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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는 책의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여간해서는 책장에 꽂힌 책의 새 판본이 나왔다고 해도 새 책을 구입하지 않지만, 삽화가 있다는 말에 예약 구매를 걸어두고 설 연휴가 지나 배송이 시작되기를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새 옷을 입은 책이 도착했음에도 선뜻 손을 댈 수 없었습니다. 나는 언제쯤 눈물 없이 마른 눈으로 이 이야기를 읽을 수 있을까요. 눈물과 두통을 견딜 용기가 필요했고, 그럼에도 마음이 쓸쓸한 2월을 넘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두어 번의 도움닫기 끝에 축축하게 젖은 휴지와 손수건을 옆에 두고 끝내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었습니다. 둘녕이와 수안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간 것을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추가된 삽화와 작가의 말이 담요처럼 내 마음을 둘러줬습니다. 이제 함께 펼쳐둔 나의 추억도 갈무리해야겠습니다. 모암마을이 나에겐 신기리이고, 아궁이에 군불을 때는 다정한 할머니와 책을 주고 먼 길을 떠난 진우 삼촌을 다시 보내주어야 합니다. 고향 집 책꽂이에는 어릴 적 읽던 책들이 여전히 꽂혀있습니다. 오늘은 마침 걸스카우트 세계우애일 입니다. 나는 아람단이었지만 여유 없는 살림에도 단복과 수품을 구입하던 날, 엄마의 상기된 모습을 기억합니다. 작가님 말씀처럼 산다는 건 녹록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단단히 뿌리내린 따뜻한 기억이 비바람을 버티게 한다는 걸 아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흩어진 추억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또 쓸쓸함이 느껴질 때, 따뜻한 온기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읽겠지요. 구판도 좋고 개정판도 좋습니다. 수안이와 둘녕이가 그대로이듯, 나의 추억도 그 자리에 있을 테니까요. 행복하시기를. 그럼 이만 총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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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소설……. 그러므로 추억으로 버무린 향수를 그립게 떠올릴 수 있을 거라는 달콤한 선입견과 기대를 잔뜩 가졌음을 고백해야 한다. 사실 이도우 작가의 작품들은 더욱 그러하고 아릿하다. 위즈덤하우스에서 제작한 둘녕과 수안의 이야기를 몇 년 전 읽어 알면서도, 올 2월 ‘수박설탕’에서도 출판하였기에 다시 주문했다. 그리고 사실 아프고 아름답고 시려서 눈물까지 몇 방울 흘릴 거라는 건 애초 생각도 안 했다는 것을 먼저 고백하고야 만다. 다시 읽으면서도, 첫 문장부터 가슴이 떨렸다. ‘꿈속에서 조용히 울었다. 슬픈 꿈이었다. 포플러 신작로를 따라 그 아이와 타박타박 걷던 시절. 등에 멘 책가방에서 필통 속의 연필들과 빈 도시락 수저가 달그락거리던 날들의 이야기였다.’ 이 구절과 함께 ‘너는 길눈이 어둡구나……그러고는 수안을 불러다 이제 어딜 가든 둘녕이와 꼭 붙어 다녀라 했다.’를 읽으면서 말이다. 어찌나 아리던지, 그립던지, 참으로 환장하게 만든 추억과 그리움이다. 열한 살의 계피 냄새 나는 모암마을의 봄날을, 서른여덟이 되어서 소곤소곤 비밀 얘기를 꺼내 생각하는 일은 고둘녕의 시선이다.
엄마가 사라진 것이 자신들 탓인 양 면목 없어 했기 때문에 나는 외가에 맡겨진다. 외할머니와 이모 내외, 막내 이모와 막내 삼촌 그리고 동갑내기 사촌 수안과 함께 사는 걸 선선히 받아들였다. 외할머니와 수안이 쓰는 방에선, 햇볕에 잘 말린 풀을 한 갈퀴 부려놓은 듯 쌉쌀하고 서걱서걱한 묘한 냄새가 났다. 종일 입었던 내복을 벗고 잠옷으로 갈아입는 일이 왠지 고상하고 격식을 갖춘 일과처럼 느껴졌고, 『소년중앙』, 『어깨동무』 같은 소년잡지와 마을 이장이 나눠준 『어린이 농민』 과월호도 열심히 읽었다. 이모는 수안과 옷을 같이 입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이모는 내가 엄마에게서 물려받았을지 모를 어떤 것을 수안이 옮을까 봐 염려해서다. 그래도 수안과 내가 사는 세상은 그런대로 따뜻하다. 부엌엔 맛있는 음식이 있었고, 모두가 잠든 뒤에도 처마에 매달린 백열등은 꺼지지 않아 우리 방은 밤새 달빛보다 더 노란 빛으로 차 있었으므로. 수안의 놀이에는 언제나 줄거리가 있고,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옷장 속에 사는 아이들 놀이였으며, 수안은 그 줄거리를 이전에 읽은 동화책에서 따왔다고 했으므로. 이야기의 마지막은 우리가 숲에서 마법사를 만나 평생 맛난 요리를 할 수 있는 냄비와 따뜻한 옷, 생전의 부모님 모습이 들여다보이는 붉은 구슬을 선물로 받는다는 것이었는데, 냄비와 따뜻한 옷과 붉은 구슬이라니. 참 근사하다. 늘 맛있는 냄새가 피어오르던 외할머니의 부뚜막이, 갖가지 기묘한 가루와 액이 담긴 조미료 병이 놓여 있던 나무 쟁반이 참 사랑스럽고. 둘녕은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율이 삼촌 말고도 또 있으면 좋겠다는데, 물론 나 같은 독자일 터. 삼촌이 떠난 방에 작은 텐트를 치고는, 담요를 바닥에 깔고 뒹굴며 책들을 읽다가, 그 방이 무척 추워 수안은 폐렴이 심해 입원을 했으니. 은이 이모에게 꾸중을 들을 수밖에. 불현듯 서러웠던, 그 밤 창호문에 아가위나무 그림자는 비쳤고, 둘녕은 나 있지, 그냥 죽어버릴까? 