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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 별사 | 연암 박지원 삶과 사상 역사소설 책추천
"안의 별사 | 연암 박지원 삶과 사상 역사소설 책추천" 내용보기
안의, 별사저자 정길연파람북2025-01-17소설 > 역사소설- 시대를 앞선 사상가의 마지막 순간- 끝까지 꺾이지 않은 연암의 신념과 기록성큼 다가온 봄에 잘 어울리는 소설 한 편을 소개하려고 합니다.오늘의 책은 연암 박지원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려낸 장편소설입니다.『안의, 별사』는 안의에서 이별하는 이야기라는 뜻으로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낸 인간의 고뇌와 성찰을 담고 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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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 별사

저자 정길연

파람북

2025-01-17

소설 > 역사소설






- 시대를 앞선 사상가의 마지막 순간
- 끝까지 꺾이지 않은 연암의 신념과 기록





성큼 다가온 봄에 잘 어울리는 소설 한 편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오늘의 책은 연암 박지원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려낸 장편소설입니다.


『안의, 별사』는 안의에서 이별하는 이야기라는 뜻으로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낸 인간의 고뇌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알고 있는 사상가로서의 연암이 아닌 세상과 거리를 두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연암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맡아두었던 물건을 돌려보내오, 밤마다 내 그림자의 좋은 짝이었소. 내 이미 목을 빼고 돌아갈 날 기다린 지 오래고, 아침 일도 저녁이면 하마 옛일이니, 떠나는 이 순간도 내일이면 아마득한 옛날로 여길 것이오, 부디 자중자애하오.



때아닌 진눈깨비가 오락가락하더니 오후 들어 바로 바뀌었습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애곡인 양 빗줄기는 가늘고도 검질깁니다. 지난해 7월 중순 이후 여러 달 내리 가물었지요. 섣달 끝ㅈ락에 와서야 홀연히 뿌리기 시작한 비가 곡우에 이르도록 그치지 않는군요. 빠끔한 날 드물어 꽃도 풀도 나무도 땅속에서부터 감감합니다.

따로 기별은 아니 주시려나 봅니다.



정작 더 난감하고 우스운 일은 홍섬이 돌아간 뒤에 일어났어요. 집안일 하는 아이가 두 다리를 뻗고 대성통곡하였지요. 맹랑하게 울음판 벌이는 고것이 내심 부럽더군요. 제가 해볼 도리라고는 가야금 끌어당겨 가만가만 열두 줄 쓸어나 보는 정도이지요. 상중이라 악기는 그저 나무통에 불과합니다.

나리를 마주 뵌 것이 작년 가을 외할아버지를 여의었을 때가 마지막이었군요. 몸소 상청을 찾아주시니 비통함 속에서도 얼마나 큰 힘이 되었던지요.



밤사이, 안인 듯 밖인 듯 경계가 흐릿하여 주저앉았다 일어섰다 오락가락하였지요. 묘연히 발돋움하여 관아 주변을 몇 바퀴째 돌다가, 아직 얼음 빠지지 않은 뒷산 대숲에 들어가 내아 기와지붕을 내려다보았어요. 울컥하여 무어라고 무어라고 혀 밑에 감춰둔 말을 외쳐보는데, 대나무 꼭대기에 매복 중이던 살바람이 되다 만 소리를 채가고 말았답니다. 몽중방황이런가요. 온 마을의 길들을 둥둥 떠서 헤매는 헛것이 진짜 저인 것 같았습니다. 아니, 진짜 저였습니다.



가도 가도 흙먼지와 아지랑이뿐인 요동 벌판을 내 눈으로 보았다. 산해관까지 일천이백 리. 하늘 끝과 땅 끝이 마치 아교로 붙인 듯, 실로 꿰맨 듯했다. 요동에서 나는 갓 태어난 아이마냥 한바탕 목 놓아 울고 싶었다. 경자更子년(1780) 여름의 일이었다. 조선 땅에 돌아온 뒤부터 조랑말 고삐를 잡고 맬 때마다 매양 감질이 났다. 부리는 말은 노쇠해 눈곱이 꼈고, 나서는 길마다 비좁고 굽었다. 말 잔등에 바짝 엎드린 채 비나 구름 사이를 휙휙 지나치던 경자년의 일이, 혹 장님이 꿈속에서 보았던 헛것만 같았다.



북경을 다녀온 사신이라면 연행기를 쓰는 것이 관행이 된 지 오래다. 김창업이나 홍대용, 박제가 정도를 제외하면 판에 박은 듯 기술하는 내용이 비슷하다. 나는 연경에서 열하로, 다시 연경으로 정신없이 내달리며 보았던 일들을 시시콜콜히 풀어놓았다. 중국의 노래나 풍습도 사실은 나라의 치란에 관련된 것들이니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다. 성곽과 궁실 구조라든지, 농사짓고 목축하는 일과라든지, 도자기 굽는 가마와 쇠 다루는 대장간의 일상도 하찮다 하여 빠트리지 않았다. 그 일체에서 이용후생의 길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 용감한 과부는 단순히 개가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절개를 인정받기에 부족하다 여겨 마지막 선택을 한다. 왕왕 한낮의 촛불처럼 무의미한 여생을 스스로 끝내버리고 남편을 따라 죽기를 비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하여 물에 빠져 죽거나, 불 속에 뛰어들어 죽거나, 약을 먹고 죽거나, 목매달아 죽기를 마치 극락에 들듯이 한다.

명분은 아름다우나, 목숨을 가벼이 다룸이 너무 지나치다. 나라에서도 붉은 정문을 내려 칭송하니, 방방곡곡에서 비바람에 삭아 빠개질 문짝과 꽃 같은 목숨을 맞바꾸는 결단이 끊이지 않는다. 이는 과부의 죽음을 장려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작은아버지 소리 듣게 된 둘째 종간은 한술 더 떠 '골상이 비범하다'고 써놓았더라. 이렇게들 요량이 없어서야.

