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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 중에서 단일 작가의 작품으로 가장 많은 것이 고우영 화백의 작품이다. 삼국지, 서유기, 초한지, 십팔사략, 임꺽정 등을 비롯하여 최근에 복간한 대야망까지 등 그의 작품으로 현재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 구입했다. 권수로는 아마 100여권 가까이 될 것이다.
초등학교 때 만화광이었던 내가 심취했던 작가는 박기정, 임창, 김종래, 김민, 추동성(고우영) 화백 등이다. 학창 시절에 애독했던 인연이나 그리움으로 따지면 고우영 화백보다는 박기정, 임창, 김종래 화백이 더 앞선다. 그러나 그분들은 이미 타계했거나 창작활동을 접었으므로 작품을 구하기 힘들었다. 현실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작품을 찾다 보니 고우영 화백에게 집중한 것이다.
고우영 화백은 초기에는 추동성이란 필명으로 작품을 발표했다. 추동성이란 필명으로 발표한 작품으로 짱구박사와 아짱에가 떠오른다. 그러나 그 작품들은 초등학교 무렵에 언뜻 스친 것이라 제목 외에는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고우영 화백에 대한 추억은 어린 시절이나 학창 시절보다는 대학 시절에 일간스포츠를 통해 발표된 성인만화를 통한 것이 더욱 진하게 남아 있다. 내가 대학 시절에 도서관을 즐겨 찾은 이면에는 도서관에 비치된 신문을 통해 연재되는 그의 작품을 보기 위한 것도 있으리라.
몇년 전부터 고우영 화백의 작품을 차례차례 구입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구입한 것이 이 책 <일지매>다. 이 작품만은 신문에 연재될 당시에 보고 싶으면서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일지매>의 세계를 여행하며 추억에 잠기려고 한다. 지금까지 이 책을 서너 번 읽었지만, 이 글은 리뷰라기보다 1권~8권의 줄거리를 정리한 요약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일지매>를 읽고서 그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한 이들과 그 마음을 공유하고 싶다. 이 책을 읽지 않은 분들은 앞과 뒤의 설명 정도만 읽기 바란다. 줄거리를 미리 알게 되면 독서의 즐거움이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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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전체 8권 28장인데 각 장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제1장 <인연, 그리고 숙명> 에서는 일지매, 걸치, 열공 스님, 구자명, 백매, 횡보자 등 대부분의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일지매는 김중환 참판과 하녀 백매와의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가문의 체면 때문에 버려진다. 약간의 패물을 위로금으로 받은 백매는 아기에게 생모의 마음이라도 전해달라며 시구를 전한다.
매화는 눈속에 피어 추위에 떨고 어미는 어려서 되어 이별에 우네
백매는 비록 노비였지만 문재가 있어서 언문을 익힌 터였다. 김참판의 모친은 모자간의 정을 딱하게 여기고 글을 받는다. 이 시구는 강가에 버려지는 아기의 옷섶에 넣어져서 훗날 어미를 그리는 일지매의 정표가 된다. 아기는 걸인 걸치와 열공 스님의 눈에 띄어서 키워지고, 김참판 집에서 나온 백매는 기적에 오른다.
걸치는 일지매의 젖을 동냥하러 거리를 거닐던 중 우연히 백매의 기방에 들른다. 아이를 본 백매는 버려진 자신의 아이를 생각하며 양육비에 보태라며 패물을 건넨다. 소년 포졸 구자명은 걸치가 가지고 가는 패물을 수상히 여기고 확인 차 기방에 들렸다가 ㅍ동갑내기인 백매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한편 걸치가 젖을 얻으러 간 곳이 김중환 참판의 집이었다. 김참판의 모친은 걸치에게 안긴 일지매를 알아보고 기저귀감 등을 준다. 그러나 아기가 살아난 것을 안 김참판 집의 청지기는 미래의 화근을 없애기 위하여 일지매를 죽이려고 한다. 이를 알아 챈 열공 스님은 일지매를 안고 청나라로 피신하여 그곳의 부호에게 양자로 준다.
일지매는 청국의 양부모에게서 부러울 것이 없이 자라게 된다. 그러나 조선으로 파견되는 청국 첩자 횡보자(쿵후를 연마하다 걸음걸이가 옆으로 걷게 되어서 붙여진 별칭. 후에 조선에 거주하면서 왕횡보로 개명함)는 일지매의 신분을 눈치 챈다. 그는 고관의 자제인 일지매가 자신들의 계획에 이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횡보자의 유혹에 넘어간 일지매는 그를 따라 조선으로 귀국한다.
제2장 <추적 1천 5백리> 에서는 횡보자가 김참판의 모친 빈소에 나타나 횡포를 부린다. 머슴들이 제지하려고 하였으나 그의 힘을 당할 수 없어서 포졸들이 출동해서 간신히 체포한다. 횡보자가 소란을 떨면서 주위의 이목을 끄는 동안 다른 첩자들이 갖가지 일을 획책한다.
영문을 모르고 횡보자를 기다리고 있던 일지매도 함께 체포된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포도청의 중견 간부가 된 구자명은 일지매를 조사하면서 그가 15년 전에 사라진 백매의 아들임을 감지한다.
일지매는 함께 갇힌 횡보자 및 평안도 걸인과 함께 탈출하면서 자신을 키워준 걸치가 거제도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된다. 탈옥한 뒤에 횡보자는 청국으로 가기 위해 북으로 가고 일지매는 심마니의 딸이자 첫사랑인 삼꽃을 만나 함께 기거하게 된다.
구자명은 끈질기게 횡보자를 추적하여 압록강을 건너기 직전에 체포한다. 돌아오는 길에 닭서리를 하는 도둑이 있다는 첩보를 듣고 범인이 일지매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제3장 <역사의 수레바퀴> 에서는 일지매는 삼꽃 부녀와 함께 구자명에게 체포된다. 일지매를 취조하는 와중에서 삼꽃이 역적의 후손이고, 심마니는 주인댁 아씨를 보호하기 위해 신분을 숨기고 있던 종임을 드러난다. 결국 일지매는 풀려나고, 삼꽃 부녀는 사형을 당한다.
일지매는 처음으로 이성을 느끼게 했던 삼꽃의 죽음, 자신을 인정하지 않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 등으로 인해 세상에 대해 분노를 품게 된다. 시장에서 이유 없는 난동을 부리던 일지매는 봉선이파(평양에 본부를 둔 조직폭력배)의 음모에 의해 살인의 누명까지 쓰게 된다.
포졸들에게 쫓기던 일지매는 우연히 월희의 집으로 피하게 되어 그녀의 도움으로 포졸들 따돌린다. 일지매는 삼꽃을 닮은 월희에게 정을 느끼고, 월희는 월희대로 미소년인 일지매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월희의 도움으로 포위망에서 벗어난 일지매는 북한산에 은신하고 있다가 열공 스님을 만난다. 스님의 말 중에 자신의 신분에 대해 무언의 깨달음을 얻은 일지매는 도선사로 찾아간다. 열공 스님은 일지매를 다시 태어나게 한다면서 창고에 가두고 명상의 시간을 갖게 한다.
한편 한양에서는 서울을 근거로 하는 조폭 해동청파와 평양에서 서울로 진출하려는 봉선이파의 암투가 전개되고 있다. 수적으로 밀리는 봉선이파는 박치기의 달인인 메주를 파견해서 호각지세를 유지하고 있다.
열공 스님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일지매는 삼꽃의 부친이 물려준 산삼을 팔아서 노자를 마련한 뒤 걸치를 찾아 남녘으로 향한다. 한편 구자명은 조폭들의 횡포를 막지 못했다는 문책을 받고 파직되어 옥에 갇히게 된다.
제4장 <부활인생> 에서는 일지매 난동사건, 조폭 해동청파와 봉선이파의 암투와 연쇄 살인사건 등의 책임을 지고 포도청 수석부장이던 구자명이 삭탈관직과 동시에 투옥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구자명은 횡보자가 자신의 독특한 걸음걸이를 고치기 위해 차고를 차고 운동을 하는 것을 보고 그의 흉계를 간파한다. 그러나 그의 말은 무시 당한다.
유배를 가던 구자명은 봉선이파가 백매(일지매의 생모)가 일하는 인삼밭을 턴다는 첩보를 듣고, 호송하던 포졸에게 자신을 잠시만 놓아달라고 부탁한다. 김참판에게 버림받은 후 남자에게 혐오감을 갖고 있던 백매는 구자명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고서도 여전히 쌀쌀하게 대한다.
한편 일지매는 거제섬 학마을까지 가서 자신을 키워주던 걸치를 만난다. 일지매는 순박한 어촌에서 모처럼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일지매를 연모하는 섬처녀들의 시기로 인해 봉이가 살해되고, 그 범인이 난이와 그녀의 사촌 성게인 것이 밝혀진다. 일지매는 자신 때문에 조용한 마을에 비극이 일어났다는 자책에 번민하다가 마을을 떠난다.
한편 한양에서는 조폭들의 암투가 계속된다. 평양의 봉선이파 본부에서 파견된 박치기의 달인 메주로 인해 곤경에 처했던 한양의 해동청파에서는 발차기의 명인 쇠망치를 고용해서 메주를 제거한다. 그러자 평양에서는 270kg의 거구 불가사리를 파견하여 쇠망치를 제압한다. 무적의 불가사리로 인해 해동청파의 세력은 위축이 된다.
조정에서는 조폭들의 발호를 진압하기 위해 갑산으로 유배를 보낸 구장명을 소환하려고 한다. 첩보를 입수한 봉선이파에서는 불가사리로 하여금 구자명을 소환하러 가는 관리를 살해하려고 하지만, 6년여 만에 나타난 일지매의 출현으로 실패한다.
구자명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은 횡보자는 탈옥을 감행한다.
일지매에게 생전 처음으로 패배를 맛본 불가사리의 횡포는 극에 달해서 갖가지 행패를 부린다. 그를 부른 봉선이파마저 제압하지 못할 상황에 이른 것이다. 급기야 갓난아이의 시체까지 먹을 정도로 광기를 부리던 불가사리는 일지매에게 살해된다.
구자명은 암적인 존재이던 불가사리가 살해된 뒤 귀경했지만 조정 관리들에게 큰 환영을 받는다. 구자명은 불가사리 살해범이 일지매인 것을 확인한다.
제5장 <왕횡보> 에서는 횡보자는 함께 탈옥한 조폭 무리들의 알선으로 해동청의 일원이 된다. 그러나 오만한 행동으로 인해 축출된 뒤에 봉선이파를 찾아가서 그 일원이 된다.
구자명이 포도청 수석부장이 되자 전임 수석부장이던 김경철은 평포졸로 강등된다. 구자명은 김경철의 진실한 마음을 알고 모종의 계획을 세운다. 김경철은 일부러 난동을 부린 뒤 파직되는 형식으로 포도청을 떠나게 된 것이다.
한편 일지매는 월희를 찾아가서 정분을 나누게 된다.
그 무렵 형조의 탐관오리인 이성구는 축재한 재물을 금괴로 바꾼 뒤에 지방으로 빼돌리기 위해 아우인 이준구에게 은밀히 지시한다. 그러나 호송 칼잡이 중에는 해동청의 행동대원이었으므로 금괴는 해동청의 무리에게 강탈당한다. 하지만 이어서 찾아온 봉선이파의 무리가 있어서 양쪽의 혈투가 시작된다. 좀더 많은 인원이 동원된 봉선이파가 승리하였지만, 금괴는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일지매의 것이 되고 만다. 일지매는 금괴를 월희의 집으로 옮긴다. 일지매는 월희의 집에서 그녀와 정분을 나누면서 금괴를 녹여서 수천 개의 금매화를 만든다. 일지매의 상징인 매화가지는 이렇게 만들어 진 것이다.
어이없이 재물을 뺏긴 봉선이파는 일지매의 정체를 알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일지매가 던진 수리검을 보고 왜놈의 짓이라고 추리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장을 답사한 횡보자는 쿵후를 쓴 흔적을 찾아낸 뒤 상대가 일지매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 때 현장을 감시하고 있던 이성구의 수하들이 횡보자에게 덮쳤으나 오히려 당하고 만다.
구자명은 조폭들의 은신처를 찾기 위해 광교 밑 거지 소굴에 잠입한다. 그는 한양으로 흘러들어서 해동청의 일원이 되어 있던 성게를 만난 뒤 자신을 가입시켜 달라고 청한다.
제6장 <봉선이> 에서는 평양의 봉선이 본부에서는 조직의 명수인 낭골을 파견하여 한양지부를 관장하게 한다. 낭골은 한양에 도착하자마자 여색만 탐하자 한양지부장은 의심을 품는다. 그러나 낭골은 보통이 아니었다. 포도청의 밀명을 받고 있는 김경철과 기생복장을 한 일지매의 정체를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지매는 기생이었던 생모 백매의 소식을 듣기 위해 기생 행색으로 여장을 하고 기방을 전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낭골이 봉선이파를 소집하여 회의를 한다는 소식을 감지하고 현장에 잠입했던 일지매는 봉선이파에게 쫓기게 된다. 기밀을 유지하지 못한 데에 대한 책임을 느낀 봉선이파 한양지부장은 일지매를 추격한다. 그러나 일지매로 인해 숨을 거두게 된다.
