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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견문/유길준/허경진/서해문진 이런 책이 있구나 하는 것은 중고등학교 시절에 다 배우는 것이니 알고 있었고, 일반 여행기려니 하다 일본 개화파의 선구자이자 거두이며 결국 우리나라를 병탄하는데 정신적 지주가 된 후쿠자와 유키치의 서양사정을 상당 부분 인용한 서양 문물 탐구 서적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부터는 언젠가는 읽어야지 읽어야지 했습니다. 작년에 서해문집에서 나온 매천야록을 읽고나서 꼭 이 출판서 걸로 한번 봐야 겠다 마음 먹고 드디어 펴들었습니다. 그런데... 150년 전에 조선에서 16살 나이에 향시에 급제하였으나 부정부패로 얼룩진 과거에는 여러번 낙방하였으나 총명함을 감출 길이 없어 10년 뒤에는일본의 선진(서양식) 문물을 보러가는 민영익의 천거로 조선 시찰단의 일원이 되어 일본으로 들어갑니다. 다른 이들은 시찰은 마치고 돌아갔으나 최초의 국비 유학생이 되어 일본 게이오 대학에 유학을 하게 되고 후쿠자와 유키치를 만나 다른 조선의 개화파들과 함께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보아하니 일본이 오래 전부터 데지마라는 곳을 통해 화란인들과 좁게 무역을 했다고는 하나 그 영향은 미미하였고 결국 이러한 발전을 이룬 것은 최근 30년 동안 쓰나미처럼 미려 들어온 서구 문물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중국인 일본인 대만인 등과도 두루 사귀면서 국제 정세를 알게 되고 나라의 위태한 지경도 감지하게 됩니다. 임오군란으로 민씨 세력이 불안해 지자 잠시 들어와 이런 저런 일을 수습하기도 하고 신문부 일을 하기도 하던 중 다시 민영익의 추천으로 보빙사의 일원이 되어 미국으로 건너갑니다. 일본에서 사귀게 되었던 에드워드 모스라는 미국인의 환대에 힘입어 대학에 진학하기도 합니다. 비록 인종 차별을 당하고 학비 문제로 중퇴하긴 했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학업 성적을 상당히 우수한 편이었다고. 개화파의 일원이었던 그는 자신이 유학했고 알음알이도 많았던 일본 쪽에 기울어져 있는 사람이었지만 조선인이 열등하거나 미욱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며 향후 교육에 매진하면 얼마든지 조선인도 문명과 문화의 으뜸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당연히 여러 모로 교육에 매진했고 그 일환으로 이 책도 썼던 것이지요. 그는 대통령제 보다는 입헌군주제 쪽에 기울어져있는 사람이었고, 전면적인 개혁보다는 점진적인 방법을 통해 큰 희생을 치르지 않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었죠. 정치적으로는 점차 민씨 일파보다는 대원군 측에 기울어져 있었고 민영익의 추천으로 일본에 갔지만 민씨 일파를 제거하려는 노력도 하였지요. 따라서 을미사변이 일어난 이후에는 일본으로 망명하여 위태로운 시기를 보내기도 했으며 10여년 세월이 지나서야 순종의 사면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독립 투쟁에 헌신하지도 않았지만 일본에서 내미는 관작을 거절하고 자신이 알고 느낀 그대로 말년에 이르기까지 교육과 저술에만 힘쓴 지식인이자 작가였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록 서양사정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는 하나 정말 서구 문물 전반에 대한 내용을 빼곡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일 첫 부분이 말하자면 지구 과학으로 지구라는 행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행성(유성)이라는 것에서 시작해서 역법, 지도, 5대양 6대주, 산맥과 큰 강 , 여러가지 자연현상과 재해 등등으로 시작하는 것이죠. 그 뒤로 서구 역사와 종교, 정치 조세 군사 화폐 금융 등등의 제도, 개인의 권리와 의무, 서구의 의식주 및 혼례와 장례 심지어 연애 등의 풍습, 여러 가지 다양한 직업, 국가와 사회의 공공 시설과 빈민 구제 등의 복지 제도 등등 정말 다양한 부분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본인의 최고 관심사인 교육 제도에도 매우 공을 들여 설명하고 있는데 아이를 잘 양육하기 위해서라도 여성 교육이 중요하며 남녀 모두 어릴 때 충분히 양육받아 잘 먹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또 적당히 여가도 즐기고 운동도 해야 한다면서 합당한 이유를 곁들이고 있죠. 와트의 증기기관 이야기를 후쿠자와 유키치의 책에도 소개되어 있다고 합니다만, 유길준 역시 직접 기차를 타보고 탄복하여 서양의 과학기술과 공학의 발달에 크게 관심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 당시로는 파격적인 국한문 혼용체를 썼는데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일본식 한자, 한국어 표현을 최초로 제대로 쓴 작가로도 알려져 있지요. 지식인들에게 이 책을 배포했지만 혹시 알아볼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 조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당시에는 뭔 소리냐고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하나, 지금봐서는 여러모로 가치가 상당한 책으로 보입니다. 서양사정과 비교해서 봐도 좋을 것 같구요. 그가 마지막에 나열한 서구 여러 도시들은 자신이 가본 곳도 있지만 남에게 들은 이야기들도 옮겨썼다 밝히고 있는데, 그때 유명했던 도시는 지금도 여전히 유명합니다. 앞서 읽었던 계축일기도 그러했지만 이 책 역시 편집자들이 참고 자료를 적절히 안배하여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좀 더 젊은 나이에 이 책을 읽었으면 서양 문화 이해하기가 더 쉬웠을 텐데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정말 학생들에게 설명하듯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윤치호와는 달리 유길준은 언제고 조선인들도 학문을 열심히 닦아 선진된 문명의 일원자가 될 수 있었다고 믿었습니다. 그는 식민지 조선의 나라에서 눈을 감았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 저승에 있을 그는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거봐! 내 말이 맞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