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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트 월터스……. 마음에 드는 작가다. 그의 작품은 지금까지 이 작품을 포함해서 세 작품이 출판되었는데 한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시리즈가 아니라도 계속 읽는 것이다. 『냉동창고』, 『여류 조각가』에서 모두 일관 되게 한정된 고장에서 일어나는 가정사와 그 가정이 포함된 집단인 마을, 그리고 그것으로 볼 수 있는 사회적 문제들을 나타내고 있다.
이 작품에서 보면 한 마을이 등장한다. 주말 별장지로서 거주민은 별로 없는 시골 마을이다. 이곳에서 한 퇴역 대령의 집안을 중심으로 그들의 가정사와 마을 사람들, 그리고 지금 영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여우 사냥과 많은 유럽에서나 미국, 심지어 우리 나라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집 없이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문제까지 심도 있게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글을 쓰는 재주가 탁월하다. 마지막에 반드시 독자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때리기를 잊지 않는다. 그것은 무척 매력적이다. 작가는 의도적 트릭이나 반전의 반전으로 독자를 속이기 위한 연막을 피우지는 않기 때문이다. 작가는 관점을 달리하고 분산시키는데 탁월하다. 그래서 작가의 글을 읽다 작가의 글에 집중한 나머지 독자는 멋지게 당하게 되는 것이다. 언제나 그 점이 내겐 신선하고 멋지다. 이 작품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어떤 것이 불쌍한 것인가……. 여우가 물어 죽이는 가축이 불쌍한가……. 그 가축을 지키기 위해 여우를 잡아야 하는 것이 불쌍한가……. 아님 의도적인 쾌락을 위한 여우 사냥 그 자체에 희생 당하는 여우가 불쌍한가……. 여우보다 더 하찮게 취급당하는 떠돌이 부랑자들이 불쌍한가……. 가축이 뜯어먹는 풀은 불쌍하지 않은가…….
가끔 우리는 '경주마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앞만 보고 달리게 하기 위해 옆 가리개를 해서 옆은 보려야 볼 수 없게 된 것이 아닌지……. 하나의 이슈가 있으면 거기에만 매달린다. 이슈가 되지 않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인간은 또 다른 편 가르기에만 집중을 한다. 전쟁이 정치인들에게는 단지 쇼일 뿐이고 그것을 통해 죽어 가는 많은 사람들 생각을 하지 않듯, 우리들은 하나의 이슈가 눈에 띄면 그 하나 때문에 다른 하나는 보지 못하고 놓친다.
이 작품을 읽어보면 '어느 쪽 편을 드느냐'의 문제보다 '왜 사람들이 여우와 가축이라는 자기들이 생각하게 되는 것에만 집중을 하고, 생각할 필요도 없고 소용도 없는 바닥에서 사는 인간들에 대해서 생각조차 안 하는지'를 알게 된다.
진짜 인간은 잔인하다. 언제나 자신의 이익과 자신의 생각과 관점에서만 눈을 뜨고 귀를 기울인다. 나와 상관없다면 길거리에 누가 쓰러져 죽어도 상관을 안 한다. 그러면서 모피를 입지 말자, 개고기를 먹지 말자, 끊임없이 외친다. 모피와 채식주의는 이른바 환경론자들의 이슈이고, 개고기는 애완동물이기 때문이다. 나는 돼지를 키운다. 그럼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고 해야 하나? 나는 상추를 키운다.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관상용으로……. 그럼 모두 채소를 먹지 말라고 해야 하나?
아프리카에서는 지금도 아이들이 쓰레기장을 뒤지고 다닌다. 먹다 버린 과일 껍질, 알이 몇 개 남은 썩고 말라비틀어진 옥수수를 발견하면 그들은 좋아한다. 그들에게 다가가서 이런 것을 외칠 수 있을까. 아니 한번이라도 생각해 봤을까. 아프리카는 지구에서 고립된 곳인가. 우리가 아프리카를 고립무원으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한 노인을 고립시키는 마을 사람들처럼……. 여우는 이슈로 다루지만 부랑자들은 다루지 않는 신문이나 정치인들처럼 말이다.
미네트 월터스의 작품을 읽고 나면 언제나 생각을 하게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꾸만 여기서 저기로 생각이 튀어 다닌다. 난 그 생각들을 잡느라 고생을 한다. 이것 또한 이 작가의 매력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이야기를 펼치면서 많은 것을 포함한다는 것, 그러면서 재미있고 깊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님에 분명하다.
