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57)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48%
  • 리뷰 총점8 40%
  • 리뷰 총점6 11%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10.0
  • 30대 9.0
  • 40대 8.0
  • 50대 8.0

포토/동영상 (21)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여자 없는 남자들 - 무라카미 하루키
"여자 없는 남자들 - 무라카미 하루키" 내용보기
나는 태어나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하루키 글을 읽을 때는 소설 비슷한 것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감히 하루키를 만만히 보는 건 당연히 아니고(설마 내가 당대 최고의 작가를 그리 볼리 있겠느냐마는....) 뭔가 하루키의 글은 어떤 법칙을, 또는 패턴을 따라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다. 그래서 그가 글을 만들어가는 공정이랄까
"여자 없는 남자들 - 무라카미 하루키" 내용보기

나는 태어나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하루키 글을 읽을 때는 소설 비슷한 것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감히 하루키를 만만히 보는 건 당연히 아니고(설마 내가 당대 최고의 작가를 그리 볼리 있겠느냐마는....) 뭔가 하루키의 글은 어떤 법칙을, 또는 패턴을 따라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다. 그래서 그가 글을 만들어가는 공정이랄까 이런 부분을 충실히 따라 해 본다면, 직업인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나 자신에게 보일만한 글을 생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설도 그렇지만 그의 수필도 마찬가지다.

 

그의 글쓰기 소재는 일상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뭔가 스펙터클하거나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 정도의 일상이라면 어느 쪽으로 사건이 전개되더라도 뻔한 결말이나 시시한 결과로 이어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그의 글이 빛나는 지점이다. 가끔은 과연 이야기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냐를 책 읽기를 잠깐 중단한 채 생각해 보기도 하지만, 한번도 비슷한 축에 드는 예측에 성공한 적이 없다. 이야기는 결코 평범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가 처음부터 결과를 의도한 것일까? 아니면 등장인물이 그의 글을 이끈 것일까?

 

<여자 없는 남자들>에는 일곱 개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드라이브 마이카'는 영화로 만들어져 2022년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을 받기도 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목차를 다시 훑어보고 어떤 내용이었나 복기해 보니, 몇몇은 그리 흔한 소재는 아니었구나 싶다. 카프카의 <변신>을 오마주한 것으로 보이는 '사랑하는 잠자'는 별도로 하고라도 인물과 사건의 의외성을 고려한다면 '셰예라자드'나 '기노'등을 평범하다고 말할수는 없을 것 같다. 그의 무심한 듯 관조적인 문장이 사건과 인물을 한 발짝 떨어뜨려 두니, 독자가 그렇게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흥미롭게 읽은 '독립기관'에 대해서 한두 마디만 써보려고 한다. 저자는 성형외과 의사 '도카이'가 경험 없는 얼치기나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다 불현듯 사랑에 빠지는 인물은 아니라고 세세히 묘사해 둔다. 자기방어 능력이 충분하고 사랑이라는 감정에 쉽게 휘둘리지 않을 조건의 남자를 등장시킨 후 일순간 이해 불가능한 존재의 소용돌이에 빠뜨려 놓고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이것은 아무리 준비해도 사전에 마음먹은 대로 대비가 되지 않는 그런 종류의 사건이라고 말이다. 이성은 생각보다 힘을 쓰지 못하고 본성은 어느 때고 빈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먼 훗날 누적 경험과 과학을 활용하여 생물학적 '열병'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는다면 그걸 사용할 것인가? 테드창의 단편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소고'에서는 외모에 끌리는 본성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특별히 개발된 기술인 '칼리'를 사용하는 데 찬반 의견이 나뉜다. 나는 찬성 쪽이다. 누구든지 생물학적 본능을 잠시 꺼두고 싶을 때 지금처럼 십수 년의 명상과, 약물과, 훈련을 거치지 않고 간단히 버튼 하나로 가능하다면 나는 반대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도카이'도 열병의 소용돌이에 불가항력을 느꼈을 때 이 '칼리'가 있었다면 결과는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c****s 2023.07.28. 신고 공감 4 댓글 0
리뷰 총점 eBook 구매
영화보고
"영화보고" 내용보기
산 것은 아니고 ㅡ 갑자기 십년만에 다시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영화가 좀 영향을 끼치기는 했어요 하지만 영화보고 1년만에 다시 책을 읽는거니까요 ㅎ 신기한건 10년전에는 다른 단편을 좋아했는데 다시 읽었을때에는 그거 말고 다른 단편이 훨씬 눈에 들어왔습니다 책은 변하지않았지만 제가 자라났기?? 때문이죠 ㅎㅎ예스터데이가 너무 재미있어서 그 소설만 읽었습니다 다시 와닿은건
"영화보고" 내용보기
산 것은 아니고 ㅡ 갑자기 십년만에 다시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영화가 좀 영향을 끼치기는 했어요 하지만 영화보고 1년만에 다시 책을 읽는거니까요 ㅎ 신기한건 10년전에는 다른 단편을 좋아했는데 다시 읽었을때에는 그거 말고 다른 단편이 훨씬 눈에 들어왔습니다 책은 변하지않았지만 제가 자라났기?? 때문이죠 ㅎㅎ

