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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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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이 앓고 있는 대부분의 병은 자신의 이야기를 이야기로 표현하지 못하는 데서, 누군가와 함께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공유하지 못하는 데서, 궁극적으로는 그 모든 통로가 막혀있다는 데서 오는 '마음의 병'이 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이따금 하게 됩니다. 나만이 겪은 특별한 경험이 어떤 보편성 속에 뭉뚱그려 합쳐짐으로써 나의 이야기는 그들의 이야기로 변질되고 이 사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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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이 앓고 있는 대부분의 병은 자신의 이야기를 이야기로 표현하지 못하는 데서, 누군가와 함께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공유하지 못하는 데서, 궁극적으로는 그 모든 통로가 막혀있다는 데서 오는 '마음의 병'이 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이따금 하게 됩니다. 나만이 겪은 특별한 경험이 어떤 보편성 속에 뭉뚱그려 합쳐짐으로써 나의 이야기는 그들의 이야기로 변질되고 이 사회에서 '나'란 존재는 사회를 이루는 보통의 인간일 뿐인 듯 느껴지는 것이죠. 뭐 하나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인간, 누구 하나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다는 느낌은 왠지 서글퍼지는군요. 우리가 흔히 '인간 소외'라고 하는 현대인의 고질적인 병은 특히 유교 문화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개성의 상실이란 것도 그와 같은 순서로 진행되는 것이겠지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태엽감는 새>를 읽어보셨는지요. 그 책에서 주인공은 어느 날 갑자기 부인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죽어서 이 세상을 뜨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하루 아침에 사라져 버리는 것이죠. 온다 간다 한마디 말도 없이 말입니다. 어쩌면 작가가 이 책을 발표했던 1990년대 중반의 일본 사회에서 소설 속 주인공이 겪었던 그와 같은 일은 비일비재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게 이제 먼 나라 남의 이야기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통계에서 보아 아는 것처럼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결혼 연령도 매년 늦어지고 있지만, 어렵게 결혼에 성공한 커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하는 건수가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소설에서처럼 어제까지만 해도 잘 있던 아내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죠. 정말이지 소설처럼 말입니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일본을 대표하는 분석심리학자 가와이 하야오의 대담집 <하루키, 하야오를 만나러 가다>는 여느 대담집보다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이틀간에 걸쳐 진행된 두 사람의 진지한 대화는 특정한 주제를 미리 정하지 않고 시도된 까닭인지 시종 솔직하고 자유분방한 대화가 오갑니다. 개성과 보편성, 개인적 삶과 사회 참여, 소설의 본질, 일본 사회 속의 폭력성, 결혼 생활 등등에 이르기까지 현대를 살아가면서 겪는 문제와 내면에 잠재한 고뇌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습니다. 이 대담이 성사될 당시 하루키는 그의 소설 <태엽감는 새>를 막 출간했던 시기였습니다. 일본은 그 당시 고베 대지진과 옴진리교 사건으로 전 일본이 집단적 우울증에 걸려 있었던 상태였고 말이죠.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것으로서 '이야기'는 참으로 중요하다. 현대는 그런 이야기를 일반인에게도 통하는 것으로서 제시할 수 없다는 어려운 점이 있다. 각자는 각자의 책임하에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상과 같은 점에서 우리 두 사람은 대체적으로 의견이 일치하지만, 그래도 각자의 개성에 의한 차이를 반영해 가면서 마음껏 대화를 계속했다. 나 개인적으로는 이 대화에서 얻은 점이 많았다." (p.151)

 

이 대담이 성사되었던 1995년 당시의 일본과 지금의 대한민국은 많은 면에서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전 국민이 슬픔 속에 빠져 있는 것도, 높은 실업률로 젊은이들이 희망을 잃어가는 것도,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힘든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이혼을 결심하는 것도 다 비슷해 보입니다. 그런 이미지를 배경으로 <태엽감는 새>가 탄생했다면, 그 소설을 탈고한 작가와 독자의 입장에서 그 소설을 읽은 심리학자의 대담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것이었습니다. 더불어 작금의 우리 현실을 이해하게 하는 좋은 책이기도 하지요.

