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시대의 대표적인 인터뷰어로 자리매김한 지승호의 새로운 인터뷰집이 출간됐다. 제목은 <마주치다 눈뜨다="">(도서출판 그린비). 2002년 이후 벌써 6권째다. 매 해에 꼬박꼬박 두 권씩 한국의 사회문화적 지형도를 인터뷰집으로 그려낸 셈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무엇과 마주치고 무엇에 눈뜨게 되는 걸까? 2004년 대한민국에서 인터뷰라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다. '나' 앞에는 사회가 펼쳐져 있다. 어떤 인간도 사회적 관계를 벗어나서 주체를 구성/발현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을 인간(人間)이라 하는 것이리라. 인간은 '신 앞에서의 단독자'도 아니요 '고독한 주체'도 아니다. 인간은 어우러진 존재다. 인간은 철저히 사회라는 공시태적 제약과 역사라는 통시태적 제약 안에서만 스스로를 실현할 수 있다. 인간은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공을 초월한 절대적 존재는 신이거나 동양적 의미에서의 '해탈한 자'다. 동양의 현인은 시공을 초월한 절대적 존재가 되기 위해 '해탈/득도'를 꿈꿨고 그것을 위해 '탈속'을 감행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민주공화정이라는 사회체제를 가능케한 서양의 그리스적 사유는 다르다. 아테네에서 정치는 모든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였고, 정치활동은 '말', 즉 토론을 통해 이루어졌다. 동양에는 토론이 없었다. '해탈한 자'는 대중과 토론하려 하지 않았다. 화두를 던지거나 권위에 의거한 '말씀'을 내릴 뿐이었다. 그래서 동양에서는 민주주의가 자랄 수 없었다. 물론 유학은 좀 다르다. 유학에서 정치는 모든 선비들의 권리이자 의무였고, 논변을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피력했다. 그러나 유학자들도 절대진리의 권위 앞에서는 감히 반론을 제기할 수 없었다. 유학의 시조격인 공자부터가 소인배의 특징으로 "말을 잘한다"는 것을 첫손가락에 뽑지 않았던가. 유학의 군자는 말을 안/못해야 했다. 그래서 한국인은 '말'에 약하다. 정치가 광장의 토론에 의해서가 아닌 밀실의 담합에 의해 이루어졌다. 대중의 공론이 아닌 지도부의 권위에 의해 방향이 정해졌다. 민주주의의 옷을 입고 있되 그 실상은 명망가들에 의한 봉건적 문중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대학교수, 유명 칼럼니스트 몇몇이 할거하면서 봉건적 과두를 형성해 온 것이 대한민국 여론광장의 맨얼굴이다. 그들의 말은 말이 아니라 '말씀'이었다. '말씀'에는 논리가 필요없다. 권위만 있을 뿐이다. '말씀'에는 설득과 이해가 필요없다. '지시'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들의 말은 많을 필요가 없었다. 그들의 말은 구구절절할 이유도 없었고 말로 자신의 속내를 속속들이 드러낼 필요도 없었다. 과두집단에게 필요한 건 치열한 논리가 아니라 신성불가침의 권위였기에 그들의 말은 항상 정제되고 아름답고 단순하고 미적지근했다. 지식권력의 토대가 치열한 논리가 아닌 학벌이었기에 한국의 공론의 장을 규정짓는 한마디 말을 꼽으라면 그건 '허위의식'이었다. 음악평론가 강헌이 '진검승부'라는 표현을 들고 나왔을때 그 말이 많은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 건 이 사회를 회색빛으로 감싸고 있는 '허위의식'에 대한 불온한 시선이 이젠 임계치에 다다랐기 때문이리라. 세상이 변했다. 밀실이 사라지고 있다. 권력이 공론의 장에서 형성되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말'을 하기 시작한다. 논객이 학벌이 아닌 논리와 설득력으로 대중에게 검증받기 시작한다. 아테네의 광장이 이 시대에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봉건에서 민주주의로, '허위의식'의 시대에서 '진검승부'의 시대로의 진화다. 지승호의 인터뷰에선 '진검승부'가 난무한다. 전심전력으로 자신의 '속엣것'을 드러낸다. 지승호는 이미 정평이 난 그의 성실성으로 인터뷰이에게 육박한다. 기존의 '허위의식'의 세계에서 익숙한 방식인 덕담식 인터뷰는 이미 그에겐 낡은 과거다. 그는 인터뷰이로 하여금 자신의 진검을 광장 앞에서 빼어들게 한다. 김규항의 "한국에서 인터뷰는 약력이나 훑어보고 두어 시간 이야기를 나눈 다음, 인터뷰이에 대해 파악한 양 구는 일인 듯하다. 그러나 지승호는 그런 환경과는 아랑곳없이 기본을 지킨다. 그는 인터뷰이가 감탄할 만큼 치밀하게 준비하고 또 거듭한다"는 말이 지승호의 육박에 진검을 빼어든 인터뷰이로서의 감탄이라면,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정혜신의 "나는 정신과 의사로서 지승호의 글을 선호한다. 지승호의 인터뷰는 한 사람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게 만든다. 