예스터데이가 너무 재미있어서 그 소설만 읽었습니다 다시 와닿은건 고작 한편뿐이지만 돈이 아깝지않았어요 하루키는 역시나 스받라시!! 구나 생각했어요
j****k 2022.09.07.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eBook 구매
얼룩처럼 남아있는 마음의 자국들
"얼룩처럼 남아있는 마음의 자국들" 내용보기
평생 타인을 연기해온 배우 가후쿠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자신과 대면하는 일. 자신을 둘러싼 진실과 마주하는 일. 아내는 왜 네 명의 남자와 바람을 피웠을까. 하지만 아내도 배우. 아내의 상대도 배우. 차는 내가 마음먹은 대로 몰고 갈 수 있지만 삶은 그렇지가 않다. 아내가 죽은 후 가후쿠는 운전대를 미사키에게 맡긴다. 24년 전 태어난지 사흘 만에 죽은 딸과 동갑인 미사키.
"얼룩처럼 남아있는 마음의 자국들" 내용보기

평생 타인을 연기해온 배우 가후쿠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자신과 대면하는 일. 자신을 둘러싼 진실과 마주하는 일. 아내는 왜 네 명의 남자와 바람을 피웠을까. 하지만 아내도 배우. 아내의 상대도 배우. 차는 내가 마음먹은 대로 몰고 갈 수 있지만 삶은 그렇지가 않다. 아내가 죽은 후 가후쿠는 운전대를 미사키에게 맡긴다. 24년 전 태어난지 사흘 만에 죽은 딸과 동갑인 미사키.
 

미사키는 '그건 모두 병(病)이 한 짓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곤 가후쿠가 멈춰 선 삶의 난간들을 가볍게 통과해 버린다. 가후쿠의 차를 몰고서.
 

하루키의 매력적인 단편들. 마음에 오래 남아있는 자국들. 

 
YES마니아 : 로얄 r***1 2023.05.30.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책 이야기 <여자 없는 남자들>
"책 이야기 <여자 없는 남자들>" 내용보기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나도 알고 있었다. 그때도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책을 좋아했다. 하지만 이 책은 사지 않았다. 장편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꽤 많은 시간이 지나고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를 보았다. 그때 문득 이 책을 읽고 싶어졌다. 그리고 처음 책이 나왔을 때 읽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진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제목
"책 이야기 <여자 없는 남자들>" 내용보기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나도 알고 있었다. 그때도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책을 좋아했다. 하지만 이 책은 사지 않았다. 장편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꽤 많은 시간이 지나고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를 보았다. 그때 문득 이 책을 읽고 싶어졌다. 그리고 처음 책이 나왔을 때 읽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진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제목 때문이었다. ‘여자 없는 남자들’이라니. 어쩐지 쓸쓸하지 않은가.


물론 세상에는 결혼하지 않고 멋진 싱글 라이프를 잘 살아가는 분들이 많다. 그렇지만 아내가 없다는 말과 여자가 없다는 말은 조금 다르게 들린다. 아내가 없다는 말은 아내 말고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반면 여자가 없다는 말은 말 그대로 세상의 절반을 잃어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말하자면 똑같은 세상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즉 ‘여자 없는 남자들’은 세상의 절반 밖에 살아가지 못한다. 뭐랄까. 창세기에 보면 신이 아담의 갈비뼈를 꺼내 이브를 만들었다고 나오는데 여자 없는 남자들은 그런 의미에서 다른 사람보다 갈비뼈를 더 가지고 있는 사람 같다. 그 뼈는 신이 남자를 만들 때 원래부터 있었던 것일 테니 어떤 의미에서 여자 없는 남자들이란 인류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속은 보다 많은 뼈로 덮여 있어 안전하고 외롭다.


