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이켜 보면 나는 10대 후반부터 사람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을 보면서 마음속에 긴 과제를 품고 살았던 것 같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할지, 나이 들어서 내가 원하던 대로 살았는가라고 자문하는 미래의 나를 떠올리며, 포기할 수 없는 그 무엇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야겠다는 막연한 희망을 갖기도 했다. 동시에 추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치열하게 살았던 선조들의 모습을 유심히 볼 때가 많았다. 뜬구름 잡는 심정이었지만, 지향하거나 거부하는 바가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보니 정신, 철학, 종교 등 인간 마음이 작동하는 분야에 대해 항상 끊임없는 눈길이 갔다. 사람들은 대체로 물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물질적인 것을 위해 삶의 방향을 바꾸고, 자신에게 득이 된다고 생각할 때 스스럼없이 이기적이게 된다. 고민의 시간이 다소 길 경우에는 이런 저런 요소를 비교해서 선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상황은 찰나에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쫓아가기 마련이다. 평소 자신의 마음과 생각에 대한 성찰과 참회가 계속되지 않으면, 그 끈은 단번에 끊어진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나를 개관적으로 보고, 나를 읽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나 또한 어려웠다.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후회하고, 겨우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그런 나에게 불교는 선명한 가르침이었다. 흔히들 얘기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이 아니라, 한 치의 오차가 없는 놀라운 세계였다. 어렵지만, 그 깊이와 넓이를 다 가늠할 수 없는 드넓은 우주였다. 내가 만난 최고의 그 무엇이었다. 이 책은 불교의 눈길로 도덕경을 읽는다. 무위라는 화두를 늘 생각하며 지내는 나는 첫 눈에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책을 읽다보니 불교와 노장사상의 경계가 어디인지 불분명하다. 그러나 구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결국은 인간과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며, 실천할 지를 말하고 있다. 돈, 지위, 명예 등과 같이 물질적인 것이 중요한 세상이지만, 그것을 얻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은 본성을 잃거나 삶의 균형감이 깨어지곤 한다. 그것을 가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고전을 읽다보면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늘 느낀다. 끌려 다니며 살지 않으려면 더 깊게, 더 넓게, 더 집요하게 나와 세상을 봐야 한다. 이 책은 그 지점을 부드럽지만 명확하게 알려준다.
선으로 읽는 도덕경은 아주 디테일한 우리 일상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관통하는 세상사 보편적인 모습을 정확하게 일러준다. 이 책은 두 사상이 합체하여 세상사를 더 깊이 있게, 함축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고전 번역은 당대 여기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 책은 경전과 다른 사상체계를 가진 역자들이 타 영역의 가르침을 적극적으로 이해하려는 자세로 읽어 내고 있다. 전혀 새로운 접근법이다. 어쩌면 깊게 배우는 자의 모습은 이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역자들의 깊은 고민, 이해,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한편으론 무위자연을 추구하지만 도달하기 어렵다. 아니, 불가능한 경지가 아닌가? 그러나 그것은 오랜 시간 집중하고, 노력하고, 놓기도 하다 보면 점점 다가갈 수 있는 지점이다. 이 책은 그 도달점을 명확히 알려주고 있다. 언제나 실천이 어려울 뿐이다. 깊고 넓은 고민과 실천을 통해 인간과 세상을 본질적으로 보고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이 책은, 오래전 먼 나라에서 보내온, 그러나 여전히 유효한 치열한 삶의 경험담 경전이다. 언제나 옆에 두고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열어볼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