속삭였으나 나무는 대답하지 않아서 이불을 덮어 쓰고 조용히 울었다. 중학생이 된 수안은 독서토론반에 가입해 책을 읽고 밑줄 긋고 정리하는 일에 빠지고, 똑똑하고 멋지다고 소문이 파다한 남학생반 반장 백승모와 사귀는 눈치를 보였다. 돈이 더 들더라도 나까지 걸스카우트를 시켜야 은이 이모 마음이 편해지는 거였고, 수안이도 좋아했고, 외할머니도 기뻐했다. 하지만 캠프파이어 도중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서 다들 대피를 해야 했는데, 그 밤 승모가 없어졌으니, 열여섯 살의 여름이었다. 수안과 둘녕, 그 둘에게도 서로에게 모든 것이 첫 번째인 마음이, 세월이 흐르며 조금씩 틈이 벌어지고 있었으니……. 먹먹함과 안타까움만 몰려와 남는 거 같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토담집 노파의 당점은 맞은 걸까? 틀린 걸까? 잠시 생각해 본다. 수안에겐 서방이 둘이라며, 걱정할 거 없다고, 다 방도가 있는데 그게 참, 남자 한 놈을 연애를 건 다음에 단물만 빼 먹고 내다 놓으란다. 그다음에 만난 놈한테 시집가면 된다고, 액땜하는 거라고 했다. 둘녕은 초년에 부모 운이 없어 떠돌기는 하지만 나중엔 잘 산다고, 남자한테 정도 받는다고 했다. 맞고 틀리고는 문제가 아니라, 수안이 행복하지 않는데 혼자 행복해진다면 안 될 것 같았던 둘녕의 마음이 어쩐지 불안했음을. 세월이 지났어도 수안이 만들어준 생명선은 손목까지 긴 흉터로 남아 이어 졌고, 지금도 불에 덴 듯 아프게 느껴질 때가 있음을. 마치 어젯밤 일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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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가 너무 예쁘고, 튼튼한 양장본에 랩핑도 되어 있어서 선물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중간중간 삽화들도 담겨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수안이와 둘녕이의 따뜻한 이야기를 개정판으로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도우 작가님과 수박설탕♡ |
| 잠옷을 입으렴 이도우 작가님글중 저는 가장 좋았어요. 사촌간의 우정을 보면 너무 좋기도 하고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마음이 슬프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드는 책인거 같아요. 묘사들도 너무 마음에 들구요. 작가님 다음 차기작 꼭 챙겨보고 싶어요! 잘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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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스웨터를 짜고 있을 땐 나는 곁에서 같이 아늑해져. 넌 털실을 짜고 난 시간을 허비하지. 넌 물레를 돌릴 테고 난 딸기잼을 휘젓겠지. 축복할게. 내 사촌. 언제나 마법 같은 손길 지니기를. 수안. 두번째 개정판 소장하고 있는데 일러스트 추가로 나온책이 이뻐서 또 구매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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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이도우작가님의 소설 읽을수록 마음이 아렸던 서글프면서 따뜻한 이야기 ‘사랑하는 고둘녕.’ 이 인사말이 따뜻하면서도 왜 이리 가슴 저린지 모르겠다 모두의 안에 있을 수안과 둘녕, 아프지 말고 부디 모두 마냥 양껏 행복하기를 바래본다. 그럼 이만 총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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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배경이 상상되지 않아 그때 그 시절이 잘 와닿지는 못한 것 같다. 70 ~ 80년을 추억할 수 있는 나이였다면 정말 재미있게 읽었을 텐데.. 어릴 적부터 계속 붙어 다녀 분신과도 같아진 둘녕과 수안은 함께 성장하며 여러 일들을 겪는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수안은 점점 어두워져 간다. 둘녕에게 다소 집착하는 것처럼도 느껴졌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완전히 무너져버릴까 봐 그런 건가. 그에 비해 둘녕은 이모들의 눈치를 보며 살았지만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하고 독립해 나가는 성장 과정을 보여준다. 하고 싶은 것 다 하며 눈치도 보지 않고 자라면 무언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기라도 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그렇게 될 사람인 건가. 수안을 잃은 둘녕은 수안을 가끔 그리워하며 덤덤한 듯 살아간다. 이 작품을 읽고 만났다 떨어진 인연을 떠올려봤다. 수안과 둘녕처럼 내게도 정말 친한 동네 친구가 있었다. 초등학생 때 서로 집이 가까워 거의 매일을 놀이터에서 해질 때까지 같이 놀았다. 어쩌다 멀어졌을까. 나이가 하나 둘 들면 점점 가치관도 변하고 서로의 사이에 틈이 생기는 듯 하다. '인연이 되면 언젠가 만나겠지.. 인연이 아니면 추억이 되는 거고..' 생각하는 주의라서 그 틈에 매달리는 성격은 아닌지라 그냥.. 자연스럽게, 평범하게 살아온 것 같다. 모두가 한 명쯤은 그리운 사람이 있을 거다. 그 잊고 살던 그리움을 한 번씩 떠올려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