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2000년부터 공공기관에 근무하면서 공무원들과 같이 실무를 했으니 저자가 말한 내용에 대해 공감이 많이 되었다. 나도 겪은 이상한 사례로는 초창기에 중앙부처와 산하기관간 소통을 위한 정보시스템 구축하게 되었고, 어느날 담당 주무관 자리에서 같이 화면 기능을 점검하고 있는데, 주무관의 선배가 왜 놀고 있냐고 핀잔을 주는 모습에당황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에 다른 공무원들의 모니터 화면을 보니 예외없이 한글 또는 파워포인트를 올려놓고 무언가를 적고있는 것이었다. 키보드로 무언가 적는것이 일이었고, 마우스로 클릭하는 테스트는 일이 아닌것이었다. 속으로 정말 중요한 일을 뭔지 모르는구나 하고 썩소를 날렸지만, 공공기관 생활내내 같은일의 반복이었다. 소위 군대에서 말하는 뻘짓의 연속이었고, 코로나로 부처와 소통이 뜸해지고 관심밖에 놓이니 내가 하는 일의 성과가 더 좋아지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되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만난 공무원들은 똑똑하고 스마트했는데, 그 사람들을 수용하는 조직이 똑똑하지 못했다. "아무리 뛰어난 리소스도 프로세스 한계내에서만 움직인다"라는 명제를 다시 보여주는것 같았다. 이 책은 그러한 모습을 잘 그려내 주었다. 그리고공무원 사회를 조금더 이해할 수있게 해준다. 작가의 친정집 비판이 쉽지 않았을텐데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공공기관편도 나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는 문제를 실랄하게 제기했지만 해결책을 좀더 구체적 구조적으로 제시하는 단계까지 접근하진 못한것 같다. 다음 글에서 제시해줄거라 기대해본다. 그리고 중앙부처 고시출신 공무원의 엘리트 의식에 기반한 경험담이라는 한계도 보이긴 했다. 공무원 사회는 일반직장과 다르게 고시와 비고시출신 사이에서 대놓고 차별하고 이걸 당연시하는 문화에 대해서는 별다른 지적이 없었다. 정말 열심히 일하는 중앙부처 공무원도 많고, 지자체, 소방 등에서 정말 열심히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 조직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래도 한국사회 공직문화에 신선한 자극제로 국민을 목표로 두고 실사구시의 조직으로 정부가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자의 용기에 감사를 보낸다. |
![]() 장강명 소설가의 추천사에 호기심이 갔고, 책을 펼쳐 든 순간 홀린 듯이 다 읽었다. 공무원을 넘어 조직 안에서 답답함과 무기력함에 지친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웃픈 책이다. 현실에 탄탄하게 기반한 진솔한 리얼리즘과 모든 조직이 갖고 있는 관료제의 문제를 꿰뚫는 통찰이 인상적이다. 깔끔하고 예리한 저자의 필력 역시 놀랍고 대단하다. 저자가 치열하게 일하고 고민한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깊은 성찰과 함께 이 한 권의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는 우리가 단편적으로 생각하는 문제들을 다시금 되묻게 한다. 공직사회의 무능은 공무원들이 유능하지 않거나 똑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똑똑하고 영리하기 때문에 무능의 메커니즘에 더 빨리 적응하며, 공직사회가 일을 못하는 것은 철밥통이라서가 일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쓸데없는 가짜 노동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프로스포츠, 체육협회, 출판, 저작권 등 단순하게 생각하던 문화 체육계 여러 이슈에 대해서도 이 책을 읽고 나니 좀 더 입체적으로 보이고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공직사회에서 진짜 해야 하는 일은 일단 손을 대기 시작하면 무수한 고민이 따라온다는 특징이 있다."라고 말하는데(268쪽), 공직사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진짜 해야 하는 일 역시 일단 손을 대기 시작하면 무수한 고민이 따라올 것이다. 많은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무수한 고민을 시작할 수 있기를. 결국 그 고민은 나에게도 와닿기에,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그 여운이 오래오래 남는다. |
![]() 막연하게 알고 있는 공무원에 대한 편견이 아니라 실제로 공무원, 공직사회가 어떻게 일을 하는지 일반인도 알 법한 다양한 사건들과 함께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책이라 생각보다 쉽게 잘 읽혀요. 어디서나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가짜 노동을 경험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감이 가는 내용이구요. 관련 (비슷한) 일을 한다면 더 많은 생각을 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
