고 응수했고, 그래도 결혼할 때 니가 가져온 거니까 너 가져, 라고 대꾸하는 나에게 아내는 거 귀찮다니까 그러시네, 라며 혀를 찼다.
그렇게 집안의 물건들 하나하나를 니꺼 내꺼로 구별하며 놀이 아닌 놀이를 하는 중에 책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다. 아내가 결혼하면서 가져온 책과 내 책, 그렇게 사분의 일과 사분의 삼 정도를 차지하는 책들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절대 양보를 하지 않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그리고 결국 현재 두서없이 꽂혀 있는 책들을 아내의 것과 나의 것으로 잘 나누고, 앞으로 사게 될 책들도 내가 사들인 것과 아내가 사들인 것을 철저히 나누어서, 혹시 두 사람이 헤어지게 되더라도 각자의 책은 각자가 잘 챙겨갈 수 있기로 하자고 합의를 보았던 것 같다.
(사실 결혼에 대해 별다른 의미를 두지도 않을뿐더러, 결혼 전에 십여 년의 연애 기간을 거쳤고, 게다가 그 사이 일년남짓 동거 생활까지 거쳤던 우리는 결혼과 동시에 권태기에 접어든 흔치 않은 부부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저러고 놀았지... 물론 귀차니즘의 신봉자들인 아내와 나는 그렇게 말을 하고 나서도 결혼하고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책장 정리를 하지 못하고 있지만...)
에쿠니 가오리의 책은 작가 자신의 결혼 생활을 소스로 삼아 만든 에세이집(꽤 소설적인)이다. 모두 열 여섯 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에피소드들에는 서로 다른 이력을 지닌 남녀가 만나, 서로 다른 이력을 쌓아가며 생활을 하는 동안 만들어지는 작은 풍경들이 기록되어 있다.
“남편은 가끔가다 내게 초콜릿을 사다준다.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무슨 기념일 같은 때.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은 린츠나 메테르의 단순한 것. 은색 상자에 들어 있는 SWISS THINS나, 핑크색 동그랗고 조그만 상자에 들어 있는 마거릿. 나는 남편에게 초콜릿을 선물받을 때마다, 나를 외간 여자에서 자기 여자로 만든 남편이 사과하는 뜻으로 건네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난 아내에게 선물하는 것에 꽤 곤란해하는 편이다.(아내도 선물받는 일에 꽤 곤란해하니 두 사람에게는 다행이다) 그래서 항상 선물을 해야 할 일이 있는 때가 다가오면 긴장하기 마련이다.
“항상 같은 사람과 밥을 먹는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먹은 밥의 수만큼 생활이 쌓인다.”
그래도 생활이 쌓이니 선물에 대한 요령도 생겼다. 대충 이런 식이다. 먼저 요즘 뭐 땡기는 물건이 없는지 아내에게 묻고는 슬슬 쇼핑을 나간다. 그리고 아내가 말한 땡기는 물건의 종류가 있는 진열대를 돌고 돌아 나 또한 재밌어할만한 물건을 고르는 식... 그렇게 그럭저럭 넘어간 세월이(그렇대도 욕하지 마시길, 아내는 내 생일을 까먹기도 한다...) 벌써 5년이다.
“나는 때로, 남녀의 교활함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한다. 여자의 교활함은 적극적이고 차갑지만(또는 뜨겁지만), 남자의 교활함은 소극적이고 미적지근하다(또는 따뜻하다). 결과는 이런데, 만약 그렇다면 소극적이고 미적지근한(또는 따뜻한) 교활함이 보다 교활한 것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여자는 결과가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니라고 하는데 반해, 남자는 결과는 정확하게 주시하지만 그 다음은 내 알 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리 부부도 아주 가끔, 대략 3년에 2회 정도 싸움을 하기는 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어느때고 두 사람의 교활함이 이유가 되지는 않았다고 믿어본다. 물론 아내는 평균적인 수준의 여자들이 가지는 평균적인 교활함에 훨씬 못미치고, 난 평균적인 수준의 남자들이 가지는 평균적인 교활함을 상회하는 교활함으로 무장하고 있으니 애초에 교활함에 관한 싸움이 성사될 리가 없다.
“...결혼이란 그럼에도 혼자이길 선택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같이 있지 않는 편이 마음 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같이 있는 것... 이런 것하고 비슷하다... ‘devil food’. 알코올 중독자의 알코올처럼, 알면서도 멀리할 수 없는 음식물을 ‘devil food’라고 하는 모양인데... 남편은 아마도 나의 ‘devil person'이리라...”