그런 까닭에 인물론을 쓸 때 그의 인터뷰 기사는 내게 더없이 소중하다."는 말은 독자로서 지승호의 인터뷰에 대한 경탄이리라. 서두에서 말했듯이 인간은 사회적 존재다. 인간은 사회라는 장과 역사라는 장 위에서만 자신을 실현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개인으로서의 인간과 사회를 잇는 접접은 무엇일까? 봉건사회에서 그것은 문중이었고, 권위에의 귀속이었다. 지금과 같은 열린사회에서 그 접점은 '말'이 난무하는 공론의 장이다. 이 장에 참여함으로서 생물적 유기체인 인간이 사회적 존재인 인간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 공론의 장에는 어떤 종류의 포스트들이 존재한다. 지승호는 이 포스트들을 모아서 독자들이 그들 각자의 진검을 볼 수 있게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지승호는 그들에게 '허위'가 아닌 '말'을 하게 한다. 이 핵심 포스트들을 훑어봄으로서 우리는 우리가 발딛은 '공론의 장'의 지형을 그릴 수 있게 된다. 지승호 본인은 이 책에 대하여 "시대의 전망에 대한 나름의 뜨거운 성찰이자 이 시대와 일정부분 의도적으로 불화하는 지식인들의 고뇌에 관한 기록이다."라고 말한다. 그가 이번에 선택한 포스트들은 "시대와 불화하고 있는" 즉 이 사회의 비동일자를 자처하는 지식인들이다. 견고한 체제에 새 숨결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균열을 내야 한다. 이 책에서 지승호와 인터뷰이들은 한국사회의 균열을 꿈꾸는 사람들이다. 새가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알이 깨져야 하듯이, 새가 세상과 만나기 위해서는 안정된 알 속을 벗어나야 하듯이 그는 우리에게 이 세상의 맨얼굴을 보여주려 균열을 꿈꾸는 것일까? 그래서 일부러 "시대와 불화하는 지식인"들을 선택한 것일까? 우리는 마주칠 수 있을까? 눈뜰 수 있을까?마주치다> |
| 어제는 참 말을 많이 한 하루였습니다. 아침에 시작한 회의가 장소를 옮겨가며 저녁까지 이어졌고 급기야 술자리까지 이어졌습니다. 참 말이 많았습니다. 이런 날은 예외없이 가슴 한켠이 공허해집니다. 글을 쓸 때야 긴장도 하고 깊이 생각하고, 다시 읽으면서 지우고 고치기를 반복하여 어느 정도 완성된 꼴을 갖추지만, 말은 그러하지 못합니다. 목이 쉬도록 내뱉은 말들 중에서 주워 담았으면 좋았을 말들이 꼭 섞여 있게 마련이고, 그것 때문에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말이 많아지면 자신의 밑천도 금방 드러납니다. 글은 주로 귀납적으로 푸는 반면에 말은 대개 연역적으로 시작하는데, 느낌이나 주장 등 결론을 먼저 얘기할 땐 괜찮다가 막상 그 논거를 말하다보면 스스로 모순을 만들어 냅니다. 사전에 생각이 부족했던 것이죠. 말의 궁합을 맞추기가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그러나 이런 모순과 공허함이 두려워 말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요要는 말을 많이 하더라도 일관성을 지키고 논리적일 수 있도록 항상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양量의 문제가 아니라 치열함의 문제 같습니다. 약간의 기술적 문제도 있다고 봅니다. 기술적 문제라 함은, 고민하되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적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도로시 리즈의 《질문의 7가지 힘》이 적절한 답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말이 좀 길어졌습니다만, 요要는 글쓰기와는 다르게 '말하기'는 많은 논리적 모순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어떤 사람의 말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을 느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그 주제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말은 명쾌하며, 그러기 때문에 힘이 있고 감동이 있습니다. 지승호의 《마주치다 눈뜨다》는 인터뷰집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에 나오는 인터뷰이(=인터뷰 대상자)와 한 두 시간 또는 서너 시간 얘기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인터뷰이들이 시간과 공을 들여 논리적으로 쓴 글이 아니라, 인터뷰 전문 작가 지승호씨와 두 세 시간 '말하기'한 내용이 전부입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인터뷰집, 그러니까 인터뷰 내용을 책으로 묶은 것을 처음 봤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대단하여, 그것에 이끌려 마치 잡지를 보듯이 가볍게 읽어볼 요량料量으로 샀습니다. 