멀리서 어린놈을 궁금쩍어 하는 할아비를 위해서라도 생김생김을 생긴 대로 구체적으로 일러주면 좀 좋을까.

가령, 이마가 넓다든지, 툭 튀어 나왔다든지, 모가 졌다든지, 정수리가 평평하다든지, 또는 둥글다든지. 천리 밖에 나와 앉아서도 그 모습을 그려볼 수 있게 말이다.

미덥지 않음이 다른 데서도 드러난다.



땅덩어리가 참말 둥글다면 이 강물도 공처럼 굴러 굴러 한곳에 가 모이지 않을까요. 엉터리없는 말인 줄 알지만, 그렇게 믿으면 그런 것이지요.

음양의 인연만 인연이겠는지요. 옷깃 스친 인연이 이 강모래처럼 쌓이고 쌓여 저마다 환희와 슬픔과 회한을 빚었겠지요.

그러니 무연재, 인연 없는 집이란 세상에서 가장 큰 거짓말이 아닐는지요.



저 글씨들처럼 이전의 저를 지우려 합니다. 비웠으니, 비었으니, 다시금 새로이 채우며 살아갈 수 있지 않겠는지요.

그리하려고요. 모쪼록 그리하려고요.





연암의 생애를 한 편의 책으로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그의 삶은 마냥 순탄치 못했습니다.

가족들을 줄줄이 떠나 보낸 아픔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과거의 날카로운 필력과 개혁 정신은 여전히 빛나지만 그의 곁을 둘러싼 현실은 점점 더 차갑게 변해가죠.

백성들의 시름은 깊어져 가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조정은 그를 지치게 만듭니다.

벗들은 하나둘씩 떠나고 조정의 권력 싸움은 변할 것 없이 여전해, 점점 나이 들수록 세상의 변화가 더욱 버겁게만 느껴지게 됩니다.

젊은 날 누구보다도 앞서 나가고자 했던 그였지만 훗날 그는 뒤를 돌아보며 자신의 삶과 사상을 되짚습니다.

즉 그의 마지막 여정은 단순한 퇴보가 아닌, 깊은 성찰과 깨달음의 길이었습니다.


문득 연암의 젊은 시절과 노년 시절의 두 모습이 그려집니다.

젊은 시절의 연암은 날카롭고 예리한 인물이었다면, 노년 시절의 연암은 권력과 명예 따위에 지지 않고 한 발짝 물러선 채 자연 속에서 글을 쓰며 자신의 삶을 반추하였습니다.

여전히 책을 놓치지 않았으며, 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변화를 갈망하며 자기 자신을 향한 질문을 멈추지 않는 그의 모습을 보며 많은 귀감을 얻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연암의 내면에 자리한 깊은 외로움과 삶에 대한 통찰이었습니다.

연암의 우울함은 그의 오랜 지병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도 우울함을 떨쳐내보고자 책과 붓을 놓지 못했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연암 박지원의 마지막을 기록한 소설은 아닙니다.

당대의 사상가로서 시대를 앞서갔지만 그의 사상과 가치관이 온전히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으니깐요.

그럼에도 현실과 이상의 괴리 속에서 그는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나홀로 그 마지막이 쓸쓸할지언정, 그 과정에서 묻어나는 삶의 무게와 사색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한 인간이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자신이 지켜온 가치와 신념을 되새기는 과정인 것이지요.

그래서일까요? 그가 글을 통해 시대를 향해 던진 질문들은 여전히 유효하며 그의 고뇌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연암의 삶을 다시금 되새기고 싶은 이들에게,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치열하게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안의, 별사

안의, 별사
글쓴이
정길연 저
출판사
파람북



s*****3 2025.03.10.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안의, 별사 - 정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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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내가 어찌 아는가.마음이란 눈을 떠도 보이지 않고,눈을 감아도 보이지 않는 것이네. 하는 수 없지 않은가.먼지바람 일으키며 폭주하는 말의 등에엎드려 고삐를 꽉 그러쥐듯,내 마음이란 것을허공중에라도 붙들어 매어둘밖에. (p.455)『안의, 별사』는조선 후기 문신이자 실학자인 연암 박지원이안의현에 부임, 안의현감으로 있던4년 2개월 동안의 이야기를 담은조선시대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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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내가 어찌 아는가.

마음이란 눈을 떠도 보이지 않고,

눈을 감아도 보이지 않는 것이네. 하는 수 없지 않은가.

먼지바람 일으키며 폭주하는 말의 등에

엎드려 고삐를 꽉 그러쥐듯,

내 마음이란 것을

허공중에라도 붙들어 매어둘밖에. (p.455)


『안의, 별사』는

조선 후기 문신이자 실학자인 연암 박지원이

안의현에 부임, 안의현감으로 있던

4년 2개월 동안의 이야기를 담은

조선시대 역사소설이다.


책 제목 '안의, 별사(安義, 別辭)'는

'안의에서 이별하는 이야기'라는 뜻으로,

55세에 안의현에 부임한 연암 박지원과

남편과 사별 후 안의현으로 낙향한

젊은 과수(과부) 연주가

이은용의 시선에서 교차 서술, 


연암의 혁신과 애민 정신, 절제와 수양의 자세 등

연암 박지원을 연모하는 마음으로

정밀하고 섬세하게 보여준다.





사실에 입각해 진리를 탐구하려는

실사구시 實事求是의 태도.

이용利用과 후생厚生이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이라는 화두.

'이용'이란 무엇인가. 이롭게 쓴다는 뜻이다.

백성들이 도구나 재화를 사용하여

그들의 일상생활을 편히라도록 꾸리는 것이다.

'후생'이란 무엇인가. 넉넉하고 윤택한 삶이다.

의복이나 음식이 부족하지 않게 되면

백성들은 저절로 행복하여 콧노래를 부를 것이다.

'정덕正德'이란 무엇인가. 바른 마음이다.

백성들에게 아름다운 도덕을 가르치면 말하지 않아도 바르게 살리라.