| 무심히 기사를 보다가 발견하게 된 이 책, 기사를 읽다보니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3살이라는 나이에 공직에 들어와 나름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자 했었는데 '난 왜 이렇게 허무하고, 무력한 존재일까'라는 질문들로 나에게 물음표를 던졌는데 이 책이 그 답을 해준 것 같아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다. 사실 내가 읽는 것도 좋은데 고위 공직자들이 필독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발..뻘짓 좀 그만 시켜.." ㅠㅠ흑흑.. |
|
사이드웨이에서 관심을 둘 만한 책을 펴냈다는 이야기는 진즉에 들었다. 한동안 종이책을 읽을 수 없는 형편이라 전자책을 사 모으는 중이어서 전자책 나오기만 기다렸다. 그러던 중에 저자가 경제방송에 나와 책 이야기 나누는 걸 보게 되었다. 평생 해온 일의 성격상 공기업 직원이나 공무원을 늘 만나야 했고, 그러다 보니 그들의 실상에 익숙했고, 그러면서 궁금증도 불만도 많았다. 저자가 공직을 그만둔 이유도 그 어디쯤 아닐까 생각했다.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적지 않게 공감하고 아울러 그만큼의 궁금증도 일었다. 그렇기는 해도 공직의 꽃인 고위 공무원에 오를 가능성을 스스로 걷어차고 나온 이의 생각을 방송에 오롯이 담아내기엔 짧은 시간이라 더 이상 전자책을 기다릴 수가 없었다.
국내에서 일할 때 만난 이들은 대개 기술직 공무원이었고, 순환보직으로 자리를 옮겨도 전혀 엉뚱한 일을 맡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경력만큼의 능력은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해외에서 만난 공무원들은 전문성보다는 진급을 위한 경로나 근속에 대한 보상으로 부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보였다. 물론 편견일 수 있다. 하지만 길어도 삼 년이 넘지 않은 경력 한 번으로 전문성을 기대하는 게 무리한 일이라는 생각이 뭐 그리 잘못되었을까.
해외 근무할 때 현지 공관에서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다. 한번은 대사관 모임에서 세금 낸 게 아깝지 않더라고 감사의 말을 전한 일도 있다. 하지만 그런 공관에 현지어를 할 줄 외교관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전혀 없었던 때가 더 많았다.
공직은 어디라 할 것 없이 업무가 방대하지만 중앙 부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적은 인원으로 그 많은 일을 감당한다. 거기에 순환보직으로 실무자는 3년, 과장급은 2년에 자리를 옮기는 게 원칙이고 실제로는 그보다 짧다니 거기서 무슨 전문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저자는 순환보직을 탓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런 형편에도 국정이 이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더 놀랍다. 문득 그것이 그들이 뛰어나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들이 없어도 늘 그만큼은 돌아가는 건지 궁금해졌다.
그런데도 저자는 순환보직이 결원을 채우기 편리하고, 당사자로서도 보직을 순환하며 승진할 수 있는 자리로 이동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순환보직을 하루아침에 다른 제도로 바꾸기 어렵다고 말한다. 물론 직위를 사유화하는 이들에 대한 염려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는 해도 관리자급 공무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 분야에 오래 근무할 수 있도록 허용하거나 외부 전문가에게 문호를 개방해야 하는 게 아닐까? 저자 역시 같은 주장을 펼친다. 현행 제도에도 특정 직위는 필수 보직 기간을 4년 이상으로 늘린 전문직위제가 있는데도 정작 공무원 당사자들은 여러 편법으로 이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상반된 상황을 소개한다. 물론 개인의 선호를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는 붙었는데, 글의 흐름으로 보면 개인의 선택에 맡겨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남은 건 저자 말대로 의무적으로라도 외부 전문가에 문호를 개방해서 정부-의회-민간-학계를 넘나들며 다방면의 경력을 쌓도록 해야 하는 것인데. 하지만 이것이 저자가 설명한 ‘공무원 신분을 보장한 헌법과 법률’에 어긋난 건 아닐까? 자리가 있어야 사람을 받을 텐데, 있는 사람은 내보내지 않고 받기만 하겠다는 말이니.
