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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 한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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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둠회 한 점을 먹고서 그 식감으로 어종을 구분하는 사람이 있더라. 대단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회에 관해서 잘 아는 이가 '이게 광어고, 요건 우럭이다'. '이건 부드럽고, 이것은 쫄깃하다.'라고 설명해 주면 그런가 보다 하겠지만, 나 스스로가 저급한 미감을 가지고 있는 탓에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나는 회를 어릴 적에는 구경한 적이 별로 없고, 직장 다니면서 술과 곁들인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 한창훈" 내용보기

모둠회 한 점을 먹고서 그 식감으로 어종을 구분하는 사람이 있더라. 대단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회에 관해서 잘 아는 이가 '이게 광어고, 요건 우럭이다'. '이건 부드럽고, 이것은 쫄깃하다.'라고 설명해 주면 그런가 보다 하겠지만, 나 스스로가 저급한 미감을 가지고 있는 탓에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나는 회를 어릴 적에는 구경한 적이 별로 없고, 직장 다니면서 술과 곁들인 안줏거리로 접한 것이 대부분이라 그 미묘함을 구분할 연륜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몇 년 전에 그 유명한 '다금바리'회를 먹은 적이 있다. 아마 회 중에서는 가장 비싸고 드문 어종으로 원래 명칭은 '자바리'라고 알고 있는데, 기대만큼의 특별한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요리방법이 별다를 것 없고, 조미료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며, 같은 바다에 사는 생물의 껍질 벗긴 생살의 맛이 얼마나 큰 차이가 있겠냐고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다. 천하 일미의 횟감과 보급형으로 양식한 광어 살의 차이가 잘 구운 소와 돼지 육질의 차이만 하겠나 싶다.

 

나에게는 회의 맛만큼이나 물고기의 생김새도 구분이 잘 안 간다. 물론 사진으로 나란히 놓고 설명해 주면 차이를 알 수 있겠지만, 그게 몇 날이고 지속될 만큼 기억에 자리 잡지 않는다. 딸이 마트 수산코너의 수족관에서 '저 물고기 이름이 뭐야?'라고 물으면 광어 말고는 아는 게 없을 듯하다. 광어도 아마 유사종인 도다리, 가자미류와 함께 바닥에 배를 깔고 있다면 구분을 못할 것이 분명하다. 사실 나는 오랫동안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데도 그렇게 무지하다.

 

이 책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의 저자는 소설가 한창훈이다. 그의 글은 처음 읽는다. 글 쓰는 셰프 박찬일의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와 <오늘의 메뉴는 제철 음식입니다>에서 한창훈의 책을 언급한 것으로 기억한다. 박찬일의 글은 시사인에 연재되어 읽게 되었는데, 그의 요리처럼 맛깔스럽다.(그의 요리를 맛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그럴 것이다.) 한창훈은 여수 거문도 출신이고, 어렸을 때 육지로 거처를 옮겼다가, 나이 들어 다시 거문도에서 생활하고 있다.

 

책의 제목은 1814년 정약전 선생이 쓴 어류학서에서 따온 것이다. 정약용과 정약전 형제는 그들을 총애했던 정조가 죽은 후 순조 치하에서 천주교도를 탄압하는 '신유박해'로 귀양살이를 한다. 형제는 유배생활을 오히려 학문과 집필에 매진하는 기회로 삼았다. 정약용은 전남 강진으로 가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를 집필하였고, 정약전은 유배지인 흑산도에서 '자산어보'를 썼다. 자산어보는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생물학 전문 서적이라고 한다.

 

책은 우리가 먹는 30가지 해양 생물에 대해서 소개하는데, 주로 생김새와 맛에 중점을 둔다. 거기에 저자가 거문도에서 생활하며 겪는 일상과 낚시, 채집, 섬사람 이야기들을 살갑게 풀어 놓는다. 각 장의 초입에는 정약전이 자산어보에 써둔 내용을 일부 옮겨 놓았다. 나는 이 책으로 기존에 잘 몰랐던 여러 정보를 알게 되었는데, 웬만한 바다 먹거리는 다 다루고 있으니, 궁금할 때 찾아보아도 좋겠다. 한두 가지 알아둘 만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 도다리는 가자미, 넙치와 더불어 사람들이 헷갈려 하는 물고기이다. 셋 다 가자미류이다. 넙치는 광어이다. 가자미는 가자미다. 참가자미, 용가자미, 범가자미, 돌가자미 등이 있다. 이 중에서 돌가자미를 도다리라 부른다. 생김새가 비슷하다 보니 다른 가자미도 그냥 도다리라 한다. 정면에서 보면 '우도좌광'이다. 눈이 오른쪽에 있으면 도다리, 외쪽에 있으면 광어이다.

  • 숭어와 송어 이름이 헷갈리지만, 전혀 다른 어종이다. 송어는 민물고기고, 숭어는 겨울이 제철인 영양가 높은 바다 생선이다. 내가 기억하는 법으로 '송민호'(송어는 민물)라는 친구의 이름과 연결해 보면 된다. 숭민호라는 이름이 있을 리 없으니... 슈베르트 피아노 5중주는 송어이다.

  • 장어는 보양식인데, 민물장어, 바닷장어, 먹장어, 갯장어가 있다. 민물장어는 우리가 흔히 풍천장어라 부르는 가장 비싼 녀석이다. 풍천은 지명이 아니고 바람이 들어오는 하천을 가리키는 일반명사이다. 바닷장어는 붕장어, 또는 아나고라고도 불린다. 먹장어는 뱀장어의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머리 쪽이 흡사 외계 생명체같이 생긴 기생 어류이다. 술안주로 많이 먹는 '꼼장어'가 먹장어이다.

  • 고둥과 소라는 별칭 이칭이다. 골뱅이는 여러 뜻이 있으나 술안주의 대명사인 골뱅이는 큰구슬우렁이나 물레고둥을 말한다.

c****s 2023.06.26.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