 

"우리는 괴로워하기 위해서 결혼한다"라는 가와이 선생님의 정의는 매우 신선하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씀하시면 모두 난처해지지만 말입니다. 저 자신은 결혼하고 나서 오랫동안 막연하게 결혼 생활은 서로의 부족한 점을 서로 메워주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벌써 결혼한 지 25년이 되었지만),조금 달리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혼은 오히려 서로의 부족한 점을 마구 들추어내는 - 큰소리로 말하거나 말을 안 하는 차이는 있을지라도 - 과정의 연속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자신의 부족한 점을 메울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밖에 없습니다." (p.70)

 

두 지성인의 대화 치고는 너무 솔직한가요? 나는 위에 인용한 문장에서 작가의 어떤 치기(稚氣)나 장난기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작가는 때로 그의 수필에서 농담으로 일관하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서로를 존중하면서 길게 이어지는 대화는 시종 진지하고 솔직했습니다. 그런 진지함이 독자들에게 강한 압박이나 어떤 부담감을 안겨 주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 문장 한 문장에 집중하도록 했죠. 이따금 머리를 주억거리면서 공감하기도 했구요.

 

"현대의 일반적 풍조는 무라카미 씨가 쓴 것과는 완전히 반대여서, "가능한 한 빠른 대응, 많은 정보의 획득, 대량 생산"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런 경향이 인간의 영혼에 상처를 주고, 우리는 그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유하기 위해 일반적 풍조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일을 한다는 데서 의의를 찾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심리요법가의 일과 작가의 일에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 기쁩니다." (p.103)

 

사는 게 순전히 장난 같고, 가치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주어진 삶을 진지하게 살아내기 위해서는 때로 삶 앞에 진지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만날 때마다 내내 농담만 주고받다 헤어지는 커플은 관계가 오래 지속되지만 결코 가까워질 수는 없는 것처럼 늘 농담 같은 기분으로 살아가는 삶은 남는 게 없습니다. 진지한 성찰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지요. 오늘은 노동절, 누군가의 슬픔이나 괴로움을, 그 특별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줄 수 있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는 그런 사람 곁에서 하루쯤 머물렀으면 좋겠습니다.

이달의 사락 s*****l 2015.05.01. 신고 공감 5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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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하야오를 만나러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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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융심리학의 대가 가와이 하야오를 교토로 찾아가 두 밤 동안 이야기 나눈 기록이다. 두 대가는 한신 대지진과 전쟁 등 커다란 재난을 당하며 변한 일본인들 전체 혹은 개인의 마음 상태라든가 결혼 같은 개인사를 대하는 자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현실의 삶 뿐만 아니라 소설을 쓰고 예술을 창작하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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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융심리학의 대가 가와이 하야오를 교토로 찾아가 두 밤 동안 이야기 나눈 기록이다. 두 대가는 한신 대지진과 전쟁 등 커다란 재난을 당하며 변한 일본인들 전체 혹은 개인의 마음 상태라든가 결혼 같은 개인사를 대하는 자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현실의 삶 뿐만 아니라 소설을 쓰고 예술을 창작하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무라카미 : 인간은 누구나 병들어 있다는 의미에서는, 예술가나 창작을 하는 사람도 병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가와이    : 물론 그렇습니다. 

무라카미 : 거기에 대해 건강한 상태여야 하는군요.

가와이    : 그것은 표현이라는 형태의 힘을 가져야만 된다는 뜻이지요

              그리고 예술가는 시대의 병이나 문화의 병을 떠안는 힘을 갖고 있다는 말이 되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병을 앓으면서도 개인적인 병을 얼마간 초월한 것입니다

               개인적인 병을 초월해서, 시대의 병이나 문화의 병을 떠안음으로써 그 사람의 표현이

               보편성을 갖게 됩니다.