그러한즉 '이용'을 한 뒤라야 '후생'을 할 수 있고,

'후생'을 한 뒤라야 '정덕'을 할 수 있다. 이를 누가 모르랴.

앎이 실행에 미치지 않을 뿐이다. (p.128)



《열하일기》, 《양반전》 등으로 유명한

조선 후기 실학자 박지원-

문체반정의 빌미가 되었던 그의 글로

그 역시 거침없는 성정의 소유자겠지 싶었다.

허나 웬걸.


책 『안의, 별사』에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던 역사 속 한 줄의 연암이 아닌

그 후, 말년을 맞이한 연암을 그려낸다.

젊은 시절 세상의 염량세태에 실망해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고생했고

말년이 된 후에도 조선 후기 사회의 한계에

부딪치며 절망감을 느꼈던 그였지만,

나이가 들며 다소 무던해진 성품으로

자신의 이용후생론을 실험하고

그 경험을 지식으로 구체화한 연암의 모습은

소설로 극화(劇化) 되어 과장된 부분 없이

역사적 사실로 입증한 언행일치의 삶,

그대로의 행보를 따라간다.



내게는 딱히 이렇다 할 벽癖이 없다.

수중에 넣고 완물玩物하는 일에

그들처럼 열광하지 않는다. (…)

사물의 이치를 궁구하여 지식을 완전하려 하려면

소유보다는 사유에,

완상玩賞보다는 관찰에 힘을 써야 할 것이다.

하물며 손에 넣지 않고도 다 가질 수 있는 자연이 있음에랴.

자연이 곧 문장이요, 자연이 곧 그림이지 않는가. (p.81)



안의현감 박지원과

그곳에 살고 있던 과수 이은용이

번갈아 화자로 나서며

'만남과 이별'이라는 큰 틀에서

박지원이라는 인물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이은용의 연모라는 소설적 허구가 더해졌지만,


책을 읽다 보면 '연암 박지원'이라는 인물에 대한

연모의 정, 사심으로 글을 써 내려갔다는 작가의 마음과

소설 속에서 실로 연모했던 이은용의 마음이

독자와 함께 일치화되는 시점도 무척 흥미롭다.


소설, 철학, 경세학 등에 두루 능통하고

자신의 실학을 몸소 펼쳤던 인물,

체구가 크고 부리부리해 보이는 강한 인상과는 달리

가족들과 친우들을 무척 아끼며 정이 깊었던 인물.

이 매력적인 인물에 어찌 빠져들지 않을 수 있을까!

책장을 덮으며 끝내 별사別辭해야 함이 아쉬울 따름.


현대의 지금에서 다시 불러오고 싶은 인물,

몰랐던 연암 박지원이 알고 싶다면

정밀하면서도 섬세하게 담은

이 역사소설을 추천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후기입니다.

https://blog.naver.com/lemontree17/223756140162



d******2 2025.02.11.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안의, 별사 박지원 생생하게 만나다
"안의, 별사 박지원 생생하게 만나다" 내용보기
안의 별사는 역사 그대로 쓰인 기록물이 아니며 당시 박지원이 남긴 글이나 자료들을 바탕으로 작가가 자신의 상상력으로 만든 소설임에도 마치 박지원 자신이 쓴 글처럼 느껴집니다 그가 가지고 있던 백성들을 향한 지극한 마음과 허례허식을 따지는 양반들에 대한 비판적인 사고, 수령으로 재직하며 느꼈던 의지와 무력감 까지도 매우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어 무척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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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 별사는 역사 그대로 쓰인 기록물이 아니며 당시 박지원이 남긴 글이나 자료들을 바탕으로 작가가 자신의 상상력으로 만든 소설임에도 마치 박지원 자신이 쓴 글처럼 느껴집니다 


그가 가지고 있던 백성들을 향한 지극한 마음과 허례허식을 따지는 양반들에 대한 비판적인 사고, 수령으로 재직하며 느꼈던 의지와 무력감 까지도 매우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어 무척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도 잔잔하지만 계속 읽게 되는 매력이 있는 역사소설이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나 실제 읽고 쓴 후기입니다*
YES마니아 : 골드 c********6 2025.02.1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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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역사적 사실과 상상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연암 박지원 이야기_안의,별사
"[소설] 역사적 사실과 상상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연암 박지원 이야기_안의,별사" 내용보기
'다가갈 수 없으면 그립고 다가오면 버거운것, 이는 제 홀로만 아는 이의 ㅂ라걸음이 아닐는지요. 가깝든 멀든, 무겁든 헐겁든, 수많은 관계가 그리움과 버거움의 중간 그 어디쯤에서 어긋납니다. 한 치 사람 속 알 길 없다는데, 그 마음이란 것이 한바탕 휘저어놓은 감탕밭처럼 어지러운 까닭이지요.' 한 권의 책을 읽고 나면, 책은 독자의 손을 떠나지만 문장은 남는다. 정길연 작가의
"[소설] 역사적 사실과 상상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연암 박지원 이야기_안의,별사" 내용보기

 '다가갈 수 없으면 그립고 다가오면 버거운것, 이는 제 홀로만 아는 이의 ㅂ라걸음이 아닐는지요. 가깝든 멀든, 무겁든 헐겁든, 수많은 관계가 그리움과 버거움의 중간 그 어디쯤에서 어긋납니다. 한 치 사람 속 알 길 없다는데, 그 마음이란 것이 한바탕 휘저어놓은 감탕밭처럼 어지러운 까닭이지요.'


 한 권의 책을 읽고 나면, 책은 독자의 손을 떠나지만 문장은 남는다. 정길연 작가의 '안의, 별사'는 그런 책이다. 손을 놓아도, 페이지를 덮어도, 문장들은 한동안 머리속을 떠돌며, 끊어진 듯 그렇지 않은 어떤 인연인듯 묘하다.


 관계란 무엇인가. 가까이 다가서면 부담스럽고, 멀어지면 그리운 것. 이 모순 속에서 불안과 외로움의 적정선을 찾아 타협하는 것이 아닐가.