한양지부장을 처치한 뒤 돌아가던 일지매는 구자명을 만나 어머니인 백매가 개성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일지매는 어머니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열공 스님을 찾아간다. 그간의 소식을 묻는 열공 스님에게 일지매는 거제섬에서의 일과 거제섬을 떠난 뒤 왜국으로 흘러가서 왜국 무사에게 구원받은 뒤 각종 무예를 전수받게 된 사연을 말한다.
그 사이에 횡보자는 호패를 얻고 왕횡보라는 이름으로 행세하고 있었다. 봉선이파에서는 한양지부를 세우는데 공헌을 한 한양지부장의 장례식을 치를 때 해동청파가 습격해서 일대 수라장이 일어난다. 그 와중에서 왕횡보는 대활약을 하며 해동청파를 물리친다. 그러나 해동청파에 섞여 있던 구자명을 알아보고, 왕횡보의 말을 성게가 듣게 된다.
해동청파에서는 뛰어난 무술을 지닌 왕횡보를 해칠 계획을 세우고, 성게가 자객이 될 것을 자원한다. 그러면서 구자명을 해칠 궁리를 한다. 성게의 암수에 걸려 구자명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순간 김경철이 나타나 구해준다. 그러나 김경철은 성게의 칼을 맞고 목숨을 잃게 된다.
구자명은 성게를 옥에 가둔 뒤, 김경철이 죽어가면서 알려 준 정보를 바탕으로 해동청파와 봉선이파 본부를 급습하여 일당을 체포한다. 그러나 낭골와 왕횡보는 탈출에 성공한다.
제7장 <분열> 에서는 사색당쟁으로 민생이 도탄에 빠진 상황을 열공 스님에게 들으면서 일지매가 흐느끼는 장면으로 시작되고 있다. 의적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시작했다고 할까?
월희의 부친인 염인제는 동인이 권세를 잡았을 때 만호를 지내며 어느 정도 전답을 장만하여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서인이 권력을 잡자 윤방이라는 자가 그 전답을 탐을 내고 말도 안 되는 헐값에 넘기라고 협박을 하는 것이다. 윤방은 염인제가 전답을 내놓지 않으려고 하자 건달들을 동원하여 마을사람까지 괴롭히며 압박을 가한다. 염인제는 어쩔 수 없이 헐값의 차용증을 받고 전답문서를 내놓고 만다.
월희에게 그간의 사정을 들은 일지매는 윤방의 무리를 혼내준 뒤 전답문서는 물론 차용증까지 받아낸다. 일지매는 윤방의 차용증을 포도청에 전하며 조폭들을 일망타진하는데 결정적인 제보를 한 유공자에게 윤방이 기증한 선물이라고 했다. 포도청에서는 제보자인 걸치에게 상금으로 차용증을 준다. 포도청에서 준 차용증을 가지고 온 걸치에게 윤방은 어쩔 수 없이 돈을 지불한다.
제8장 <백매> 에서는 걸치는 상금을 갖고 월희가 소개한 집을 구입한다.
한편 간신히 탈출을 한 낭골과 왕횡보는 백매가 살고 있는 개성을 지난다. 여색을 밝히는 낭골은 백매의 집을 기웃거리다가 백매를 찾아온 구자명을 보고 혼비백산하여 도망간다. 구자명은 백매에게 일지매의 소식을 전하며, 일지매를 찾게 되면 자신이 일지매의 아버지가 되어 돌보고 싶다고 말한다. 백매에 대해 20년간 품고 있던 순정을 고백한 것이다.
백매는 너무 늦었다면서 거절한다. 그러나 구자명이 간곡하게 설득하자 그녀는 보름의 말미를 달라고 한다. 구자명은 반승락을 받은 것으로 생각하며 돌아간다. 그러나 구자명이 떠나자마자 백매는 집을 불태운 뒤 종적을 감춘다.
그 동안 일지매는 밤마다 한양의 고관들의 집에 잠입하여 재물을 훔친 뒤 금매화 가지를 하나씩 남기고 사라진다. 그 물건은 가난한 서민들이 집에 배부된다. 본격적인 의적 활동이 시작된 것이다.
한편 작은 삽화처럼 동문수학한 친구 사이인 김형근과 최세운의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김형근은 외척에게 연줄을 대어 벼슬길에 오르고, 동인과 어울리던 최세운은 동인이 몰락하자 벼슬길이 떨어지면서 둘의 사이는 멀어진다.
최세운에게는 자색이 고운 경옥이라는 딸이 있었다. 세도가 손석주 대감이 그녀를 첩으로 달라고 했다. 최세운은 분노하여 거절했다. 그러자 손석주에게 부화뇌동한 김형근의 모함으로 최세운은 옥에 갇히게 된다. 손석주는 경옥이를 자기에게 보내면 풀어주겠다고 회유했으나 최세운은 거절한다. 그러자 손석주는 건달들을 부려서 야밤에 경옥을 보쌈하려고 계획을 세운다.
제9장 <수수께끼의 사나이> 에서는 최세운 부녀의 소식을 들은 일지매가 김형근을 응징하려고 한다. 열공 스님은 최세운 부녀를 도와주되 사람을 해치지는 말라고 만류한다.
일지매가 잡혀가는 경옥을 구하려는 순간 정체불명의 사내(양포)가 나타나서 일지매를 돕는다. 일지매는 그 사내의 정체가 궁금했으나 경옥을 구하는 것이 급선무이므로 그와 헤어진다. 경옥은 자신을 구해준 일지매에게 연정을 느끼게 된다.
경옥을 보호하며 함께 동굴에 있던 일지매는 인기척을 느끼고 밖으로 나오니 양포가 찾아왔다. 그는 걸치가 좌포청에 체포된 것을 알리며 일지매에게 이곳에 있지 말고 안전한 곳으로 피하자고 권한다. 일지매가 그의 정체를 캐물었으나 양포는 '일지매를 돕는 사람'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그러나 걸치는 포도청에 체포된 것이 아니라 구자명이 일지매를 찾기 위해 탐문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조사 차 부른 것이다. 걸치는 바로 풀려났다.
손석주는 경옥을 빼돌린 것이 일지매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일지매를 잡기 위해 건달들을 50여명 모집하고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기생잔치를 연다. 일지매는 기생으로 변장하고 손석주의 집에 잠입하여 최세운을 구출한다. 가마를 대기하고 있던 양포와 걸치가 최세운을 태우고 경옥에게 간다.
일지매는 최세운 부녀에게 3만냥을 주면서 멀리 피신하여 살라고 권한다. 일지매에게 마음을 뺏긴 경옥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할 기회를 노린다. 그것을 알아챈 일지매는 김형근을 잔인하게 죽여서 응징을 하겠다고 허풍을 떨자, 최세운은 그의 소행이 밉지만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청하고 경옥은 일지매의 잔인한 성품을 두려워하며 연모의 정을 단념하고 아버지를 따라간다. 그러나 일지매는 김형근의 집에 방화를 하는 선에서 멈추었다.
한편 양포가 김형근 집의 방화범이 월희라고 신고하여 그녀는 옥에 갇힌다. 그러나 월희는 태연하다. 일지매가 구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기대했던 대로 일지매는 월희를 구출하나 자신은 체포되고 처형이 확정된다. 그런 일지매를 보며 구자명은 무언가 결심을 한다.
그때 백매는 한양으로 오고 있었다. 구자명의 진심을 받아들이고, 그에게 자신을 의탁하기로 작심하고….
제10장 <비련> 에서는 한양으로 오던 백매는 일지매가 사형이 된다는 소문을 듣고 혼절을 한다. 주막에서 고열에 신음하며 눕게 된다.
일지매가 갇힌 옥에 찾아온 구자명은 상부의 명을 받고 은밀히 조사한다면서 옥졸을 밖으로 내보낸다. 그는 자기 옷을 벗어서 일지매에게 주며 송도에 가면 어머니가 있으니 모시고 살라고 한다. 일지매가 감사의 마음으로 밖으로 나가자 그는 자결을 한다. 관에서는 중죄인을 풀어준 구자명을 부관참시의 형에 처한다.
일지매는 백매를 찾아 헤맨 끝에 어느 계곡에서 그녀를 만난다. 그러나 백매는 이이 온몸에 독이 퍼져가는 상태였다. 그녀는 일지매가 이미 죽었고, 일지매를 탈출시키려던 구자명은 사형을 당했다는 헛소문을 듣고 음독을 한 것이다.
월희는 걸치에게 일지매를 찾아달라고 애원을 한다. 걸치는 밖으로 나왔다가 손석주의 건달들에게 잡혀서 치도곤을 당하려는 순간 일지매에 의해 구출된다. 일지매는 월희에게 자신을 더 이상 생각하지 말고 잊을 것을 전해달라면서 사라진다.
왕의 서자인 춘덕군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고지라는 여인에게 매혹되어 그녀를 소실로 둔다. 질투심에 사로잡힌 춘덕군의 정실 최씨부인이 고지가 퉁소를 부는 황이와 사통을 한다고 고한다. 춘덕군은 노했다. 그는 고지에게 황이를 잊으면 용서하겠다고 했으나 그녀는 거절한다. 춘덕군을 배반한 것이 아니라 황이의 음악을 사랑할 뿐이라는 대답이다. 춘덕군은 음악으로 교류하는 그들의 사랑을 이해할 수 없었다. 고지를 찌르려는 순간 일지매가 나타나고, 그녀는 일지매를 따라간다. 서자라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사랑하는 여인에게도 버림받은 춘덕군은 고지를 묶었던 끈으로 자결을 한다.
일지매는 고지에게 황이에게 가라고 하나 그녀는 거절한다. 자기들의 관계는 음률로 맺어진 사이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지매의 품에 안기고 둘은 정분을 나누게 된다.
제11장 <바람둥이 낭골> 에서는 춘덕군의 자살과 일지매와 고지의 염문은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특히 월희의 마음은 몹시 심란하였다.
일지매의 신출귀몰한 알려지자 가짜 일지매도 나타났다. 양포는 그를 잡아 적당히 혼을 내주려고 밧줄에 묶어 장송에 매놓았다. 그것을 훔쳐보던 일지매는 수리검을 던져 밧줄을 끊자 가짜 일지매는 아래로 떨어져 즉사한다. 양포가 놀라서 '살인자'라며 비난하자 일지매는 '인간답지 못한 잡초는 솎아 버렸을 뿐이다. 너도 정체를 밝히든지 내 곁에서 사라지라.'라고 경고한다. 양포는 '일지매의 신변을 보호할 명령을 받았다.'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한편 낭골과 왕횡보는 한양 성문밖에 은신하고 있다. 왕횡보는 여색만 탐닉하면서 조직을 다시 살릴 생각을 하지 않는 낭골을 답답하게 바라본다. 그러나 낭골은 조직의 귀재다. 나름대로 옥에 갇힌 일당을 구해낸 뒤 조직을 복원할 계획을 꾸리고 있었다. 낭골은 여색을 밝히기는 하지만 여인들을 사로잡는 마력이 있다. 또한 나름으로는 여성에 대해서 인간적으로 대하고 있고, 조직 장악의 능력도 있는 개성적인 캐릭터이다. 변강쇠의 정력에 조폭의 지략까지 갖추었다고 할까?
낭골은 돈을 마련한다면서 우시장에서 노인의 소판 돈을 훔친 뒤에 수십 리가 떨어진 수색의 주막까지 도주한다. 낭골은 주막집 아낙을 유혹하려다가 끈질기게 추격한 노인에 의해 포졸에게 체포된다. 그러나 호송도중 왕횡보에게 구출된다.
낭골은 왕횡보로 하여금 일지매로 변장하여 포졸들의 이목을 분산시키게 한 뒤 옥문을 열고 해동청과 봉선이파 일당을 구출한다. 낭골의 지략으로 풀려난 조폭들은 낭골을 새로운 두령으로 추대한 통합 조직을 구축한다. 그 무리에는 조폭들과 함께 탈출한 성게도 끼어 있었다. 낭골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강원도에서 조정으로 보내는 공물을 강탈할 계획을 세운다.
그 무렵 일지매에게 재물을 잃은 권문세족들도 칼잡이들을 고용하여 일지매를 추격한다. 일지매를 노리는 부류가 포졸, 조폭, 칼잡이 등 사방에 깔린 것이다. 일지매는 그들이 걸치와 월희를 미끼로 이용하려는 것을 알고 한 발 앞서 두 사람을 피신시킨다.
낭골의 무리가 공물을 강탈하려는 계획을 감지한 일지매는 떨어지지 않으려는 월희를 따돌린 뒤 강원도로 향한다. 걸치와 월희도 일지매를 뒤쫓는데, 낭골에게 소를 도둑맞은 노인도 예까지 추적을 계속한다.
걸치와 월희를 발견 성게는 뒤 부근에 일지매가 있음을 짐작한다. 조폭의 무리들은 일지매를 경계하기 시작한다. 조폭들은 설악산 계곡에 구름다리를 설치한 뒤 일지매를 유인하려고 한다. 그러나 일지매는 계략을 알아채고 매복하고 있는 일당을 하나하나 제거한다. 조폭들은 구름다리를 끊고 도주한다.
일지매가 잠시 계곡에 몸을 담그고 망중한에 잠길 때 월희가 옷을 벗고 계곡으로 들어온다. 그녀는 일지매의 품에 안기며 함께 있기를 청하나 일지매가 거절한다. 일지매의 냉대에 실망한 월희는 천길 폭포 밑으로 몸을 던진다. 놀란 일지매가 계곡 밑으로 달려갔지만 그녀의 자취를 찾을 수 없었다. 자신으로 인해 삼꽃이 죽고, 어머니 백매가 세상을 떠났으며 월희마저 비극을 당했다는 생각에 일지매는 비탄에 잠긴다. 그러나 낭골 무리의 흉계를 저지하기 위해 그들을 추적한다.
