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우 교수님을 통해 알게 된 김민지 박사의 책 <현명한 부모는 적당한 거리를 둔다>를 천천히 읽었다. 저자는 하버드에서 공부하다가 UCLA에서 심리학으로 박사를 받았다. 인연 때문 만은 아닐텐데 하버디와 예일의 심리학 거장들이 적극 추천했다고 한다. 내가 책을 든 이유는 우리 가족의 관계도 한번 검토할 수 있는 책이 될 거라는 것이다. 저자는 의학적으로 임상 심리학을 연구했지만, 사회 심리학과 발달 심리학도 거쳤기 때문에 관계에 대해 강점을 가졌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우리 가족도 용우가 어릴 적 큰 트라우마가 있었고, 결국 아이에 대한 더 큰 집착을 갖고 있었다. 우리 부부의 사고 속에 절반 이상이 아이가 있었고, 아이는 아이대로 부담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법륜 스님의 말처럼 스무살이 넘은 아이는 독립해 가는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가족도 각자의 성숙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민지 박사의 책은 이 과정을 경계를 의미하는 ‘바운더리’라는 말을 통해 잘 표현한다. 저자는 인간 관계의 문제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가 무너져 발생하는 문제’ 즉 바운더리가 제대로 설정되지 못해 발생하는 심리적 어려움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그리고 그 바운더리에 대한 학습은 당연히 부모 등 가족으로부터 생긴다. 부모와 아이의 건강한 관계는 아이가 세상과의 관계를 잘 맺고 성장하는 데 중요한 기초를 제공한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배운 경험이 아이가 사회 속에서 관계를 맺고 부딪히며 성장하는 토대가 되기 때문인데, 이를 위해 부모와 아이 사이의 ‘적절한 거리(바운더리)’가 필수라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팟캐스트로 애청하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생각했다. 법륜스님의 강연도 사람들이 그 경계를 잘 설정하라는 데 주안점이 있다. 물론 사람들 뿐만 아니라 자신을 적당한 거리에서 볼 때 인간은 성숙해진다고 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 점에서 이 바운더리는 정현종 시인이 말하는 ‘섬’일 수도 있다. 사실 바운더리를 형성하는 문제는 아무리 순탄하다고 해도 완벽할 수는 없다. 저자도 그럴 수는 없다고 한다. 그 원인 중에 하나는 사람마다 기질이 다를 수 있다는 이유다. 하지만 난관에 부딪혔을 때, 그것을 극복해내는 힘이 중요하고 한다. 저자는 심리학자 베일런트의 연구 등을 들면서 인생의 고통과 갈등,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능력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행복을 좌우한다고 본다. 나도 강연이나 글에서 ‘회복탄력성’을 강조하는데, 이런 생각들과 괘를 같이 할 것이다. 저자는 그간에 만났던 상담 등을 중심으로 바운더리가 무너질 때 오는 상황에 대해서 다양하게 적극한다. ‘애착’ 역시 비슷한 문제를 발생한다. 우리 부부 역시 아이에게 가장 크게 갖는 고민이 애착일 것 같다. 하지만 애착 역시 바람직한 모습만이 아니라는 것은 명확하다. 이 책의 비범성은 편안한 이해서면서도 실질적으로 ‘발달 단계별로 바운더리 세우기’처럼 다양한 지혜를 준다는 점이다. 국어학을 배우다 보면 피아제나 촘스키 등 다양한 발달심리학과 언어학의 교훈을 배운다. 하지만 학문과 현장을 연결하는 모습은 쉽지 않은데, 저자는 너무나 편안하게 두 가지 경계를 오가면서 도움을 준다. 요즘 용우를 보면 스스로 부모와의 바운더리를 형성하려는 것을 느낀다. 어제는 혼자서 광주로 내려가 친구도 만나고, 자신이 보고 싶은 박물관을 답사했다. 그리고 블로그(https://blog.naver.com/yongu02)에 그런 기록을 올리면서 지식을 확인한다. 또 소설 등 읽은 책의 느낌을 통해 자신을 투사해가는 것을 보면 더 커가는 것을 알 수 있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대학 4학년 때 하이텔에 서평을 쓰면서 책과 나를 접목했고, 세상을 만날 수 있었다. 용우 역시 최근에 읽은 ‘급류’ 같은 소설을 통해 내면과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반갑다. 반가운 책이었던 만큼 아내나 아이도 차례대로 읽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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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도서중 , 보통 전문가의 방식만이 옳고 내가 하고 있는 건 잘못되었다 지적받는 느낌이라 읽기 꺼려지는 감이있었는데, 이 책은 무조건적인 저자의 강요가 아닌, 나를 뒤돌아 볼수 있도록 만들고, 나를 먼저 설득시켜 나를 변화시키는 영향력 있는 책이라 현실적인 도움이 된다는 점이 신선했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