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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 표지를 자세히 쳐다보니 남자와 여자가 서로 볼을 맞대고 있는 사진이구나. 나는 그저 블루빛이라는 거, 몽환적인 표지라고만 생각했다. 출판사 '달'에서 나온 책들은 모두 감성적인 에세이가 많아 이 책 또한 감성적인 에세이이거니 했다. 일단 사진과 글이 함께 실렸다하니, 저자의 이름도 생소하지만, 출판사가 '달'이라는 것, 표지가 이뻤다는 것 때문에 선택한 책이랄까.
무작정 책을 구입해놓고 기다리고 있는 사이에, 이웃분의 글에서 섹스 칼럼을 묶은 책이라는 글에 '어,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을 했었다. 책의 부제를 볼까. '사랑이거나 사랑이 아니어서 죽도록 쓸쓸한 서른두 편의 이야기' 라고 나와있다. 그리고 또 책의 뒷 표지에 보면 진한 다른 색깔로 '사랑은 신체접촉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사랑은 어둠 속에서 시작된다'라고 나와있다. 이웃 분의 말씀처럼 이 책은 섹스 칼럼이다. 어쩌면 아주 짧은 소설로 읽히는 단편소설이라고 해도 어울린다. 그리고 자기 고백이 들어있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마음일 것이다. 서로가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마음과 몸을 다해 사랑하는 것. 마치 자석처럼 서로에게 이끌리듯 끌리는 사랑, 그 사랑 안에 육체가 없다면 그건 너무 밋밋할지도 모른다. 마음보다 먼저 육체에 끌려 사랑하는 사람도 있고, 몸이 먼저 만나 시작했고, 그 사람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데도 몸을 잊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 속의 연인들이 그러하듯, 이 책 속의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도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사진에는 어떤 기분들이 붙어 있다. 사진을 찍던 그곳의 날씨와 그 주변의 사람들. 사진을 찍어준 이와 상황들. 어떤 사진에는 우울함이 감돌고 있다. 기억은 간단한 촉매로 불려 일어난다. 때때로 사진에 남은 흔적 속에 해결되지 않은 감정들이 붙어 있기도 한다. 공감도 계절감도 없는 지나간 증명사진도 기억의 촉매가 된다. (144페이지)
사흘동안 집안에 틀어박혀 스무번의 관계를 가진후 핼쓱해진 표정으로 여권 사진을 찍고 유학길에 올랐던 남자. 오래전 찍었던 그 여권 사진을 다시 바라보며 그때의 시간들을 기억해내고 있었던 이야기가 있었다. 사진을 자주 찍는다. 예쁜 풍경을 바라보았을때, 그때의 시간들을 기억하고 싶을때, 기억의 시간들을 멈춘다. 사진속에 담아놓고, 시간이 지난후 들춰보면 그때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관계, 추억을 시간들을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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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인 한 친구와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 딸에게 남자친구가 생기면 주려고 모텔에서 콘돔을 하나 챙겨왔다는 내 말에 친구는 놀랬다. 자기는 아직 그런 쪽에 마음을 터놓지 못하겠다고. 용납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우리와 다르기때문에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나는 친구에게 '마녀사냥'이라는 프로그램을 좀 보라고 했다. 요즘 젊은이들의 성에 대해서 좀 알수 있을거라는 말과 함께. 문득 이 책의 리뷰를 쓰고 있으려니 며칠 전에 나눴던 친구와의 대화가 생각나서 적어보았다.
내가 자라왔던 것만을 생각하고 있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변화되는 세상에 적응을 해야하고, 굳어져 있던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않으면 닫힌 눈으로만 세상을 볼 것이기에. 우리는 열린 눈을 가져야 한다.
저자 김종관이 보여주는 서른두 편의 글들은 그의 단편 영화를 보는 듯 했다. 남녀 두 사람, 혹은 세 사람의 주인공이 나와 서로 사랑하고 이별하고 함께 잠을 자는 이야기, 그리고 작가의 내레이션이 있는 짧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 말이다.
