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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에 나오는 "삼경"이라는 시는 건축가인 내게 각별하다. 시인 임보는 집 속에 세 개의 길이 있다고 갈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생업을 위한 길, 또 하나는 이웃과 소통을 위한 길,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자신만의 즐거움을 위한 길. 시인의 집은 각박한 효율과 기능에만 연연해하기보다는 먼저 이루어야 할 삶의 진면목을 세 갈래로 요약하여 담아내고 있으니 참으로 부럽기 그지 없는 집다운 집의 모습이 아닌가. 시집을 읽고난 후 나는 설계를 하면서 그 집만의 3경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되묻곤했다. 설계란 결국 세 개의 길을 x/y/z 축으로 펼치는 공간구조화 과정에 다름 아니다.
삼경(三徑)* / 임보
* 삼경(三徑) : 한대(漢代)의 장후라는 이가 은거한 뒤로 정원 대숲 사이 ‘세 갈래의 좁은 길’을 내어놓고 오직 세속적인 명리를 추구하지 않는 선비 구중(求仲), 양중(羊仲) 두 사람과만 서로 내왕하였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것으로 은자의 거처를 이르는 말.
고인(古人)의 시구(詩句)에 三徑就荒 松菊猶存 ― 陶淵明 <歸去來辭> 우이동(牛耳洞) 시인(詩人)들의 사랑방. 당호(堂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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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 (본명 강홍기)
1962년 서울대학교 국문과 졸업 1988년 성균관대학교대학원에서?「한국현대시운율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 1962년『현대문학』을 통해 시단에 등단함. 충북대 국문과 교수 역임.
『임보의 시들 59-74』『산방동동山房動動』『목마일기』『은수달사냥』『황소의 뿔』 『날아가는 은빛 연못』『겨울,하늘소의 춤』『구름위의 다락마을』『운주천불』 『사슴의 머리에 뿔은 왜 달았는기』『자연하교』『자닭 설법』『가시연곷』『눈부신 귀향』『아내의 전성시대』『자운영꽃밭』『검은등뻐꾹이의 울음』『광화문 비각 앞에서 사람 기다리기』 『山上問答』『지상의 하루』등이 있음.
저서:『현대시 운율 구조론』『엄살의 시학』『미지의 한 젊은 시인에게』 『시와 시인을 위하여』등이 있음.
열린시학 시인선 9번째 책/ 임보의 신작 시집으로 갈수록 난해하고 난삽해지는 현대시에 대한 반성과 함께 세상에 대한 긍정과 사랑이라는 주제로 총 80여편의 시를 담고 있다. 임보의 시를 읽다보면 늘 깨어있어야한다는 경구가 무슨 뜻인지 실감이 난다. 임보의 시는 공간적으로는 자연 속에, 시간적으로는 우주스케일 안에 나 자신을 데려다주곤 했으니 행간을 읽다보면 어느새 서늘한 깨달음과 마주하기 마련이다. 그뿐 아니라 이렇게나마 살아있음에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다잡아주곤 했다.
눈부신 이 지상의 하루 몇 억만 년만의 황홀이거니 깨어있는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면 그대의 집 뜰이 낙원의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음을 비로소 눈물겹게 맞게 되리니
현상에 휘둘려 자칫 놓치고 었었던 진실들을 다소나마 바로 볼 수 있는 힘을 얻게 해주었으니,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더러는 그의 시 독수리처럼 "되돌아오는 길을 몰라 허공에 묻히고 말"수도 있고, 어둠에 빠져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또한 탓할 일은 더더욱 아닐 터. "어둠이 깊을수록 별들이 더 반짝이듯 그렇게 한 시대의 별들도 어둠의 수렁에서 솟아"오르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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