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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리비오는 과학의
역사에서 벌어졌던 실수담을 부여주기 위해 단 다섯 명의 과학자를 소환하고 있다. 찰스 다윈, 켈빈 경(윌리엄 톰슨), 라이너스
폴링, 프레드 호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이보다 더 화려한
라인-업이 있을 수 있을까 싶다. 고대 그리스부터, 혹은 근대 과학 혁명의 시기부터 소환해서 실수를 저지른 과학자들을 언급해도 되겠지만, 현대의 위대한 과학자 다섯 명만을 통해서 과학자들의 실수에 대해서 얘기하는 마리오 리비오의 전략은 정말 신선하고,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자연선택설을 통해
진화의 메커니즘을 밝힌 찰스 다윈. 그로 인해 현대 생물학은 빛을 얻었다. 그러나 그는 유전학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변이가 생기는 원인과
부모의 특성이 자손에게 전달되는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더더욱 몰랐다. 몰랐다기보다는 잘못 알았다. (처음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도 멘델의 실험과 같은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더 이상의 통찰로 이어지지 못하고, 그의
자연선택설은 당시만 해도 불구였다고 할 수 있다. (솔직하게 이게 다윈의 실수였다고 할 수 있나 싶긴
하다. 그의 한계라기보다는 그 시대 과학의 한계였다고 봐야 옳으니 말이다.) 윌리엄 톰슨은 열역학을
확립한 과학자로서 나중에 귀족 작위를 받아 켈빈 경으로 더 잘알려진 인물이다. 켈빈은 바로 절대온도의
기호(K)를 부르는 명칭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그가 저지른
실수는 지구의 나이를 잘못 판단한 것이다. 그는 지구가 태초에는 아주 뜨거웠을 것이고, 그것이 식어서 지금과 같은 지구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생각에 비추어 지구의 나이를 약 1억 년 정도로 잡았다. 이러한
그의 계산은 아주 긴 시간이 필요했던 생명의 진화에 큰 두통거리를 안겨주었다(다윈이 이에 대해 무척
신경 쓴 이야기는 그의 평전마다 등장한다). 그러나 그의 계산은 아직 부족한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었다. 그래서 잘못 될 수도 있었는데, 그는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역시 이 이야기도 실수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지구의
나이를 성서에 기대지 않고, 또 당시의 지질학자들처럼 대충 직감에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에 바탕을 둬서(물론 그게 부정확한 게 문제였지만) 물리적으로 계산하려 했다. 분명 실수를 했고, 그 실수를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지만, 윌리엄 톰슨, 켈빈 경은 선구자였다. 라이너스 폴링은 두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은 위대한 화학자였다(화학상과 평화상). 그러나
그는 DNA의 구조를 밝히는 데 있어서 삼중나선이라는 잘못된 모형을 내놓았다. DNA가 이중나선구조라는 것을 밝혀낸 왓슨과 크릭은 폴링의 실수를 듣고는 크게 고무되었다고 한다. 삼중나선는 화학의 기본에도 맞지 않는 실수였다. 이 실수를 얘기하면서
리비오는 그 원인을 여러 가지로 얘기한다. 자신의 성공에 도취했다든지,
그 프로젝트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못했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폴링은 DNA 구조를 밝히는 경주에서 어쩌면 어릿광대 같은 지위를 부여받았지만(사실
폴링은 경주라 여기지도 않았다. 그렇게 생각한 것은 왓슨 정도뿐이었다),
그는 여전히 위대한 과학자다. 또한 그는 자신의 실수를 금방 인정했다. 프레드 호일은 빅뱅
이론을 부정한 것으로 오르내린다. 빅뱅(Big Bang)이라는
용어를 대중화시킨 것도 호일이었다고 한다. 흔히 그가 그 말을 쓸 때 매우 비아냥거리는 의미로 썼다고
하지만, 리비오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호일은 현대
우주론을 정립하는 데 매우 큰 기여를 한 과학자다. 그는 자신의 정상우주론을 지키기 위해 지나친 노력을
했다. 마지막은 아인슈타인이다. 그런데 그의 실수를 얘기하는 데 양자역학이 아니다. 바로 그가 도입했다
다시 뺐던 우주 상수에 관한 얘기다(양자역학에 관한 아인슈타인의 태도는 너무 유명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더 이상 새로이 할 얘기도 없었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정립하면서 그는 우주가 정상 상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원래 유도한 식은 그것을 부정하는 것이었고, 그래서 부랴부랴 우주 상수를 도입했다고 한다. 조지 가모프는 아인슈타인이
스스로 자신의 최대 실수라고 했다고 하지만, 리비오는 그렇게 말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한다. 그러다 허블의 발견, 즉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는
스스로 우주상수를 부정한다. 그러나 1998년 다시 우주상수는
다시 살아난다. 초기의 우주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리비오는 우주상수를 도입한 것이 실수가 아니라, 나중에 우주상수를
부정한 것이 바로 아인슈타인의 ‘찬란한 실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위대한 과학자들의 실수는 남다르다. 우리가 어제도, 오늘도 저지르는 실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에
이른 이들이 자신의 성공에 도취해서든지, 시대적으로 무엇이 부족해서든지 그들은 어쨌든 실수를 저질렀다. 하지만, 그 실수는 그 다음 세대에게 큰 자양분이 되었다. 그래서 그들의 실수는 ‘찬란한’ 실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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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실수는 특정 가설에 숨어있는 완전한 의미를 깨닫지 못한 것이었다. 켈빈은 예기치 못한 가능성을 무시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폴리의 실수는 과거의 성공이 낳은 자만의 결과 였다. 호일은 주류 과학과 상반된 자신의 주장을 완강하게 고수하는 과오를 범했다. 아인슈타인은 미학적 단순성을 완성한다는 그릇된 감각으로 인한 실수를 저질렀다. p.21 실수를 했지만, 그리고 어쩌면 그 실수 덕분에 내가 이 책에서 추적하고 묘사한 다섯 인물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혁신을 이뤘을 뿐 아니라 진정으로 위대한 지적 작품을 창조할 수 있었다.많은 과학연구들이 같은 분야에 속하는 전문가들을 청중으로 삼는 것과 달리, 이 대가들의 연구는 과학과 일반교양의 경계를 넘나든다. p.3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