저자가 찍은 사진에서는 사람의 얼굴이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멀리서 흐릿하게만 보일 뿐. 사람의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쓸쓸한 풍경을 찍은 사진들이 많았다. 쓸쓸한 풍경을 찍은 사진들 속에 저자의 감성이 짙게 배어있을 것 같았다. 여행을 떠난 이의 감성, 삶에 대한 통찰력,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쓸쓸한 감정들을 다루었을것 같았다. 하지만 쓸쓸한 사진들과 글이 썩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다 덮고 나니, 이 모든 사랑은 지나간 사랑이었으며, 쓸쓸한 감정만 남아있는 이야기라는 걸. 은밀한 마음들을 쓸쓸한 풍경들 속에 감춰두었다는 걸, 그래서 사진과 글이 썩 어울린다는 걸 알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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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통증과 닮았다. 침대 위에 누워 있을 때 후회가 조용히 나타난다. 어둠 속에 눈을 떠서는 내 위로 조용히 가라앉고 견딜 수 없게 나를 누른다. 아마도 견딜 방법이 없을 것 같을 때 나는 후회를 견디게 된다. 후회는 조용히 물러서고. 난 다시 나의 시간을 산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나 나의 시계를 다시 나의 망가진 지점으로 돌려놓는다. 그리고 좋은 선택을 한다. 어둠 속의 후회를 거둬들이는 것이다. 누군가의 뺨을 어루만지고 있지만 결국은 나의 안식을 위한 일이다. -210쪽
에로스와 플라토닉 사이. 플라토닉한 사랑을 꿈꿀 때가 있었다. 물론 이건 지금도 변함없다. 사랑은 정신의 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고 있으니까. 하지만 사랑은 에로스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지점에 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해서 사랑 자체가 노골적으로 성적 교감에 국한돼있으면 안 될 일이다. 흔히 연인이 멀리 떨어져 있을 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자연적으로 멀어지게 돼 있다는 말들을 한다. 육체의 섞임과는 다른 맥락이겠지만 이 또한 전적으로 부인하기 어렵다. 누군가를 향해 설레본 적이 별로 없다. 신체 접촉으로 설레본 적도 딱히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내게 건네는 다정한 말을 통해서라면 모를까. 조선 시대 여인처럼 혼전순결은 필수옵션이라고 부르짖는 타입이라고 말은 못하겠으나 어찌 됐든 사람과의 관계는 이성을 막론하고 정신적 교감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건 변함 없다. 그렇다 해서 육체적 교감이 제로이면 아니 되겠지만. 아마 이건 첫 키스의 환상 같은 것에 사로잡혀있던 나의 망상 때문이었을 거다. 순정만화와 로맨스 소설을 어려서부터 많이 읽었던 나는 첫 키스에 대한 환상이 컸다. 풋사랑이었던 그와 했던 첫 키스는 그러나 지극히 현실이었다. 눈 앞에 꽃가루가 흩날리지도 사탕의 달콤한 맛 따위도 없었다. 아무튼, 그런 연유로 신체 접촉에 별다른 설렘의 기대는 금물이라는 것을 깨우쳤던 것 같다.
에로스적인, 너무도 에로스적인. 그래서 먹먹한.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은 플라토닉한 사랑보다 육체의 교감, 에로스적인 사랑을 우위에 두고 진행하는 에피소드이다. 김종관 감독이 지어낸 이야기이지만, 읽는 이들의 상상은 자유다. 혹 경험에서 우러나왔다 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다. 후훗~). 사실 나는 사랑의 여운 같은 걸 느끼고 싶었다. 책의 부제 때문이었다. 그들의 쓸쓸한 사랑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고 싶은 심정이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약간의 판단 미스가 있었던 것 같다. 여느 에세이와 달라서 독특함은 있었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쓸쓸해서 견딜 수가 없다. 사랑이 끝난 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결국은 멀어질 마음과 결국은 멀어져 버린 몸의 기억을 놓지 못해 바동거리는 아픈 영혼들의 변주곡으로 보이는 사랑의 상실은 그래서 아프다.