그러나 결론은, 인터뷰집도 하나의 단행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논리적 글쓰기를 통해 완성된 잘 짜여진 책보다 더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만나 조금은 어색한 인사를 하고, 인터뷰어가 사전에 조사한 자료를 보면서 인터뷰이에게 질문하고, 대답하고... 막상 예상치 못한 질문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대답을 하고, 사이사이에 웃기도 하고... 이런 장면이 눈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그러면서도 말의 늘어짐이 없고 명쾌하니, 제가 매력적이라고 말한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김동춘,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와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손석희 아나운서, 신강균 앵커와 최원석 PD. 하나같이 우리 사회가 당면한 첨예한 문제들에 대해 거침없이 자신의 얘기를 쏟아내는 사람들입니다. 책 내용에 대한 정리는 따로 하지 않겠습니다. 지승호의 '시비걸기' 사이트(http://home.freechal.com/sibi)에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을 포함하여 170여 건의 인터뷰가 실려 있습니다. 참 괜찮은 사이트입니다. 즐겨찾기 강추! |
| '대한민국 사실은'이 옳바른 사회 현상을 전달한다면 이 책은 왜 그렇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배경 설명을 제공한다. 다양한 시각을 충분한 논리와 설명를 통해 펼치고 그러면서도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전달하는 점에서 요즘 우리 사회에 활성화되고 있는 토론문화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대담을 기술하다보니 서술식으로 중언부언 된 부분이나 인터뷰 완급 조절을 위한 우회적 표현들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부담없이 읽고 자신의 생각과 비교하기에 적합하다. 완벽한 답은 아니더라도 시대의 흐름을 읽고 동참하는 사람들에게 시사점들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
| '인터뷰 | 한국사회 탐구'라는 부제가 달려있는, 지승호의 인터뷰 모음집이다. 이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딘가 인터뷰들만 주로 모아둔 사이트를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그 기억과 관련된 약간의 호기심,그리고 김동춘, 한홍구, 홍세화 등등에 대한 인터뷰라는 설명에서 생긴 호기심으로 인해 이 책을 골라보게 되었다. 읽고나서 드는 느낌을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이 사회와 국가의 문제점에 대한 이해를 조금 더 하게 된 것 같다는 만족감이 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총 9명에 대한 8개의 인터뷰 (신강균, 최원석은 한 세트로 되어 있다)에 기본적으로 공통적인 부분은, 현 정권의 문제, 그리고 노빠라 칭해지는 친대통령/여당 집단의 문제, 그리고 당연한 수구보수 집단의 문제, 그리고 조선일보의 문제에 대한 인터뷰어 지승호와 인터뷰이들의 의견교환이라 하겠다. 종종 주제에 따라서 민노당이나 다른 하부 집단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말이다. 그리고 내가 받은 인상과 내린 결론은, 문제의 키워드는 실력과 자신감이라는 것. 여당이나 야당이나 대통령이나 조선일보나 실력이 없고, 그때문에 자신감이 없이 때문에 자의건 타의건 반칙이나 하려고 한다는게 문제.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정치는 주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앞의 잘할 수 있는 것을 늘리는 것, 그러까 실력과 그와 연관되는 컨텐츠를 다양하게 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것이 많건 적건 자신이 하라 수 있는 것을 당당하게 그리고 현명하게 잘 해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할수 있다. 하지만, 인터뷰이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내 식대로 풀었을때)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되는지 때로는 과대망상, 때로는 열등의식에 의한 위축으로 잘 파악을 못하고 있고, 그나마 할만한 것도 멍청하게 잘 집행을 못하고 있다는 인상이 든다. 특히 대통령이 말이다. 여러 사람들이 그렇게 입을 모은다. 