제12장 <기밀문서> 에서는 강원도의 진상품을 강탈하려는 낭골과 왕횡보 무리의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도둑들이 습격을 시도할 때마다 일지매가 배후에서 협공을 했고, 포졸들도 나름의 정예병들이어서 낭골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진상품 행렬이 한계령까지 무사히 지나 위험에서 벗어난 것을 확인한 일지매는 다시 종적을 감춘다.
한편 새로운 인물인 세도가 권대감이 등장한다. 그에게는 힘은 장사이지만 생각은 저능아인 장호라는 아들이 있다. 권대감은 김자점 무리와 함께 청나라와 내통하는 있었는데, 그 사실을 눈치 챈 측근 상혁을 객방무인 만용으로 하여금 암살한 뒤 그 목을 확인할 정도로 잔인한 자였다. 얼뜨기인 장호는 색주가에서 행패를 부리면서 비밀로 해야 할 이런 사실도 떠벌이고 있었다. 주위에 있던 일지매는 무언가 흑막이 있음을 눈치 채고 야밤에 권대감의 집에 잠입하여 살인 사실을 캐낸다.
이야기는 과거로 돌아가서 인조2년(1624년, 이 작품에서는 가끔 사실과 부합하는 내용도 겻들여서 사실감을 높이고 있음)에 늦장마가 졌을 때 참판 김호의 네 살 된 딸 숙영이 휩쓸린 적이 있었다. 이때 가난한 선비의 아들이었던 길영이 뛰어들어 숙영을 구해주었다. 이런 인연으로 참판 김호는 김영의 부모와 친교를 맺고 도움을 주었었다. 양가는 비록 신분의 차이는 있었으나 우국충정에서도 통하는 바가 있어서 세교가 깊어졌고 숙영과 길영의 장래까지 약속하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길영과 숙영이 약혼을 하는 날 낮술에 취했던 장호의 눈에 아리따운 숙영이 눈에 띄었다. 장호는 숙영의 집에 들어가서 처녀를 내놓으라며 대문을 부수는 등 난동을 부린다. 참판 김호는 참담한 마음이었으나 상대가 세도가인 권대담인지라 울분을 삼킨다.
권대감은 애초에는 자신의 아들이 실수를 한 것이므로 적당히 사과를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숙영을 향한 장호의 마음이 간절한 것을 알고 오히려 길영 부자에게 막대한 재물을 보내며 약혼을 취소하기를 종용한다. 길영 부자는 당연히 거절한다.
권대감이 앙심을 품은 것을 알고 일지매는 길영이 보낸 것으로 가장한 서찰을 보낸다. "우리의 혼사를 방해하면 갓집 속의 인두가 입을 연다." 권대감에게 살해당한 상혁의 일을 거론한 것이다.
그러나 저능아인 장쇠는 숙영을 데려오라고 난동을 부리고 있고, 권대감 자신은 자존심은 물론 비밀을 알고 있다면 길영을 그대로 둘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장쇠를 청나라로 떠나는 행렬에 딸려보내는 한편, 만용으로 하여금 길영과 숙영을 살해하라고 지시한다. 청나라에 다녀오는 동안 장쇠가 숙영을 잊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권대감의 집에 잠입하여 이런 대화를 엿듣던 일지매는 만용에게 발각이 되어 창고에 갇히게 된다. 다음날 길영은 누군가에게 납치가 된다. 길영의 부친은 숙영의 집에 찾아가 아들의 실종을 알리고 숙영도 위험하니 피신을 시키는 것디 좋겠다고 권한다. 김호 참판은 관직에 있는 자신마저도 권대감의 횡포를 막을 수 없는 것을 한탄하며 숙영을 무주에 있는 외가로 보내려고 한다.
만용이 숙영마저 해치려고 할 즈음, 권대감의 집에서 탈출한 일지매가 한 발 앞서서 숙영을 가로챈다. 뒤이어 따라온 만용은 일지매의 손에 목숨을 잃는다. 어느새 길영마저 구출한 일지매는 두 남녀에게 숙영의 외가인 무주로 피신하라고 이른다.
제13장 <슬슬도사> 에서는 다시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백설공주의 난장이들을 연상시키는 15명의 소인들이다. 우두머리 황해돌, 팔힘이 좋은 처녀 조돌이, 주먹질을 잘하는 염돌이, 발길질을 잘하는 김진돌, 입십 좋은 이뽀돌이, 환쟁이 고돌이…. 키가 작아 서러웠던 그들은 끼리끼리 뭉쳐 다니는 유랑패들이다.
유랑패은 일지매를 잃고 시름에 잠긴 월희를 보살피고 있는 걸치를 만난다. 걸치는 그들을 월희가 누워있는 오두막집으로 데리고 온다. 걸치는 월희와 자신의의 사연을 그들에게 들려준다. 거제 출신인 걸치는 수영에는 일가견이 있다. 그는 월희가 폭포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보고 소에 뛰어 들어서 그녀를 구해냈다. 그러나 뒤에서 누군가 자신의 뒤통수를 치는 바람에 기절을 했다는 것이다. 걸치가 깨어났을 때는 일지매는 월희가 죽은 것으로 알고 떠난 뒤라는 것이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양포의 정체가 궁금할 것이다. 일지매의 우군인지 적군인지 *^^*)
한편 장호는 청나라로 떠나는 일행에 섞여서 청나라로 가는 중이다. 일행 중에는 조선의 정세를 청나라에 고하는 권대감의 밀서를 지닌 자도 있었다. 일지매는 사신 일행이 머문 주막에 잠입하여 밀서를 훔쳐낸다. 소란 중에 밖으로 뛰어나온 장호의 앞을 가로 막은 이가 양포였다. 저능아이지만 힘은 장사인 장호는 양포에게 덤벼들었으나 상대가 될 수가 없었다.
일지매는 다시 양포에게 정체를 물었으나 "당신을 돕는 사람"이라는 같은 대답만 들었을 뿐이다. 일지매가 뺏은 밀서에는 '청나라와 결탁하여 나라를 넘기려는 김자점, 권대감 등의 음모'가 적혀 있었다. 일지매는 그 문건을 태우고, 양포는 사라지는 문건을 보면서 괴로워 한다. (양포의 정체가 서서히 암시되기 시작한다)
그러는 사이 15명의 소인들은 월희와 걸치를 한양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자원한다. 갖가지 재능을 지닌 그들은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며 함께 한다. 또한 소인들 중에는 재담꾼도 있어서 일지매를 잃고 실의에 잠긴 월희를 입담으로 위로하기도 한다.
일지매는 역적 권대감을 살려둘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의 집에 잠입한다. 여인과 동침하고 잠에 떨어졌던 권대감은 일지매의 손에 목숨을 잃는다. 권대감의 살해 사건은 일지매가 한양에 돌아왔다는 증거가 되어 권문세가에서 파견된 자객들의 추적이 시작된다. 자객들은 음모를 통해 일지매을 유인하는데는 성공했으나 도리어 일지매에게 제거된다.
한편 일지매와 헤어진 양포는 걸치에게 찾아와서 나라에서 걸치와 월희에게 체포령이 떨어졌다면서 한양으로 가지 말고 피신하라고 말한다. 소인들이 양포에게 연유를 물었으나 양포는 상관하지 말라며 떠난다. 소인들이 양포와 대적하려고 하자 우두머리 황해돌이 만류한다. "양포의 말이 맞을 지도 모르니 상관 없는 일에 끼어들지 말자."라고. 걸치와 월희는 한양행을 포기하고 소인들과 헤어져서 어디론가 떠난다.
한편 평양의 봉선이파 본부에서는 한양 지부의 붕괴에 대한 분석에 여념이 없다. 그들은 한양지부장이나 낭골의 무능보다는 유능한 수사관 구자명의 존재와 일지매의 방해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구자명은 이미 죽었으니 일지매를 제거하기 위해 북청에서 28년간 수도하면서 명성이 높은 슬슬도사를 초빙하기로 하고 북청으로 사람을 보낸다.
한양의 낭골 역시 대책을 강구하면서 왕횡보를 평양으로 파견한다. 왕횡보의 실력을 보여준 뒤 한양 상황을 설명하고 조직 복구 자금을 얻어오라는 취지에서였다. 왕횡보는 성게를 데리고 평양으로 떠난다.
평양의 봉선이파에서 파견된 두 명이 함경도에 들어서자 슬슬도사의 제자인 빈대가 마중을 나왔다. 그들은 슬슬도사를 만나기도 전에 기가 죽는다. 도사는 봉선이파 파견자들의 설명들 듣지도 않고 사정을 알고 있다면서 평양으로 가겠다고 응낙한다.
슬슬도사가 봉선이파 수장을 만나기까지 닷새나 걸렸다. 그만큼 보안과 기밀 유지에 치밀했던 것이다. 봉선이파 수장은 슬슬도사의 놀라운 술법과 기량을 확인하고 만족해한다. 일지매로서는 만만치 않은 강적을 만났다고 할까?
평양에 도착한 왕횡보와 성게는 색주가에 여장을 풀고 봉선이파 상부 조직원과 만날 기회를 찾는다. 색주가에는 행색이 초라한 인물이 한 명 있었는데, 그는 이 작품의 서장에서 등장한 뒤 감초처럼 등장하던 허풍쟁이 선비였다. 그는 여기서도 예의 고담준론을 늘어놓다가 성게에게 혼이 난 뒤 줄행랑을 놓는다.
슬슬도사는 봉선이파로부터 환대를 받으며 자신이 할 일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다가 술법에 필요한 도구가 있다면서 제자 빈대를 북청으로 보내고, 감시하고 있던 봉선이파 조직원이 빈대를 뒤쫓는 장면에서 4권이 끝난다.
제14장 <토끼사냥> 에서는 북청으로 가던 슬슬도사의 제자 빈대는 미행하는 봉선이파를 따돌린 뒤 방향을 남쪽으로 바꾼다. 봉선이파 졸개들은 빈대가 북청의 집으로 가는 줄 알고 미행을 포기하고 주막으로 갔던 것이다.
한편 왕횡보는 빈대를 미행하다 포기하고 술을 마시는 졸개들이 조직의 일원인 것을 눈치챈다. 왕횡보는 성게와 함께 졸개들을 추적하여 봉선이파의 거점을 알아낸다. 왕횡보는 자신의 무술시력을 과시함으로써 봉선이파와 접촉을 하려고 했으나 실패한다. 그러자 왕횡보는 작전을 바꿔서 봉선이파 거점을 평양포도청에 고변한다. 포졸들이 감영을 공격할 때 자신이 그들을 물리침으로써 인정을 받으려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왕횡보가 계산하지 못한 착오가 있었다. 포졸들이 출동할 시각에 봉선이파 거점으로 갈 계획이었으나 색주가의 주인은 왕횡보가 숙박비를 내지 않고 도피하는 줄 알고 앞길을 막은 것이다. 성게가 주막주인을 찌르는 틈에 밖으로 나왔지만 시간이 지체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포졸들이 급습한 현장에 도착한 왕횡보와 성게는 포졸들의 배후를 습격하다가 포위된다. 포위된 포졸들의 화살이 날아가려는 순간 슬슬도사의 한 마디에 일진광풍이 불더니 순식간에 궁수들의 활이 부러진다. 혼비백산한 포졸들은 줄행랑을 놓고, 봉선이파 도둑들도 기적같은 광경에 놀란다.
왕횡보와 성게는 슬슬도사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봉선이파 간부들에게 소개된다. 그러면서 슬슬도사는 아지트를 고변한 밀고자가 왕횡보가 아니냐고 의심을 한다. 왕횡보는 포졸들이 급습하도록 밀고한 자가 자신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하여 색주가의 여인에게 누명을 씌워서 잔인하게 살해한다.
봉선이파에서는 슬슬도사를 한양에 파견해서 일지매를 처치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슬슬도사는 가지 않겠다고 한다. 자신은 도술로 일지매의 마음을 조정할 수 있으므로 그를 평양에 불러서 처치하겠다는 것이다. 봉선이파 간부는 그런 일이 가능한지 반신반의 한다.
과연 그 무렵에 일지매는 평양을 향해 오고 있었다. 그는 주막에서 관기와 함께 자는 등 엽색 행각을 하는 한량으로 위장하였으나 이내 정체가 발각되어서 권문세가에서 보낸 자객들의 추적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일지매는 그들을 처치한 뒤 평양에 도착했다.
일지매의 도착을 알게 된 슬슬도사는 봉선이파 수령을 만나서 두 가지 약속을 한다. 첫째 서민들의 칭송을 받는 일지매를 처치하면 자신의 명성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 은밀하게 처치해야 한다. 둘째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사흘 안에 처치하겠다. 봉선이파 수령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한편 양포는 왕횡보를 찾아와서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협조를 요청한다. "일지매가 청국에 있던 시절 약혼했던 성주의 따님이 있다. 그녀는 일지매가 아니면 혼인하지 않겠다며 심한 상상병에 걸렸다. 성주는 자신을 파견하여 일지매를 데려오라고 했다. 나는 일지매를 마취시킨 뒤에 청국으로 데려갈 생각이다. 그대는 같은 청국인으로서 협조해 달라." 왕횡보는 양포의 청을 수락한다.