여기까지가 처음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이다. 더는 쓸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책을 읽은 지 두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도통 정리되지 않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헤매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조금 다른 각도로 이해해보고 싶었다. 아니 겉핥기식으로 이 책을 판단했던 게 아닐까 싶었다. 어쩌면 나는 무슨 할 말을 더 찾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천천히 다시 읽어보았다. 이번에는 최대한 에로스적인, 성적인 부분은 배제하고 저자의 산문에 집중했다. 달랐다. 콩트와 산문을 연결해서 이해하려 했던 처음과 달리 두 부분을 각각 하나의 객체로 보았더니 비로소 책의 의미심장함을 조금은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제목의 느낌 또한 달랐다. 순전히 19금스러운 제목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그가 말하고 싶었던 건 잃어버린, 지나간 사랑의 기억이 아니었을까, 쉽게 사랑하고 쉽게 이별하는 지금의 풍토를 현실적으로 묘사했다는 느낌이다. 물론 콘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고 있는 그의 산문을 읽다 보면 상당히 자유분방한 연애를 해온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 세상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연애한다고 해서 사랑 자체도 쉽게 보는 건 아닐 테니까.
콩트(라고 명명된)는 노골적인 성적 교감 일색이지만, 저자의 산문은 그렇지 않다. 재연된 남녀의 에로티시즘 사이에서 기묘하게 끈을 이어주고 있는 인간적 교감이자 관계의 민낯을 발설한다고 하면 될까. 말보다 육체의 언어가 솔직할 때가 있을 거라는 진실, 보기 부끄러운 사실을 한겹두겹 천천히 벗겨내는 기분이다. 하지만 까도 까도 제대로 알기 어려울걸. 사람의 기분, 상태, 취향이라는 건 시간의 연속성 안에서 바뀌기 마련이니까. 때로 상황에 의지를 저버리고 지극히 이성을 따르는 사람도 있을 테다. 하지만 마음이 가지 않으면 몸은, 육체는 차가운 몸뚱어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몸의 대화든 말이든 심장이 이끄는 대로 움직여야 하는 이유이다.
불은 기억이다. 우리가 사랑했던 그 기억만큼은 소중하게 간직하고 추억해달라는 당부 같은 것이다. 안부를 전하기는 어색한 사이가 되었지만, 혼자서 뇌까릴 수는 있다. 이미 지나간 옛사람이 되었지만 좋았든 나빴든 기억을 잡고 있을 수 있는 한 잡고 있으라, 그게 서로가 사랑했던 시간이 진짜였음을 증명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 같은 게 아닌가 하는 당부 말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을 깡그리 지울 수는 없다. 서서히 퇴색해갈 뿐이다. 기억 창고에서 꺼내어보는 횟수가 점차 줄어든다. 하루에도 수십 번에서 이틀 삼일 일주일, 한 달. 그렇게 점차 멀어지고 또 문득 떠오를 날이 있게 된다. 우리는 그 기억이 차곡차곡 쌓인 길을 지나온다. 앞으로 걸어야 할 길도 그러할 테다. 그러니까 불은 끄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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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산문집들을 보면 글을 쓴 사람과 사진을 찍은 사람이 다른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의 글쓴이인 김종관씨는 두 가지 작업을 한번에 하는 분이다. 많은 단편영화와 장편영화, 그리고 산문집을 써오고 있는 그의 경력답게 다재다능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ㄹ는 프롤로그에서 종로의 풍경에 대해 말하고 있다. 종로는 내가 회사를 다니는 곳이기 때문에 딱 그 느낌을 잘 알고 있다. 성가신 불빛과 취한 사람들(!!)의 소란이 있는 곳.. 그는 그 골목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새벽이 되도록 꺼지지 않는 불빛들은 술집 네온사인의 그것일수도 있고, 택시가 뿜어내는 라이트일수도, 그리고 후미진 골목을 비춰주는 따듯한 가로등이기도 할 것이다. 어느것하나 현대인의 삶의 애환이 없는 불빛은 없다. 그래서 불을 끄지 말라고 말한 것일까...