- 본문 88쪽에서 인용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중 마지막 꼭지인 '가와이 하야오 선생님의 추억'을 읽고, 도대체 하루끼란 이 남자가 이토록 절절히 인간적 매력을 그리워하여 애도하는 하야오란 이 남자는 누군가, 하는 생각에 찾아 읽었는데,,, 나 역시 이 남자의 매력에 빠져든 것 같다. 뭐랄까, 바탕은 다정한데 산전수전 다 겪어 삶이 심드렁해졌기때문에 단순한 조언을 해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괴물들의 입에 먹이를 물려주며 달래는 능숙한 조련가같기도 하고,,,,  아아, 타인의 심연을 들여다보다가 기빨리거나 나쁜 영향에 휘둘리지 않으며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하려면 얼마나 많은 공부와 오랜 세월이 필요할까.

 

대화는 덤덤한데, 두 섬세한 남자가 어려운 화제를 유리 구슬을 던지듯 조심스럽게 (편견이지만 일본인답게) 주고 받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무라카미가 자신의 집필 전환점이 된 <태엽 감는 새>를 쓰게된 사연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내가 딱 그 작품부터 그의 소설을 읽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무라카미의 팬인 글벗에게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은 다 <상실의 시대>의 재탕 아닌가요?' 라고 말했던 과거를 반성한다. 이런 나의 무식에도 불구하고 친절한 대화를 나눠준 친구들은 나의 하야오 선생이었던가.