저자는 순환보직에 이어 연공서열 또한 공직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도 연공서열을 없애는 게 오히려 공직사회 전체에 손해라고 말한다. 성과자는 대우받겠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이나 경쟁을 회피하는 이들은 오히려 손에서 일을 놓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렇게 걱정하는 것은 사람 위주로 돌아가는 공직사회는 소수의 혁신가보다는 다수의 성실한 공무원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인데, 상황은 동의할 수 있지만 그래서 연공서열을 없애면 대다수 공무원이 드러누울 수밖에 없다는 진단은 매우 놀랍다.
책을 읽어가며 이런 면이 불편했다. 왜 공직사회는 민간기업과 달라야 하고, 소수의 혁신가 보다 다수의 성실한 공무원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공공의 이익에 복무한다는 이유로 신분이 보장되는 울타리 안에 있기 때문일까? 공공의 이익에 복무하면 혁신이나 경쟁에서 예외가 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아마 공무원의 헌신을 염두에 둔 말이지 싶은데, 민간기업에서 일하는 직장인 눈에 ‘평생 고용’이 헌신과는 비교되지 않는 엄청난 혜택으로 비치는 걸 모르고 하는 말인가?
저자가 공무원 업무 상당수가 가짜 노동이라고 비판한 대표적인 사례로 ‘한 장짜리 보고서’를 들고 있다. 방송을 보면서 이 내용이 가장 궁금했다. 업무와 관련해 읽은 것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책이 패트릭 라일리의 <The One Page Proposal>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인상적으로 읽었고, 업무에 적용해 그 이상 효과를 거두었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The One Page Proposal>과 저자가 생각하는 ‘한 장짜리 보고서’는 어떤 차이가 있어서 그게 가짜 노동이고 그것이 공직사회를 병들게 한다고까지 말하는 것이었을까?
요약하자면 내게 한 장짜리 보고서는 ‘보기 좋은 것’이었고 저자에게는 ‘보기만 좋은 것’이었다. 형식에 치우치기 때문에 핵심 내용에 신경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개조식 서술 방법이 육하원칙에 따라 사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다면서도 그런 방식은 단발적인 정보를 전달하기는 좋을지 몰라도 복잡한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룰 수는 없다고 말한다.
나는 저자의 주장이 이해되지 않는다. 한 장으로도 문제의 핵심을 전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장짜리 보고서’를 아무에게나 제출하는 건 아니다. 결국 대상은 의사 결정권자인데, 그런 사람이 사안의 세밀한 부분까지 속속들이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는데, 그렇다면 그런 사람에게 문제의 핵심만 전달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분량이 얼마가 되어야 한다는 말일까. 물론 한 장이라는 분량에 문제점과 원인과 해결방안을 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고, 그러다 보면 현실을 의도적으로 평탄화하게 되고, 엄청나게 복잡한 현실이 단순한 몇 가지 맥락으로 치환된다는 저자의 지적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저자는 바로 뒷장에서 직업 관료는 간결한 보고서 안에서도 문제를 이해하고 다층적인 함의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보고받는 직업 관료는 간결한 보고서에서 다층적인 함의를 찾을 수 있는데, 보고하는 직업 관료는 왜 간결한 보고서에 다층적인 함의를 담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혹시 그것이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 역량이 모자라기 때문인 건 아닐까? 깔끔하게 작성하는 데 신경 쓰느라 정작 내용에 충실하기는 어렵다는 말도 내게는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물론 겪어보지 않았으니 그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는 일이다.