이 책은 읽기 전 예상과는 달리 (아마도 나는 도시의 풍경 속에서 글쓴이의 생각을 풀어내는 에세이집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마치 수많은 단편 영화를 보는 듯이 진행된다. 소설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2-3장의 소설. 그 작은 이야기들 속에 있는 인물들은 글쓴이의 머리 속에서 튀어나온 인물들이다. 그들은 글쓴이의 상상 속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작은 생명체가 되고, 잊혀지지 않는 이야깃거리가 되어 책 속에 스며들게 된다. 게임, 바람부는 밤, 단잠, 에르메스 뮤지엄, 8월, 벽... 다시 보니 각 산문들은 꼭 맞는 제목을 가지고 있었다. 불과 2-3장의 짧은 산문들이지만 단편영화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저자의 탁월한 묘사력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각 산문의 마지막 반 페이지는 그 사건에 대한 저자의 시각이 보여지는 멋진 글이다. 저자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란 생각을 해 본다.
어느 해변의 여관방을 바라보며 저 여관방에 묵고 있는 연인들은 어떤 게임을 할까? 라는 상상을 하는 것, 여자와 남자의 사랑은 무궁무진하다. 그걸 일일이 다 상상할 순 없기에 세상 연애사 중에 내 연애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 책을 보니 세상엔 참 많은 연애가 있음을 알게 된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옳은 것인지 섣불리 판단 할 수 없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된다. 그는 말한다. 가까워지기 위해 우리는 진실을 알길 원하지만 드러나는 진실에 보상은 없기에 때로는 감추려는 자가 이기는 자라고. 그의 연애관이 드러나고, 인생관이 드러나는 산문 뒤에 이어지는 몇 줄의 글을에서 나의 젊은 시절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의 산문들은 대부분이 여자와 남자의 문제들이다. 헤어짐 앞에 선 남녀, 다시 만난 남녀, 어떤 상황 속에서의 남녀, 그들이 가지는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문제들.. 이렇게 내밀한 문제들을 글쓴이는 어떻게 다 상상해서 쓰는 걸까.. 역시 시나리오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 하고 다시한 번 느낄 수 있는 영화같은 산문집! 감성에 풍덩 빠졌다 나올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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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 多篇의 영화를 본 듯한… 조금은 발그레한 에세이 Written by. DdAm* 영화<조금만 더 가까이>의 김종관 감독의 에세이<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을 접하게 됐다. 제목에서 예상했음직하지만, 이 책은 제법 '발그레'하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에로틱하고 그래서인지 농염한 분위기를 지닌 책이다. 녹색과 검은색의 텍스트, 그리고 저자가 직접 촬영한 감수성 짙은 사진들로 어우러진 하나의 산문집. 저자의 일상과 추억, 그리고 발상이 한데 어우러진 이 에세이는 오감을 자극시키는가 하면, 읽는 내내 나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기까지 했다(물론 그 날개라는 게 흰빛일 수도 혹은 검은빛일 수도 있지만).
녹색의 텍스트들은 마치 여러편의 단편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시나리오 같은 글도 있고, 과거의 추억을 상세하게 묘사해낸 글도 있으며, 혹은 저자 개인의 상상력이 개입된 하나의 소설같기도 했다. 녹색의 텍스트들 다음에 이어지는 검은색의 텍스트들에는 조금은 이성적인, 저자 개인의 가치관이 배어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몇 컷의 사진들은 텍스트들과 어우러져 글의 생동감을 더했다. 특히, 사진들에서는 '빛'의 깊이들을 읽어낼 수 있었는데, 다양한 온도를 가진 그것들이 한 권의 책이지만 다채로운 멋을 선사하는 데 큰 몫을 해낸다.
섹스와 연관된 두 남녀. 그리고 그들을 감싸고 있는 풍경과 시간. 이 단출한 소재들로만 얽혀져있는 각각의 글들이지만, 생각해보면 사실 이것들로 인해 우리의 삶이 이어져나가는 듯 하다.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 그리고 사랑만 있다면 더이상 바랄 게 무엇이겠는가! 거침없는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담아낸 개성 넘치는 글들을 읽노라면, 마치 다양한 커플들의 삶을 염탐하는 기분까지 들게 될 것. 책을 폈지만 어두운 스크린에서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이 책의 서평 제목에 '영화를 본 듯한' 이라는 문구를 넣은 이유 또한 그것이다.