 관계나 인연이라는 것은 꼭 '사람 간'에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인연(因緣)에서 인(因)은 '원인'이나 '이유'를 뜻하는 한자다. 연(緣)은 '연결됨'이나 '인과관계'를 뜻하는 한자다. 이 한자 어디에도 '사람'은 없다.

 우리가 흔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말할 때, '인연'이라는 말을 쓰다보니, 자연스럽게 인연(因緣)의 한자에 사람(人)이 사용될 것이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사람과는 전혀 관계없는 한자다. 굳이 따지자면 '인할 인(因)'은 '에워쌀 위 口)'에 '사람이 팔을 벌리고 있는 모양인 큰대(大)'가 합쳐진 말인데, 이는 사람이 무언가에 기대어 의존하고 있는 모습을 뜻한다. 여기에 사람은 '상대'가 아니라 '나 자신'이 된다.


 그렇게 보면 '인연'은 내가 기대고 의존하고 의지하고 있는 연결된 무언가를 뜻한다. 그것은 '공간'일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고, 때로는 '도구'일수도 있다.

 연암 박지원은 '허생전'이라던지, '연하일기'로 이미 유명하다. 박지원은 조선의 외교 사절단인 '연행사'의 일원으로 참여하여 북경과 열하를 방문했다. 그의 나이 45세 때 일이다. 이후 그의 나이 55세에 '안의 현감'으로 4년 2개월을 재직한다. '안의'는 현재 경상남도 함양군 안의면이다. 북경 여행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현감시절 물레방아와 풍구 등의 선진 농기구를 제작하고 보급했다. 또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는데 힘을 쓰거나 제사 시설을 정비하고 수취 제도을 개선하기도 했다.

 소설 '안의, 별사'는 그 시공간을 '재구성'한다. 현감으로 일하던 '박지원'이 안의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남기는 글. 안의 별사는 '인연'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소설에서 '박지원'은 '책'과 인연이 깊다. 문구를 인용하자면 '세상이 곧 책이다. 책이 없다면 나도 없을 것이다'하며 규장각 검서인 박제가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자연은 계절에 따라 감흥이 다르고, 하루에도 절정을 보여주는 시간이 다르다. 사람은 어제와 내일이 다르고, 들어갈 때와 나갈 때가 다르다. 자연을 일러 천변만화라고 하며, 사람을 일러 심무소주, 즉 줏대가 없다고 한다. 누구나 자연을 좇아 살기를 원한다. 자연을 좆아 산다는 것이 몸을 자연에 둔다는 것이 아니라, 속세의 티 없이 사는 것임을 모르고서 하는 말이다. 아, 나는 어떠한가.'


 '안의'는 산과 계곡이 특히 많은 지역이다. 영남 제일의 동천이라는 '안의삼동'이라는 표현이 있는 걸로 봤을 때, 박지원에게 '안의'란 자연과 뗄 수 없는 장소인 듯하다.


 그가 보기에 자연은 계절마다 그 모습을 다르게 한다. 4년이라면 그 변화무쌍함을 네번은 경험해 봤을 것이다. 자연은 계절마다 변하고 또 하루마다 변한다. 사람도 자연과 다르지 않게 아침의 기분과 저녁의 기분이 다르다. 자연과 닮아 변화무쌍하다. 박지원의 입장에서 자연과 함께 한다는 것은, 그저 물리적인 공간을 자연으로 옮긴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물리적인 무언가가 아니라 그 본성을 함께 하는 것이 자연과 함께 사는 것이다.


 소설은 실존 인물인 박지원과 가상의 인물인, 이은용에 대한 문학적 상상력이 더해진 내용이다. 몰입도가 높고, 문체는 아름답다. 역사적 사실과 상상이 절묘하게 섞여 있다. 독특하게도 화자가 번갈아가며 서술되는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다. 실재와 상상이 교차하는 '안의,별사'는 단순 역사소설이 아니다. 관계와 인연을 곱씹게 한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k*******4 2025.02.1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안의, 별사-정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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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 별사]는 ‘안의에서 이별하는 이야기’라는 뜻으로 박지원과 한 여인의 만남과 이별을 다룬 장편 역사 소설이다. 이용후생의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작가인 연암과, 안의현으로 낙향한 과수 이은용이 화자로 나선다. 이 소설은 저자가 연암에 대한 일종의 연모의 정으로부터 시작되고, 마무리된 작품이다. 연암이 안의 현감으로 4년 2개월을 재직한 사실에 대해서는 상세히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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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 별사]는 ‘안의에서 이별하는 이야기’라는 뜻으로 박지원과 한 여인의 만남과 이별을 다룬 장편 역사 소설이다. 이용후생의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작가인 연암과, 안의현으로 낙향한 과수 이은용이 화자로 나선다. 이 소설은 저자가 연암에 대한 일종의 연모의 정으로부터 시작되고, 마무리된 작품이다.


연암이 안의 현감으로 4년 2개월을 재직한 사실에 대해서는 상세히 알지 못하거나, 알고 있더라도 주목하지 않는다. 연암의 글이나 벗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제외하면, 오늘날의 함양군 안의면에 실체적 궤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까닭도 있다. 우울함은 남들이 알지 못하는 연암의 오랜 지병이다. 글감을 가다듬어 붓대를 잡을 때라야 겨우 숨 쉴 만했다.


무신년(1788)에 가족을 연달아 넷이나 잃었다. 아내와 형에 이어 맏딸과 큰며느리를 차례로 보내었는데 눈물을 참아야 하고 우는 소리를 삼켜야 했다. 안의현에 부임한 것은 쉰다섯 살때이다. 처숙부인 학사공을, 장인어른인 유안처사와 더불어 귀한 스승으로 모셨다. 열일고여덟 살 무렵 장인어른으로부터 맹자를 처숙부로부터 사마천의 문장을 배웠다.


