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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명상 내 마음이 보이는 그림 수업 프레데릭 프랑크 지음 김태훈 옮김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그리며 집중하는 순간, 마음이 보인다 보는 길이 아는 길이다! 책의 마지막 이 구절은 책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 이 책은 미술 서적임에도 불구하고 연필 드로잉에 관한 테크닉을 알려주지 않는다. 가짜 나를 강화시키는 회화와 달리 끊임없이 자아를 흔드는 드로잉을 통해 사회적 자아를 버리고 대상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라고 한다. 일상에서 만나는 나무와 집 그리고 사람 모습은 평범하지만 저마다의 핵심적인 비밀, 꿰뚫을 수 없는 비밀을 품고 있다. 저자는 그런 변주들에서 특별한 감정과 아름다움을 느끼며 사회적 자아가 미추를 판단하는 요건, 기준, 척도, 규칙에 스스로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늙고 초라한 구두 수선공에게서 아름다움을 느낀 것은 좋은 예이다. 누드라는 미술용어를 좋아하지 않는 저자는 몸뚱이란 언젠가는 사라질 허무를 담은 실체로 본다. 인체 속 근육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마음이라고 하니 그리는 것은 보는 것을 의미한다는 말의 이해 폭이 깊어진다. 누드는 그저 옷 속의 몸일 뿐이며 그것마저도 몸은 마음에 의해 표현된다. 책에서는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와의 일화가 소개되는데 저자는 아프리카에서 슈바이처와 함께 일한 치과의사이며 문필가이자 화가였다. 그러나 화가로서는 주류 미술계에 속하지는 못했지만 미국과 일본에 있는 미술관에 그림이 소장될 만큼의 명성은 얻었다. 저자의 책 중 오랜 명상 끝에 얻은 드로잉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책이 바로 연필명상이다. 이 사과나무는 내가 그린 첫 번째 사과나무가 아니며, 아마도 천 번째는 될 것이다. 연필이 줄기를 따라 움질일 때 나는 뿌리에서 뻗어 나온 가지를 향해 솟아오르는 수액을 느낀다. 또한 나의 발가락에서 뿌리가 흙을 움켜쥔 모습을 느낀다. 또한 몸통의 근육에서 태양을 향한 나무의 모색을 본다. 비틀림, 고투, 모든 저항을 물리치는 내뻗음을 느낀다. 그리고 팔에서 가지들이 나름의 길 찾기 위해 줄기에서 빠져나오는 모습, 악천후와 싸우는 모습을 느낀다. 나의 손가락은 하늘을 더듬는 가녀린 가지가 된다. 68쪽
이런 사과나무를 그리는 과정을 통해 저자는 사과나무의 불가해한 생명 이야기인 수수께끼가 저절로 풀렸다고 한다. 모든 감각이 나무와 통해 하나가 되는 것이다. 보는 일의 본질을 일깨워주는 이야기로 참된 자아를 만나려면 몰입하는 눈길로 본질을 바라보아야 한다. 몰아일체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진기한 경험이 될 것이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으로 예술에 무지한 나에게 이 책의 영향력은 중간 중간에 소개된 중국 ,일본의 선사 그리고 하이쿠 시인들의 어록과 시에서 커진다. 선적 경험은 실제 나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사회적 자아의 기준이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눈을 통해 보고 그것을 접촉하는 명상으로서의 그림 그리기는 저자뿐만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이 이 책이 40여 년 동안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는 뇌로부터 내면의 세계로 탈훌하는 것이 연필명상이라는 저자의 말은 내면의 나와 가까워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처럼 보인다. 바라보는 것과 보는 것의 차이는 내가 일부가 되고 그것에 참여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온전히 살아 숨 쉬는 세상을 인식하고 온전한 관심을 가지는 법에 대한 수련이 이 책의 핵심이자 저자가 우리에게 시종일관 주장하는 것이다. 사물에 대한 지식을 버리고 존재의 경이에 눈 뜨게 되는 경험을 해보자. 우리에게 잘 알려진 화가 이중섭의 작품세계에서는 연필이 매우 중요한 매체였다고 한다. 이중섭은 유학시절부터 강한 애착을 보였던 소재들 소, 아이, 꽃, 게 등을 작은 화면에 한데 모아 충실하게 표현했다고 한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수없이 겹쳐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할 수 있었기때문이었다고 하니 이 또한 화가 이중섭을 위대하게 만든 요인일 것이다. 그 역시 연필로 그리면서 대상과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순간 그의 늙음과 초라함 쇠약함 죽음에 임박한 모습의 아픈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양상추를 그리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림을 그려보면 대상을 잘 알게 될 터이다. 