노무현 개인은 매우 매력이 있는 인물이라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처럼 재밌는 정치인 보기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대통령이 되어서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난 그래도 김어준이 말했듯이 노무현 대통령(개인 말고, 그 위치)은 분명 이 사회의 주체들이 가진 시대정신의 체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대선을 두고 다른 가정을 해보는 것처럼 의미 없는 일은 없다고 본다. 하지만, 문제는... 그 시대정신이라는 것 자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잘 하는' 기틀을 만들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 이야기는, 아직도 정치적인 성숙도가 좀 딸리는게 아닌가 하는, 어쩌면 냉소적일 수도 있고 오만해 보일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김동춘의 다음과 같은 시스템론도 이와 연결될 듯 하다. "저는 미국사회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이지만, 미국사회가 세계를 지배하게 된데는 그런 부분들이 있다고 버는 보고 있어요. 곳곳에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그 분야에 대해선 완전히 통달한 사람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어요. 그런 부분들이 엄청난거죠. ..... 그러니까 인프로 구축 작업에 대해 얼마만큼 관심과 배려가 있는가에 따라서 그 사회가 선진사회냐, 후진사회냐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봐요." 사실 뭐 새로운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실력과 자신감의 기본이 안되있음을 학자인 김동춘은 이렇게 풀었던 거라고 본다. 김동춘의 인터뷰는 학자로서의 아이덴티티 - 깐깐하고 선비적이기까지 한 - 가 잘 드러나는 글이었다. 하지만, 또 다른 학자인 한홍구의 인터뷰는 다소 발랄했다고 하겠다. 이 책에서 봤던 이야기중 가장 쇼킹한 이야기는 한홍구의 다음과 같은 이야기였다. "한국노동운동사에서 최대의 사건이었던 7,8,9월 노동자 대투쟁 당시에 현대노동자들 몇 만명이 몰려나간게 세계노동운동사에서 유례가 없던 사건 아닙니까? ... 그런데 그때 노동자들이 내세웠던 구호가 뭔줄 압니까? '노동해방, 노동자도 인간이다, 근로기준법 준수하라, 노동조합 인정하라, 임금인상' 이런거 다 아니에요. 구호 1번 '두발 자율화', 구호 2번은 구호 1번이 두발자율화인가 당연히 '복장 자율화', 이게 한국의 현실이었다구요." 그래, 그게 87년 한국의 현실이었다. 어제 후배와 채팅하면서 얘기했던게... '대학 86학번인 우리 작은형이 고등학교 들어갈때, 그러니깐 83년에 두발/복장 자율화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사람들이 세계 패션계에서 리더로 자리잡기에는... 10살 미만에서부터 보그나 엘르같은 잡지를 보고 자랐던 애들에 비해서는 매우 어렵지 않겠냐? 그게 한국의 수준이라면, 87년에 겨우 두발/복장 자율화를 쟁취했던 노동운동이 지금 대의원대회에서 약간의 폭력소요를 겪는건... 시니컬하게 말해서 당연히 거쳐야 하는 수순정도가 아닐까?' 였다. 설 특집으로 보여주었던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보여진 병영과 같은 78년 고등학교의 모습과 함께, 정말 이 사회의 수준이라는 거, 물질적인것이 아닌 의식적/이념적/정서적인 도약이라는 건 절대 불가능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정도라는 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는 시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재미없었던, 하지만 그래도 감동은 깊었던 홍세화씨의 인터뷰... 누구 말대로 그는 자유주의자고 로맨티스트이며 70년대 한국에서 2000년대 한국으로 이민을 온 외부인이라 하겠다. 그래서 선비보다 고지식하고, 순수하다. 그가 바라본 노정권은...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고 한다. 이상과 현실 사이, 객관적 조건과 주체적 역량 사이의 긴장과 함께, 현단계 대중의 의식과 끊임없이 긴장해야 한다. 노정권은 다만 수구신문들과 긴장하고 있을 뿐인데, 그것으로 개혁성이 담보된다는 양 착각하고 있는 듯 하다"과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가 잘할 수 있는 개혁이 뭔지 모르고, 그 컨텐츠를 프로그램화 하지 않으면서, 당장 눈앞의 상대와 맞장뜨는 것만을 최고로 생각하는, 말죽거리 잔혹사와 친구 - 이거 감독들이 아마도 두발/복장 자율화를 경험해본 세대들이 아닐까 싶은데... 그들이 만들어 낸다는 대표적인 영화가 깡패영화나 전쟁영화라는 것, 그것도 꽤나 의미심장하다 - 의 장동권, 유오성, 권상우 같은 캐릭터라 하겠다. 