그가 상을 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아가사 크리스티보다 더 뛰어난 작가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 작가의 작품을 모두 출판하면 좋을 텐데, 몇 권 되지도 않구만……. 댄 브라운의 작품을 읽는 수고하지 말고 이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시길……. 비교가 안 된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187p 울피의 어머니는 눈가에 웃음 주름이 없는 사람은 절대로 믿지 말라고 했다. - 그건 웃을 줄 모른다는 뜻이야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 웃을 줄 모르는 사람은 영혼이 없어. 영혼이 뭐예요? - 자기가 지금까지 한 좋은 행동을 모두 합한 거란다. 웃으면 그게 얼굴에 나타나게 돼. 웃음은 영혼의 음악이거든. 영혼은 이 음악을 듣지 못하면 죽는대. 그러니까 나쁜 사람들은 눈가에 웃음 주름이 없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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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트 월터스가 아가사 크리스티를 뒤이었다는 것은, 현대 영국 추리소설계에서 그녀가 차지하는 위치가 높아졌음을 의미하는 것이지 크리스티의 취향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아가사 크리스티가 대표하는 영국 코지물을 읽으면서 심장박동이 높아지거나 (뭐, 흥미진진해서 높아진거라면 말은 못하겠지만) 화가 나거나 사회부조리가 상기된다던가 하는 일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미네트 월터스의 작품을 읽은 것은 그녀의 데뷔작 [여류조각가]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이지만 - 대체로 데뷔작이 가장 반짝 반짝하고 신선한 요즘 추리소설작가들과는 달리 - 이 작품은 데뷔작에 비해 전개도 더 매끄럽고 흡입력이나 미스터리적인 면이 훨씬 나아서 앞으로도 훨씬 더 좋은 작품이 기대가 된다 (하하, 감히 Gold Dagger Award 수상작을 이리 거마하게 평하다니. 뭐, 책은 독자를 위해 있는 것이니...).
몇 주전에도 영국의 여우사냥에 관한 기사가 실린 적도 있고, 찰스황태자와 카밀라가 동물애호단체 임원이면서도 여우사냥을 즐긴다는 비판 실린 글도 본 적이 있는데, 역시 영국적 배경이다 (영국에는 귀족들이 가진 영토를 사유지라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일반 사람들은 일부러 길을 멀리 돌아가야 하는 불합리가 있는데, 이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도 있다. 역시 영국적인 배경이다). 소설을 강하게 이끌어 가는 인물 - 물론, 낸시, 벨라, 마크, 제임스 등은 매력적이지만 - 은 없지만, 대단한 액션활극없이 차분하면서도 무리없이 사건의 가려진 부분과 해결과정을 이끌어간 점 역시 영국적이라 생각된다.
소유자를 증명할 수 없는 공유지를 점거한 폭스 이블. 그리고 그 마을 대저택 안주인의 의문의 죽음. 이 모든 미스테리를 푸는 것은 과연 폭스 이블의 정체는 누구인가이다. 여러모로 추측을 하게 만들면서도 확신에는 이르지 못하게 한, 흡입력 강하면서 흥미진진한 소설이었다. 아직까지는 올해 제일 재미있었던 소설로 손꼽을 수 있겠다.
참, 가장 좋았던 부분은 맨 뒤 허클리 & 스파이서 법률사무서의 편지. 은근하면서 이리 후련하게 소설을 정리해주다니!!! Two thumbs up!
p.s : 하드커버가 아닌 점이 너무 좋고, 읽다가 쓱 만지거나 넘길때의 종이 질감이 너무 좋았다. 게다가 이리 두꺼운데도 제본상태도 좋아 가운데가 갈라지지도 않고 가방에 넣어 무겁지도 않아 좋았다.
2005-03-02 11: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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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림카디널의 <블랙캣 시리즈>는 베스트셀러에만 치중하는 독자의 시선을 작품성으로 인정받는 미스테리로 조금이나마 돌려 준다는 점에서 참으로 좋은 것 같습니다. 각국의 권위있는 추리소설과 관련된 상을 수상한 작품들을 엄선하여 국내에 소개하고 있는 만큼 그 작품들의 질이나 작품성은 그야말로 상당부분 검증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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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x Evil ( 여우병) : 머리카락이 빠지는 질병 중 하나. (존슨 著 <농부 백과사전 Farmer's Encyclopedia>, 1842년) , 탈모증 ( alopecia).
