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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언어영역 문제집에서 김지하의 글을 만나게 되다니, 꽤 신선하다. 너무 오래 전의 기억만 남아 있고, 최근에는 그의 글을 읽은 적이 없었는데 일부러 찾아내어 구해 읽었다. 글을 통해 30년 전의 내가 되살아난다.
그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죄가 되던 시절이 있었으니, 지금은 또 어떠할까. 겉으로는 아닌 척하면서 보이지 않는 굴레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숨기고 싶은 비리와 욕망과 잘못들을 행여 들킬까 전전긍긍, 들키더라도 모른 척 시치미떼는 뻔뻔한 권력, 내 잘못은 덮고 남의 잘못은 처벌하는 이중적 잣대, 분명히 예전보다 훨씬 많아 알아버린 세상이 되었고 훨씬 피곤한 시절이 되어 버렸다. 한때 이 글을 썼던 작가는 지금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으려나.
재미있다. 가슴 아프기도 하지만. 늘 그래왔듯이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세상, 희생된 사람들의 목숨이 애처롭게 떠오르는 세상. 부딪혀 깨어지는 쪽을 선택하기보다는 피해서 가늘게라도 살아 남기를 바라는 나이가 되어 버린 약한 운명을 선택한 사람으로서의 변명만 구구절절 남는다.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는 이런 불평조차 짐으로 느껴질 듯하기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