아내와 결혼하고 가장 불편했던 점 중 하나는 혼자 있고 싶을 때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아주 띄엄띄엄이기는 하지만 두 사람이 싸웠을 때, 그러고나서도 비좁은 집에서 서로를 피하지 못하여 결국 투덜투덜 한 침대에 드러누워야 했을 때, 결혼이라는 것이 꽤 비극적인 것으로 포장된 희극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대도 여전히 결혼 생활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도 오랫동안(서로의 책장에 서로의 책을 꽂아 이혼 후를 대비할 수 있을 때까지) 이어질 것 같다. 어쩌면 허망한 다행스러움의 한숨 간직하고 있는 이런 예측에 종종 안도한다.
ps. 책의 시작에 앞선 부부라는 것에 대한 에쿠니 가오리의 전언이 간질간질 하면서도 뜻깊은 듯하여 옮겨보자면... “오늘도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전혀 다른 풍경을 보고 있다. 생각해 보면 다른 풍경이기에 멋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서로가 지니고 있는 다른 풍경에 끌리는 것이다. 그때까지 혼자서 쌓아올린 풍경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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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유명한 작가지.. 에쿠니 가오리.
사실 이름만 들어봤지 정작 읽어본 책은 이책이 처음이었다.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은 작가가 한 잡지에 결혼생활에 대해 쓴 에세이를 모은것이 이책이다.
하루 종일 책도 눈에 안들어오고 뭔지 모를 답답함에 뒹굴거리다 집어든 책이다.
기존의 결혼생활에 대한 생각이란 뭐랄까. 서로 잘 맞는 사람이 서로 만나 같은 시간 같은 공간 같은 행위를 공유하며 생활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다 그러리라 생각했다.
그녀의 글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모두 그런건 아니구나. 서로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요즘들어 드는 생각은 외로움을 떠나 답답함이다.
그녀의 글귀중에 이런말이 있었다. "혼자일때의 고독은 기분좋은데, 둘일때의 고독은 왜이리 끔직한 것일까?" 실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거도 놀랍다. 배우자가 알면 참으로 서운한 말일수 있다. 하지만 어찌보면 올바른 결혼생활이 상대의 모든것을 이해하는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같으면 같은대로 이해를 하고 다르면 다른대로 이해하는 삶 그게 참 결혼생활이 아닐까?
그녀가 인용한 글에 이런글이 있다. [ "난 벌써부터알고 있었다고 . 그래서 당신을 좋아하게 되었지만 말이야." "당신말이 맞아" 나는 조금은 슬펐지만.그러나 마음은 편했다. "당신없이 사는 편이 훨씬 행복하다는 거, 나 알아." "응 맞는 말이야." "당신도 나 없이 사는 게 행복할 테고." "그래." ]
결혼이 필수도 아니었고 누가 강요한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다들 결혼한다. 그리고는 서로의 존재에 대해 부담도 느끼고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해 노력도 한다. 그 안에서 작은 행복도 찾으려하고 다른 곳에서 그 삶을 채우려고도 한다.
어찌보면 결혼생활이란 참 힘든 과정인듯하다.
내가보는 결혼생활은 서로 다름을 더 많이 확인해가는 생활인듯 하다. 그리고는 포기하고 포기하고 포기하고..
모두다 포기하면 작은 일상에서 조그마한 기쁨도 큰 행복으로 다가 오지 않을까?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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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라. 독특하고, 뜬금없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깔끔하고 어찌보면 밋밋하지만 왠지 들춰보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는 산뜻한 표지의 이 책. 그런데, 저자는 에쿠니 가오리.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작가, 왠지 마음이 가는 책 디자인이었다는 말(난 디자인에 너무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어쨌거나, 결론적으로, 읽기는 읽었다. 결국은 디자인의 승리였던 걸까. 에세이집이다. 그것도 ''결혼''에 관한 에세이집, 그것도 일본 작가. 다른 사람들에겐 모르겠지만 일단 내겐 그다지 매력적인 조건들이 아니었다. 에쿠니 가오리의 책은 몇 권 읽은 적이 있다. ''낙하하는 저녁''은 좀 좋아하기도 했지만, 그 외 다른 것들은 대부분 읽다 말았다. 작가 특유의 차갑고도 섬세하며 시린, 그 문체가 싫지는 않았지만 그렇고 그런 담담한 연애(라고 단정지을 순 없을 수도...)소설, 그 가벼움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의외로 이 에세이집이 괜찮게 다가왔다. 결혼과 가정을 소재로 하는 대다수의 글처럼 진부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자극적일 수도, 라고 생각했지만 이건 좀 의외였다. 너무 쿨했다. 읽으면서, 도대체 이게 결혼 이야긴지, 아니면 동거 이야긴지가 헷갈릴 지경으로. 그러다가 그녀의 소설들을 생각했고, 그러자 그녀 소설의 전반적 정서가 확 정리되어 다가오는 기분이었다. 사실 에세이집의 묘미가 그런 데 있기도 하다. 소설들을 읽으면서 모호하게 느껴졌던 작가의 감정 같은 것들이 직설적으로 다가오는 것, 그럴 때의 명쾌함.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그랬다. 좀 신기하다는 생각도 함께. 에쿠니 가오리는 에세이들에서, 너무나 서슴없이 이혼 후의 상황을 가정해보기도 하고, 남편을 타인으로 규정해버리기도 한다. 물론 ''아, 내가 결혼이란 걸 왜 했던가. 여러분, 결혼은 끔찍한 거랍니다. 결혼 하지 마세요.''이런 식의 탄식과 당부는 아니다. 정말로 그녀답게, 너무나 쿨하게 그저 생각해보는 것이다. 냉철하고도 철저한 개인주의적 정서가 어쩐지 친밀하기도 낯설기도 신기하기도 했다. 어느 순간 ''이 글을 과연 (그녀의) 남편도 봤을까(, 그러고도 계속 사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푹 웃어버리기도 했다. 그러니까 같이 살지! 그게 서로 이해가 가능한 거니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어쨌건 이번 책을 읽고, ''에쿠니 가오리는 에세이가 더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녀 특유의 가벼움, 건조함, 냉철함 같은 것이 에세이라는 장르에서 반짝반짝 빛나기 때문일까.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소설은 깊을수록 좋고, 에세이는 가벼운 게 좋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걸지도. 늘어진 기분을 가볍고 산뜻하게 적시고 싶을 때, 이 책을 꺼내보게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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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를 처음 알게 된 책은 냉정과 열정사이 하지만 그때부터 그녀를 좋아하진 않았다.