일단 제목에 깊은 의미나 반전이 있지는 않다. 주인공의 이름이 폭스 이블이고, 머리가 빠지는 병에 걸렸다. 의미심장하게 보려면, 모든 것이 다 의미심장할테지만 말이다.
중심인물은 로키어 폭스 가문의 수장인 제임스 로키어 폭스 대령, 그의 변호사 마크, 부랑아 지도자 폭스, 그의 아들 '나' , 대령의 딸인 엘리자베스의 딸로 태어나자마자 입양된 낸시, 대령의 아들 레오, 마을사람들 등이다. 대령의 부인이 의심스럽게 죽고, 대령이 범인일거라는 소문이 나돌고, 그 와중에 마을에는 폭스 이블이라는 사람이 부랑아들을 이끌고 와서 마을 빈터를 무단점유를 하게 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러가지 관계없어 보이는 사건들은 이야기의 복선이고, 끝으로 갈 수록, 그 비밀이 드러나는 방식이다. 마을에서는 여우사냥 찬성론자와 반대론자의 싸움이 한창이고, 부랑아들의 불법캠핑으로 농민들의 불만이 극에 다른다.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잘 짜여져서,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정말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국 공병대 소속 장교인 낸시 스미스, 괴팍한 대령에게 연민을 가진 마크 앤커턴 변호사, 폭스 이블에게 핍박받는 아들 울피 등등 캐릭터들의 성격이 현실적이라는 점도 이 소설을 돋보이게 한다.
꽉 짜여진 스토리. 두꺼운 양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고 결말로 가는 책. ( 2탄이 나와도 좋겠다고 생각된다. ) 생생하게 살아있는 등장인물들. 적당히 현학적인 복선들. 은유들. 맘에 드는 책이다.
골드대거상을 받은 작품들에 대한 호오는 꽤나 분명한 편인데, 이 책과 같은, 나쁘게 말하면 밍숭맹숭하지만, 캐릭터의 성격은 강력하고, 현실적이, 플롯은 꽉 짜여져 있다. 미넷 월터스의 작품을 좀 더 읽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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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목할 만한 특정 살인사건이나 폭력사건이 없는데도(따라서 당연히 명탐정이나 민완형사의 등장도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궁금함과 긴장감을 놓지 못 하도록 한 소설을 이게 처음이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에 보면 독자가 계속 궁금함에 책장을 넘기도록 써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 소설이 바로 그랬다. 그것도 이처럼 5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연관이 있는 듯 없는 듯하면서 계속 긴장감 있게 몰고 가는 것도 좋았고 어쩌면 그렇게 인물들의 심리묘사와 환경묘사를 잘 했는지 모르겠다. 책장을 덮은 지금까지도 아드레날린이 마구 솟는 것처럼 느껴진다.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았지만 번역판은 절판됐고 모교의 도서관에서도 찾아 볼 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원서로 읽어 볼까 생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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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재미있다. 순간의 실수, 순간적인 죽음은 어느 날의 잔상을 드러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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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어둠 속 범죄장면 묘사가 영화를 보는 듯 생생하다. 시골 동네의 속물근성이 뿌리깊는 늙은 여자들에 대한 묘사와 신랄하게 비꼬는 대화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추리물로서의 반전이나 트릭에서의 임팩트는 평범한 편이다.
번역은 좋은 편인데 일부 어색하다. 예를 들면 60대 할머니들의 대화투가 40대 아줌마들의 대화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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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의 영화 같다고 생각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떠오르는것은 스릴러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의도적으로 시간차를 둔 편집영상이었다. 그래서인지 기존의 틀에서 해방된 구조적인 변화가 이 소설의 거의 중심이라고 생각되었다. 흔히 추리소설에서 볼 수 있었던 '문제의 해결방법'과 '해결되어가는 과정'이 여기서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느 한명의 탁월한 해결사없이 극대화되어가는 문제에 점점 다가가는 인물들, 본인들은 정작 알지 못하는 사이에 거의 자연적으로 풀려가는 의문점들. 이런 자연스러운 서술이 지루할 법도 하지만 작가는 이미 치밀한 구성으로 독자를 압도한 상태이다. 그 이유때문인지 초반엔 잠시 지루하다가도 중반에들어가면서 점점 스토리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된다. 기존의 추리소설들에 싫증이 난 독자들은 한번 도전해봄직한 소설이 아닌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