m******n 2018.02.11.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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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하야오를 만나러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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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일본을 대표하는 지식인들의 생각이 농축된 좋은 책을 읽었다. 왜 이제 번역이 되었는지 아쉽기만 하다. 하루키는 일본을 비롯해 세계 여러 곳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인정 받는 사람이고 하야오는 일본에서 심리학자로 이름이 높은 사람이다. 이 책이 일본에서는 1996년에 나왔으니까 시기적으로 일본에 옴 진리교 사건, 한신대지진과 같은 굵직한 사건들이 일어난 후였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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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일본을 대표하는 지식인들의 생각이 농축된 좋은 책을 읽었다. 왜 이제 번역이 되었는지 아쉽기만 하다. 하루키는 일본을 비롯해 세계 여러 곳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인정 받는 사람이고 하야오는 일본에서 심리학자로 이름이 높은 사람이다. 이 책이 일본에서는 1996년에 나왔으니까 시기적으로 일본에 옴 진리교 사건, 한신대지진과 같은 굵직한 사건들이 일어난 후였고, 하루키는 "태엽감는새"를 출간한 직후였다. 책 표지에 나와있듯 과연 둘의 대화에서 일본이 처한 상황과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하는 고민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알아야할 단어가 있다. 1. 커미트먼트 commitment (~에의) 참가, 연좌; (주의, 운동 등에의) 몰념, 헌신(to) ; (작가 등의) 현실 참여. 2. 디태치먼트 detachment 분리, 이탈; 분견. (세속, 이해 따위로부터) 초연함, 초월; 공평. 중간 중간에 어떤 의미인지 설명이 되어있기는 하지만 별로 익숙한 단어가 아니어서 사전을 찾아보았다. 하루키 스스로 자신의 문학적 발전을 세단계로 나누어서 디태치먼트의 단계에서 스토리텔링의 단계로, 다시 커미트단계로 넘어왔음을 이야기했다. 하루키 초기 작품에서 굉장히 시니컬하고 쿨하며 고독한 모습을 한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그 주인공의 친구 한두명이 등장할 뿐 가족 같은 건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한 특징이 디태치먼트적이라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는 스토리텔링 단계, 펜 가는대로 썼기 때문에 자신도 쓰기 전에는 결말이 어떻게 될지 모른단다. 그래서 작품에 대해 하는 이야기도 작가로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하는 이야기가 되는 셈이다. 세번째 단계는 커미트먼트의 단계이다. 일종의 작가의 사회참여라고 할 수 있겠다. 오랫동안 '개인'의 개념이 명확한 외국에 나가 살면서 공동체적인 일본에서의 개인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개인과 개인이 '커미트먼트'하는 것이 대해 생각한듯 하다. 그리고 작가로서 자신이 어떤 태도를 가져야하는지 고민하면서 일본 사회를 들여다 보았을 때 옴 진리교 사건, 한신대지진 등을 통해 일본 사회 구성원들의 심리를 읽게 되었다. 작가로서 자신은 일본 사회에 어떻게 '커미트먼트'해야할지 고민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 지하철 사린 가스 살포 사건을 취재한 논픽션 "언더그라운드"일 것이다. 그때로부터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 하루키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글을 쓰고 있을까? 하루키와 하야오는 이틀간 편안한 형식의 대화를 통해 일본 사회가 당면한 여러가지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위에서도 언급한 '커미트먼트'를 다룬 부분에서는 한국, 중국 독자들이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와 같은 하루키의 초기 소설을 특히 좋아하는 것은 유교주의 때문에 극히 공동체적인 문화에 살면서 디태치먼트적인 삶을 추구하고자 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인상깊었다. '소설'을 다룬 부분에서는 하루키가 작가라는 점과 하야오가 모래놀이치료요법을 연구하고 신화, 민담과 같은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는 점이 공통분모가 되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모래놀이치료요법은 정신적으로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모래상자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냄으로써 자신의 심리 상태를 드러내는 것을 통해 치료를 하는 것이다. 환자 자신이 딱히 언어화하지 않고도 이미지로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환자 자신에게도 치료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루키도 소설을 쓰는 것은 자기 치료 효과가 크다고 말하는데 그 말에 크게 공감한다. '결혼'에 대해 다룬 부분에서 하야오는 '괴로워하기 위한 결혼'이라는 표현을 쓴다. 