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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랑은 인간에게 갇힌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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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계 쿠르드족으로 알려진 바흐만 고바디 감독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자신의 정체성을 애써 감추지 않는다. 상처와 고통을 담담하고 묵직하게 술회함으로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다. 날카롭게 찌르는 환각과 묵직하게 후벼파는 슬픔으로 너덜너덜한 날것의 세계를 창조함으로서 세계를 향해 경중을 울리는 역할을 도맡는다. 13년 전은 디지털이 모든 영역을 지배하는 세상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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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계 쿠르드족으로 알려진 바흐만 고바디 감독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자신의 정체성을 애써 감추지 않는다. 상처와 고통을 담담하고 묵직하게 술회함으로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다. 날카롭게 찌르는 환각과 묵직하게 후벼파는 슬픔으로 너덜너덜한 날것의 세계를 창조함으로서 세계를 향해 경중을 울리는 역할을 도맡는다. 13년 전은 디지털이 모든 영역을 지배하는 세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실황으로 실제 인물을 통해 영화를 찍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였기 때문인지 전문배우 아닌 아이들이 연기한 리얼리즘과 극의 흩어짐 사이 어디쯤에서 감독의 시도는 완전히 안착한다. 한치의 틈도 용납 못할 견고한 건조함 사이로 설명할 수 없는 괴리가 회의처럼 밀려온다. 이 아이들은 신이 내려보낸 천사의 다른 모습인지도 모른다. 

 

 

모진 삶. 전쟁과 가난 그리고 서러움. 붉은 잿빛 하늘에서 시리도록 하얀 눈이 내린다. 앙상한 나뭇가지, 꽁꽁 언 눈으로 덮인 곳에서 아이들의 눈물과 희망이 동시에 자란다. 그곳의 가장 초라한 것조차 순수와 열망으로 반짝거리는 아이들의 마음을 생채기내지 못한다. 흙, 벽돌, 짚으로 덧댄 초라한 집에서 엄마는 출산으로, 아버지는 밀수 중 지뢰로 잃은 다섯 남매. 열 두 살의 가장으로서 식구들을 책임져야 하는 아윱은 사력을 다해 도끼질 하여 짊어진 나뭇가지와 누나를 팔아 얻은 노새로 쉼없이 눈길을 걷고 국경을 넘어간다.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땅에서 어른조차 붙잡을 희망의 가지가 없는 상황, 아윱은 동생들을 먹이고 아픈 형을 수술시키겠다는 확고한 의지 아래 포기와 타협을 모른다. 노새에게 술을 먹여 움직이게 하는 방법을 취하려면 너무 많은 술을 먹여 노새가 아예 몸을 가눌 수 없도록 해서는 안되었다. 노새는 한 마리 말이 아니라 다섯 남매의 생명줄이자 동아줄이자 식구였기에 잃을 수도 없었다. 국경에 득실대는 무장강도와 일을 해도 품삯을 제대로 쳐주지 않는 비참과 피폐, 죽음을 무릅쓴 상황에서도 쓰러진 노새를 일으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는 아윱의 절박한 외침에 우리는 고개 숙인 채 무릎 꿇을 수밖에 없다.

 

 

이란의 고원지대 출신으로 차별과 고독으로 외롭게 자랐을 젊은 감독이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를 롤모델 삼아 같은 길을 다른 방식으로 통과하려고 한다. 그들 역시 땅과 언어를 갖고 살아갈 수 있는 똑같은 사람이었다. 이란, 이라크, 터키, 시리아 국경에 흩어져 사는 4500만 쿠르드인들의 서글픈 현실은 단순한 동정이나 연민으로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리얼의 가장 깊숙한 밑바닥으로부터 시작되는 휴머니즘을 끌어올린다. 아름다움과 순수는 환상이 아니라 아이들의 것이다. 작고 어린 것들의 순수와 미래를 지켜주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인공적인 것들 속에 살아가는가. 전쟁과 가난의 고통과 차별과 고독의 외로움은 인간이 인간으로부터 질리도록 학습한 무엇 아니던가. 

 

 

이야기에는 필연적으로 시대가 담길 수밖에 없다. 오랜 전쟁으로 황폐해진 이란-이라크 국경마을의 필사적인 삶을 쿠르드인 가족의 비애를 통해 그려낸 2000년 作이라는 정의에는 무엇을 덜어내거나 보태야 할까. 어쩌면 13년이란 세월이 지난 지금 더이상은 화두에 오르지 못하는 이야기로 치부될 수도 있다. 실제 상황은 변함 없는데 이미 널리 알려졌으며 굳어진 제도와 체계로 인해 어쩔 수 없음을 큰소리로 외칠 수도 있을 것이다. 혹시 그런 생각 하고 있다면 이런 아이들은 어떤가. 있어도 괜찮을까. 여전히 어딘가에서 전쟁과 가난으로 부모를 잃거나 다친 가족을 품고 살아가야 한다면 도망이나 외면으로 대응하라고 가르칠 것인가. 폭설로 길이 끊어져야만 밥벌이를 하러 나갈 희망이 생긴다. 누나가 시집가면서(실질적으로는 팔려가면서) 남겨준 노새를 몰고 국경을 넘어간다. 일이 무사히 성사되어야 겨우 끼니 때울 음식과 동생에게 연필과 연습장을 사줄 돈을 얻지만 날아오는 총탄과 무장강도의 약탈 아래 매번 죽음의 문턱을 넘는 경험을 해야만 하는 일이다. 