이은용의 어머니 거처는 후원에 딸린 별서였다. 부모는 하늘이 정하는 것이나 신분은 사람이 정하지 않던가. 별실 소생이니 서출일 밖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가야금 연주를 들으며 검을 닦으시건, 찾아온 벗들에게 풍류를 자랑하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외갓댁으로 오게 되었다. 열일곱 살에 수동 참의댁 며느리로 들어갔다가 스무 살에 나왔다.


삼년 만에 홀몸이 되어 나오자 외할머니가 화병으로 몸져누우셨다. 할아버지 모르게 일사천리로 진행된 혼사였다. 본 마님은 언감생심 과분한 자리인줄 알라 하셨다. 신랑쪽이 서둘렀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사윗감이 병이 위증하다는 사실을...아버지는 은용이 그 댁에서 나와 살 수 있게 해주면 죽은 듯이 살겠다. 양가에 누가 되지 않도록 평생 근신하여야 할 것이니라 하였다.


연이은 흉작으로 백성들의 시름이 깊어지는데 축하연이라니. 이름난 기생 몇을 부를까요. 묻는 예방을 물리치고, 홀로 민망하여 [자치통감강목]을 펼쳤다가 도로 덮었다. 일상이었던 관리들의 횡령을 누구도 해치지 않고 해결하였다. 위엄은 상대의 마음속에서 절로 우러나야 힘을 발한다. 불호령을 내리고 매를 쳐 하속의 무릎을 꿇리는 상전이나 관리는 소인배다.


책이란 읽는 즐거움이 가장 크지만 가지런히 꽂아두고 보는 즐거움도 적지 않다. 다 읽지도 못하는 책들을 다락같이 쌓아두고 흐뭇해하는 선비들이 꽤 되는데, 바라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까닭이다. 책을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는 이덕무가 드디어 책을 팔아 밥을 먹고, 그의 막역지우 유득공은 한술 더 떠 책 팔아 술을 마셨다는 내용이었다.


안의에 내려와서 중국 여행에서 배운 바를 시험해보고자 하였다. 일일이 손으로 하는 일은 능률이 오르지 않아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기보다 농사짓는 방법과 제도를 바꾸어 천수답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지혜와 의지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아무 사내 만날 마음 없고 있은들, 보따리 안고 밤도망할 인연이라면 모를까. 후실도 후실 나름이겠지만 내 흠이 자명하니 부당하진 않다. 과분하다면 과분하지요. 소실이든 작은집이든 첩 정은 길어야 삼년이란다. 조강지처에게 눈엣 가시일 테고 병실에 한 섬 보화가 무슨 소용에 닿겠나. 제 어머니는 별서를 벗어나지 못하였고 아니 하였으니 유폐나 다름없었다. 저 또한 안뜰로 난 중문을 함부로 넘지 못하였다.


둘째가 상투를 틀었는데 아내가 살아 있어 며늘아기를 함께 맞았으면 좀 좋았겠는가. 아내는 나의 부족함을 묵묵히 감당하고 메워준 여인이다. 장인과 처숙은 나를 만든 스승들이셨다. 처남 재성은 내 아우요, 평생의 지기지우다. 이번 혼사에 처남댁의 노고가 크다고 적었다.


할아버지는 자신에게 변고가 생기면 짐승과 도적이 우글거리는 세상에 청상인 손녀딸만 남기고 가니 안타까웠을 것이다. 어느 진사 댁에서 데려가고 싶다고 해도 은용은 제 마음 제 것이라며 한 발짝도 꼼짝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 책은 8년 만에 세상에 나온 결실이다. 맺고 풀어지고, 잊고 잊히고 지워지는, 소멸해가는 단심을 다룬 이야기로 읽어주면 좋겠다. [안의, 별사]에서 그 시간과 공간을 구현해보고 싶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안의별사#정길연#파라북#장르소설#역사#책리뷰
g****n 2025.02.1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연암 박지원의 내밀한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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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열하일기』, 『허생전』, 『양반전』으로 잘 알려진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문인 연암 박지원. 그의 삶 속, 덜 알려진 시기가 있습니다. 바로 안의현 수령으로 재직했던 4년 2개월의 시간입니다.정길연의 장편 역사소설 <안의, 별사>는 이 시기를 배경으로 연암과 한 여인의 만남과 이별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작가는 연암이 남긴 글과 사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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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열하일기』, 『허생전』, 『양반전』으로 잘 알려진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문인 연암 박지원. 그의 삶 속, 덜 알려진 시기가 있습니다. 바로 안의현 수령으로 재직했던 4년 2개월의 시간입니다.

정길연의 장편 역사소설 <안의, 별사>는 이 시기를 배경으로 연암과 한 여인의 만남과 이별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작가는 연암이 남긴 글과 사료를 바탕으로 그의 내면 깊숙한 곳을 탐색하며,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생생히 그려냅니다.


연암 박지원과 가상의 여인 은용의 서사가 번갈아가며 진행합니다. 박지원의 서사는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펼쳐내고, 남편을 일찍 여읜 은용의 이야기는 오롯이 작가의 상상력의 산물입니다.

박지원이 현감 생활을 끝내고 떠나며 은용에게 서신과 함께 분재 매화를 돌려보냅니다. 둘 사이에 어떤 인연이 있는지 설렘 가득한 궁금증을 가진 채 읽게 됩니다.

박지원의 안의현 시절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시기라고 합니다. 작가는 이 공백을 주목하여 중년의 박지원이 함양군 안의면에 수령으로 부임하는 순간부터 이야기를 펼쳐냅니다.

기발한 풍자가 일품이었던 문사로 알고 있었던 연암. 소설 속에서는 그 이면에 감춰진 비분강개함과 우울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연암의 절망과 분노 그리고 조선 후기 사회의 한계에 대한 고뇌를 상징하는 문장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고통받으며, 그 고통은 글과 정치 그리고 인간관계에 스며듭니다.


