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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우 시인의 '타오르는 책' 이다.
어서와, 시집은 오랜만이지? 하고 싶은 마음이다. 요즘 개인적으로 가끔 빠지게 되는 로맨스/하이틴 기간이 도래하여 일반 책들을 잘 안 읽게 되었다. 이번에 온 로맨스/하이틴 기간은 좀 오래 가는 것 같다. 이제 그만 평소의 독서, 영상물 관람 패턴으로 돌아가면 좋겠는데 아직 충족되지 않은 로맨스/하이틴 감성이 남아있는 듯 하다. 취향이 달라졌나 싶기도 하고.
타오르는 책에서 딱히 무언가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읽으며 이거다 싶게 와 닿은 것이 없어 아쉽긴 했다. 제일 처음 만난 것은 [모래사나이]
[ 모래사나이
A candy-colored clown they call the sandman Tiptoes to my room every night Just to sprinkle stardust and whisper Go to sleep, everything is all right ㅡRoy Orbison, <In dreams>
중략
새벽녘 일어나 눈을 부비면 눈물처럼 손가락에 묻어나는 모래 알갱이 몇 점 ]
모래사나이 시의 시작 부분에 있는 영시와 맨 마지막 연의 내용이었다. 몽환적이면서 현실감있는 표현이라 감성적인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영시는 한번 보면 무슨 말인지 읽어볼 의지가 안생기지만 잠깐 들여다보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은 내용이라 같이 옮겼다. 어려운 내용이 아니라 마음에 드는데, 역시 의역과 오역이 있겠지.
표제작인 [타오르는 책]은 첫 연이 좋은 시였다. [그 옛날 난 타오르른 책을 읽었네/펼치는 순간 불이 붙어 읽어나가는 동안/재가 되어버리는 책을] 하는. 초반에는 이처럼 책과 관련된 내용이 많이 들어간 시들이 나온다. 도서관, 공포소설, 솔라리스, 책에 대한 시들은 마치 책이 자기 자신에 대한 정리를 해나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읽다보면 어쩐지 책이 책에 대해 말하는 것이 어딘가 위화감이 든다. 마치 자기 자신에 대한 글을 쓴 사람의 일방적인 서술을 보는 것처럼. 그러다 급기야 책이 책을 읽는 독자를 읽어내는 그리하여 책 앞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독자를 만들어내기까지 하는데 그 점은 참 묘한 느낌이 든다. 시집 안에서 타오르는 책에서 [사라지는 책]으로 끝맺기까지의 큰 흐름을 엮을 수 있다.
뒤로는 미술작품에 대한 시도 나오는데 더불어 항아리나 앵무새에 대한 시들도 보인다. 대상에 대한 개인적 계기도 부족했거니와 시 안에서의 울림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은 무난히 읽었다. 그래서 무난했고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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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오르는 책이란 제목은 매우 흥미있다. 난 읽기전에 책의 첫표지에 나름의 첫느낌을 쓰는 버릇이 있는데... 이 책에는 이런 글이 쓰여있다. '불은 가변적이다. 나는 그 불을 얻기 위해 책을 읽는다.' 시인이면서 평론가인 남진우는 이 시집을 통해서 자신을 열병에 걸리게 했던 책 읽는 행위에 대해서 풀어놓고 있다. 물론 여기서 책은 책 자체로서만은 아니다. 사람일 수도 있고, 물건일 수도 있고, 그림일 수도 있다. 기억을 가진 모든 것은, 페이지를 가진 책으로 환원되어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그가 '책'이란 걸 읽고나면, 뭐가 남을까.. 읽는 동안의 열정..그 후에는 재밖에 없다. 그 읽는 동안에는 영화처럼 한 사람의 일생이 지나가기도 하고, 꿈에 들뜨기도 한다. 그러나 끝나고 나면 희미한 영상으로 밖에 남지 않는다. 그런 허무한 경험에도 그치지 못하는 매력은 아마도 그에게 책은 더이상... 읽기 위한 대상이 아니라, 꿈꾸게 해주는 마약이기 때문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