나는 신체에 대해 잘 모르지만 갈비뼈가 내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건 어디서 들었다. 확실히 뼈가 없어서 장기가 피부에 맞닿아 있다면 큰일일 것이다. 조금만 부딪혀도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느낄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볼 때 아담이 갈비뼈 하나를 내놓은 건 상당히 큰 결심을 요하는 일이었음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에덴동산에도 돌뿌리나 뾰족하게 튀어나온 나뭇가지들은 있었을 텐데 만약 넘어지기라도 해서 그 갈비뼈가 막아주고 있던 자리에 나뭇가지가 박힌다거나 하면 그대로 사망이거나 사망에 준하는 부상을 입을 테니까. 요컨대 아담이 갈비뼈를 내준 것은 죽을 각오를 하고 나서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니까 여자란 남자가 죽을 각오를 하고서 얻는 무엇이다.


죽을 각오가 좀 지나친 표현 같다면 적어도 내 안에, 최소한 피부 바깥이 아닌 피부 안쪽에 있는 무언가를 내주어야 한다는 건 분명하다. 피부 안쪽에 있는 무언가를 꺼내려면 어떤 경우라도 상처를 입는다. 아담도 세계 최고의 힐러인 하나님이 아니었다면 결코 갈비뼈를 꺼내지 않았거나 혹은 꺼냈더라도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여자 있는 남자’가 된다는 것은 상처를 입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써놓고 보니까 이상하다. 여자 있는 남자들과 여자 없는 남자들을 나란히 놓고 보면 누가봐도 상처를 입은 쪽은 여자 없는 남자들 같다. 그들은 갈비뼈를 꺼내지 않았으므로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상처 입고 외로워보이는 쪽은 그들인가.


이 책에 실린 단편 중에 <기노>라는 소설이 있다. 기노는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고 주인공이 운영하는 술집의 이름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 소설의 주인공은 아내가 직장 동료와 바람을 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고 집을 나와 술집을 차린다. 계획없이 우발적으로 만든 가게 치고는 장사가 잘 되었는데 어느 날 가게를 드나들던 고양이가 사라지고 낯선 뱀들이 출몰하기 시작한다. 가게 앞에 서 있던 고목이 주인공에게 여기를 얼른 떠나라고 해서 주인공은 집도 잃고 가게도 잃은 채 낯선 곳을 떠돌다가 어느 날 밤 뭔가 위험한 것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깨어나는데 그때 주인공은 문득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상처받아야 할 때 충분히 상처받지 않았다.”


인체의 뼈 해부도를 보면 갈비뼈는 촘촘하기도 하지만 완전한 좌우대칭으로 생겼다. 즉 빈 곳이 없다는 말이다. 유일하게 빈 곳은 바로 갈비뼈 아랫부분인데 어쩌면 아담이 꺼낸 갈비뼈는 원래 여기에 있었는 건지도 모른다. 뼈 해부도를 보면 알겠지만 갈비뼈가 없는 아랫부분은 거꾸로 세운 하트 모양처럼 생겼다. 어쩌면 거기가 마지막 갈비뼈가 있었던 자리인지도 모른다. 만약 그 모양대로 갈비뼈가 있었다면 인간은 결코 속이 상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자 없는 남자들이란 다름아닌 마지막 갈비뼈를 가진 남자들이 아닐까. 그들은 마지막 갈비뼈를 가지고 있음으로써 마땅히 상처받아야 할 일에 상처를 받을 수 없게 되었다. <기노>의 이야기로 말한다면 주인공은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장면을 목격하는 순간 자기가 가졌다고 생각한 여자를 다시 갈비뼈로 되돌려버린 것이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덕분에 그는 그 일 이후로도 별 탈 없이 가게도 꾸리고 그럭저럭 살 수 있었지만 동시에 보통의 인간이 아닌 하나님이 맨 처음으로 만든 인간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런 의미에서 여자 없는 남자들이란 여자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의 남자들, 즉 낙원의 인간을 말하는 건지도 모른다. 낙원에서 살아야 할 사람들이 인간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우리는 그들을 동정의 눈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낙원을 꿈꾸며 살아가지만 그들은 낙원을 상실한 자들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학교를 다닐 때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는 ‘깊이’가 없다고 말하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해변의 카프카>를 좋아하던 나로서는 <해변의 카프카>를 좋아한다고 말하기가 면구스러웠다. 중학생이 집을 나와서 멋진 모험을 하는 게 나에겐 그렇게 그럴 듯해 보였는데. 나는 세상에서 가장 터프한 소년이 책을 읽었던 도서관과 트레이닝을 했던 스포츠센터에 가보고 싶었다. 그리고 세상에 있는 어느 산에는 이 세상 소녀가 아니라고 느껴질 만큼 아름다운 소녀가 날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금 등산을 하는 건 물론 그것 때문은 아니다.