그래, 딱 '싸우면서 커야 하는 애들'의 수준이다. 4번째 인터뷰이는 진중권. 사실, 이사람은 주는 거 없이 싫다. 그 사람 글이 싫은 것도 아니고, 그의 포지셔닝이 싫은 것도 아닌데, 괜히 정이 안간다. 사실, 그 사람 글을 그렇게 많이 본 것도 아니고. 그래도 왜 그럴까... 나도 그의 어투를 꼬집는 거에 불과한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인터뷰 말미에 그가 스스로를 이진경과 비교하면서 했던 말, 이진경은 체계적인 사유를 하는 반면, 자신은 산만하다고 한다. 그래, 그거였다. 그가 꼬집어대는 이 사회의 문제점들 - 좌파 우파를 안가리고 - 은 대체로 옳고, 그 전방위적 활동에 내재된 일관됨도 알것 같은데, 그의 어투나 문체가 아닌 그의 사고 자체가 지극히 산만한게 문제다. 나처럼 정리된 사고를 하지 못하는 이에게, 이정도 내공을 가진 이가 산만하게 써대는 글을 견디기는 쉽지가 않다. 진중권의 인터뷰에서는 소위 노빠들의 반칙에 대해서 많이 인식하게 됬다. 하지만, 그래도 난 이번에 열우당으로 돌진하는 노빠들의 역할, 그러니까 열우당 전당대회에서의 역할에 약간의 기대를 해보고 싶다. 그들 역시 시대정신의 체현체라고 보기 때문에. 문제점을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진중권보다 더 산만한 김어준의 인터뷰는, 뭐.. 별로. 손석희의 인터뷰도 꽤나 드라이했다. 그다지 매력 없는 인물. 정욱식의 인터뷰는, 가장 소박했고, 신강균-최원석의 인터뷰는... 이미 사건이 터진 이후여서 그런지, 진정성이 조금은 반감된 인터뷰라고 하겠다. 이 책에 나오는 인터뷰들은 대체로 2004년 2월에서 7월 사이에 있었던 거다. 이 사실이 이 글의 매력을 더하는 면도 있고, 감하는 면도 있다. 인터뷰라는 글이 가진 매력과 한계가 여기가 아닌까 싶다. |
| 지승호는 전문 인터뷰어로써 한국의 사회문제를 인물 인터뷰를 통해 문제제기하고, 보여준다. 그는 거울같은 존재다. 치밀한 사전준비작업과 문제의식을 통해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준다고나 할까, 뿐만 아니라 인터뷰이에 대해서 역시 굉장히 동적인 느낌을 만들어준다. 그건 아마도 그의 인터뷰가 있는 그대로를 올곧이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마주치다, 눈뜨다="">는 8명의 인물을 통해 노무현 정권 출범 후 일년에서 일년반 가량 동안의 한국 사회의 여러 사건들을 마주한다. 노무현과 열우당의 허와 실, 민노당의 역량과 한계, 이라크 파병과 김선일 사건, 조선일보와 언론개혁 등등의 질문들을 중심으로 비슷한 사안에 관한여 다양한 목소리들을 들려준다 . 단, 다양한 목소리는 진보내의 다양한 스펙트럼에 한정된다. 이것이 그의 아이덴티티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김동춘, 한홍구, 홍세화, 진중권, 정욱식, 김어준, 손석희, 신강균/최원석 의 인물을 토대로 들려주는 여러 사건의 진실과 그에 대한 견해는 고리타분한 것도 있었지만 신선한 충격을 받은 부분이 오히려 더 많았다. 김동춘 교수의 한국전쟁의 진실 이야기, 한국의 김선일과 필리핀의 안젤라 델라 크루즈의 대비, 자선 프로그램의 허와 실 이야기, 미국에 관한 우리의 양극단적 사고(친미-반미),우리의 토론문화의 천박함 등등의 이야기가 그랬다. 인터뷰어 지승호의 매력은 성실함과 치열한 고민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 인터뷰어로서의 자의식에 대한 긴장을 지니고 있다. 자신의 결과물에 대해서 책임을 느끼는 성실함과 정직함이 그의 메리트라 생각된다. 그러나 한편 단점도 보인다. (이걸 단점이라고 해도 되나_) 지승호는 자신도 인정하듯 노.빠.다. 이를 단점으로 꼽는 건 내가 딱히 노빠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그의 노빠수위가 다분히 위험해보인다고나 할까, 노통의 허물까지 껴안으려 하는 모습이라든가, 노통에 대해 누구나 비판하는 측면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다분히 인정에 호소하는 편들어주기를 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대통령이 오죽 힘들겠나_ 처음이고 자기편도 얼마되지 않아 혼란스럽지 않겠느냐 -등 ) 지승호라는 인터뷰어가 노빠에서 벗어나 좀 더 투명한 시각으로 한국사회를 비추어주었으면 한다. 마주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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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한 인터뷰 방식의 '한국의 이해'라고 봐도 될 듯하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진보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기록을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오히려 대화 형식의 내용이여서 그런지 다른 사회관련서적보다 부담감이 적게 읽혔던 것같다.
