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폴로의 천사들-발레의 역사/제니퍼 호먼스/정은지/까치/ 2014 발레 공연을 가끔 보면서 관련 책을 읽는다 읽는다 하고 미루다가, 최근에야 겨우 읽게 되었다. 까치 출판사에 나와서 살짝 믿음이 가서인가 다른 책에는 눈길이 덜 가더라는... ㅎㅎ 전직 무용수이자 무용 평론가로 일하고 있는, 발레에 대한 애착이 가득한 저자가 쓴 책이다. 그저 발레에 대한 역사인가 했는데, 그보다 훨씬 확장된 시각 즉 정치 문화와 경제 상황, 다른 예술과의 관계와 시대 사조, 위대한 발레 제작자들과 무용수들의 일화들까지 빼곡하게 정리된 한 편의 아니, 여러 편의 드라마와 같은 글이 이어졌다. 번역한 글이 이렇게 매끄럽다면, 저자의 글빨도 상당한 수준이 아닌가 생각했다. 서론과 후기 사이에 본론은 총 12장으로 1장 : 춤의 왕들. 딱 떠오르는 사람이라면 바로 루이 14세 되겠다. 일단 시작은 카트린 드 메디시스가 앙리 2세랑 결혼한 걸로 시작. 이탈리아에서 남성들의 우아한 의례용 걸음걸이에서 시작했던 발레는 프랑스에서 왕실발레로 탈바꿈하게 됨. 발레 마스터인 피에르 보샹, 기욤 루이 페쿠르, 뢸리... 기록으로 전해지는 무보라고 할 만한 것을 남긴 파울 오제 푀이예 그리고 피에르 라모 등등 남성들 중심의 라 벨 당스의 시대. 하지만 이런 엄격한 발레는 장 바티스트 몰리에르의 코메디아 델라르테로 점차 옮겨갔다. 파리에는 왕림음악 아카데미가 설립. 오페라와 발레를 주관하게 되는데... 2장 : 고대파와 근대파의 대립. 마리 살레와 카르마고, 마드무아젤 드샹 등 여성 무용수들이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 지금은 위대한 고전 발레의 시조로 불리는 장 조르주 노베르와 스토리 발레. 3장 : 프랑스 혁명과 발레. 비스메 뒤 발제, 말시밀리앙 가르텔과 그의 동생 피에르 가르텔, 귀족 스타일의 발레에서 벗어난 오귀스트 베스트리스와 그의 제자 부르농빌의 이야기. 팬터마임 발레의 마지막이나 극적발레의 시작을 알린 발레 니나. 4장 : 낭만주의적 환상과 발레리나의 출현. 최초의 현대 발레라 할 만한, 현재까지 내려오는 작품 라 실피드와 영원한 낭만주의 발레의 히로인 마리 탈리오니. 그러나 루이 필리푸의 몰락 이후 드가의 그림 속 사실주의 영향이 드러나는 드가의 그림 속 발레리나와 오락용 작품 해적. 5장 : 스칸디나비아의 전통 덴마크 스타일. 오귀스트 부르농빌과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콤비의 전통을 고수한, 프랑스적인, 남성 무용수 중심의 덴마크 발레. 6장 : 이탈리아의 이단.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패권 다툼 속의 이탈리아. 프랑스 스타일의 신고전주의라 할 만한 살바토레 비가노의 작품들과 이후 프랑스 스타일에서 멋어난 이탈리아식 낭만주의 리소르지멘토. 무용이 아닌 기악 중심, 스토리가 아닌 몸짓 자체의 무용으로 고대 로마 스타일의 코랄 댄스의 발레화. 7장 : 춤의 차르들. 표트르 1세, 안나 황후, 예카테리나 2세들에 의해 러시아에서 성장하기 시작한 발레. 농노극단. 샤를 루이 디델로의 나폴레옹 전쟁 전의 엄격한 프랑스 식 발레. 전쟁 후 고식화 되었다가 마리우스 프티파에 의해 화려하게 등장한 차르의 발레들. 발레를 위한 음악에 최고의 음악가로서 최초로 헌신했던 차이코프스키. 8장 : 발레 뤼스. 구세대의 스타 발레리나 마틸다 크셰신스카와 이후 등장한 안나 바블로바와 타마라 카르사비나, 미하일 포킨, 그리고 니진스키와 그여동생인 브로니슬라바 니잔스카, 레오니드 마신 그리고 디아겔레프, 아나톨리 루나차르스키, 니콜라이 포레게르의 기계무용, 패트로 로푸코프의 무용 교향곡... 