이 책에 실린 단편 중 <예스터데이>에는 여자 주인공이 꿈에서 바다에 잠긴 달을 본 이야기가 나온다. 그 달은 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얼음이고 두께는 겨우 20cm에 불과하다고. 작가가 어떤 생각으로 이 말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이 말은 작가 스스로에 대한 비유처럼 보인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는 누군가에게는 두께 20cm짜리 얼음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에게는 달을 가져다 주는 사람이다.



2025년 4월 25일부터 2025년 4월 29일까지


읽고

생각하고

쓰다

YES마니아 : 로얄 g*******1 2025.04.29.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여자 없는 남자들
"여자 없는 남자들" 내용보기
하루키 소설엔.. 꼭 음악이 등장한다. 이번에도 역시.. 어김없이 음악이 등장했다. 네이버 형님의 음악검생을 하고픈 충동을 가까스로 참아내며 겨우 읽었다. 검색을 하면서 읽다 보면 읽던 흐름이 끊겨버린다. 흥도 역시 끊겨버린다. 해서 다 읽고 다시 검색하면서 읽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은 무조건 GO! 이것이 내가 하루키 소설을 읽는 방식이다.   장편소설인 줄 알고 읽기 시작했
"여자 없는 남자들" 내용보기

하루키 소설엔.. 꼭 음악이 등장한다. 이번에도 역시.. 어김없이 음악이 등장했다. 네이버 형님의 음악검생을 하고픈 충동을 가까스로 참아내며 겨우 읽었다. 검색을 하면서 읽다 보면 읽던 흐름이 끊겨버린다. 흥도 역시 끊겨버린다. 해서 다 읽고 다시 검색하면서 읽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은 무조건 GO! 이것이 내가 하루키 소설을 읽는 방식이다.

 

장편소설인 줄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 보니 총 7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집이었다. 같은 소재(?)를 가진 단편들의 모음이라.. 주인공들은 여자가 없거나, 여자를 잃었거나, 여자를 갖지 못했거나.. 대강 그런 남자들이었다. 단지 맨 마지막 소설의 제목만으로 소설집의 제목을 정한 것은 아닌 것이다.

 

유난히 인상깊었던 건.. <독립기관>과 <셰에라자드>, 그리고 <기노>다. 사랑을 잃고서 서서히 서서히 음식을 삼키지 않게 되어 세계에서 제로가 되어가던 도카이 씨의 이야기는, 요거트만 있으면 생명이 유지되는데 아무 상관 없다고 생각하던 [국화꽃향기]의 희재가 떠올랐다. 차마 스스로를 죽이지 못하고 최소한의 양식으로 숨만 살아있던 희재.. 어쩐지 도카이 씨와 희재가 닮아보였다.

<셰에라자드>의 뒷 이야기.. 나도 참 듣고 싶다. 셰에라자드가 4년 뒤 간호학교에서 좀 희한한 우연으로 첫사랑을 다시 만났다는 스스로가 좀 괴담같다고 했던 그 이야기.. 궁금하다. 으아~ 넘 궁금한데.. 이 뒷 얘기.. 써놓은 소설 어디 없나??^;;

<기노>는 뱀 3마리가 잠시 잠깐 등장하는 것 빼고는 상당히 마음에 든다. 여기저기서 들어보기 힘든 LP음반의 소리가 흐르고, 가게냥이 같은 회색 길냥이도 있고, 뭣보다 주문받을 때 외엔 먼저 말을 걸지 않는 과묵한 사장&바텐더 기노 씨와, 나랑 취향이 비슷한 가미타 씨까지.. 바 <기노>는 참 마음에 드는 공간이다. 예전부터.. 이런 단골 바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ㅎㅎ

 

요즘처럼 낙엽이 칼바람에 우수수 떨어지고, 어쩐지 좀 스산한 분위기가 드는 거리의 카페 창가에 앉아서 읽으면 참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읽는 내내 뼛속까지 쓸쓸해질 것 같다. 기왕이면.. 다음 소설에선 테마 CD나 mp3가 같이 수록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일일이 찾아가면서 읽기.. 생각보다 힘들다.^;;;ㅋ