저자는 정치적인 외풍이 직업 관료가 본래 가지고 있던 유능함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막는다고 말한다. 아마 많은 이들이 이에 공감할 것이다. 논리도 없고 맥락도 없이 정파적 이익에 따라 정책을 좌우하는 일이 그동안 얼마나 많이 일어났는가. 그런 상황에서 직업 관료가 유능함을 발휘하는 게 오히려 기적이 아닐까. 그러면서도 저자는 실제로 사무관이 하는 일을 기준으로 정치권에서 관심을 기울이는 사안은 구체적 업무 열 개 중 하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열에 아홉은 외풍과 무관한 셈인데, 그것으로 직업 관료의 유능함이 가려진다는 건 또 무슨 말일까.
이런 상황이니 예산 편성도 예외가 아니라는 말 자체가 놀랍지는 않았다. 하지만 각 부처의 예산을 기재부에서 편성과 집행 과정 모두 그토록 세세하게 챙기는 줄은 몰랐다. 민간기업에서도 사업별 부서별 예산은 무섭도록 따지지만, 총액 범위를 넘지 않는다면 집행 과정에서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가 있다. 물론 최종적인 예산 운영에 대한 책임은 오히려 공직사회보다 더 준엄하게 묻는다. 저자는 이와 같은 ‘총액배분자율편성’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오로지 각 부처에 대한 기재부의 불신 때문이라고 여기며, 그것이 심각한 착각이라고 질타한다.
나도 저자의 주장에 십분 동의한다. 사회는 최소한의 신뢰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통신호가 교통질서를 지키게 만드는 건 시스템이 우월해서가 아니라 시민들이 교통질서를 따를 거라는 최소한의 신뢰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듯 말이다. 물론 교통신호를 지키지 않는 시민이 있고, 그래서 그런 시민에게 범칙금이라는 재산상 손해를 지운다. 기재부가 각 부처를 신뢰하지 못해서 예산 편성과 집행을 하나하나 통제한다는 것은 내게는 마치 범칙금 때문에 시민들이 교통질서를 지킨다는 주장과 다르지 않게 들린다. 그런데 이러한 저자의 질타 또한 “각 부처에서는 지원 사업 규모를 효율화해 예산을 줄이면 오히려 질타의 대상이 되고 그래서 예산을 늘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앞선 설명과 부딪친다.
이렇게 보면 저자의 설명 하나하나가 일관성보다는 모순에 가까워 보이고, 열거한 문제에 대해서도 딱히 해결책이라고 할 만한 것을 찾기 어렵다. 물론 저자가 그걸 모르고 설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공직사회의 문제가 엉켜있어 좀처럼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지 싶다.
저자는 책 후반부에서 직업 관료가 유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신화라면서 자신은 그 신화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10년 넘게 일하는 동안 그런 경우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그렇게 말하는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설마 그렇기야 하겠나. 그래도 고시를 통해 등용된 인재들이 아닌가. 저자 말대로라면 당장 국정이 붕괴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지만, 그런 질타가 어제오늘에 와서 새롭게 생겨난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국정이 나름의 틀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은 그들이 ‘최소한의 선의와 등용된 인재로서의 유능함’을 지켜왔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런데도 그렇게 단적인 표현으로 질타하는 저자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싶다.