한편 평양 감영에는 슬슬도사가 보낸 고변서가 날아든다. "5월 초이레에 부벽루에 평양감영 포졸들을 집결해 달라. 봉선이파 일당이 모일 예정이니 그때 일망타진할 수 있을 것이다."
평양 포도대장은 고변서를 믿지 않는다. 봉선이파를 습격했을 때 슬슬도사가 화살을 모두 부러뜨리는 술책을 부려서 실패를 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궁수부장 박삼돌이 나와서 저간의 사정을 실토한다. "자신은 어린 시절에 슬슬도사의 이웃에 살았으므로 그를 잘 안다. 도사는 봉선이파를 일망타진하기 위하여 황금에 유혹되는 것으로 가장하여 평양으로 왔다. 도사는 봉선이파 수령의 신임을 받기 위하여 자신에게 화살을 부러뜨려 달라고 부탁했으므로 들어준 것이다. 도사는 이 기회에 일지매까지 잡기 위해 이런 계획을 세웠다." 포도대장은 봉선이파는 물론 일지매까지 잡을 수 있다는 말에 기뻐한다. 자신의 공으로 내세워서 출세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슬슬도사의 제자인 빈대는 일지매를 만나서 5월 초이레의 계획을 알린다. 일지매는 빈대의 은밀한 연락을 받고 평양까지오게 된 것이다. 왕횡보는 마취제를 제조하는 한편 평양 소식을 낭골에게 알리라면서 성게를 한양으로 보낸다. 이렇게 감영에서는 감영대로, 양포와 왕횡보는 그들대로 봉선이파와 일지매는 그들대로 각자의 입장에서 5월 초이레를 대비한다.
한편 열공 스님은 일지매가 평양으로 갔다는 소식을 듣고 살생을 막기 위해 뒤쫓아 왔다가 걸치와 월희를 만난다. 걸치와 월희는 스님으로부터 일지매의 소식을 듣게 된다.
양포는 일지매를 찾아와서 봉선이파와의 결전 때 자신도 돕겠다고 청하나 일지매는 거절한다.
제15장 <도사의 죽음> 에서는 5얼 초이레가 되어 일지매와의 결전을 준비하는 봉선이파 거점에 흑두건을 쓴 일지매가 나타난다. 일지매가 봉선이파를 처치하기 시작하자 봉선이파 화장들(12명의 간부)이 슬슬도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슬슬도사는 오히려 화장들을 공격한다. 도사의 무술도 일지매 못지 않아서 순식간에 8명의 화장들이 목숨을 잃는다.
봉선이파 거점의 일당을 정리한 슬슬도사는 봉선이파 수령의 집으로 가서 잔당들을 해치우자고 한다. 일지매는 도사를 따라가던 중에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어느 사이엔가 양포가 흑두건에 마취약을 뿌려두었던 것이다. 일지매가 쓰러지자 양포와 왕횡보가 나타나서 일지매를 포박한 뒤 청국을 향해 출발한다. 일지매가 따라오지 않았지만 슬슬도사는 자신의 힘으로 봉선이파 수령을 제거한다. 부벽루에 모인 다른 잔당들도 감영의 포졸들에 의해 일망타진 된다.
한편 포도대장은 봉선이파 제거하기까지 대부분의 공적은 슬슬도사가 세웠고, 자신은 졸개 몇 명을 체포한데 그쳤다는 것을 알고 질투를 느낀다. 그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슬슬도사도 도둑들과 한 무리이고, 일지매의 도주를 도왔다는 식으로 상황 보고서를 작성했다.
당시 영의정은 김자점(사육신을 밀고한 김질의 5대손)이었다. 그는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뒤 조선을 청나라에 넘겨주려는 매국노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봉선이파 같은 도둑들이 발호를 해야 유리한데 그들 조직이 무너졌다니 원통할 노릇이다. 분개한 그는 슬슬도사를 완전히 도둑으로 조작한 뒤 사형을 시키도록 추진했다. 좀 더 조사를 해보자는 건의는 묵살되고 슬슬도사의 사형이 확정된다.
조정으로부터 포도대장은 2계급이 특진되고, 슬슬도사는 사형을 시키라는 어명이 내려왔다. 빈대와 박삼돌이 놀라서 그럴 수 없다고 했다고 했으나 도사는 자신의 운명을 짐작하고 있었다. 박삼돌은 그간 모았던 급료를 털어서 옥졸을 매수한 뒤 탈출시키려고 했으나 도사는 국법을 어길 수 없다면서 거절한다. 도사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뒤 허무함을 느낀 박삼돌은 고향으로 낙향한다. 포도대장은 자신의 약점이 알려질까봐 박삼돌을 탈영범으로 몰아서 암살하고 만다.
한편 양포와 왕횡보는 기절한 일지매를 들것에 묶은 뒤 청국으로 호송하고 있었다. 그들이 어느 산막에서 쉬고 있을 때 성게가 나타난다. 양포와 왕횡보의 계획을 눈치 챈 그는 낭골에게 가지 않고 그들의 뒤를 미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성게는 그들이 단잠에 빠졌을 때 양포의 가슴과 왕횡보의 눈을 찌른 뒤 일지매를 구출한다.
성게가 일지매의 원기를 돋우기 위해 미음을 끓이고 있을 때 일지매가 마취에서 풀려난다. 일지매는 성게가 자신을 마취시킨 뒤에 봉선이파에 넘기려는 흉계인 줄 오해하고 단숨에 성게를 타살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옳은 일을 하려던 성게는 이렇게 세상을 떠나고 만다.
제16장 <식인 사건> 에서는 갑사 박칠과 동료가 나무를 하러 산에 갔다가 사람의 뼈를 발견했고, 검시결과 누군가 시신을 뜯어먹은 식인 사건임이 밝혀진다. 고을의 원은 이 놀라운 사건을 조정에 보고한다. 보고를 접한 김자점은 '흉년이 이어지니 인심이 고약해 진 탓이며, 이런 사건이 자주 발생할 것'이라는 예언같은 말을 한다. 김자점의 예측대로 황주, 안악, 신천 등에서 유사한 사례가 보고된다.(식인 사건은 인조실록에 있는 실화와 일치함).
식인 사건은 인심을 동요시키려는 김자점의 술책이었다. 김자점은 조선의 민심이 동요하고 있으니 군사를 일으키라는 밀서를 보내고, 저능아인 장호(권대감의 아들)로 하여금 식인사건을 조사하려는 군관들이 숙영을 납치한 무리라고 속인 뒤 그들의 일을 방해하도록 부추긴다.
김자점의 밀서를 가지고 청국으로 가던 밀사는 도중에 산막에서 신음하는 양포와 왕횡보를 구해주고 청국을 향한다. 그러나 밀사는 일지매를 만나서 밀서를 뺏기고 살해된다. 간신히 목숨을 구한 양포와 왕횡보는 원기를 회복하면서 일지매를 사로잡을 궁리를 한다.
일지매는 진상품을 탈취하거나 부호의 집을 털어서 가난한 백성에게 나누어주는 등 의적 활동을 전개한다. 황해도 관찰사는 식인사건으로 뒤숭숭한 상황에서 식인사건을 조사하려는 군관들을 여러 명이나 장호에게 사상되고, 일지매까지 나타나서 진상품을 강탈하니 골치를 섞이고 있다. 조정에서는 인심이 흉흉해진 원인이 기근 때문이라며, 황해도 일대에 양곡을 내려보내나 김자점은 이 일도 방해하고 있다.
제17장 <역모> 에서는 김자점은 자신의 사병을 시켜서 백성을 구휼하기 위해 지방으로 보내지는 양곡을 탈취하여 불태운다. 장호로 하여금 혼란을 부추기는 것과 궤를 같이 하는 혼란 작전이다. 인심을 이반 시켜서 청국의 침입을 쉽게 하려는 흉계였다.
일지매는 장호를 만나서 김자점에게 속고 있음을 설득하고, 식인사건의 범인은 김자점의 사주를 받은 광인인 것을 밝혀낸다. (김자점이 식인범을 사주했다는 근거는 없음.) 일지매가 식인범을 처단한 후 식인사건은 유야무야 묻혀진다.
한편 김자점은 권대감, 최준식 등의 일당을 부른 뒤 일지매를 처치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면서 거액을 거출한다. 김자점은 이 돈 중 일부로 일지매를 대적하기 위해 호랑이를 잡는 괴력을 지닌 포수들을 부르기로 하고 외척 최준식을 파견한다. 박수동이 이끄는 산사나이들은 괴력을 지니고 있지만 세상의 명리를 떠난 이들이다.
제18장 <호랑이 사냥꾼> 에서는 호랑이 사냥꾼인 박수동과 그의 동료 14명이 나온다. 그들은 10년 전 북방에서 오랑캐가 침략했들 때 적의 배후에서 후방 교란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용사들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전투에서 수비대장 김명순이 전사하자 자신의 미비하여 장수를 잃었다면서 스스로 처벌을 요청하였고, 조정에서는 그 마음을 가상하에 여겨서 군역을 면제해 주자 인명을 해치는 맹수를 퇴치함으로써 국은에 보답하겠다며 심산유곡에서 사냥을 업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그 무리의 두령이 박수동인 것이다.
김자점은 호랑이 사냥꾼들을 활용하여 일지매를 잡을 심산으로 외척인 최준식으로 하여금 자신의 집사와 함께 거액의 상금을 가지고 회유하러 보낸 것이다. 최준식은 사냥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10여 명의 기녀들을 동원시켰는데 독매(일지매가 변장한 것이라는 것을 독자들은 짐작하리라)라는 기녀도 있었다. 잔치가 있던 날 독매는 박수동의 짝이 되었는데, 박수동은 안마를 하면서 혈을 짚어서 그를 잠재운다. 박수동은 자신이 술기운에 의해 잠이 든 것으로 착각한다.
박수동은 사냥 중에 상처를 잎힌 호랑이가 있는데, 그대로 두면 인명을 해치므로 잡은 뒤에 한양으로 가겠다고 하자 최준식은 그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한다. 독배로 변장한 일지매는 호랑이 사냥이 보고 싶다면서 남장을 하고 따라 나서자 최준식과 집사도 호랑이 사냥에 호기심이 끌려 따라나선다. 박수동은 최준식 일행을 전망이 좋으면서도 안전한 곳에 머물게 한 뒤 사냥꾼 중에 이정문에게 호위를 맡긴다.
그러나 성난 호랑이는 최준식이 있는 절벽으로 기어오른다. 이를 막으려던 이정문은 호랑이의 공격에 급사를 하고 위기의 순간에 일지매가 이정문의 칼로 호랑이를 찌른다. 박수동은 독매의 담력에 감탄하며 그녀에게 마음을 두게 된다.
이정문의 장례를 마친 사냥꾼 일행이 한양을 향해 출발하는 날 독매가 사라진다. 박수동은 독매를 찾아오라면서 2명의 수하를 남기고 가나 그들은 일지매와 겨루다 목숨을 잃는다. 수하가 돌아오지 않자 박수동은 2명을 더 보냈으나 수하 2명의 시신만 확인했을 뿐이다. 이때까지도 박수동은 일지매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한편 한양의 김자잠은 자신의 미래를 예언했던 전속 무녀 기선녀를 불러서 일지매의 행방을 묻는다. 그녀는 영력을 통해 일지매가 지금 피를 흘리고 있으며, 사냥꾼이 세 명이나 죽었다는 것을 알아낸다.
제19장 <열공 스님> 에서는 사냥꾼들과의 결투를 통해 부상을 당한 일지매가 혼절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일지매는 몽롱한 상태에서도 박수동의 진실한 인간성을 생각하면서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 지 고민한다. 마침 근처를 지나던 어떤 오누이가 일지매를 보살펴 준다. 남매는 일지매가 정신이 들자 자리를 피하는데, 그들은 어떤 연유로 인해 쫓기는 처지였다.
남매의 도움으로 기력을 회복한 일지매는 열공 스님이 거처하는 도선사까지 온 후 명상을 통해 자아를 깨닫게 해 준 골방에 들어가서 생각을 정리한다.
한편 걸치와 월희는 일지매를 찾아 정처 없이 헤매다가 개성 부근에 있는 토성에서 걸치가 잡히고 만다. 성곽을 쌓던 현장에서는 걸치를 성을 쌓는 일꾼으로 삼기 위해 잡은 것이다. 월희는 혼자라도 일지매를 찾아보겠다며 길을 떠나고, 걸치는 축성 공사장에서 성곽 축성 작업에 동원된다. 월희가 걱정이 된 걸치는 수차에 걸쳐서 탈출을 도모하지만 그때마다 잡혀서 혼이 나곤 한다.
홀로 길을 걷던 월희는 어느 외딴 집에서 잠을 청하게 된다. 욕정에 사로잡힌 늙은 주인이 그녀의 방에 침입한 순간 열공 스님이 나타난다. 노인은 수치심에 고개를 못 들고, 월희는 열공 스님을 따라 한양으로 되돌아간다. 도중에 포졸들의 불심검문을 받으면서 월희가 곤경에 빠졌을 때, 마침 그곳을 지나던 군관(최준식의 수하인 석기)의 도움을 받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한다.
도선사에 돌아온 열공 스님은 일지매를 보자 그의 살생을 꾸짖으며 매를 때린다. 월희가 울며 달려들어 말리자 스님은 일지매를 법당으로 데려가서 일장 설법을 한다. 일지매는 착취를 하는 권력자와 도탄에 빠진 중생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고, 스님은 자신을 희생하면서 일지매를 구한 구자명의 뜻을 생각하라고 한다.
