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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편도나무에게 말했노라.
"편도나무야, 나에게 신에 관해 이야기해다오.
편도나무야, 나에게 신에 관해 이야기해다오."
그러자 편도나무가 꽃을 활짝 피웠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영혼의 자서전'에서-
이스마일 카다레의 소설 <꿈의 궁전>을 읽었다.
이 작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누가 읽어 보라고 추천한 것도 아닌데 어쩌다 보니 몇 년 전에 그의 작품 <부서진 사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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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가 입에 달을 물고 달려가는데 상처 입은 달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 사람 한 무리가 그 뒤를 쫒고 있다. (p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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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굉장히 로맨틱하다. 자장가를 불러주는 엄마의 흥얼거림이나 수화기 너머 서툰 여자 친구의 노랫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벤 폴즈의 가사처럼 달빛이 꿈의 속살을 한꺼풀 벗기도록 허락하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궁전을 상상한다.
하지만 이스마일 카다레가 세운 꿈의 궁전은 너무나 잔인하다. 사람들의 꿈을 관리하고 통제하고 해석하는 그곳은 실체 없는 꿈의 속성과 맞물려 극렬한 공포를 만들어 낸다. '이 세상에 말 실수는 없다'고 프로이드는 말한다. 잠재된 욕망이 무의식 속에서 나도 모르게 발현되는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그 모든 무의식이 유영하고 춤추는 꿈의 바다에 까지 보를 세우고 둑으로 가로 질러 관리한다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어떤 것일지 생각만 해도 끔찍할 뿐이다. 그리고 이스마일이 목도한 자국의 현실은 끝도 없는 통로와 똑같은 문으로 만들어진 꿈의 궁전, 타비르 사라일을 만들어 냈다.
알바니아의 엔베르 호자는 루마니아의 차우세스쿠와 더불어 악명 높기로 유명한 유럽 중남부 지역의 대표적인 독재자이다. 죽의 장막이 열리기 전 중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오랫동안 공산주의 정권이 통치했다는 대강의 역사 외에 사실 난 아는 바가 없었다.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알바니아가 공산 독재 치하였던 1946년부터 1992년까지, 6천 여명의 정치범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3만2천여 명이 강제 이주 된 것으로 나와 있었다. 그 중 강제노동수용소에서 사망한 이는 7천 여명 정도이다. 그럼에도 작년 호자의 탄생 100주년에는 호자의 지지자와 반대자로 나뉘어 격한 충돌이 빚어졌다는 뉴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 고립된 국가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기실 꿈의 궁전은 단지 알바니아 만의 참혹한 역사와 현실 정치를 비판한 건 아닐지도 모른다. 행간에 저며 놓은 씁쓸한 유머와 끝없는 메타포는 굳이 아드리안 해의 저 먼 국가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혈서를 써 가면서까지 우리의 역사을 갉아먹었던 이도 훗날 민족을 위해 일했다는 구국의 경제 대통령이 될 수 있고, 소파에 편히 앉아 기자들과 카메라 앞에서 실실 쪼개면서 요즘 젊은이들은 나한테 당해보지도 않고 나댄다고 같지도 않은 농담 따먹기를 하는 29만 원 지도자도 기세 등등하게 살아가는 세상이다.
카다레도 그래서, 그저 꿈의 궁전은 한줄기 허상의 꿈이었으면 했을까. 그 차디찬 주먹을 쥔 군주들이, 약동하는 봄의 기운을 두려워 하며 결국엔 굴복할 수밖에 없음을 고백하길 바랐던 것일까. 역사가 그저 승자의 기록 만은 아니라는 걸 가르쳐 주는 힘 있는 문학의 기세가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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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287페이지, 21줄, 26자.
처음에 반납을 앞두고 읽다가 다 못 읽어서 반납했습니다. 그게 작년 11월 19일이네요. 한라도서관의 정책이 동일 가족에게는 즉각적인 재대출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좀 기다렸다가 다시 대출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1-2주를 기다리다가 그만 갈 때마다 잊어버려서 3달 만에 다시 빌렸습니다.
마르크 알렘은 어머니가 명문가인 쿠프릴리 출신이기 때문에 추천으로 '꿈의 궁전'이라는 타비르 사라일에 취직하게 됩니다. 꿈의 궁전이란 환상적이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이런 꿈을 꾸었습니다' 라고 누군가가 신고를 하면 그걸 수집하여 분류, 해석하는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마르크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출근하여 선별부에 배속되는데, 보통은 필경부와 수집부를 거쳐서 올라가야 하는 중간 직책입니다. 결국 그는 여전히 뭘 모르는 상태로 더 상위 직책으로 알려진 해석부를 거쳐 최고위직군인 핵심몽 담당 부국장까지 오릅니다. 꿈의 궁전 국장은 사실상 유폐 상태이니까 실질적으로는 최고위직에 오른 셈입니다.
이야기는 이게 다인데 내용을 보면, 당사자인 마르크는 엄청난 기관(이라고 알려져 있는 곳)에 근무하면서도 일을 제대로 하는지도 잘 모르고, 건물배치며 돌아가는 일도 잘 모르는 상태로 있습니다. '누군가가 알려줄 것이다' 내지 '말하면 안된다' 라고 하지요. 작가가 뭘 의도하고 썼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암울한 현실을 그린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외삼촌인 쿠르트은 불온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이유로 처형되었는데, 다른 외삼촌은 반격을 가해 반대파를 숙청합니다. 그 와중에 마르크가 영전을 한 것이지요. 동시에 출퇴근 시에 사용하는 마차 이야기가 마지막에 있는 것으로 보아 현실과 괴리되는 심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더 이상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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