결혼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많은 모습에서 결혼이 행복한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수십년을 따로 살았던 남이 하루 아침에 함께 산다는 일은 꼭 부부로서가 아니라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태엽감는새"에서 주인공이 아내를 구하려고 우물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우물을 가리키는 일본어 '이도'는 '이드(id)'와 비슷한 발음이다. 이 소설 말고도 하루키 소설에서는 우물이 자주 등장한다. 주인공이 우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마치 아내의 '이드' 심층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것을 연상시킨다. 결혼이란 그렇게 서로에 대해 깊이 아는 과정이기 때문에 괴롭고 고통스럽지만 재미있는 것이라고 하야오는 말한다. 마지막으로 폭력을 다룬 부분에서는 태평양전쟁 패전 이후로 일본 사람들의 심리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분석한다. 피해자 입장인 우리로서야 일본의 사과와 반성이 아직도 한참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지만, 일본 사람들은 패전 이후 계속 사과만 하면서 많이 위축되어 있었고 전쟁 때 분출했던 폭력을 다시는 분출하지 않기 위해서 내면에 꾹꾹 눌러왔기 때문에 심리적인 상처가 생겨났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무튼 그래서 6, 70년대 학생운동을 통해서 그러한 폭력의 심리를 분출하려고 했고, 지금은 옴 진리교나 불특정다수를 노린 범죄, 이지메 등을 통해서라도 폭력을 비정상적으로 분출시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태엽감는새"에서 주인공은 폭력에 대항하여 폭력을 행사한다. 폭력을 타파하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폭력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는듯 하다. 동화처럼 평화롭게만 진행되는 스토리는 개연성이 없다. "peace~!"만 외친다고 폭력이 사라질 수는 없는 것이다. 하야오도 폭력을 마음에만 꾹꾹 눌러담아둘 수만은 없다, 긍정적으로 분출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듯 하다. 읽으면서 가장 절실히 들었던 생각은 "태엽감는새"를 다시 읽고 싶다는 것이었다. 벌써 여러번 읽었지만 읽을 때마다 새로운 소설인 것이다. 그리고 일본을 대표하는 지식인들이 상당히 무거운 주제들을 가지고 이야기함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소장가치가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아시아에 위치하여 많은 문화와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일본의 문제라면 분명 우리나라에도 적용할 점이 많을 것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o****2 2005.01.07.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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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안타까웠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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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초에 산 책을 아직까지 읽고 있다. 그건 물론 시간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정말 이 책 읽지 마라라고 얘기하고 싶을 정도로 엉터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니 읽을때 읽더라도 부디 언젠가 다른 번역가가 번역한다면 그것을 읽으라고 말하고 싶다. "하루키 하야오를 만나러 가다"의 기본적인 내용은 일본의 작가인 하루키가 세계적인 심리분석가인 가와이 하야오를 만나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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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초에 산 책을 아직까지 읽고 있다. 그건 물론 시간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정말 이 책 읽지 마라라고 얘기하고 싶을 정도로 엉터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니 읽을때 읽더라도 부디 언젠가 다른 번역가가 번역한다면 그것을 읽으라고 말하고 싶다. "하루키 하야오를 만나러 가다"의 기본적인 내용은 일본의 작가인 하루키가 세계적인 심리분석가인 가와이 하야오를 만나 소박한 대담형식으로 오간 대화를 기록한 책이다. 타이틀은 '현대 일본을 대표하는 두 지성의 세대를 초월한 감성적, 이성적 대화'라지만 책을 읽는 내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도무지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내가 일본 사람이었다면 두 사람이 도대체 무슨말을 하려는 것인지 고민하지 않아도 됐겠지만 아무래도 일본어를 한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엄청난 이해의 결여가 생긴 것이 아닌가 싶다. 두 사람의 대화를 읽어보면 분명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들과 기성세대간, 그리고 동서양간, 한국과 일본에 구분되는 인간관계와 사회관, 개인주의관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이것을 디테치먼트니 커뮤니티라는 외래어로 뭉뚱거려서 번역해 놓았다. 설사 두 주인공이 그런 영어 단어를 썼다하더라도 그것을 적절히 우리 나라에 맞는 단어로 옮겨 누가 읽어도 두 작가의 의도를 읽어낼 수 있는 번역을 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사실 이런 번역가를 만나면 안타깝고 화가나기까지 한다. 