"이승에 인간이 살고 있다면 인간끼리 서로 위할 때 비로소 인간은 존재하는 가치가 있다. 잘못을 저지른 인간에게 내리는 벌은 인간이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정해 놓은 섭리가 있다."
"그렇다면 국법은 있을 필요가 없는 것입니까?"
"국법은 과오를 막기 위한 것이고, 치죄는 하늘이 하는 것이다. 네 손으로 죄인을 치죄하라는 명을 누가 내렸느냐? 네가 하늘의 자식이냐? 석존의 아들이냐?"
"하오나…."
"논쟁은 일 없다. 깊은 우주의 이치를 깨달으라."
기나긴 토론으로 기진한 일지매는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월희는 그런 일지매를 지극한 마음으로 간호한다.
제20장 <기선녀> 에서는 지극한 정성으로 일지매를 구완하는 월희의 모습이 나온다.
그 무렵 김자점의 집에서는 기선녀가 신통력을 발휘하여 일지매의 위치를 찾으려고 점괘를 찾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결정적인 순간에 무엇인가가 앞을 막는다면서 답답해한다. 다만 '붉은 기둥 돌집 건너편'이라는 점괘를 받고, 어느 절에 은신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아냈을 뿐이다.
일지매를 돌보고 있는 도선사의 열공 스님에게 괴승 독보가 찾아온다. 열공 스님은 '괴승은 마귀보다 무섭다.'면서 독보를 경계한다. 독보는 월희의 구호를 받고 있는 청년을 보자 여인같이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일지매임을 눈치 챈다. 그는 김자점에게 고하기 위해 절에서 나선다.
혼절 상태에서 깨어난 일지매는 울며 안기는 월희를 보고 마음이 흔들린다. 그러나 어차피 함께 있지 못할 처지라면 작은 추억이라도 남기지 말자는 일념으로 그녀의 맥을 잡아 잠재운뒤 절에서 빠져 나온다.
김자점은 조선을 송두리째 청나라에 넘기고 자신이 받을 이권에 대해서 머리를 굴리고 있다. 그는 그 일환으로 5세의 대덕세자와 외척 최준식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준식에게는 대덕세자가 왕위에 오르면 최고 공신이 될 수 있다면서 최준식을 회유했고, 최준식은 감언이설에 넘어가서 그 수족이 된 것이다. 그런 김자점에게 독보가 보낸 '일지매가 도선사에 있다.'는 서찰이 도착한다.
김자점은 박수동에게 일지매의 거처를 알려준 뒤 처단할 것을 지시하는 한편, 예지를 통해 거처를 알아낸 기선녀에게 상을 내린다. 그녀가 음양의 이치 운운하며 김자점의 집사를 낭군으로 줄 것을 요청한다. 김자점은 신랑감은 많을 텐데 하필이면 늙은 집사라면서 허락한다.
박수동은 동행한 사냥꾼들과 함께 도선사를 급습했으나 이미 일지매가 사라진 뒤였다. 박수동은 하산하려는 월희를 잡아 김자점의 집으로 압송한다.
제21장 <걸치> 에서는 번번이 탈출에 실패한 걸치는 축성 작업에 동원될 수밖에 없었다. 공사장에는 충청도의 순박한 노우로 변장한 일지매가 잠입한 뒤 걸치가 탈출을 시도할 때마다 방해를 한다. 그러다가 어느 폭우가 쏟아지는 날 걸치와 함께 공사장에서 탈출한다. 그제서야 일지매를 알아 본 걸치가 연유를 묻자, 월희를 구출하기 위해 축성 지식을 배웠다고 대답한다.
김자점은 기선녀에게 일지매의 출현에 대해 점괘를 알아내라고 요구한다. 그녀는 보름 뒤에 일지매가 오리라고 예언한다.
최준식은 김자점의 지시대로 거사에 쓸 군자금을 모아서 비축하고 있다. 석기는 최준식의 수족이 되어 일을 하는 중이다.
전주부윤을 지낸 민경환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쉰이 넘어서 딸을 얻었고, 쉰 여덟에 아들을 얻다. 남매에게 달래와 각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내의 병이 깊어지자 귀한 구슬을 담보로 최준식에게 1천 7백냥의 빚을 얻었으나 아무 보람 없이 아내는 이승을 떠났다. 그러자 최준식은 석기를 보내서 이자를 붙여 2천 5백냥을 요구한다. 민경환은 담보인 구슬을 가지면 되지 않느냐고 항변했으나 석기는 막무가내로 돈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른다. 민경환은 시달림을 건대지 못하고 달래와 각수 남매를 포천 고모댁으로 보낸 뒤 자신은 목을 매고 만다. 각수 남매는 포천으로 가던 중에 사냥꾼들과 결투 끝에 쓰러졌던 일지매를 구한 것이다.
일지매와 걸치는 달래와 각수 남매를 만난 뒤 그간의 사정을 듣게 된다.
한편 김자점은 박수동 일행을 불러서 잔치를 열면서 최준식도 동행시킨다. 최준식은 이 자리에서 자기가 거둬들인 군자금 내역을 보고한다. 박수동은 동석한 기생에게서 독매가 청계천 홰나무 집에 있다는 말을 듣고, 잠시 말미를 청한 뒤에 독매를 찾아간다. 최준식은 산에서의 인연을 아는지라 껄껄 웃고 만다.
독매를 찾아간 박수동은 "명견은 껄렁한 인간 밑에서 빌어먹느니 늑대가 되는 편이 낫다. 여기서는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 당신이 살던 산채라면 모를까?"라는 말을 듣고 깊은 생각에 잠긴다.
일지매가 찾아온다는 날을 이틀 앞둔 날 저녁 김자점은 자신의 계획을 아는 듯한 괴편지를 받는다. 김자점은 누군가 배신자가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그 범인으로 최준식을 의심한다.
그때 최준식은 김자점이 보냈다는 밀서를 받고 지금까지 모았덙 군자금을 모두 내어준다. 잠시 후에 일지매가 급습하여 각종 명목으로 강탈했던 재산문서들을 탈취해 간다. 최준식이 다음날 김자점을 찾아가서 보고를 하자, 김자점은 편지는 가짜이며 어리석게 재물을 빼앗긴 최준식의 무능을 질책한다.
일지매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선녀가 예언한 날 옥에 가둔 월희가 사라진다. 일지매가 축성현장에서 배운 기술을 토대로 땅굴을 파고 옥에서 빼돌린 것이다. 울화를 참지 못하는 김자점에게 기선녀가 비아냥거린다. "나의 점괘는 정확했습니다. 그런데 알려주어도 범인을 잡지 못한다면 점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래저래 속이 상한 김자점은 최준식을 부르라고 지시를 한다.
한편 박수동은 일지매의 뒤를 따라 산채까지 온다. 식사를 준비하고 기다리는 일지매를 보자 박수동은 허허 웃고 만다. 그날 밤 일지매와 박수동은 함께 자면서 서로의 심경을 나누면서 벗이 된다.
제22장 <고운이> 에서는 김자점의 호출을 받은 최준식은 한양을 떠나라는 지시를 받는다. 누군가 거사의 계획을 눈치챈 듯한데 잠잠해질 때까지 잠시 피신해 있으라는 것이다. 머슴 한 명과 함께 망우재를 넘던 그는 김자점이 보낸 자객의 활을 맞고 비명에 간다. 주인의 참사를 들은 석기가 이를 갈았다는 것은 뒷이야기이다.
일지매의 도움으로 김자점의 집에서 탈출한 월희는 다시 일지매를 기다리는 기약없는 나날을 보내게 된다.
성게의 습격을 받고 간신히 목숨을 구한 양표와 왕횡보는 생계를 위해 약장수를 시작한다. 왕횡보는 진흙으로 만든 엉터리 약을 제조하여 뛰어난 무술을 바탕으로 만병통치약으로 속여 판매한다. 그러던 중 폐인이 되다시피 한 낭골을 만난다. 왕골은 고운이라는 여인을 만나서 광인처럼 살고 있었다.
어우동을 연상시키는 고운이는 기구한 여인이었다. 이 작품에서는 어우동의 방계 후손으로 나온다. 12세까지 평범하게 자라던 고운이를 병적으로 만든 이는 그녀의 할머니였다.
"너의 조상 중에는 사형 당한 어우동이라는 여인이 있다. 네 몸속에는 음탕한 피가 흐르고 있으니 사내에 대한 생각을 하지 말라."
할머니야 조심하라는 말로 이런 말을 했겠지만, 고운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춘기의 춘심까지도 음탕한 기운으로 생각하며 사내들을 기피하기 시작한다. 부모들에 의해 혼담이 오가자 남자에게 갈 수 없다며 가출을 한 그녀는 이곳저곳을 떠돌게 된다. 그러던 중에 평양의 봉선이파로부터 연락을 기다리던 낭골을 만나게 된다. 낭골이 접근하자 선천적으로 남성을 기피하는 기벽이 고운이에게 작동했으나, 여색이라면 온갖 방법을 피하지 않는 낭골이 끈질기게 다가온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는 속담처럼 동침을 하게 된 후 둘은 미친 듯이 밤낮을 가리지 않게 얽혀 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색을 밝히는 낭골의 성품과 병적인 고운이의 기벽이 서로에게 영향을 끼쳐서 미친 듯한 생활이 이어지면서 고운이는 색녀가 되고, 낭골은 피골이 상접한 광인이 된 것이다.
양포는 색을 밝히는 낭골이 어딘가에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괴한 생활을 하는 낭골과 고운이의 집에 양포와 왕횡보가 동숙을 하면서 더욱 이상야릇한 나날이 흐르고 있다. 양포는 색을 밝히는 낭골에게 정력제까지 제조해 주면서 두 남녀의 심신을 더욱 마비시키고 있다.
제23장 <최명길> 에서는 실존 인물인 병자호란 당시의 충신 최명길이 등장한다. 그는 청나라의 공격을 대비하기 위해 화포제작을 연구하라는 인조의 밀지를 받고 흐느낀다. 그러나 청렴한 자신으로서는 그런 자금 등을 융통할 대책이 없기에 술자리에서 돈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다. 기녀로 변장하고 있던 일지매는 그 말을 듣고 수상하게 생각한다.
일지매는 최명길의 집에 잠입하여 밀서를 읽고 비감한 마음에 사로잡힌다. 마음이 흔들린 일지매는 포졸들의 추격을 받게 된다. 그 소문을 들은 김자점은 의아한 생각이 든다. 권문세가의 집만 표적으로 삼는 일지매가 무엇을 훔치겠다고 최명길의 집을 찾았다는 말인가? 김자점은 최명길의 집을 감시하라는 밀명을 내린다.
한편 최명길은 보름달이 뜨는 날 남산약수터에서 만나자는 일지애의 글을 보고 심란해하면서도 일지매와 만난다. 일지매는 밀서를 훔쳐 본 것에 대한 사과와 뜻있는 일에 자신이 모은 재물을 쓰고 싶다는 점을 말하고 최명길도 화포 제작을 위한 계획을 말한다. 일지매는 청계사 부근에서 사업장을 만들게 되면 자금을 대는 한편, 월희와 걸치를 그곳에서 숙식을 하도록 조치할 구상을 한다.
색에 빠져서 폐인이 되다시피 한 낭골은 왕횡보가 20년 이상 회춘할 수 있는 정력제를 만들어준다는 말에 물색없이 좋아한다. 왕횡보는 한약방에서 약재를 훔쳐온 뒤 제조를 시작한다.
김자점은 최명길과 일지매의 만남을 눈치 채지만, 자신에게도 약점이 있으므로 섣불리 제어를 하지 못한다. 그러는 중에 열공 스님은 일지매의 부탁을 받고 재물들을 청계사로 운반해 준다. 일지매는 월희에게 자신의 계획을 말한 뒤에 공사가 시작되면 인부들의 식사를 뒷바라지 해 줄 것을 부탁하고, 그녀는 승락한다. 최명길은 일지매에게 들은 대로 공사를 추진하기 위해 청계사를 방문하고, 김자점의 부하들이 미행하는 등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된다.
제24장 <군기감(軍器監)> 에서는 청계사의 주지는 최명길에게 인계받은 재물의 목록을 보여주며 언제라도 내어주겠다고 약조한다. 거부 최준식이 모았던 재물은 공사를 진행할 정도로 풍족했으므로 최명길은 만족해 한다. 보름만에 화약연구소가 진척되고, 월희는 공사장에서 인부들의 식사를 도맡게 된다. 그녀는 일지매에 대한 그리움을 잊기 위해 더욱 헌신한다. 최명길은 각 지역에서 화약 제조를 위한 염초법의 장인들을 차출하여 일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김자점의 졸개들은 비밀을 파악하기 위해 탐문을 하나 왕명과 풍부한 자금으로 진행하면서 보안이 유지되니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은 빨래를 하러 나온 월희를 협박하여 비밀을 알려고 했으나 도리어 일지매에게 잡혀 혼이 난다.
졸개들로부터 일지매와 최명길이 비밀스러운 일을 진행하고 있음을 들은 김자점은 대책을 강구한다. 그때 일지매가 김자점의 침실에 잠입하여 더 이상 청계사에 접근하지 말 것을, 경고를 무시하면 역적질의 음모가 폭로될 것이라는 쪽지를 남긴다. 김자점은 일지매가 보통 강적이 아님을 느끼면서 차라리 그를 자신의 수하에 두려고 생각한다.