 

 

p.50

"여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우리가 속속들이 안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그거예요. 상대가 어떤 여자든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그건 가후쿠 씨만의 고유한 맹점이 아닐 거예요. 만일 그게 맹점이라면 우리는 모두 비슷한 맹점을 안고서 살아가고 있는 거겠죠. 그러니까 너무 그렇게 자책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드라이브 마이 카>

 

p.101

"그럼 된 거 아냐?" 나는 말했다. 나는 아마 그때 (누구에 대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좀 화가 났었는지도 모른다. 말투가 약간 거칠어졌음을 스스로도 느꼈다. "그게 대체 뭐가 잘못인데? 지금 당장은 어느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 그러면 된 거 아니야? 어차피 우린 지금 당장 말고 한 치 앞도 모르잖아. 간사이 사투리를 쓰고 싶으면 마음껏 써. 죽도록 쓰라고. 입시공부하기 싫으면 하지 마. 구리야 에리카의 팬티에 손을 넣고 싶지 않다면 안 넣으면 돼. 네 인생이야. 뭐든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다른 누구한테도 신경쓸 거 없어."

<예스터데이>

 

p.145

그는 말을 이었다. "한 가지 큰 문제는 그녀를 알면 알수록 점점 더 그녀가 좋아진다는 겁니다. 일 년 반을 사귀었는데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더 깊이 그녀에게 빠져 있어요. 이젠 그녀의 마음과 내 마음이 뭔가로 단단히 묶여버린 느낌이예요. 그녀의 마음이 움직이면 내 마음도 따라서 당겨집니다. 로프로 이어진 두 척의 보트처럼. 줄을 끊으려 해도 그걸 끊어낼 칼 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어요. 이런 건 지금까지 한 번도 맛본 적 없는 감정입니다. 그게 나를 불안하게 만들어요. 이대로 점점 그리움이 깊어지면 나는 대체 어떻게 될까 하고."

<독립기관>

 

p.213

말하자면 두 사람은 가느다란 실 한 올로 가까스로 이어져 있을 뿐이다. 아마도 언젠가, 아니, 틀림없이 언젠가 그것은 끝을 고할 것이다. 실은 끊기리라. 늦냐 빠르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리고 셰에라자드가 떠나버리면 하바라는 더이상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 이야기의 흐름이 거기서 뚝 끊기고, 이야기되었어야 할 미지의 신기한 이야기들은 이야기되지 않은 채 사라져버린다.

또 어쩌면, 그는 모든 자유를 빼앗기고 그 결과 셰에라자드뿐 아니라 모든 여자에게서 멀어져버릴지도 모른다. 그럴 가능성도 크다. 그렇게 되면 이제 두 번 다시 그녀들의 젖은 몸속에 들어갈 수 없다. 그 몸의 미묘한 떨림을 느낄 수도 없다. 하지만 하라바에게 무엇보다 힘겨운 것은, 성행위 그 자체보다 오히려 그녀들의 친밀한 시간을 공유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인지도 모른다. 여자를 잃는다는 것은 말하자면 그런 것이다. 현실에 편입되어 있으면서도 현실을 무효로 만들어주는 특수한 시간, 그것이 여자들이 제공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셰에라자드는 그에게 그것을 넉넉히, 그야말로 무한정 내주었다. 그 사실이, 그리고 그것을 언젠가는 반드시 잃게 되리라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도 그를 슬프게 했다.

<셰에라자드>

 

p.227

사람보다 먼저 '기노'의 편안함을 발견한 것은 회색 길고양이였다. 어린 암컷이고 꼬리가 길고 아름다웠다. 가게 한 귀퉁이에 자리한 오목한 장식장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곳에서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자곤 했다. 기노는 되도록 그 고양이를 가만히 내버려두었다. 아마 고양이도 그래주기를 바랄 것이다. 하루에 한 번 먹이를 주고 물을 갈아주는 것 이상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고양이가 언제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작은 문을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고양이는 왜 그런지 사람들처럼 정문으로 드나들기를 더 좋아했다.