부디 저자의 이런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전달되어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반 발짝이라도 나아지는 공직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
| 우리는 대통령실과 국회만을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악의 존재로 인식하기 쉽다. 물론 뉴스에 악인으로 자주 나타나는 것은 그들이다. 하지만 정무직 이하의 실무 공직사회 또한 체계 전반적으로 여러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피해자인 척’하고 있는 것이다. 진짜 공직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문체부에서 10년간 사무관 생활하며 직접 실무를 겪은 노한동 작가의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
|
노한동 문체부 전 서기관이 10년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 에세이. 전도유망한 30대 서기관이 공직을 그만두고 책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그 이유를 '비효율', '헛짓거리', '쓸데없는 일' 세 단어로 고백한다. 공직사회의 일이란 그저 관습에 따르거나 기관장을 빛내기 위한 거대한 비효율의 반복 (83페이지) 진짜 필요한 일이 아닌 헛짓거리에 자신의 인생을 갈아 넣으며 느끼는 공무원들의 자괴감 (188페이지) 공직사회는 일을 못한다. 관료가 게을러서도, 철밥통이어서도 아니다. 그저 쓸데없는 일이 너무 많아서다 (274페이지) 누가 그랬다. 노동 없는 삶은 부패하지만 영혼 없는 노동은 삶을 질식시킨다고. 짧디 짧은 1년 반의 공직 시절이 떠올랐다 모 부처 소속기관에서 4년 반을 일했다. 3년은 민간인으로, 1년 반은 공무원으로. 보안장비 룰 정확도 개선을 목표로 3년을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공무원은 과거 어떤 사업자도 언급하지 않던 업무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런 업무를 시도하는 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만 두고 책을 썼다. 이후 해당 기관의 5급 계약직 채용 공고를 보게 됐을 때 살짝 설렜다. 민간인 신분으로 일할 당시 접했던 실무 최고 책임자가 사무관이었기 때문에 채용되면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물론 현실은 달랐다. 잠시 룰 정확도에 관심을 주던 기관장은 이내 성과 어필에 더 유리한 빅데이터로 관심을 돌렸다. 솔직히 입장 바뀌면 나라도 그랬지 싶다. 당시 그만큼 핫한 아이템은 없었으니까. ![]() 보안 수준 향상이 최우선 과제였던 빅데이터 ![]() 4년 간의 빅데이터 운영 결과 그래도 첫 1년 정도는 나름 보람있었다. 룰 정확도 개선 업무를 사무관 권한으로 밀어붙일 수 있었고, 기존 대비 분석 업무 범위 50% 확대라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 아쉬운 점은 해당 업무가 메인이 아니었다는 것. 메인으로 진행했으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 진짜 메인은? 원금 보장도 쉽지 않은 보험 시장은 사고, 질병 등의 공포를 먹고 성장한다. 보안 시장도 비슷. 그래서 업계와 공생 관계인 보안 업계지는 끊임없이 보안 위협 기사를 쏟아낸다. 기관장은 그런 업계지를 탐독했고, 관련 기사가 나올 때마다 내게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물론 그런 기사들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정보보호체계를 큰 틀의 방향성 없이 그때그때 외부 정보에 휘둘리게 만드는, 공만 쫓아 우르르 몰려다니는 동네 축구 수준으로 전락시키는 이벤트성 업무일 뿐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기관장의 성취감이 충족됐다는 것. 숱하게 실시되는 비상근무와 훈련 역시 기관장과 본부가 원하는, 불철주야 경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그림을 보여주기 위함이 최우선이었다. 왜 룰 개선보다 상사 심기보좌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까? 민간의 전문성을 활용하겠다며 뽑아놓고 왜 자신들이 인정한 전문가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일까? 회의감이 점점 커지는 와중에 세 번째 서기관을 모시게 됐다. 정보보호부서는 24시간 보안 이벤트에 대응해야 하는 업무적 특징으로 인해 기피 부서로 악명이 높다. 한마디로 티는 안 나고 몸만 축나는 업무가 많다. 1년 반 동안 세 명의 서기관을 모시게 된 이유. 