김자점이 일지매에게 보내는 편지는 월희에게 전해지고 일지매는 그녀의 방에 들어가서 정을 나눈 뒤 김자점이 전하는 편지를 받는다. 일지매가 울며 매달리는 월희로 인해 곤혹스러워 할 때 열공 스님이 찾아와서 일지매와 함께 청계사 주지를 만나자고 한다. 월희는 어쩔 수 없이 일지매와 헤어진다.
한편 왕횡보에게 정력제를 받은 낭골은 바로 고운이에게 달려간다. 낭골이 받은 약은 정력 강화제라기보다는 색에 대해서만 심취시킴으로써 심신을 망치는 최음제였다. 양포는 색에 미친 낭골을 활용하여 월희를 욕보일 계획이다. 일지매가 몸을 더럽힌 그녀를 잊게 되면 청국으로 데려가기가 용이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김자점은 남산에서 일지매와 회동을 한다. 일지매는 단신으로 나온 김자점의 담력에 놀란다. 김자점은 일지매가 자신의 수하로 들어온다면 벼슬은 물론 공신의 지위도 약속할 수 있다고 했으나, 일지매는 역심을 꿰뚫고 있다면서 거절한다. 그 사이에 김자점의 졸개는 청계사에 침투하여 상황을 살피고 갔다. 김자점은 졸개가 침투할 수 있도록 일지매를 유인한 것이다.
김자점은 졸개로부터 화약 제조 등의 상황을 파악하고 상감이 최명길에게 밀명을 내렸음을 짐작한다. 김자점은 졸개들로 하여금 청계사를 야습하여 화약들을 폭파시키려 한다. 이를 간파한 일지매는 월희로 하여금 파수병들을 깨워서 폭약을 분산시키는 한편 김자점의 졸개들과 대치하며 분전한다. 결국 화약의 상당 부분은 건질 수 있었다. 김자점은 화재사건 조사를 구실로 청계사 공사장을 조사하려고 하였으나 어명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한다. 청계사 주지를 소환하려던 계획도 일지매의 연락으로 이미 도피한 뒤라 김자점은 아무런 수확도 얻지 못한다.
한편 일지매는 김자점의 이웃에 사는 박의원의 집에 침입하여 닷새치의 약을 받아간다. 그러나 김자점은 일지매가 왜 약을 받아갔는지 연유를 몰라 궁금해 한다.
제25장 <정랑(情郞)> 에서는 일지매의 상처를 보고 월희가 놀라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나 일지매는 하룻밤을 잔 뒤에 다시 사라진다.
한편 왕횡보는 낭골에게 최음제를 계속 제공하고 있으나, 밤마다 낭골과 고운이의 정사 소음에 시달리는 것은 큰 고통이었다. 양포는 화상을 입은 일지매를 보고 자신이 지켜주지 못한 것을 자책한다. 그러면서 하루빨리 일지매를 청국으로 데려갈 계획을 찾는다.
김자점은 일지매가 나타난지 닷새가 되는 날 기선녀를 불러서 일지매가 박의원 집에 올지 점을 치게 한다. 기선녀는 박의원 집에 나타난 것은 일지매가 아니라는 점괘를 알려준다. 그는 일지매를 사칭한 여인이었다. 김자점은 자신이 거두고 있는 검술의 고수 막수로 하여금 가짜 일지매를 생포하라고 지시한다.
가짜 일지매와 막수는 서로 상대의 검술에 놀란다. 그러나 가짜 일지매는 막수의 상대가 아니었다. 막수는 그녀를 생포한 뒤 김자점에게 데려 간다. 그녀는 무예의 고수의 딸로 성숙이라는 이름의 18세 처녀였다. 아비가 중병으로 신음을 하자 박의원에게서 약재를 탈취해 간 것이다. 김자점이 좋은 말로 위로하고 아비를 돌봐주자 성숙은 감동한다. 아비는 끝내 숨을 거두자 그녀는 김자점의 수족이 된다.
김자점은 성숙으로 하여금 가짜 일지매로 행세하면서 좀도둑질을 하라고 지시한다. 그래서 도둑 일지매가 나타나면 체포하는데 기여하라는 감언이설과 함께….
일지매는 자신의 이름을 도용하여 이름을 더럽히고 있는 가짜에 대해 궁금해 하나 화상을 입은 몸이라 어쩌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일지매에게 양포가 나타나서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청국 성주의 지시를 받고 일지매를 데리러 온 사연과, 박대하는 조국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을 따라서 청국으로 가서 약혼자와 결혼을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일지매는 일언지하에 거절하며 다시는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경고한다. 양포는 일지매가 조선을 떠나지 못하는 원인이 월희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낭골로 하여금 그녀를 욕보임으로써 이 땅에 미련을 버리게 하리라고 생각한다.
제26장 <김자점> 에서는 달래와 각수 오누이(21장에서 일지매를 도우면서 등장)는 아버지를 기다리다 못해 다시 집으로 가면서 심성이 착한 장돌뱅이를 만나서 주막에서 자게 된다. 그 때 일지매로 가장한 성숙이 나타난다. 오누이는 반가워서 밖으로 나가나 일지매가 아님을 알게 된다. 성숙은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 오누이를 살해하려고 한다. 그러나 자신과 비슷한 또래인 남매를 차마 해칠 수 없어서 머뭇거리는 사이에 좌포도청 포졸이 나타난다. 포졸들은 아무튼 수상하니 포도청으로 가자고 하고, 남매는 목숨을 구한 것을 기뻐하면서 따라간다.
김자점은 가짜 일지매의 비밀을 아는 각수 남매를 살려둘 수 없다면서 막수와 성숙에게 남매를 해치라고 지시한다. 그러면서 집사를 좌포도청에 보내서 각수 남매를 데려오게 한다. 달래는 집사를 따라가면 위험한 일이 있을 것을 예상한다. 그녀는 번잡한 저자거리를 지날 때 각수를 도망가게 한 뒤 자신도 동생을 찾는 척하며 몸을 피한다. 김자점은 각수 남매를 데려오지 못한 집사에 대해 불같이 노하며 안면도로 내려보내고, 막수에게 각수 남매를 해치라고 지시한다.
명목은 안면도의 장원을 돌보라는 것이지만 실제는 유배나 마찬 가지다. 한 번 실수로 내쫓김을 당한 집사가 의기소침해 하자 기선녀는 오히려 기뻐한다. 예지력이 있는 그녀는 얼마 후에 난리(병자호란)이 일어나고, 그 와중에서 김자점의 명이 다할 것을 내다 봤다. 안면도로 가는 것이 피신이며, 김자점이 죽으면 그곳의 장원은 집사의 것이 된다는 것이다. 집사는 아내의 말에 기뻐하며 안면도로 내려간다.
각수 남매는 자신의 옛집에 왔으나 아버지가 보이지 않는다. 둘은 자신들의 방에서 잠을 자는데 이미 막수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막수가 남매를 해치려는 순간에 일지매가 나타나서 저지하고 남매를 피신시킨다. 일지매는 달래에게 아버지의 자결 소식을 전해주며 상당량의 패물을 건네며 멀리 피하라고 한다. 일지매의 말을 들은 달래는 연약한 소녀의 몸으로 어린 동생을 데리고 살아갈 자신이 없다면서 일지매에게 보호를 요청한다. 일지매를 향한 자신의 연정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일지매는 얼굴의 화상을 나병 증세라고 속이면서, 결혼 생활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한편 막수는 일지매에게 당한 것을 분해한다. 성숙이 막수를 위로하며 자신이 남매를 잡지 못함으로써 일이 여기까지 진전되었다면서 미안해한다. 막수는 성숙의 마음씀씀이에 호감을 보이면서 연정을 표시한다. 그녀는 그의 마음을 받아들여서 둘은 한 몸이 된다.
한편 양포는 낭골에게 천하일색이 있으니 그녀와 즐기기 위해 함께 가자고 부추긴다. 한 때 조직의 달인으로 명성을 날리던 낭골의 몸과 마음 모두 무너져서 판단력이 무너진지 오래다. 오직 색정만 탐하게 된 그는 피골이 상접한 몸으로 따라 나선다. 어쩌면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며 집을 나서는 낭골을 보고 고은이는 눈물을 감춘다. 그녀에게 있어서 첫 남자였던 낭골의 불행을 예감하고 비감에 잠긴 것이다. 그런 남녀를 보며 양포는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일지매를 청국으로 압송하기 위해 월희를 더럽히고 낭골을 희생시켜야 하는 자신의 계획이 스스로도 한스러웠다.
양포는 낭골에게 최음제를 복용시키는 일면 걸치가 도회소(화약 제조 공사장)의 찬거리를 사러 시장에 간 사이에 왕횡보를 시켜서 월희가 마실 숭늉에 최음제를 탄다. 양포가 낭골에게 월희가 천하의 절색이라고 귀띔하자 낭골은 그녀의 방에 뛰어든다. 최음제의 기운이 온몸에 퍼지기 시작한 월희는 뜻과는 달리 저항할 기력이 없었다.
제27장 <천벌> 에서는 일지매가 삼꽃의 아비에게 배운 의학 상식으로 약초를 캐서 자신의 얼굴 화상을 치료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낭골이 월희의 방에 침입하는 것을 확인한 양포와 왕횡보는 발길을 돌린다. 왕횡보가 결과를 확인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묻자, 양포는 남자가 처녀의 방에 들어왔다는 것만으로도 염문은 퍼질 테고 그것으로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대답한다. 양포는 인간으로서 못할 짓을 한 자신의 소행을 자책한다.
한편 월희는 미친 듯이 덤벼드는 낭골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저항을 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힘이 빠지곤 해서 점점 마수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러나 먹구름 속에서도 가끔 햇살이 비치듯이 욕정의 본능 속에서 불현듯 치솟은 이성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녀는 이성이 돌아온 순간에 낭골을 걷어차고 밖으로 피신했다. 다행인 것은 여색에 대한 선천적인 욕정과 왕횡보가 제조한 최음제 및 고은이와의 지나친 행각 등으로 인해 낭골은 신심의 기가 빠져서 폐인 직전인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는 월희를 보고 덤벼들 때 그나마 남아 있던 정기가 모두 빠진 터였다. 아녀자의 발길질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진 것이다.
월희의 방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공사장 인부 한 명이 월희의 방으로 달려 왔다. 낭골은 거의 알몸인 채 숨이 넘어가고 있었고, 월희는 상반신을 드러낸 채 숲에 숨어 있었다.
떼도둑 봉선이파에서 조직의 귀재로 이름을 떨쳤고, 인간적인 매력도 지니고 있던 낭골! 그러나 그는 지나친 호색으로 인해 부끄러운 모습으로 최후를 마쳤다. 월희는 몸을 지킬 수 있었지만 소문은 추하게 퍼졌다. 그녀가 외간 남자와 벌거벗은 채 함께 있었고, 정을 통하던 남자는 숨이 졌다는 식으로…. 경비대장을 비롯하여 월희를 아는 이들은 그녀의 결백을 믿어주었으나 추문은 더 넓게 퍼졌다.
월희는 괴로웠다. 비록 몸을 더럽히지는 않았으나 자신도 마음이 흔들렸다는 자책에 사로잡힌 것이다. 최음제 탓임을 알 수 없는 그녀로서는 비록 잠시라고는 해도 일지매 외에 다른 남자를 받아들일 생각을 했다는 것이 견딜 수 없었다. 그녀는 걸치와 함께 공사장을 떠났다. 월희의 됨됨이를 알고 있던 경비대장은 누가 뭐래도 자신은 그녀를 믿는다면서 전송을 했다.
일지매는 도회소 인부들의 입을 통해 월희의 소식을 듣는다. 그녀가 겁탈을 당한 뒤에 상심 끝에 공사장을 떠났다는 과장된 소문으로…. 일지매는 이것이 양포와 왕횡보의 음모임을 짐작하고 복수를 다짐한다.
한편 달래와 각수 오누이의 출현으로 잠시 근신하던 김자점은 다시 성숙에게 가짜 일지매가 위장하고 일지매의 명성을 떨어뜨리라고 지시한다. 정을 통한 막수는 성숙의 주변에서 그녀를 지켜 본다. 성숙은 주막에 가서 행패를 부리면서 일지매를 사칭한다.
그때 일지매는 고은이에게 가 있었다. 그녀에게서 양포와 왕횡보의 소식과 함께 최음제로 폐인이 된 낭골의 사연도 듣게 된다. 색에 미친 고은이는 일지매에게 추파를 던졌으나 그는 차갑게 거절한다. 그녀는 일지매의 언행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부끄러운 행각을 느낀다. 수치심을 느끼고 자결을 하려는 순간 일지매가 다시 나타난다. 그는 혹시 양포 일행이 돌아올 수도 있으므로 고은의 집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일지매는 고은이의 사정을 들은 후에 열공 스님을 소개해 준다. 고은이는 비구니가 될 결심을 말하나 스님은 만류한다. 그녀는 훗날 병자호란이 일어났을 때 기녀로 가장하고 호국 진영에 들어가 장수 몰골지의 가슴에 비수를 박았다고 한다. (고은이와 몰골지의 실존 여부는 정사는 물론 야사에서도 확인할 수 없는 근거 없는 이야기 *^^*)
한편 성숙은 일지매 사칭을 일삼다가 양포와 왕횡보의 눈에 띈다. 그녀는 양포와 검술을 겨루다가 위기에 몰린다. 각수는 한눈에 상대의 검술이 보통이 아님을 알아본다. 그러나 눈을 번득이고 있는 왕횡보 때문에 돕지를 못한다. 다행히 순라꾼들이 오면서 양포 일행이 자리를 피하면서 성숙은 위기에서 벗어난다. 일지매는 성숙이 김자점의 수하임을 눈치 채고 양포에 대한 복수에 앞서 가짜 일지매를 처치하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는 중에 김자점은 각수와 성숙에게 새로운 지령을 내린다. 명목상으로는 의주에 있는 이모님에게 선물을 전하라는 것이지만 내막은 청국의 용골대에게 보내는 밀서 호위가 주된 임무다.