어떻게 보면 우리사회의 쓴소리맨이고 다른 쪽으로보면 투덜이들인 인터뷰이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각색하지 않고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이 책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용 모두에 공감이 가는 것은 아니다. 어떤 부분은 너무 가볍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고, 어던 부분은 전혀 동의가 않되는 내용들도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런 소소한 흠이 이 책의 도발적인 편안함을 손상시키지는 않았다. 그리고 어찌보면 내가 궁금했던 것을 저자가 대신 심부름한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내가 언제 그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아니, 만날 수나 있겠나....? 그런 점에서 지승호의 인터뷰집은 책으로 만든 녹음테이프 같기도 하다. [인상깊은구절] P. 6 너무 고단하고 전망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때 루쉰의 말을 떠올린다."땅 위에는 길이 없다. 누군가 지나가면 그것이 길이 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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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어보는 인문사회분야의 책이다.
이 책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쉽게 다룰 수 없었던 성역들
인터뷰대상자 중에서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거나 대중적으로 알려진 분들의 인터뷰는
또한,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내가 몰랐던 이슈나 편향적인 생각을 가졌던 이슈에 대해서도
진보적인 성격을 띄는 책이지만 보수를 배척하기보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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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사회 탐구 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이책은 인터넷 한겨레에서 리포터로 활약하고 자신의 정치 웹진을 운영하고 있는 지승호의 인터뷰집이다
구성은 현재 우리사회의 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대표 지식인과 언론인들을 인터뷰한 지문 그대로를 실었지만 이것은 단순한 인터뷰집이 아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열띤 인터뷰를 통해 우리 사회에 대한 성찰과 방향을 제시하는 글이다. 국제시사프로그램제작에 발을 담그며 국내시사에도 예전보다 많이 관심을 갖게 되고 배우는 것이 많고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취재와 인터뷰의 허점들을 파악하는 계기도 되었다.