보안 업무는 운영성이 많아서 '잡일성' 업무가 많다. 눈에 잘 띄지 않더라도 꼭 필요한 일을 했다면 그것을 업무 성과로 인정해야 한다 - CxO가 알아야할 정보보안 그런데 세 번째 서기관은 이전 상사들과 좀 달랐다. 모든 업무를 '새마을 운동'하듯 더 많이, 더 오래, 더 열심히 하려는 노력파였고, 그렇게 하면 다 통한다고 생각했다. 업무를 이해하지 못하는 행정 계층이 자기가 아는 정도만 가지고, 그리고 일반적인 감시, 계량의 수단만 가지고 부처를 운영 - 가짜 노동 시작은 새해 업무 보고였다.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려는 나는 업무 가짓수를 하나라도 더 늘리려는 서기관과 충돌했고, 이후 그의 눈엣가시가 됐다. 처음엔 나를 업무에서 배제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기관장이 나를 계속 호출하는 바람에 실패. 이후엔 타팀 소관 업무를 지시하려 했다. 일을 뺏지 못하면 부서 업무분장을 바꿔서라도 일에 파묻히게 해주겠다 결심한 모양새였다. 그리고 이어진 전직원 주말 출근 지시. 나 하나 잡겠다는 의도가 뻔한 상황에서, 나 때문에 피해보는 직원들에게 미안했다. 그래서 사직서를 냈고, 1년 반의 공직 생활은 그렇게 끝이 났다. 이런 공직사회 속에서 10년 동안 공무원(公務員)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한 저자의 고뇌가 얼마나 컸을지 쉽게 짐작이 가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저자의 바람대로 공직사회에 대한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가짜 노동 내가 경험한 공직사회는 상사의 업적을 위해 5급 이하 전 공무원이 헌신하는 문화가 지배하는 세상이었다. 모두가 리더만을 바라보는 세상에서 리더의 올바른 목표 설정은 필수. 그릇된 목표를 위해 실행되는 어떤 업무도 그릇되고 쓸데없는 일, 가짜 노동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 돈을 벌어야 하는 민간은 돈 안 되는 쓸데없는 일, 가짜 노동을 스스로 쳐내는 경향이 있다. 세금을 써야 하는 공공은 쓴만큼 티를 내야 해서 효율보다 명분과 홍보에 매달리기 쉽다. 비효율에 대한 자정 작용이 힘든 이유. 이런 상황에서 전문성까지 없다면? 기관장이 빅데이터를 선택한 이유는 실/국장, 장차관에게 관련 전문성이 없어서, '유명한 미국 기술'이라는 명분만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서였고, 노력파 서기관이 업무 가짓수를 하나라도 더 늘리려던 이유는 분야 특성을 모르는 채, 과거 업무 방식을 답습해서였다. 정부의 무능과 무기력을 해소하기 위해 대안을 마련하는 일은 쓸데없고 무의미한 업무의 제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263페이지) 1980년대에 미군은 군사계획 절차를 수정하고 (바람직한 최종 상태를 의미하는) '지휘관의 의도'라는 신개념을 도입했다... 지휘관의 의도는 직속 상사로부터 상세한 지시가 없다 하더라도 모든 계급의 병사들이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해준다. 최종 목적지를 알고 있다면 어떤 수단을 취하든 거기 닿기만 하면 될 일 - 스틱결국 리더의 의도가 올바를 때 의미 있는 업무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조직 구성원이 진짜 쓸모 있음의 가치를 발견할 때 가짜 노동은 사라진다. 올바른 의도를 가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전문성. 알아야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지. 그래서 저자의 제안은 매우 적절하다. 일반직 공무원도 원하는 경우 한 분야에서 장기간 계속 근무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 (240페이지) 하지만 순환보직을 무기로 오늘도 무사히를 추구하는 공직사회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다면 저자의 제안은 환영받기 힘들다. 외부 지적이 아닌, '진짜 일'을 잘해보려고 노력하였는가에 대한 자성의 시간을 갖는 게 먼저라는 얘기. 결정이 어려운 문제는 다 위원회, 자문위원회, 심의기구 등을 만들어 그쪽으로 돌리면 된다... 사업이야 산하기관, 대행사시키면 잘 한다... 두꺼운 문서자료를 요구해 증거로 받아두면 안전하다. 일을 많이 한 것 같다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먼저 문제를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자정 작용의 첫걸음을 알리는 이 책의 의미는 대단히 크다. 10년을 몸 담은 조직에 대한 애정 어린 고언을 결심한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