한편, 검은색 텍스트에서는 너무도 확실한 공감대를 느꼈기에 SNS에 몇 차례 문구를 공유하기도 했다. 사랑, 여행, 사진 등 다양한 소재에 대한 저자의 가치관이 배어있는 글들은 이성적인 면이 배어있는데, 그의 삶으로부터 얻은 철학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 한 명의 멘토를 얻은 기분이랄까. 더욱 좋았던 건, 그 이성적인. 혹은 다소 냉철한 가치관들이 비단 딱딱하게만 표현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시구(詩句)의 느낌이 들 정도로 기분 좋은 흐름으로 표현된 것이 나의 마음을 더욱 뒤흔들었다.
책<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을 '느낌있는 에세이'라고 정리하고 싶다. 너무도 구체화된 글들에서부터 얻을 수 있는 공감이 매력적인 산문집. 혹자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일 수도 있으나, 이 책이 지닌 '낡은 듯한 질감의 종이' 느낌도 좋았다, 내겐. 어쨌거나 조금은 색다르지만 너나할것 없이 공감할 수 있는 에세이라는 점이 좋은 책. 독서하기 좋은 가을. 이렇게 우리의 생활과 가까운 책으로부터 독서의 문을 열어보는 건 어떨까. 갑자기 무게가 진득한 책을 접하기에 부담스럽다면 말이다.
●책에서의 좋은 글귀들 겨울이 들어서는 것인지, 어느 밤 소란스러워 잠에서 깼다. 베란다에 달았던 풍경을 떼어놓을까 잠시 생각했다. 커튼을 치우니 창 아래 가로수 낙엽들이 우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남아 있는 계절을 데려가는 중이었다. 계절을 바꾸는 바람에 벌거벗는 나무를 보고 있자면 바람에 관한 신화가 왜 많은지, 사람들이 왜 메마른 나무에 전구를 감아놓는지도 알겠다. - 책<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 p.103 하지만 결국 사람은 복수나 보은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흘러가는 시간은 망각 혹은 용서를 낳고, 망각은 복수의 의지보다 강하다. - 책<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 p.126에서 영혼의 교감도 길이가 있다. 천일야화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던 그들의 대화도 언젠가는 끝이 있고 소통은 줄어간다. 하잘것없어 보이는 취미의 공유는 은근히 오래갈 수 있다. 홍어를 좋아한다거나 스쿠버다이빙을 한다거나 혹은 경마 같은 위험한 기호를 공유하는 것도 영혼의 교감만큼 긴밀한 유대를 만들어낸다. 어느 날 홍어를 싫어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돈 떨어지고도 경마를 계속할 수는 없을 것이다. 취미의 유대도 언젠가는 끝이 난다. 그 이후 서로 대화를 할 수 있다면, 반대로 대화가 사라진 관계를 스쿠버다이빙으로 메워볼 수 있지 않을까. - 책<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 p.131 사진에는 어떤 기분들이 붙어 있다. 사진을 찍던 그곳의 날씨와 그 주변의 사람들. 사진을 찍어준 이와 상황들. 어떤 사진에는 우울함이 감돌고 있다. 기억은 간단한 촉매로 불려 일어난다. 때때로 사진에 남은 흔적 속에 해결되지 않은 감정들이 붙어 있기도 한다. 공간도 계절감도 없는 지나간 증명사진도 기억의 촉매가 된다. 그럴 때면 내 기억력에 놀라고는 하는데, 조금 어렸던 그 모습들이 그립다가도 당시의 부끄러운 기억에 얼굴이 달아오른다. 잊고 사는 데 무리가 있다면 잘 살아야 한다. - 책<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 p. 144 에필로그에서 여행중엔 번번이 기억과 만나게 된다. 잊혀진 줄 알았으나 기억은 사실 불만 꺼져 있을 뿐이다. 처음 가본 공간에서 기억 속의 기후를 만나고,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과거의 얼굴을 만난다. 낯선 곳에서 알고 있던 사연들을 발견한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익숙한 것들의 다른 모습이 보인다. 세상을 신기하게 보는 눈이 생긴다. 길과 간판과 상점에 진열된 물건들에서, 여자와 남자와 아이들에게서. 하늘과 바람과 햇볕에서. 