우리에게 명상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면으로 떠나는 여행으로 더하지도 않고 빼지도 않은 상태를 엿보고 맛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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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하고 더운 여름 날, 두 번째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몇 달 전에 처음으로 읽어보았고 나중에 여유있을 때 또다시 읽어야겠다고 아껴둔 책이다. 이번에 다시 책장을 넘기니 처음의 감동이 오롯이 되살아난다. 이 책은 읽고 넘겨버릴 책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보며 내마음을 들여다볼 수단으로 해야한다. 나에게는 그림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제공해주는 책이다. 왜 그림을 그릴지, 어떻게 그릴지, 어떻게 대상을 바라보아야할지, 섬세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일러주는 책이다. 읽을 때마다 두근거리게 되니, 몇 번을 더 읽어도 내 마음에 파장을 남길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프레데릭 프랑크. 치과의사면서 미술가, 문필가로도 널리 알려진 인물로 다양한 재주 덕분에 '르네상스인'이란 별명이 붙었다. 치과의사로 일할 당시 아프리카 람바레네에 있는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의 병원에서 함께 의료 봉사활동을 펼쳤다. 그러면서 꾸준히 그림을 그려 재능을 인정받았고, 화가로도 이름을 알렸다. 2006년 6월 5일 98세의 나이로 자신의 집에서 편안히 눈을 감았다. 이 책 『연필 명상』은 그의 저서 중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은 책으로 당시 70만 부 이상 팔렸고, 현재까지도 단 한 번의 절판 없이 독자들에게 읽히며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이 책은 1973년에 출간된 책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았는데, 시간 간극을 전혀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더 놀라게 되었다. 지금의 나에게도, 먼 미래의 누군가에게도 이 책은 큰 울림을 줄 것이다.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리는 사람들에게도, 연필을 제대로 쥐지 못하는 일반인에게도,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그릴지 커다란 틀에서 일러주는 책이다. 그림 그리기를 생각해본 적이 없거나 간단한 선 하나도 쉽게 그릴 수 없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연필을 들고 사물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싶어질 것이다. (15쪽)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연필'과 '명상'에 대한 것이다. 즉 눈으로 받아들인 대상의 진실을 마음을 통해 손으로 전달하는 것을 연필 명상이라 일컫는다. 주변을 둘러싼 사물들을 보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명상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살면서 잘 안다고 생각하던 나무나 풀, 양상추 등 흔한 생물도 그리자고 보면 생소하다. 나는 그것들을 제대로 본 적이 없는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는 '보기'를 할 때 우리는 어느덧 몰두해서, 이 학습된 나를 잊고 벗어나 내가 마주한 현실 속으로 뛰어든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일부가 되고, 거기에 참여한다.
이 책은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일러주는 것이 아니다. 연필과 명상 중 명상에 더 큰 비중을 두되 연필이라는 수단이 꼭 필요한 것이다. 연필을 손에 쥐고 눈 앞에 보이는 사물이나 자연을 집중해서 바라보며 손의 흐름에 맡기면 된다. 이 책에 의하면 보고 그리는 일이 곧 명상이고, 온전히 살아있는 세상을 의식하고 완전한 관심을 기울이는 법에 대한 수련인 것이다. 나의 눈은 세상을 향해 열린 마음의 렌즈라는 점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대상을 바라보는 법을 새롭게 터득하게 되는 것은 큰 수확이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누군가에게 칭찬받을 만한 명작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수행이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제대로 바라보며 물아일체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는 방편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연필 한 자루를 들고 사물을 세심히 관찰하여 담아내는 수행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그런 열정을 건네주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