그리고 스트라빈스키, 프로코피예프. 9장 : 공산주의 발레. 문맹률이 높은 나라에서 언어가 필요없는 발레가 중요하게 부각됨. 국가의 지원과 공복으로서의 제작자와 무용수들. 갈리나 올라노바와 바흐탕 차보우키아니.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소비에트식 드람 발레. 스타니슬랍스키, 라브롭스키, 세르게이 라들로프. 지금도 최고의 발레 작품인 콘스탄틴 세르게예프의 백조의 호수. 스탈린 사후의 달라진 분위기와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반 드람 발레 스파르타쿠스. 서구로 망명하는 무용수들과 제작자들- 루돌프 누레예프, 조지 발란신,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키로프 발레단의 몰락과 볼쇼이의 비약. 10장 나홀로 유럽에 - 이탈리아 프랑스 등 발레 명가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기반이 취약했던 영국 발레의 눈부신 부상. 디 밸루아의 발레단과 프레데릭 애슈턴 그리고 케네스 맥밀란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영국 발레 그 자체였던 마고 폰테인. 11장 미국의 세기 1 - 전쟁과 냉전 시대 소련과의 경쟁 체제에서 발달하게 된 발레.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루시아 체이스와 뉴욕 발레 시어터의 조지 발라신과 링컨 커스틴. 미국 무용수들의 등장. 발레와 현대 무용은 물론이고 예술 전반계에 있어서 미국의 부상. 12장 미국의 세기 2 - 뉴욕. 런던의 앤서니 튜더가 검은 애가, 불기둥, 트럼펫들의 울림 등으로 미국에서 성공. 마지막 노베르의 후손이자 정교화된 전통의 종말이기도. 브로드 웨이와 발레에서 모두 성공을 거두었던 제롬 로빈슨의 일대기 그리고 그 누구보다 위대했던 조지 발라신의 이야기. 서구에서 발레는 이제 고전(한때는 고전도 아니었건만)에 집착하는 화석화된 문화 예술이 되어 버렸다고 살짝 아쉬워 하는 저자... 하지만 긴 역사를 통해 보아하니, 혁신적인 인물이 등장하고 사회 문화적 분위기가 받쳐줘야 또 그 분야의 개혁이 이루어져 온 것이 사실이니...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을 듯. 보통 역사라고 하면, 정치사 전쟁사 정도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 책 은 발레의 역사를 다루면서도 발레의 사회 문화적 의미 즉 그 당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예술 속의 발레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설명하는 분야가 상당히 광범위하다. 그러면서도 역시나 발레의 역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발레 자체의 역사적 변화, 위대한 발레 마스터들과 뛰어난 무용수들, 무대 미술과 장치 기술자들, 디자이너들, 문학가와 음악가들과의 협엄에 대해서도 상세히 다루고 있다. 메이너드 케언즈가 발레리나와 결혼한 건 알았지만, 영국 발레를 이만큼 올린 것이 케언즈인 건 처음 알았다. ㅎㅎ 어느 정도의 서구 역사에 대한 지식과 문화 예술에 대한 상식이 있어야 잘 읽히는 책이긴 하지만, 이 책으로 시작해도 좋을 만큼 내용이 풍부하고 재밌고 가독성도 훌륭한 편. 아, 진작 읽을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