일지매는 성숙이 약을 강탈했던 박의원을 찾은 뒤에 가짜 일지매에 대핸 정보를 탐문한다. 박의원은 백성을 위하는 일지매를 격려한 뒤 성숙이 의주로 갈 예정이라는 근황을 알려 준다. 일지매는 거지 행색으로 한양을 빠져나온 후 역관에서 역마를 빼앗는 등 기지를 발휘하며 북으로 향한다. 도중에서 만난 열공 스님이 가짜를 용서하라고 하였으나, 일지매는 그 청만은 들어줄 수 없다고 다짐한다.
막수와 성숙 일행을 뒤쫓던 일지매는 잠시 허송하기도 한다. 그들이 평안도 의주로 간다는 것은 보안을 유지하기 위한 작전이었고 실제는 황해도 해주로 가서 배를 타고 청나라로 갈 예정이었다. 막수와 성숙이 자세한 내막을 물었으나 밀사를 그들은 호송의 책임에나 충실하라고 말한다. 수레 역시 눈속임을 위한 장치였으므로 도주에 버렸으니 일지매가 잠시 속았던 것이다.
밀사 일행을 따라 잡은 일지매는 결투 끝에 막수와 성숙을 제거한다. 뛰어난 검술을 지니고 있었지만 주인을 잘못 만난 두 남녀는 짧은 사랑을 나눈 뒤 그렇게 최후를 마친 것이다. 막수와 성숙의 시신을 남겨둔 채 일지매는 밀사의 뒤를 쫓는다.
제28장 <대미> 에서는 단아한 용모의 선비가 도선사에 와서 열공 스님을 찾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스님이 출타 중이라는 말을 들은 그는 상당액의 시주를 하고 도선사에 머물면서 기다린다.
일지매는 밀사를 뒤쫓아 가서 청국과 내통하는 밀서를 확인한다. 일지매는 밀사의 목을 친뒤 그의 수급과 밀서를 챙긴 뒤에 한양으로 향한다. 궁중에 숨어든 뒤 임금에게 물증을 제시하고 김자점을 제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일지매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도중에서 만난 열공 스님은 일지매를 꾸짖는다.
"네가 대궐에 들어갔다가 다른 사람의 눈에 띈다면 도둑이 대궐까지 드나든다는 유언비어가 퍼질 것이다. 다행히 임금을 만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잠에서 깬 왕이 밀사의 목을 보고 얼마나 놀랄 것인가? 너의 계획대로 김자점을 제거한다고 치자. 영의정마저 적과 내통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민심은 더욱 흉흉해진다. 벌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지 인간이 주는 것이 아니다. 인간사는 연기같은 것이다. 세상을 덮는 듯 보여도 하늘에서 흩어지면 없어지고 만다. "
일지매는 열공 스님의 뜻대로 나무를 해온 뒤 밀서와 수급을 불태운다. 마치 화장을 하는 듯이…. 여전히 수긍하지 못하는 일지매에게 스님은 이런 말을 한다.
"네가 이 나라의 대궐에 들어갈 계획을 세웠다면, 다른 나라의 대궐에 들어갈 생각은 왜 못하느냐?"
청나라 황제의 침소에는 황제의 단검(그런 단검의 실재 여부는 알 수 없는 허구임)이 있는데, 침실에 잠입해서 그 단검을 가져오라는 것이다. ‘그대의 목도 가져올 수 있었으나 여기에 그치니 조선을 침략할 생각은 접으라.’는 경고를 하라는 의미였다. 일지매는 열공 스님을 따라서 도선사로 돌아온다.
열공 스님은 도선사에서 기다리고 있던 선비를 만난다. 그는 전 참판 김중환의 아들인 김길영으로, 일지매의 이복형이었다. 길영은 스님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힌 뒤에 일지매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청한다.
일지매를 만난 길영은 아버지의 죽음과 유언을 전한다. "인간으로서 못할 짓을 한 것, 특히 일지매가 청국에서 찾아왔을 때 모른 척한 것이 괴로웠다. 이것은 당시 참판 직에 있으면서 판서나 그 이상의 고위직에 오르려는 입신가도에 방해가 되는 것을 두려워 한 탓이다.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으니 자신의 소행에 대한 응분의 댓가다. 재산의 반을 일지매에게 줌으로써 늦게나마 참회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일지매는 거절한다. 젖도 먹지 못한 핏덩어리를 얼음개천에 버린 것도 부족해서 수만리 외국에서 혈육을 찾아온 자식을 모른 척 한 사람들이 죽을 때가 되어서 참회하는 척 값싼 온정을 던지면서 사람을 우롱하는 것이냐고? 그러면서 이렇게 일갈한다. "가거라. 너희들이 사는 양지로!" 길영은 일지매의 반응과 관계없이 사흘 뒤에 유산을 가지고 오겠다면서 돌아간다.
길영이 돌아간 뒤 일지매는 흐느낀다. 아버지에 대한 혈육의 정과 함께 한을 품고 죽어간 어머니 백매가 자신의 품속에 넣어주었던 시구를 생각하면서….
매화는 눈속에 피어 추위에 떨고 어미는 어려서 되어 이별에 우네
열공 스님은 일지매를 부른 뒤에 여장을 꾸려달라고 지시한다. 일지매가 연유를 묻자 스님은 이렇게 대답한다. "네가 청국에 가지 않겠다니 내가 가겠다."
자신이 청국 황제의 침소에 가서 단검을 훔침으로써 조선 침략의 야욕을 꺾겠다는 것이다. 일지매는 갈 길을 제시하는 스님의 뜻을 짐작하고, 자신이 가겠다고 약속한다. 이 부분에서 "쿼바디스 도미네(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를 패러디 해서 대사마저 그대로 인용한 작가의 해학이 돋보인다. 박해를 피해 로마를 떠나려는 베드로에게 예수가 나타났다고 한다. 베드로가 "쿼바디스 도미네?"라고 묻자, 예수는 "로마로 간다."라고 대답했다. 베드로는 다시 발길을 돌려 로마로 갔고, 순교의 피를 흘렸다. 제자가 죽음을 피한다면 자신이 한 번 더 십자가에 달리겠다는 상황을 열공 스님에 비유한 것이다.
한편 김자점은 막수와 성숙에게서 아무런 소식이 없자 불안해한다. 특히 밀서의 행방에 대해 불안해하던 그는 괴승 독보를 불러서 같은 내용의 밀서를 용골대에게 전해달라고 지시한다. 일지매는 독보가 김자점의 집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으나 그대로 둔다. 열공 스님의 감화로 인해 스님에 대해서는 약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독보는 병자호란을 전후하여 조선과 명을 오가면서 밀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임경업 장군과 함께 청에 압송되기도 한 실존인물이다. 작가는 독보를 김자점의 수하로 청과의 내통을 돕는 하수인으로 설정했음)
일지매는 김자점을 협박하여 청으로 가기 위한 자금을 뺏은 뒤 그의 집을 방화한다. 권세가 김자점의 99칸 대저택이 반 이상이나 탄 것에 대해 서민들은 후련해 한다.
일지매가 김자점의 집을 방화한 것은 자신이 한양에 있다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양포가 나타나기를 기대한 것이다. 일지매는 양포와 왕횡보를 처치해서 월희의 원수를 갚은 뒤에 청국으로 떠날 생각이었다. 그러나 찾아온 것은 걸치였다. 걸치는 낭골이 겁탈을 시도할 때도 목숨을 걸고 몸을 지킬 정도로 일구월심 일지매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전하면서 이제 월희를 돌보라고 권한다. 일지매는 더럽혀진 여인은 필요 없다면서 자신은 청으로 가서 옛 약혼자인 성주의 딸과 결혼하겠다고 대답한다. 월희로 하여금 자신을 잊게 하기 위한 말이지만 걸치는 화를 내면서 밖으로 나간다.
걸치가 떠난 후에 양포가 찾아온다. 일지매는 복수의 순간이 다가왔다고 기뻐하는데 열공 스님이 일지매를 부른다. 스님은 지금 국경의 검문검색이 심하니 양포를 활용하여 청국에 입국하라고 권한다. 외면으로는 성주의 딸인 모란공주와 결혼하는 것으로 위장하여 입국하는 것으로 가장하라는 것이지만 실제는 양포를 해치지 말라는 의미이다. 일지매는 설욕의 기회를 놏친 것을 분통해 하면서도 스님의 뜻을 따른다. 일지매는 양포와 왕횡보에게 함께 청국에 입국해서 공주와 혼인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왕횡보는 일지매를 데리고 조선에 온 자신이, 다시 일지매를 데리고 귀국하게 되는 것에 대한 감회에 잠긴다.
길영은 약속대로 일지매에게 줄 유산을 가지고 도선사로 오지만 이미 일지매는 청국으로 떠난 뒤이다. 열공 스님은 유산을 역시 고아출신인 동승 만동이에게 주기를 원한다는 일지매의 뜻을 전한다. 길영은 그 뜻을 받아들인 뒤에 아우를 생각하며 흐느낀다. 자신도 식솔들은 낙향시킨 뒤에 도선사에 와서 불법에 귀의하겠다는 뜻을 전한다.
걸치에게 일지매의 소식을 들은 월희는 병석에 누웠던 몸임에도 불구하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월희는 걸치와 함께 일지매를 찾아 나선다. 함박눈이 내리는 날씨 속에서 월희는 일지매를 만난다. (어떤 연유인지 함께 떠난 걸치는 보이지 않는다.) 월희는 자신을 몸종으로 부려도 좋으니 제발 거두어 달라, 청국까지도 따라 가겠다고 말하나 일지매는 몸을 더럽힌 여인을 더 이상 가까이 할 수 없다면서 거절한다. 월희로 하여금 자신을 단념시키기 위하여 그런 말을 하였지만 일지매는 몹시 괴로워한다.
월희를 버리면서 떠나는 일지매의 안타까운 독백이다. "너는 오직 한 사람뿐인 내 편이면서, 내 사랑도 받고 있다. 그러나 나를 괴롭히는 여인이 아닌가? 그러나 어쩌면 좋단 말인가? 너를 버리면서까지 해야 할 일, 그 무거운 일을 알려줄 수 없는 내 심정을…. 너를 버려야 하는 내 심정이 얼마나 아픈가를 너는 모를 것이다."
월희는 거절에도 불구하고 눈길 속에서 일지매를 따라 나선다. 일지매는 뒤따라오는 그녀를 보면서도 황산벌 결전을 앞두고 가족의 목을 벤 계백의 심정을 떠올리면서 마음을 다잡으며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일지매 일행은 밤이 다가왔지만 주막을 지나쳐서 눈 내리는 벌판길을 재촉한다. 월희는 병약한 몸으로 여전히 멈추지 않는다. 그런 월희를 보면서 양포가 일지매에게 다짐한다. "그대를 성주님한테 모시고 간 뒤에 내 아내와 딸을 만나지 않고 나는 다시 이리로 돌아오겠소. 뒤에 따라오는 저 여인을 보살펴 주기 위함이오." 일지매는 냉소한다. "네 나라에 도착하는 즉시 너는 내 손에 죽게 될 것이다."
펑펑 쏟아지는 눈 속에서 배는 떠나가고, 월희는 눈 속에 쓰러진 채 일지매를 부르며 애타게 절규한다. 고우영 화백은 해맑게 웃는 월희의 모습과 함께 이런 구절로 대단원을 마무리 했다.
"월희의 절규만이 허공을 날더니 그것마저 들리지 않게 된다. 몸속에서 빠져나와 사랑하는 이의 곁으로 가는 즐거운 여인이 무엇때문에 절규해야 하는가? 안 그런가?"
일지매는 어떻게 되었을까? 양포와 왕횡보를 응징할 수 있었을까? 청국 황제의 침실에 무사히 침투해서 임무를 완수했을까? 작가는 아무런 말이 없다. 그러나 역사는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는가? 병자호란이 일어났고, 조선은 삼전도의 치욕을 당했다. 일지매의 행적에 대해서는 정사는 물론 야사나 전설 어디에도 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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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가 연재되던 70년대는 군인반란으로 불법적으로 집권한 권위주의적인 유신 정권이 도사리고 있던 암흑기였다. 독립투사 장준하 씨의 의문사, 노동자 전태일 씨의 분신, 인혁당 관련으로 무고한 이들을 간첩으로 몰아 사형을 집행하던 도덕과 법을 논할 수 없는 시기였다. <일지매>는 광해군을 몰아낸 뒤 병자호란이 일어나고 삼전도의 항복이라듣 건국 이래 최악의 국치를 당했던 인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이 된 시기와 창작이 된 시기가 여러면에서 유사함을 보이면서 독자들에게 묘한 시사점을 전해준 듯하다.