<기노>

 

p.308

"그나저나 이상한 일이죠." 아가씨는 사려 깊게 말했다. "세계 자체가 이렇게 무너져가는 판에 고장난 자물쇠 같은 걸 걱정하는 사람도 있고, 그걸 또 착실히 고치러 오는 사람도 있어요. 생각해보면 참 이상야릇하다니까요. 그렇죠? 하지만 뭐, 그게 맞는지도 모르겠어요. 의외로 그런 게 정답일 수 있어요. 설령 세계가 지금 당장 무너진다 해도, 그렇게 자잘한 일들을 꼬박꼬박 착실히 유지해가는 것으로 인간은 그럭저럭 제정신을 지켜내는지도 모르겠어요.

<사랑하는 잠자>

YES마니아 : 로얄 j*******7 2014.11.17. 신고 공감 1 댓글 2
리뷰 총점 eBook 구매
재밌어요
"재밌어요" 내용보기
드라이브 마이카 영화를 보고 소설까지 찾아서 읽게됐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은 오랜만에 읽는거라서 문체나 그가 만드는 캐릭터카 반갑네요 다른 수록작들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전부 다른 제목의 글들이지만 전부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도 느껴졌습니다
"재밌어요" 내용보기

드라이브 마이카 영화를 보고 소설까지 찾아서 읽게됐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은 오랜만에 읽는거라서 문체나 그가 만드는 캐릭터카 반갑네요 다른 수록작들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전부 다른 제목의 글들이지만 전부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도 느껴졌습니다

f******0 2026.06.2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eBook 구매
여자 없는 남자들
"여자 없는 남자들" 내용보기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는데 시간이 지나니 약간 감상이 달라지는 것 같기는 합니다. 그동안 첫 번째 단편 드라이브 마이 카는 영화가 나왔습니다.   좋은 부분도 있고, 거슬리는 부분도 있긴 합니다. 다른 단편 때문에 샀는데 이번에 읽으면서는 단편'기노'가 좀 그런 부분도 있었지만, 공포 소설 분위기라서 좋았습니다. 잘 봤습니다.
"여자 없는 남자들" 내용보기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는데 시간이 지나니 약간 감상이 달라지는 것 같기는 합니다. 그동안 첫 번째 단편 드라이브 마이 카는 영화가 나왔습니다.   좋은 부분도 있고, 거슬리는 부분도 있긴 합니다. 다른 단편 때문에 샀는데 이번에 읽으면서는 단편'기노'가 좀 그런 부분도 있었지만, 공포 소설 분위기라서 좋았습니다. 잘 봤습니다. 
YES마니아 : 골드 이달의 사락 s******2 2026.03.10.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단편의 맛, 다채롭다.
"단편의 맛, 다채롭다." 내용보기
하루키 작가님을 처음 만난 계기가 상실의 시대 였다.그때의 나는 어렸었고 크게 와 닿지는 않았었고 스쳐지나간 책이었다.그리고 10여 년 전 여자 없는 남자들이란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그때 뭔가 번쩍, 쿵~하는 경험을 했고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작가님의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한것이...시간이 흘러 단편의 그 결, 맛을 알아버렸다.이 책은 재재독을 위해 구매했다.긴 여운
"단편의 맛, 다채롭다." 내용보기


하루키 작가님을 처음 만난 계기가 상실의 시대 였다.
그때의 나는 어렸었고 크게 와 닿지는 않았었고 스쳐지나간 책이었다.

그리고 10여 년 전 여자 없는 남자들이란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그때 뭔가 번쩍, 쿵~하는 경험을 했고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작가님의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한것이...

시간이 흘러 단편의 그 결, 맛을 알아버렸다.
이 책은 재재독을 위해 구매했다.
긴 여운과 잔상을 남기는 단편들, 가을에 읽기 더 없이 좋아서 구매했다.

찰나 같은 청춘, 무언가의 상실, 지나온 날들, 기묘한 경험과 순간들
과거의 나를 만나는 시간이었다.
h***2 2025.10.1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eBook 구매
여자 없는 남자들
"여자 없는 남자들 " 내용보기
무라카미 하루카의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 그동안 하루키의 책은 장편만 읽어봤었는데 장편과 다른 맛이 있으면서도 확실히 하루키스럽다. 문체는 건조하다 못해 뻑뻑할 지경으로 두드러지지만 그러면서도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들.
"여자 없는 남자들 " 내용보기
무라카미 하루카의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 그동안 하루키의 책은 장편만 읽어봤었는데 장편과 다른 맛이 있으면서도 확실히 하루키스럽다. 문체는 건조하다 못해 뻑뻑할 지경으로 두드러지지만 그러면서도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들.
YES마니아 : 로얄 r****z 2025.08.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