여기 나온 인터뷰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진보파'라고 볼 수 있는 지식인, 언론인들이다. 유식하고 머리에 든 것이 많아 여기저기서 거침없이 입바른 소릴하며 많은 존경과 동시에 비난도 많이 받고 있는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우리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그렇게 날카롭게 지적할 수 있는 바탕은 각자 처한 위치에서 변화를 이끌어가고자 하는 치열한 성찰과 고민,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저자는 일방적이고 편향적인 오류를 범하는 많은 인터뷰어들과 달리 진심으로 그들의 마음을 열고 솔직한 대화를 나눈다는 느낌을 준다. 저자의 서문에서 참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는데 특히, 이 부분이다 '인터뷰를 하다 보면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 그 사람이 더 좋아지고 세상이 더 좋아보이고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터뷰를 준비하고 만나서 얘기하고 그것을 정리하는 시간은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과 연애를 하는 것처럼 짜릿하고 행복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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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들어 내게 무슨 책을 읽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소설책은 금방 읽는 편이어서 여러권을 줄줄이 엮어 얘기하는데 그 외의 책은 조금씩 여러날을 읽기때문에 선뜻 어떠한 책을 읽는다라는 대답을 못해준다. 엊그제 오랫만에 후배를 만나 저녁과 차를 마시며 긴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저런 일상얘기가 끝나니 공통적으로 늘어놓을 만한 이야기꺼리가 없는거였다. 최근에 본 영화얘기로 시작하다 결국은 요즘 읽어보라고 권할만한 소설책이 없냐고 물어본다. 내가 요근래에 읽은 책이 뭐드라....?골똘히 생각하는 내 모습이 웃겼는지 지금 읽는 책이 뭐냐고 묻는다.'아, <마주치다 눈뜨다>라는 책이야''아휴~ 요즘 책들 제목은 정말이지~'하고 말하는 후배를 보니 좀 당혹스러웠다. '마주치다 눈뜨다' ㅎㅎ정말 멋진 연애소설 제목같다는 생각을 그때 한번 해보게 되었다. 그래, 연애소설과 다를 것이 뭐 있나.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고 내가 몰랐던 것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것이니.그런데 그냥 그렇게 넘겨버리기에는 뭔가 좀 어색하다. 나는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는 감동적으로 읽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런가보다...하며 넘겨버리고 있지 않는가? 여전히 편향된 시각으로 인터뷰책을 읽고 끝낸다면 이 책을 왜 읽어?아마 나는 스쳐 지나가며 잠시 마주치기만 했을 뿐, 진정 지혜의 눈을 뜨지는 못했나보다. 게다가 이미 인터뷰의 시기가 지금의 정치사회적 상황이 아니라 그 전의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조금 생뚱맞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과거사 청산과 자주 평화통일의 문제는 남아있고 지금도 연일 군문제는 내가 사는 자그마한 섬지방에서도 뉴스거리가 되고 있으며... 우리 아버지 표현에 의하면 데모만 하던 놈들이 지들 버릇 못버리고 국회에서도 고함만 지르면 되는 줄 아는 정치인들이 냉철함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 못해 그저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 하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으니.... 제발 좀 모두가 눈을 뜰 수 있으면 좋겠다. 요즘 한 방송사 프로그램중에 '눈을 떠요'라는 것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안다. 장기기증에 대한 관심을 높였고 이웃을 위해 뭔가를 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감동인가를 느끼게 해 준다. 이 인터뷰집이 우리들의 토론문화의 질을 높여주고 사회정치뿐만 아니라 앞으로 경제, 문화, 종교... 다른 많은 분야의 인터뷰집을 내어 진정 우리가 한국사회에 눈을 뜰 수 있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참, 그냥 넘어가기 싫은 이야기 한마디. 책의 내용에 대한 것이 아니니 놀라지 마시고... 책을 읽으려고 펴든순간 반으로 쩍 갈라져버렸다. 아무래도 제본이 제대로 안된듯하다. 갈라져버린 부분은 책장을 넘기다보면 낱장으로 떨어져나가버리니 영 보기가 싫다. 한번 읽고 던져버릴 책이라해도 제본은 제대로 하는데... 신경 좀 써주시길... |
| 저는 기본적으로 인터뷰어가 너무 ''객관''만을 강조하는 것을 썩 좋게 보지 않습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가 바로 ''객관성''의 부족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지승호씨를 알게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아웃사이더를="" 위하여="">를 보고 저작을 꾸준히 찾아 읽고 있는 중인데요, 이 분의 인터뷰를 보면 참 솔직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솔직하다기 보다는 꾸미지 않았다고 할까요? 그래서 어느 부분을 보면서는 ''공부를 많이 했구나'' 혹은 ''사전 지식이 조금 부족한것 같은데''라는 느낌이 들게 만듭니다. 그 와중에서도 그 나름대로의 관점을 느끼게 됩니다. 부드럽게 조용조용 피력하지만 단지 피력일 뿐 어떤 주장이나 대립은 없어보입니다. 그래서 한 번 생각할 부분을 두 번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죠. 이것이 제가 지승호씨에게서 느끼는 호감입니다. 적당히 자신을 지키면서도 인터뷰이의 깊은 면을 이끌어내는 사람, 인터뷰이의 솔직함을 유도하기 보다는 같이 솔직해지는 사람, 무조건 듣는 것이 아니라 반응도 보이는 인터뷰어. 이 책도 그의 다른 저작과 마찬가지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같이 고민하게 됩니다. 정말 진리는 하나만 있는 것일까? 하구요.다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