고우영 화백이 일지매를 그리게 된 것은 한국 전쟁 전 청계천 거리의 어느 노점상이 팔던 서푼짜리 이야기책을 통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그는 그 책을 읽지 못했다. 다만 <일지매>라는 제목과 표지에 그려진 미남자의 모습에서 착상을 얻었을 뿐이라고 한다.
70년대 중반에 일간스포츠에 <일지매>를 연재하면서 참고를 위해서 그에 대한 자료를 구하려고 시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으며, 청계천 노점에서 보았던 그 이야기책도 역시 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 이야기는 100% 작가의 창작이라는 것이다. 미남자를 그린 표지 그림만을 모티브로 해서 이 긴 이야기를 이끈 작가의 역량이 놀랍기만 하다.
이 글은 작가의 창작에 의한 허구이며, 일지매는 물론 열공 스님, 구자명, 왕횡보, 양포 등 등장인물 대부분이 가공인물이다. 작품 전반부에서 이야기를 이끄는 중요한 사건의 하나인 봉선이파와 해동청파의 암투 역시 역사적인 근거가 없다. 그러나 작품 속에는 김자점, 최명길, 괴승 독보 등 실존인물이 등장하고 있다. 또한 기근으로 인한 식인사건도 실록에 전하는 사실이다. 허구와 사실을 적적히 배합함으로써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이끄는 작가의 역량이 놀랍다.
이 책은 고우영 화백의 대표작일 뿐 아니라 자신의 순수한 창작이므로 작가 스스로도 가장 애착을 느끼는 작품이라고 한다. 또한 ‘2005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한국의 책 100>에 선정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나 개인적으로도 고우영 화백의 작품 중에 가장 정이 느끼는 작품이 <일지매>이다. 지금까지 고화백의 작품을 20여 종 80여권을 구입했는데, 가장 먼저 구입한 책이 <일지매>였다. 연재되던 시절 가끔가끔 보면서 호기심을 느낀 것이 애정으로 연결되었다고 할까?
8권까지의 줄거리를 정리하는 것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힘겨웠다. <일지매>는 30여년 전에 신문 연재를 위해서 창작된 것이라 그림이 작고 지문도 많다. 8권 1,300쪽 정도의 분량인 이 작품은 최근의 큰 그림으로 발표 되는 만화들과 비교하면 3천 쪽 이상의 대작에 가깝다. 때때로 만화로 표현된 부분도 글로 옮겨야 하고, 이야기의 순서도 적절히 배열하자니 마치 번역이나 번안을 통해 작품 창작에 참여하는 듯한 마음이었다. 글을 쓰면서 창작의 기쁨마저 느끼게 했으니 이 리뷰는 개인적으로 잊지 못할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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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중반 무렵은 소설과 만화에 새로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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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화백이 스스로 자신의 대표작이라고 칭했던 작품이다. 이 극화의 주인공인 의적 일지매는 부정부패한 관리들을 혼내주면서, 자신의 표식으로 매화꽃 가지를 남겼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일지매는 청나라에 조선의 기밀정보를 팔아넘기려는 탐관오리를 쳐부수는 내용이 이 책의 핵심이자 하일라이트다. 이루어질 수 없는 애잔한 로맨스와, 활극, 액션 등이 잘 버무려져서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작품이다. 필자가 알기로는 한 때 고우영 화백이 영화 감독으로도 데뷔했던 것으로 안다. 당시 TV화면에 나와서 말하길 영화의 구조와 만화의 장면전환이 서로 매치가 잘 되므로 충분히 감독으로서도 성공할 수 있으리고 자신하는 인터뷰를 본 기억이 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영화는 실패를 했다. 그렇지만 인생이란 도전의 연속이므로 좋은 경험을 했으리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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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설, 수필, 평론 등 문학의 모든 장르를 망라해서 나와 가장 인연이 깊은 작가가 누구일까? 단연 고우영 화백이다. 초등학교 무렵에 『짱구박사』와『아짱에』등을 통해 만난 이래 1970년대에 일간스포츠에 연재된 『임꺽정』등 일련의 성인극화와 『고우영 삼국지』등 중국 작품 등을 빼놓지 않고 읽었다. 고 화백이『짱구박사』시리즈를 처음 발표한 것이 1958년이고, 마지막 작품인『수레바퀴』를 발간한 것이 2003년이다. 1958년에 발표된 『짱구박사』를 내가 읽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무튼 그 시리즈를 대부분 읽었고, 『수레바퀴』까지 읽었으니 나는 거의 반 세기에 걸쳐서 애독자였던 셈이다. 고우영 화백에게는 죄송한 말이지만 어린 시절에 내가 가장 열독한 작가는 고우영 화백이 아니었다. 다만 내가 좋아한 작가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을 뿐이다. 그러나 다른 작가들은 일찍 타계하였거나 작품 활동을 중단하였으므로 반세기나 이어진 인연은 고 화백이 유일하다. 아마 시인, 소설가, 수필가 등 다른 장르에도 반세기 동안 작품 활동을 계속한 이는 많지 않을 듯하다. 혹시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의 작품을 읽지 않았으니 화백은 모든 장르의 저자를 망라해서 깊은 인연을 지닌 유일한 저자인 셈이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고우영 화백의 작품을 백여 편에 가까우니, 그의 작품을 읽고 쓴 나의 리뷰도 그 정도에 육박하지 않나 싶다. 리뷰의 수준이 질적으로는 자신할 수 없지만, 양적으로는 아마도 최다가 아닐까 싶다. 화백과의 인연이 내게도 고마운 일이지만, 어쩌면 저자에게도 나는 그런 독자가 아닌가 싶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는 한국만화의 전설적인 작품들을「한국만화 걸작선」이라는 시리즈로 복간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강철수 화백의 『사랑의 낙서』까지 22권이 출간되었다. 그중에서 고우영 화백의 작품은 열세 번째로 『대야망(5권)』이 발간되었다. 개인적으로 작품 선정에 대해서 불만스러운 마음이다. 나는『대야망』이 1970년대에 어린이 잡지 「새소년」에 연재될 때 일부 읽어보았고, 2010년에 한국만화걸작선 13으로 복간된 작품도 구입해서 읽어 보았다. 이 작품이 발표 당시에 많은 화제를 모았고, 뛰어난 작품인 것은 인정하지만 「한국만화 걸작선」의 취지에 맞게 하려면 『짱구박사』나『아짱에』를 복간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어쩌면 그 작품들의 원본이 남아있지 않는 등의 사유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고우영 화백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짱구박사』나『아짱에』를 복간할 수 없다면『대야망』보다는 한국 성인극화의 효시를 연『임꺽정』, 개인적으로 삼국지의 각종 판본 중의 최고 걸작으로 보고 있는『고우영 삼국지』, 일간스포츠 부수 확장에 큰 공헌을 했다는『고우영 수호지』, 작가 자신이 가장 애착을 지니고 있다는『고우영 일지매』중에 한 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 한 권을 꼽는다면『고우영 일지매』가 아닌가 싶다. 이 작품은 2005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한국의 책 100권’중에 한 권으로 선정되었으니. 고 화백의 선호도와 관계없이 그 작품성이 인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원전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고우영 화백의 완전한 창작이라고 한다. ‘삼국지, 수호지, 초한지’등은 중국의 소설이나 사서 등의 원전이 있고, ‘임꺽정, 홍길동, 놀부뎐, 가루지기’등은 고전소설 등의 원전이 있으며, ‘대야망, 연산군, 을지문덕’등도 해당 인물이 있지만 일지매의 경우는 주인공인 일지매를 비롯한 모든 등장인물이 화백이 창조한 캐릭터라는 것이다. 고우영 화백은 『고우영 일지매』의 ‘작가의 말’에서 이 작품의 창작 동기를 이렇게 밝혔다. ‘6.25 전쟁 전 아직은 청계천이 복개되지 않아, 그 주변의 시장 바닥에 즐비하게 널려 있던 서푼짜리 이야기책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 표지에 갓을 쓴 미남자가 그려진 일지매 책을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책을 찾아 뼈대를 찾아 줄거리를 엮어나갈 속셈이었는데 그 어떤 곳을 뒤져도 찾을 길이 없을 뿐 아니라 일지매에 관한 자료는 고전 자료는 물론 백과사전에서조차 단 한 줄의 언급도 구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고우영 화백은 도입 부분을 시작하면서 자료를 찾아 보완할 예정이었지만, 참고문헌을 구할 수 없어서 모든 내용을 스스로 꾸며야 했다고 한다. 그런 작품이 이와 같은 명작이 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고우영 일지매』가 화백의 대표작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고우영 화백의 장점 중에 하나는 시대를 초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대표작인 『삼국지』,『수호지』,『초한지』등은 발간된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중학생 이상의 독자라면 흥미 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 덧붙임 쓰다 보니 『고우영 일지매』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이 다른 이야기가 일관했습니다. 이 작품의 리뷰는 구입했을 때 작성한 바가 있습니다. 예전에 쓴 리뷰를 참고로 덧붙입니다. http://blog.yes24.com/document/4036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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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들어 갈 때마다 읽게된 일지매 첨에는 건성건성보다가 2권 3권이 넘어가면서 점점빠지게 되어 만화가 아니라 소설을 읽는 다는 심정으로 마음을 다잡아서 읽게된 일지매이다. 유신시대의 검열 때문에 이야기가 엉성하다고 하시는 분도 있으신 것 같은데, 나름 읽고 있다보면 모비딕이라는 국내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커다란 음모론을 배경으로 의적 일지매와 매국노 영의정 김자점의 대결양상으로 보면 되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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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고우영.
정말 재미있었다.
그의 만화가 대부분 그렇지만, 이번 일지매는 전국의 사투리가 어찌나 구수한지 그거 따라 읽는 재미로도 책장이 잘 넘어가더라. (물론 이 만화는 70년대 작품이라는건 알고 있지만)
일지매가 어떤 인물이고, 그의 주변인물이 어떻고 시대배경이 어떻고 하는걸로 하고싶은 말은 없고, 그저 고우영의 만화이기 때문에 보는거다.
...그의 새로운 만화를 더 못본다는게 아쉬울 뿐.
그나저나 이 책을 꼭 이렇게 얇게 만들어야 했나? 6권 정도로 줄여도 될 것을...쯧. 세상 돈벌기 참 힘들구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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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선생 자신이 스스로 대표작이라고 말하는 그 유명한 일지매 시리즈이다. 출간된 지 20여년이 흘렀지만 시대상을 반영하는 몇몇 단어를 제외하곤 지금 읽어도 세련된 맛이 나는 만화이다. 어찌 보면 서슬퍼런 유신시대를 풍자할 수도 있는 이야기였다 싶었는지 당시 많은 컷이 잘려 이제서야 완간을 보게 된 것이다. 출세를 위해 아들을 버린 양반 아버지와 천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일지매의 사연 자체가 어쩜 다양한 이야기거리의 출발인지도 모르겠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청나라에 갔다가 조선으로 돌아와 의적이 된 일지매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간접적인 카타르시스를 맛보았을 듯 싶다. 이야기 곳곳에 월희와의 슬픈 사랑 등 흥미로우면서도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이야기는 만화에 좀더 빠지게 하기도 한다. 청나라로 다시 돌아가는 장면에서 끝을 맺고 있어 이제부터 더 다이내믹한 이야기를 기대했던 나를 비롯한 대다수의 독자들은 아쉬움을 남긴채 책을 접어야만 했는데 고우영 화백은 이 세상에 없으니 이후의 이야기를 두고두고 상상해 볼 밖에 없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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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벼르던 고우영 일지매를 읽기 시작했다. 전권 8권분량이지만 만화라서 그렇게 오래 걸릴 지는 예상 못했다. 대학 시절 기숙사에선 가끔 만화책을 빌려봤는데 내가 읽는 속도가 워낙 빨라서 첫권을 먼저 읽지 않을 경우에는 다른 동료나 선배들이 읽고 난 뒤에 기다리는 걸 도저히 못 참았던 기억이 난다. 10권짜리 시리즈물도 거의 권당 3분에 독파했었는데..이 만화같은 고우영 시리즈물은 한 권 읽는데 거의 한 시간이 소요될 정도다. 너무 작은 칸에 상당한 지문을 써넣어서 그렇다. 그래서 고우영의 작품을 일반 만화 수준으로 생각할 수는 없다. 이 작품은 1975년에 일간스포츠에 연재된 작품이다. 무려 3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진 만화란 사실. 그래서 시대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물론 지금도 남성위주의 사회란 것은 부인할 수 없으나 이 만화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거의 남성에 종속된 소유물 내지 남성에 인생을 맡기는 여성상으로 그려진다. 작가의 여성관이 내재되어 있다고 할 수밖에 없지만 그러다보니 독자층이 남성위주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화도 영화나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독자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매체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을 만화로 그려서 날 수 없는 세상을 날아본다든지 감히 상대할 수 없는 거인을 거꾸로뜨린다든지 하여 쾌감을 맛보게 한다. 어쩜 70년대 독재치하에서 부패해가는 세상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삼아 부패한 관리와 부유층을 배격하고 가난한 민초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영웅을 등장시켜 당시 독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시대가 변하고 전보다 더 부유해지고 발전한 세상에서도 여전히 통할 수 있는 강력한 코드다. 이런 코드가 통하지 않는 세상이 행복한 유토피아이겠지만 지금도 권력에 휘둘리고 하루하루를 연명하기 힘든 민초들이 존재하는 사회임을 부인할 수 없어 여전히 이런 류의 책이 쇠퇴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