연암은 관직에 올랐음에도 부패와 권력 남용에 물들지 않았습니다. "포흠이 무엇이냐? 백성의 구제를 위해 비축한 관의 재물을 사사로이 축내거나 빼돌리는 짓, 곧 횡령이다." (p.125)처럼 연암의 청렴성과 정의감의 표상을 드러내는 문장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열하일기』의 저자답게 박지원은 일상의 작은 관찰조차 이용후생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기록했습니다. 방대한 문헌 고증과 문학적 감수성을 한데 버무려 연암의 삶과 사유를 깊이 탐구하며 써 내려간 정길연 작가. 연암에 대한 깊은 애정은 그를 이상화 하기보다는 인간적인 약점과 고뇌까지 담아내는 데 집중되어 있습니다.

연암은 이용후생의 실학 정신을 몸소 실천한 인물이었습니다. 안의현에서의 정치는 백성에 대한 깊은 애정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겁니다. 연암은 권력의 본질을 탐구하며, 진정한 지도자는 사리사욕이 아닌 공익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깁니다.


소설 속 또 다른 화자인 은용은 단순한 허구적 인물로 치부하기 아깝습니다. 작가의 연암에 대한 애정이 투영된 존재입니다. 은용의 방황은 연암의 고독과 맞닿아 있습니다. 연암의 또 다른 자아로서 그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은 인물입니다.

흥미롭게도 연암의 수필 『열녀함양박씨전 병서』가 안의현 재직 시 경험한 열녀 이야기를 바탕으로 썼다고 합니다. 과부의 수절을 강요하는 당대 사회의 모순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연암의 시선을 <안의, 별사>의 은용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역사의 풍경 속 연암의 내면과 시대적 고뇌를 포착한 서사 <안의, 별사>. 박지원의 실학자적 면모와 문인으로서의 감수성을 섬세하게 그려낸 멋진 소설입니다.

#안의별사 #정길연 #파람북 #한국소설 #역사소설 #연암박지원 #인디캣
l****5 2025.02.1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장편 역사소설 책추천: 안의 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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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학의 나라 조선. 그런 조선을 개혁하고자 뜻있는 유학자들이 새로운 학풍을 제시한다. 경세치용, 실사구시, 이용후생을 기본으로 한 조선후기 ‘실학’이다. 실학파도 세부적으로는 경세치용학파, 이용후생학파로 나뉜다. 경세치용학파는 농업 중심의 개혁론이라면, 이용후생학파는 중/상업 중심의 개혁론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론 ‘실학파’라고 하면, 중/상업 개혁을 말한 이용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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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학의 나라 조선. 그런 조선을 개혁하고자 뜻있는 유학자들이 새로운 학풍을 제시한다. 경세치용, 실사구시, 이용후생을 기본으로 한 조선후기 ‘실학’이다. 실학파도 세부적으로는 경세치용학파, 이용후생학파로 나뉜다. 경세치용학파는 농업 중심의 개혁론이라면, 이용후생학파는 중/상업 중심의 개혁론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론 ‘실학파’라고 하면, 중/상업 개혁을 말한 이용후생학파, 즉 ‘북학파’를 떠올리곤 한다. ‘북학파’의 대표적인 유학자는 박지원을 비롯하여 홍대용,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등이 있다. 국사 시간에 한번 쯤은 들어봤을 이름들이다.





이렇게 북학파 이야기로 시작하는 건, 이 역사소설 『안의, 별사』 주인공이 바로 북학파의 영수였던 연암 박지원이기 때문이다. 연암은 자신이 추구하는 학문을 연구하며 『열하일기』, 『허생전』 같은 저술을 남기기도 했다. 실력도 매우 뛰어났던 그지만, 출세에는 뜻이 없었다. 


나라의 기강이 위에서부터 무너진 지 오래고, 지방관 역시 알량한 벼술자리나마 잃게 될까 제 몸부터 사린다. 아무도 이를 수치스럽게 여기지 않는다. 도리어 모나지 않는 처세라 합리화한다. p 044


“공부가 과거를 보는 수단이 되는 걸 경계하라는 말이지. 사람 되기를 그만두라는 말은 아니다. 글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해서 다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더라마는.” p 176


“우리 반남 박씨 집안은 누대에 걸쳐 청빈과 검소를 실천하며 부귀와 안일을 멀리해왔다. 이는 타고난 데다 가풍을 따른 것이다. 너희가 또 나를 보고 배울 것이니 나 또한 너희 앞일지라도 조심스럽지 않은 날이 없었다. 너희가 따뜻한 옷을 입고 배부르기를 바라지만 어디까지나 아비로서의 인정일 뿐이다. 인정은 자칫 의를 그르친다. 내 바람은 두 가지다. 삿됨을 분별하는 안목을 기르는 것. 사대부 집안으로서 글 읽는 사람이 끊이지 않았으면 하는 것. 그 뿐이다.” p 176




연암이 살았던18세기 조선은, 위 소설속 내용으로도 충분히 유추가 가능할 만큼 양반네들은 부패했고 백성들의 삶이 궁핍했다. 백번 양보해 모두가 잘사는 나라는 아니더라도, 백성들이 배는 곯지않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었어야 할 위정자들은 자신들의 욕심 채우기에 급급했다. 아무리 좋은 개혁안이 있다치더라도, 사농공상 및 유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모조리 차단되는 세상이었다. 이런 세상이다보니 연암은 더더욱 조정에 나갈 뜻이 없었던 걸로 보인다. 하지만 재야에 있기엔 연암의 학문이나 능력이 워낙 출중했기에, 주변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하고 늦게나마 출사길을 걷는다.


연암은 여러 관직을 거쳤는데, 그 중 1792년 안의 현감을 지냈을 때가 이 소설의 배경이다.