|
개인적으로 책 내용을 한 문장으로 ‘공직사회의 무능과 무기력은 공무원이 일을 안 해서가 아니라 쓸데없는 일이 너무 많아서 생긴다.’ 요약하고 싶다. 저자는 그의 말대로 어정쩡한 경력 때문에 공직사회에 대해 과도한 분칠도, 마타도어식 비난도 없는 정확한 비판의 글을 쓸 수 있는 것 같다. 공직사회를 정확하게 비판한 책은 처음이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듯 하고 나도 공감가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다만 고위공직자, 정치인들이 이 책을 보고 ‘먹던 우물에 침 뱉지 마라’는 식의 비아냥 보다는 공직사회를 발전 시킬 정답을 알고 있는 많은 이들로부터 조언을 구하고 발전시킬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
|
어떤 책은 재미있어 사고, 어떤 책은 출판사가 좋아 사고, 어떤 책은 작가가 좋아서 사고, 어떤 책은 돈이 남아 사고... 이 책은 지은이를 응원하기 위해 샀다. 물론 내용도 충실할 것을 기대했고.(사이드웨이 출판사를 좋아하기도 한다) 기재부 공무원 중에도 이런 책을 써줄 날이 있다면, 그때는 공직사회에 희망을 가져볼 수 있으려나? |
|
기업에 근무하다 보면 가끔 대관 업무(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로비 활동)를 할 경우가 있습니다. 행정부처일수도 있고 산하 기관 혹은 협회 등일 수도 있습니다. 해외 사업을 할 때는 KOTRA 혹은 해당 지역 영사관 등과 미팅을 하고 이런저런 협업(?)을 수행할 경우도 생깁니다. 그런 경험을 할 때마다 해당 기관 소속의 담당자들이 무척 고생한다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다들 똑똑한 분들이고 열심히 정진해 어려운 시험을 보고 좋은 조직에 들어왔는데...막상 얼토당토 않는 일을 하거나 조금은 무능해 보이는 행태를 보이곤 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행정고시에 합격해 중앙부처에서 5급 사무관으로 10년을 보내고 4급 서기관이 되고 나서 퇴직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적지 않은 시간을 중앙부처에서 보냈기에 나름 그 조직의 생리와 생존 방식에 익숙해졌을 것이라 생각되는 시점에 퇴직이라니...그래도 여러 번 퇴직해본 경험이 있기에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충분히 이해가 갔습니다. 그런 심정으로 집어든 책에는...기대보다 더 큰 이야기가 숨어 있었습니다. 저자는 충분한 지식과 경험으로 대한민국 공직 사회의 문제를 지적합니다. 거기서 발생하는 폐단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심원한 국가적 피해를 지적합니다. 게다가 경험과 현장에 기반한 현실적 개선 방안을 제시합니다. 현장을 경험한 사람만이 제시할 수 있는 방안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 책 속에서 더 근본적인 대한민국의 단층을 발견했습니다. 지금까지 #자살하는대한민국 등 최근 고령화, 인구감소, 지방소멸 등을 주제로 대한민국의 문제점과 미래를 분석하는 책들을 다수 읽었는데 그 모든 분석의 끝은, 이 책도 마찬가지이지만 한 곳을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간 대한민국은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근본적인 시스템 개편을 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 핵심에는 법과 법에 근거한 공과 사의 적절한 권한과 책임의 배분이었다는 것입니다. 자율과 협상. 이게 키워드일 것 같습니다. 1960년대 군사독재정권에서 출발한 이후 여전히 한국 사회의 많은 부분은 상향식(Bottom-up)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현장의 의견은 매번 무시되고 기획통 혹은 재무통들이 그것도 아니면 높은 지급자 보좌 그룹이 의사결정을 하고 지시를 하달합니다. 결국 저출산도, 산업 개혁도, 국토 균형 개발도, 심지어 신규 핵폐기물 매립지나 쓰레기 소각장도 몇 년째 진척되지 않고 지리멸렬한 결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제 또 국가 주도로 AI 정책 부서를 신설하고 콘트롤 타워를 설립한다고 합니다. 저자의 표현을 빌린다면 새로운 '헛짓거리'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럴 시간에 붕괴된 기초 학문 R&D 예산에 대한 복원 및 중장기 계획을 보다 현실적으로 세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니, 이 책을 공무원 필독서로 해서 근본적인 공직 사회 개혁이 시작되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