물론 모든 부분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는내내 답답하고 읽은 부분을 재차 삼차 읽어서야 아~이런 말을 하려는 것이었구나 할 정도다. 간혹 머릿속에 바로 인지되는 내용을 읽고 한 숨을 돌릴 정도라면 이건 정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모래놀이치료법을 개발한 저명한 심리학 박사인 가야오와 일본의 현대 문학가인 하루키 의 대담은 사실 정말 귀가 솔깃할 내용들로 구성되었다. 너무 전문적인 내용들고 아니고 그렇다고 가벼운 내용들도 아닌 우리 사회속에 역사의 한 부분으로 남겨질 이야기들을 주제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사회적인 것으로만 국한되지 않고 그 안에 있는 근본적인 인간심리와 변해가는 사회속에 변화하는 인간상을 아주 리얼하게 담고 있다. 그중 내 공감을 자아낸 부분은 11장과 12장에 수록된 결혼에 관한 두 지성인의 생각과 7장에 나온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의 개인주의 개념이 어떻게 틀린가하는 부분이었다. 11장과 12장에 나온 결혼에 관한 이야기에서 두 작가는 결혼을 우물파기에 비유했는데, 아직 그 방면에 경험이 없는 나로써도 왠지 고개가 저절로 위아래로 끄덕여지는 내용이었다. 둘의 상반되는 입장처럼 아무튼 결혼은 생각해 보면 무서운 일이다. (부디 이 내용하나만을 읽고 책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기를 바란다. 난 내용을 축약해서 말한 것 뿐이고 11장과 12장에 나온 내용은 정말 읽을 만하다.) 7장에 나온 개인주의에 대한 각 나라의 인식정도는 이 책의 전체적인 주제이기도 하다. 그것이 얼마나 작거나 큰 범위에 국한되었나만 다를 뿐이지 기본적인 뼈대, 내용은 같다고 할 수 있다. 두 작가는 단지 이 기본적인 뼈대를 각 상황과 다양한 조건에 맞춰 여러 의견을 내놓았을 뿐이다. 결국 공감을 하고 판단을 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 책이 외래어만 조금 더 풀어놓고 모두의 이해를 끌어낼만큼 수월한 문장과 표현으로 옮겨졌다면 참으로 여러가지 시각을 얻을 수 있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인상깊은구절]
저는 틈만 나면 책상 앞에 앉아서 번역을 하는데, 때때로 왜 이렇게 번역 일이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외국어 텍스트를 읽고 그것을 이해하여 잘 다듬어진 일본어 문장으로 옮기는 작업 속에서 저를 강하게 끌어 들이는 무언가가 숨어 있다는 것은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번역을 하다 보면, 때때로 자신이 투명 인간이 되어 문장이라는 회로를 통해 타인(즉 그것을 쓴 사람)의 마음 속이나 머릿속에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마치 아무도 없는 집 안으로 살그머니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저는 글을 통해서 남과 그런 관계를 갖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건지도 모릅니다. 물론 누구에게나, 어떤 텍스트에 대해서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과 특별한 관련이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좋은 번역을 하기 위해서는 그런 깊은 부분에서의 감정이입이나 공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꿔 말하면 그런 것을 느낄 수 없는 텍스트로는 제대로 번역을 할 수 없다는 얘기지요.
j*******a 2005.01.2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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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실천가의 멋진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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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심리분석가 가와이 하야오가 만난다면 분명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것이다. 물론 두 명 모두 일본인이기 때문에 언어의 장벽을 탓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가 될 수 있겠고, 또 두 명 모두 자기 정화 능력이 있는 건강한 사회인으로서 무엇에 억눌림 없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이 둘은 실천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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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심리분석가 가와이 하야오가 만난다면 분명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것이다. 물론 두 명 모두 일본인이기 때문에 언어의 장벽을 탓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가 될 수 있겠고, 또 두 명 모두 자기 정화 능력이 있는 건강한 사회인으로서 무엇에 억눌림 없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이 둘은 실천가적인 삶을 지향하며, 실제로 실천가라는 사실이다. 실천가적인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으레 도그마에 빠지지 않는다. 정치적 결정이나 억측에 의한 주장, 이념 등이 얼마나 공허한가를 알기 때문이다. 예컨대 무라카미 하루키는 프랑스의 핵실험 반대 운동에 대하여 회의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프랑스 핵실험에 반대한다. 