무릇 역사소설은 사실과 허구가 혼재하여, 왜곡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설은 왜곡 논란에서 사뭇 자유롭다. 왜? 저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연암 덕후였다. 연암에 대한 모든 것을 공부하며 그의 자취를 쫓았다. 그렇기에 저자는 소설을 쓰면서, 알려진 연암의 자취를 소설 속으로 무리없이 옮겨올 수 있었다. 다만 연암의 생애 중 비어있는 구간을 허구로 채웠는데, 그 허구가 바로 연암이 안의 현감을 지냈을 시기다.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소설적 허용을 빌어 무책임한 왜곡을 저지르고 싶지 않다고. 하여 소설적 허구를 반영함에 있어서도, 밝혀진 연암의 생애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반영했다. 따라서 허구적 장치는 안의면에서 만났던, 가상의 여인 ‘은용’과 그녀의 서사 정도다. 하지만 이 조차도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게. 역시나 연암의 생애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만 활용되었다. 



특히 은용의 서사는 오히려 알려진 조선 후기 첩의 여식의 삶, 과부의 삶과 비교하면 비교적 담담하고 담백하게 서술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홀아비 였던 연암의 삶과 더욱 비교가 되어, 은용의 삶이 더 처절하고 기구하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나는 홀아비다. 아무도 내게 수절을 권면하지 않는다. 벗들도 집안사람들도 궁색히 여겨 볼 때마다 오히려 재혼을 권한다. 아내보다 내가 먼저 죽었다면 누구도 아내더러 개가를 권하지 않았을 것이다. 개가한 여인의 자손과 첩실의 자손이 받을 부당한 대우는 차지하고서라도, 세상은 온통 여인에게만 부부간의 신의와 절개를 강요한다. 불공평하다 못해 해괴하다. 

유금과 유득공, 이덕무, 박제가, 성대중, 백동수, 이희경…. 나는 내 벗들이, 드러나거나, 드러나지 않는 따돌림과 핍박을 당하며 살아온 삶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았다. 그들은 그들이 저지르지 않는 죄목으로 대가를 치르며 살았고, 살아간다. 그들을 이 세상에 내보낸 그들의 아버지들조차 자식이 받는 불이익에 침묵한다. (…) 모든 것은 나로부터 비롯된다. 나의 적은 나의 마음이고, 욕망을 비우고자 하는 마음의 나의 것이다. 하므로 신독,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언행을 삼갈것, 이를 내 여생의 수행의 화두로 삼는다. p 330



그래서 은용이 ‘인연 없음’을 방패삼는 모습에 가슴이 아렸다. 또한 은용과는 다르면서도 같은 연암의 도리가 마음을 울렸다. 그렇다. 이 소설은 연암과 은용의 ‘단심(丹心)’을 고스란히 담아낸 소설이다. 



국어사전은 ‘단심’을 이렇게 설명한다. 속에서 우러나오는 정성스런 마음이라고. 연암과 은용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로, ‘단심’만큼 적절한 단어가 있을까?



대게 생각은 다 망상이요, 인연은 다 악연이다. 생각하는 데서 인연이 맺어지고, 인연이 맺어지면 사귀게 되고, 사귀면 친해지고, 친하면 정이 붙고, 정이 붙으면 마침내 이것이 원업이 되는 것이다. 죽음이 참혹하고 공교로우면 평생 서로 즐거워한 것은 얼마 되지 않은데 마침내 재앙과 사망으로 인해 혹독한 고통이 뼈를 찔러댄다. 이것이 어찌 망상과 악연이 합쳐져서 원업이 된 게 아니겠는가. p 395, 애사

뜰을 이리저리 어정어정 걷다가 뛰기도 하고, 점잖게 걷기도 하고, 달그림자와 서로 장난을 치기도 한다. 명륜당 뒤뜰의 오래된 나무는 우거져 하늘을 덮었고, 서늘한 이슬이 동글동글 맺혀 잎사귀마다 구슬을 머금었으며, 진주 같은 이슬은 달빛에 반짝인다. 애석하구나. 이렇게 아름다운 밤, 이렇게 좋은 달빛에 함께 놀 사람이 없다니. p 444, 미혹
▶『안의 별사』에서 인용한 연암집 일부 
c******0 2025.02.10.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안의, 별사 - 섬세하고 날렵한 필치로 그려낸 연암의 마지막 생애! 장편 역사소설
"안의, 별사 - 섬세하고 날렵한 필치로 그려낸 연암의 마지막 생애! 장편 역사소설" 내용보기
<열하일기>, <양반전>, <허생전> 등의 작품을 쓴 작가이자 박제가, 홍대용과 더불어 18세기를 대표하는 북학파 실학자, 바로 연암 박지원입니다. 교과서나 역사책에서 자주 접하는 인물이지만, 그의 삶에 대해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안의, 별사>는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소설이기는 하지만, 역사적 사실과 인물들
"안의, 별사 - 섬세하고 날렵한 필치로 그려낸 연암의 마지막 생애! 장편 역사소설" 내용보기

<열하일기>, <양반전>, <허생전> 등의 작품을 쓴 작가이자 박제가, 홍대용과 더불어 18세기를 대표하는 북학파 실학자, 바로 연암 박지원입니다. 교과서나 역사책에서 자주 접하는 인물이지만, 그의 삶에 대해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안의, 별사>는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소설이기는 하지만, 역사적 사실과 인물들이 등장하여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과 재미를 더합니다.


연암 박지원이라면 가장 먼저 실학파를 떠올리고, 이어 당대 최고의 문사이자 저 놀라운 <열하일기>의 저자로 기억하고, 나아가 꽤 알려진 특유의 호방한 기질과 처세와 풍모를 언급한다. 안의 현감으로 4년 2개월을 재직한 사실에 대해서는 상세히 알고 있지 못하거나, 알고 있더라도 그다지 주목하지 않는다. 연암의 글이나 그곳에서 벗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제외하면, 오늘날의 함양군 안의면에 실체적 궤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까닭도 있겠다. <안의, 별사>에서 그 시간과 공간을 구현해보고 싶었다. '작가의 말' 중~