 

아윱의 의지는 가족을 향한 책임을 넘어 신으로 가는 길을 내는 자의 거룩한 열정으로 보일 지경이다. 더 많은 것을 더 쉬운 방식으로 얻기 위해 발악하는 어른에게 아윱의 목적 없는 책임과 사랑은 무엇으로 읽혀야 마땅할까. 왜 고작 열두 살 먹은 아이에게 술에 취해 국경을 넘게 하는가. 총 앞에 무릎 꿇게 하고 가족을 지키지 못할까봐 절망하게 만드는가. 무엇에 대해 얼마나 원망을 쏟아부어야만 개선될 수 있는 현실이 되는가. 노새와 한마음으로 눈길을 헤친 아윱의 마지막은 아무도 모른다. 그들에게는 과거와 미래도 아닌 오직 현재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롯이 현재를 사는 일은 왜 이다지도 가혹하면서 슬픈가. 아윱이 잃지 않고 보여준 생의 의지는 애착과 책임의 또다른 모양이었다. 잃어본 자의 화폭 안에서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한결같이 지켜준 덕분에 우리는 최소한의 양심에 손을 얹고 무관심과 부도덕을 반성해볼 계기를 얻었다. 

 

 

나라도 언어도 정부도 부모도 잃은 채 떠도는 아이들. 균형과 평등이 아닌 기회와 이기주의에 저마다 꿈을 얹고 달리는 뻔뻔한 미래에는 여전히 타고난 곳 없어 갈 곳도 잃고 헤매는, 아무 것도 주어진 게 없는 땅에서 목숨 하나 지키겠다며 날마다 일어나는 다섯 남매가 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알았을까, 가르쳐준 적도 배운 적도 없는 사랑을. 이 아이들은 어디서 배웠을까. 하늘로부터 배워 내려온 천사라면 신이 천사를 더 많이 내려보내야만 할 것이다. 하필 지금 이다지도 사랑이 필요한 세상으로 내려올 천사가 마침 기다리고 있다면 말이다.

 

 

김경주 시인이 쓴 동명작품은 부끄럽고 후회하다못해 정체모를 숙연함에 뼛속까지 시리게 만든다.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김경주


 

오늘 밤은 취한 말들만 생각하기로 한다
잠든 말들을 깨워서
추위를 이겨낼 수 있도록 술을 먹인다
구유를 당겨 물 안에 차가운 술을 부어준다
무시무시한 바람과 산맥이 있는 국경을 넘기 위해
나는 말의 잔등을 쓸어주며
시간의 체위(體位)를 바라본다
암환자들이 새벽에 병실을 빠져나와
수돗가에서 고개를 박은 채
엉덩이를 들고 물을 마시고 있듯

갈증은, 이미지 하나 육체로
무시무시하게 넘어오는 거다

말들이 거품을 뱉어내며 고원을 넘는다
눈 속에 빨간 김이 피어오른다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취한 말들이 비틀거리기 시작한다
이 말들의 고삐를 놓치면
전속력으로 취해버릴 것을 알기에
나는 잠시 설원 위에 나의 말을 눕힌다
말들의 뱃살에 머리를 베고
(우리는 몇 가지 호흡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
둥둥둥 북을 울리듯 고동치는 말의 염통!
말의 배 안에서 또 다른 개인들이 숨쉬는 소리
들려오는 것이다
밤하늘, 동굴의 내벽에서 들려오는 바람의 연령
나를 조금씩 인용하고 있는 이 침묵은
바닥에 널브러진 말들의 독해처럼
나에게 있는 또 하나의 육체, 이미지인 것이다
나는 말의 등에서 몇 개의 짐들을 떼어내준다

말들이 다시 눈 덮인 고비 사막을 넘기 시작한다
그중엔 터벅터벅 내가 아는 말들도 있고
터벅터벅 내가 모르는 말들도 있다
그렇지만 오늘 밤엔 취한 말들만 생각하기로 한다
음악 속으로 날아가는 태어날 때부터
바퀴가 없는 비행기랄지
본능으로 초행을 떠난 내감(內感) 같은 거, 말이
비틀거리고 쓰러져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분만을 시작하려는 것인지
의식을 향해 말은 제 깊은 성기를 꺼낸다
기미(機微)란 얼마나 육체의 슬픈 메아리던가

그 사랑은 인간에게 갇힌 세계였다

 



s*****d 2013.06.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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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아, 아윱아..힘내렴...
"말아, 아윱아..힘내렴..." 내용보기
솔직히 말해, 영화 볼 때는 겨우 봤다. 그리 길지 않은 영화지만, 단 한 마디도 알아듣지도 못하는 언어에다가 내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잘 모르겠다. 조금이라도 지루한 요소는 모두 삭제해 버리는 헐리우드 영화에 너무 길들여진 탓이었을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화를 본 지 약 3달이 지난 지금, 이따금씩 생각이 난다... 작품성을 너무 뒤늦게 깨달을걸까..? 그게 다
"말아, 아윱아..힘내렴..." 내용보기

솔직히 말해, 영화 볼 때는 겨우 봤다.

그리 길지 않은 영화지만, 단 한 마디도

알아듣지도 못하는 언어에다가 내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잘 모르겠다.

조금이라도 지루한 요소는 모두 삭제해

버리는 헐리우드 영화에 너무 길들여진

탓이었을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화를 본 지 약 3달이

지난 지금, 이따금씩 생각이 난다...

작품성을 너무 뒤늦게 깨달을걸까..?

그게 다 그거인 헐리우드 영화와

우리 나라의 별로 웃기지도 않는 코미디 영화에

(인정할 건 해야죠^^:)

질릴 때쯤..한 번 보세요..

 

 

지극히 대중적인 것만 추구하는 분이라면 비추.

가끔은 다른 것도 도전해 보는 것이라면 추천.

그 어떤 영화를 보더라도 적응할 줄 아는 당신이라면 강력 추천~!!

s*****o 2008.03.2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