그녀에게 푹 빠지게 된 계기는 그녀의 유명한 소설때문이 아니라 '에쿠니 가오리'라는 작가가 아닌 한 명의 여성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이 그려진 책 [당신의 주말은 몇 개 입니까]을 읽고나서였다.
[당신의 주말은 몇 개 입니까]는 에쿠니 가오리의 신혼생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작가의 일상 자체도 궁금하지만 결혼 후 신혼 생활을 소재로 한 이야기라니- 너무나도 파격적인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를 실제로 모르기에 책에 나온 내용들이 얼마나 사실을 근거하여 써진 내용일지 알 수 없지만 결혼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던 나에게 결혼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 하고 담담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해준 에세이.
사실 고백해보자면 이 책은 나를 제외한 제 주변인들은 모두 불호의 감상을 남겼다 정말 솔직하고 담담한 결혼생활에 대해 풀어내었다고 나는 생각했지만 실제 결혼한 사람들에게 추천한 결과, 너무나도 무서운 책이라는 감상평.
아직까지 결혼 경험을 겪지 않은 이유에서인지 그 무섭다는 말이 참으로 와닿지 않지만.. 이해가 되는 그 순간에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 지 참으로 궁금해진다
오늘도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전혀 다른 풍경을 보고 있다 생각해 보면 다른 풍경이기에 멋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서로가 지니고 있는 다른 풍경에 끌리는 것이다. 그때까지 혼자서 쌓아올린 풍경에
[당신의 주말은 몇 개 입니까]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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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올리려고 검색하다가 알았다. 내가 읽은 이 책이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였다는 것을. 그렇다면 내가 느꼈던 기분의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수정해야 하나, 그게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라면, 가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면, 내가 짐작했던 것 어느 것을 현실로 바꾸어야 하나, 잠깐 즐거운 혼란에 빠진다.
딸이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 마치기를 차 안에서 기다리며 읽었다. 한 시간 정도? 딱 그 정도로 빠져들면 충분할.
작은 공간에서, 조용한 공간에서, 아무의 방해도 없이, 잠시, 이미 오래 전에 지나온 내 신혼 시절을 생각했다. 어떤 부분에서는 작가와 함께 머물고, 어떤 부분에서는 작가의 생각을 건너뛰었다. 작가가 일본 여자라는 사실을 간간이 떠올려야 했다. 여기서 나와 다르구나...
가끔 나 혼자서 장르를 다르게 생각하는 바람에 다르게 읽게 되는 경우가 있다. 소설로 읽다 보니, 그저 그러려니 했는데, 작가가 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드러내 놓은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좀더 다가갈 수도 있었을 것을. 젊은 그녀를 좀더 이해해 줄 수도 있었을 것을.
남편을 사랑하는 것만은 분명하고, 남편의 사랑을 기대하고 있는 것도 분명하고, 앞으로도 계속 사랑하며 살겠다는 것도 분명하다. 다만 혹시라도 자신의 남편에 대한 사랑이 줄어들게 되지나 않을까 끝없이 염려하고 고민하고 애써 추스리는 것 같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착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은 작가의 남편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게 괜히 궁금하다. 얼마나 애절한 연애편지인데, 못 알아볼 사람은 아니겠지?
그 시절을 이미 지나와 또 다른 사랑의 길 위에 있는 사람으로서 기원해 주고 싶다. 이 세상의 모든 신혼 부부들이 아프지 않고 서로서로에게 익숙해져 가기를. 서로를 모른 척하는 일이 없게 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