물론 반대 운동 자체는 나무랄 데 없다. 하지만 그는 아무도 핵실험을 야기시키는 세계의 구조에 대해서는 최종적인 고통을 짊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고통을 짊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프랑스의 핵실험은 계속 자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과 상담을 하고, 소설을 쓰기 위해 깊은 우물 속으로 들어가며, 역사와 사회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음을 잘 알고, 또한 그 역사와 사회를 내면화하려고 애쓰는 그들의 말은 공중으로 흩어지지 않고 땅 속에 단단하게 뿌리박고 있다. 이러한 그들이 만나서 나누는 대화는 그 주제가 결혼이든, 불륜이든, 청년이든, 정치든, 전쟁이든 ‘의미’ 있으며 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 이 책은 『태엽감는 새』를 탈고한 다음 일본으로 돌아온 하루키와 교토에 사는 하야오와의 이틀간에 걸친 대화를 다듬은 것이다. 일본에서는 1996년에 출판된 것인데, 지금에서야 볼 수 있게 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YES마니아 : 골드 p**7 2004.10.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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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끼 하야오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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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대담집. 무라카미 하루키와 융학파의 분석심리학자인 가와이 하야오가 이틀동안 교토에서 나눈 대담을 풀어쓴 책이다. 1996년이란 대담시점을 먼저 감안해야겠다. 하루키의 이후 작품들, 특히 '해변의 카프카'까지 읽은 독자들이라면 1996년 시점의 하루키의 고민이 어느 좌표에 있었는지를 감안해야 어리둥절하지 않을 것 같다. 나도 처음에 읽으면서 하루키가 지금 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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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대담집. 무라카미 하루키와 융학파의 분석심리학자인 가와이 하야오가 이틀동안 교토에서 나눈 대담을 풀어쓴 책이다. 1996년이란 대담시점을 먼저 감안해야겠다. 하루키의 이후 작품들, 특히 '해변의 카프카'까지 읽은 독자들이라면 1996년 시점의 하루키의 고민이 어느 좌표에 있었는지를 감안해야 어리둥절하지 않을 것 같다. 나도 처음에 읽으면서 하루키가 지금 그 책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내용이랑 요즘 글과는 좀 차이가 있는 듯 하여 어리둥절하였었다. 나중에 원본의 발행년도를 보니 1996년인지라..미국에서 오랫동안 있다가 '태엽감는 새'를 탈고한 후 다시 일본안에서 일본을 바라보면서 느끼게 되는 여러 문화적 현상들, 또 자신의 창작세계의 변화에 대해 마치 피분석자와 분석가가 나누는 대화같이 하야오에게 고해성사하듯 얘기하고 있다.   하루키는 detachment와 commitment란 개념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는게 반복해서 나온다. 결국 사회와 인간의 관계, 혹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 혹은 어떤 일과 그것에 참여하는 사람의 관계에서 디테치와 커미트의 어느 쪽인가..그것이 그의 작품세계에서 드러나는데, 하루키의 이전 작품이 주로 디테치를 다루고 있었고 여기에 대해 중국과 한국의 독자들이 열광한다면, 지금 하루키가 고민하는 내용은 커미트에 대한 것이었다는 것..거기에 대해 하야오는 분석심리적으로 그의 고민에 대해 동감하면서 다양한 커멘트를 날린다.   한 챕터 챕터가 그리 길지 않아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동시에 너무 짧아서 변죽만 울리다 마는 듯한 간지러움이 남는다. 그만큼 지적으로 상큼하고 쾌감을 주는 책이라고 할가.   결혼은 서로의 부족한 점을 메워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족한 점을 마구 들추어내는 과정의 연속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자신의 부족함을 메울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며, 그 부족한 점을 메우기 위해 무엇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스스로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하루키)   라는 하루키의 말도 재미있었다. 이런 식으로 하야오와 하루키가 각기 ,결혼, 고통,등에 대해 나름의 정의를 내리는 것이 밑에 풋노트같이 붙어있기도 한데 그게 나름 씹을 맛이 나는 안주거리다.   한편으로는 가와이 하야오의 독특한 정신치료 기법을 볼 수 있는것도 좋은 경험. 그는 굳이 고통스러운 기억을 얘기할 필요가 있는가, 그것 자체를 의식화시키게 하는 것이 치료 목적인 기존의 프로이트 식 정신분석과 달리, 모래놀이등을 통해 충분히 말을 하지 않고도 치유의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더욱 이후의 후유증이 없는 치료방식일 것이라 확신을 갖고 얘기한다. 실천가다운 얘기로 나름 공감가는 면이 있지 않을 수 없는 대목.   하루저녁 시간내서 술술 읽다보면 어느새 두 사람의 옆자리에 내가 앉아서 귀동냥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면서 이런저런 머릿속에 새로운 생각을 할 거리들을 던져주는 책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j***a 2004.12.2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