안의, 별사(安義, 別辭)는 안의에서 이별하는 이야기(직역하면, 안의에서 이별의 인사)라는 뜻으로 연암 박지원과 한 여인과의 만남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장편 역사소설입니다. 1792년부터 4년 동안 안의현 현감으로 재직할 당시에 있었던 실제 역사 이야기에 은용이라는 가상의 여인과의 만남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가미하여 몰입감을 선사하는데요. 2층으로 된 창고를 헐어 연못을 만들었다든가 아전들의 비위를 감독하여 횡령한 곡식을 환수하였다든다 송사 문제를 해결하였다든가 흉년이 들 때면 백성들과 함께 죽을 먹으며 동고동락했다는 이야기는 잘 모르고 있던 연암 박지원의 삶과 더불어 현재를 살아가는 권력자들이 갖추어야할 덕목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연암 박지원과 안의현 과수(寡守 남편을 잃고 혼자 사는 여자) 연주가 은용이 번갈아 화자로 등장하여 들려주는 이야기는 안의현 현감 박지원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자, 재가 대신 자결을 선택하여 열녀가 되기를 바라던 시대를 살아야했기에 연모의 정으로만 끝내야했던 한 여인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대중없지는 않습니다. 제집에서 건너간 매화목이 아닌가요. 그리고........ 오늘이 어떤 날인가요. 되돌아온 매화라, 이처럼 확실한 언명이 또 어디 있겠는지요. p.23


이야기는 체직으로 안의현을 떠나는 박지원이 보낸 매화목과 편지를 받은 은용이 이별에 대한 슬픔을 견디어낼 것임을 드러내며 시작합니다. 어쩌면 두 사람의 인연은 은용의 당호 '인연 없는 집'처럼 맺어질 수 없는 인연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서녀로서 받는 차별, 혼인한 지 두 해 만에 남편을 잃은 과수, 열녀가 되어 가문을 빛내주기를 바라는 아버지와의 인연을 끓어낸 딸이라는 아픔을 지닌 은용, 그렇게 내려온 외할아버지 댁에서 운명처럼 만난 이가 바로 현감으로 내려온 박지원입니다. 가족과 백성을 향한 애민과 연민의 마음이 컸던 박지원이었기에 비록 허구의 이야기일지라도 두 사람은 맺어질 수 없는 인연이었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아내는 쉰한 살에 들어서자마자, 그리고 내가 막 선공감 감역으로 첫 음직을 얻어 겨우 양식 근심이나마 덜게 되자마자, 마치 평생의 과업을 마친 사람처럼 급히 시들었다. 백 약첩이 무효했고, 하늘이 무심했다. 아니다. 무심하기로는 지아비인 나를 첫손에 꼽아야 할 터인즉, 회한이 가슴을 친다. p.53


고생만 하다가 세상을 떠난 아내를 잃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형, 맏딸 그리고 큰 며느리까지 잃은 그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처참하고 낙담한 표정을 감추어야 하는 상황", 슬픔조차도 애써 참아야 하는 시대의 아픔이 드러나는 듯합니다. 남편과 사별해도 재가가 금지되고 자결로 열녀가 되기를 강요하던 시대, 재가로 낳은 자식은 관직에 나갈 수 없었던 시대를 살아간 여인들의 아픔 또한 마찬가지겠지요?


'이용'이란 무엇인가. 이롭게 쓴다는 뜻이다. 백성들이 도구나 재화를 사용하여 그들의 일상생활을 편리하도록 꾸리는 것이다. '후생'이란 무엇인가. 넉넉하고 윤택한 삶이다. 의복이나 음식이 부족하지 않게 되면 백성들은 저절로 행복하여 콧노래를 부를 것이다. '정덕'이란 무엇인가. 바른 마음이다. 백성들에게 아름다운 도덕을 가르치면 말하지 않아도 바르게 살리라. p.128


박지원은 안의현 현감으로 재직 당시 "이용한 뒤라야 후생할 수 있고, 후생한 뒤라야 정덕을 할 수 있다"며 백성들의 구휼에 힘쓰고, 물레방아를 설치하는 등 이용후생 사상을 실천하려 했습니다. 무엇보다 아전들이 백성들의 구제를 위한 관의 재물을 횡령한 범죄를 드러내어 벌하는 것이 아닌, 녹봉이 없어 겪어야만 하는 아전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횡령한 곡식을 환수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은 백성들을 향한 애민과 연민의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관인이든 관속이든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그 본래의 임무는 백성의 삶이 나아지도록 권고하는 것(p.145)"이라며, 사사로이 관속을 동원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았다고 하니, 이런 애민의 마음이야말로 관직에 있는 이들이 가져야할 기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은용은 장악원 악사였던 외할아버지로 인해 현감이었던 박지원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일가친척 없는 픙진세상에 외손녀를 혼자 두고 떠날 수 없었던 할아버지는 박지원과 인연을 맺기를 바라기도 했지만, 두 사람은 끝내 인연을 맺지 못하였습니다. 이야기는 은용이 박지원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후, "인연이 다하였으니, 세초하려 하네.(p.558)"라며 박지원과 인연이 된 것들을 떠나보내며 끝이 납니다.


안의, 별사(安義, 別辭)는 안의에서 이별하는 이야기(직역하면, 안의에서 이별의 인사)라는 뜻으로 연암 박지원과 한 여인과의 만남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장편 역사소설입니다. 1792년부터 4년 동안 안의현 현감으로 재직할 당시에 있었던 실제 역사 이야기에 은용이라는 가상의 여인과의 만남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가미하여 몰입감을 선사하는데요. 2층으로 된 창고를 헐어 연못을 만들었다든가 아전들의 비위를 감독하여 횡령한 곡식을 환수하였다든다 송사 문제를 해결하였다든가 흉년이 들 때면 백성들과 함께 죽을 먹으며 동고동락했다는 이야기는 잘 모르고 있던 연암 박지원의 삶과 더불어 현재를 살아가는 권력자들이 갖추어야할 덕목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꿈오리 한줄평 : 역사적 사실에 허구를 가미한 이야기를 통해 가족과 백성들을 애민하고 연민한 박지원의 삶을 들여다보다.

k*****2 2025.02.0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