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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등학교 시절까지 목포의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던, 아직도 인생에서 목포라는 곳이 가장 편한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목포라는 곳을 사랑하게 된 이유는 단순히 목포라는 곳이 내 영감의 진원지기때문만은 아니다.
"목포는 정말 생명력이 강한 도시지. 봐봐 공장이고 뭐고 다 외지로 나가고 밥벌어 먹을 것 하나도 없는데 아직까지 20여만 사람들 어디로 가지 않고 여기서 빌어먹고 살면서 도시 규모 그대로 유지하고 있잖아. 다른 곳 같았으면 벌써 사라졌을거야."
한 택시 기사의 위와 같은 말은 내가 고등학교 때 품었던 의문에 대한 일종의 현답에 해당한다. 고등학교 시절 목포라는 곳은 빌어먹을래야 빌어먹을 변변한 공장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고 있다고 해도 대부분 영세중소기업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고용된 사람들에게 몇푼 주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넉넉치 못한 가정에서 자란 대부분의 나의 친구들은 그러한 환경에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고 또 그만큼 놀았다.
고등학교 시절 광주에 있는 서점을 통해 목포라는 곳이 한때 전국 7대 도시였다가 왜 이제는 별볼일 없는 지방의 소도시가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육로교통보다 수상교통이 훨씬 중요한 곳이었고 목포는 나주평야에서 재배되는 쌀과 목화의 집산지였다.(물론, 공출의 집산지이기도 했다.) 하지만 육로교통을 통한 물자수송이 수상교통의 그것을 앞질러 가면서 목포는 더 이상 전남의 수위도시로서의 위상을 보전하지 못했다. 사방이 길이 될 수 있었던, 서울과 부산을 향할 수 있었던 광주가 교통의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목포는 광주라는 도시에 밀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광복 이후에 남한에서 대거 활동했던 남로당의 핵심간부(김삼룡을 비롯한)가 목포출신이라는 것도 목포발전을 막았던 대표적인 정치적 제약으로 작용했다. 이승만 정권 당시 그는 자신의 독재를 공고히 하기 위해 '반공주의'정책을 대대적으로 펼쳤으며 그 와중에 목포는 정치권의 의도적인 배제를 통해 발전에 발목을 붙잡히고 말았던 것이다. 이어 정권을 잡았던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박정희에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로서 김대중은 늘 눈엣가시같은 존재였으며 김대중의 지지기반에 있어서 그 뿌리에 해당하는 목포라는 도시는 또다시 정치적 배제의 극점에 있었던 것이다. 물론, 박정희 정권의 거점개발방식에 의한 국토종합개발계획이 효율적 경제성장이란 차원에서 서울과 경남지방을 축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당위성은 이해할 수 있지만 서남권 제1의 도시가 계속적인 침체의 늪을 부유했다는 것은 결코 이해하기 쉬운 사항이 아닌 것이다.
목포는 이러한 정치적, 경제적 배제와 소외 속에서 지금까지 굳건히 살아남았으며 사실 나는 그러한 목포의 암울한 역사가 어느 정도 이 책에서 반영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정치적인 관점이 완전하게 제거된 '역사적, 학술적' 차원에서 목포의 도시발달사와 생활문화사를 담담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이 책은 목포의 개항(1897년)부터 1980년대까지를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근대도시'라는 단어에 방점이 찍힌 탓에 목포가 지니고 있는 '근대성(modernity)'에 대부분의 서술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이는 사학계 뿐만 아니라 인문학과 사회과학 전반에 걸친 '근대성 연구'의 최근 경향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현재 한국에서 지방 도시사 연구의 전범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일제 강점기 목포의 초기 도시화 과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그림 및 통계 자료를 통해 현재의 목포 경관(Landscape)으로는 결코 상상할 수 조차 없는 근대도시 목포의 초기 구조와 경관에 대한 구체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그 핵심은 항구 부근의 편평한 땅에 새롭게 들어선 '일본인 마을'과 일본인에게 살 땅을 빼앗겨 무덤자리에 터전을 잡은 '조선인 마을'로 대변되는 '이중 공간의 형성'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간의 이중분할체계의 경계에 해당했던 오거리를 중심으로 도심이 형성되고 상권 또한 확장됐던 것이다. 이러한 밑그림 위에 목포는 무안 행정구역의 계속적인 편입과정을 통해 '근대적 도시성'을 퍼뜨려나갔던 것이다.
그러한 근대적 도시성은 박화성, 김우진과 같은 한국 근대 문학의 제1세대를 낳기에 충분했으며 대중가요의 초기 시장에 '목포의 눈물'로 대변되는 식민지의 '신파성'을 담지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 덧붙임 : 이 책의 진정한 미덕은 목포가 가지고 있었던 태생적인 물 부족 사정을 밝히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한 환경운동이 목포를 대표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린다는 데 있다. 목포에 대해 진정으로 고민하고 걱정하는 글쓴이의 태도가 물자원 확보에 대한 지난한 역사를 서술하도록 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