새로운 자극을 만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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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세상의 매듭을 푸는데는 소통만큼 중요한 것도 없는 듯 하다.실상 인생을 통찰하고 삶의 본질과 의미를 심도있게 생각하는 시간도 현대인에겐 필수고 그 와중에 인간이 누리는 핵심문제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하고 그것을 알고자 하는만큼 의구심도 커지는 듯 하기도 하다.하지만 유독 '사랑'이란 단어 앞에선 그 어떤 무게도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사랑한다,사랑해란 말은 흔하디 흔한 말이 되버린 듯 하지만 아직도 그 '사랑'앞에서 우리는 자유로울 수 없음을 안다.그 누구는 아직도 못다한 아픈 사랑에 울고,그 누구는 흩날리는 추억 그림자에서 쓸쓸해지기도 하고,보낼 수 없는 너무 아픈 사랑 앞에서 사랑이 아니라고 단호히 내뱉는 말들 속엔 한결같이 그 사랑에 아파하고 지우지 못하는 호흡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소중하다고 느끼는 사랑 앞에서 달아나지 않고 기쁘고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이들도 많다.해서 사랑의 블랙홀,욕망의 블랙홀에 빠지게 되면서 그 사랑이 탄생하는지도 모르겠다.이때 '사랑이거나 사랑이 아니어서 죽도록 쓸쓸한 서른 두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러나 불을 끄지 말 것'이란 더러 낯선 느낌이지만 뭐지모를 이끄는 강한 힘에 읽은 책이다.먼저 저자는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드는 영화감독이다.영화감독답게 자신의 숨고르기를 유연하게 필력을 통해 드러내었고 대중성이라는 부분을 무시하지 않고 사랑과 Sex의 본질 그리고 궁극적인 것을 다양하고 자신의 감성을 제대로 들춰낸 듯 하다.실상 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였지만 글 속엔 저자의 자기고백적 단상들이 깊고,높고,넓게 담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흔히 우리가말하고 묻던 사랑에 관해 그 상상을 초월한 영화를 보는 기분마저 들게 한다.저자의 고백대로 그 깊이 있고 섬세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 사랑이 사랑일 수도,사랑이 아닐수도 있는 씁쓸한 사랑 이야기인 것이다.서른 두편의 사랑 이야기는 앞서 말한바와 같이 사랑과 욕망을 통해 사랑은 신체접촉으로부터 시작되고 그 사랑은 어둠 속에서 시작된다는 말은 곧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이란 제목을 대변해 준다.한 권의 에세이집은 읽는동안 그렇게 글을 읽고 숨고르기를 하며 간간이 보여지는 사진들 속에서 사랑의 밑동들을 담아내고 사랑의 기운 한 자락을 놓칠세라 전하고자 하는 여운 또한 선사해 주고 있다.
사랑은 슬프고 씁쓸하나 스스로 그 길을 찾는 것이고,스스로 지치지 않고,스스로 움직일때 비로소 움직이는 것이다.해서 사랑이거나 사랑이 아니어서 죽도록 쓸쓸한 사랑 이야기 앞에서 저자의 서정과 성찰을 맛 볼 수 있었던 시간이 아니였나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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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읽어 좋은 글귀가 있고 인터넷으로 봤을 때 좋은 글귀가 있다. 나에게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은 후자다. 이 책 안에 실린 한 편의 이야기를 감성적인 사진과 함께 읽었고, 그 감성에 마음이 홀렸다. 가벼운 듯하면서 가볍지 않은 사랑노래. 가을이고, 바람은 서늘했던 탓이다. 순식간에 책을 지르고 도착하자마자 읽기 시작했지만 처음 인터넷을 통해 글을 접했던 때와 같은 감흥은 없었다. 그러니 이 책은 나에게 인터넷으로 읽었을 때, 그 때 그 순간만 굉장했던 글귀들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어쩌면 아껴 읽어야 좋았을, 특정한 시간에 특정한 누군가를 떠올리고 있을 때 읽으면 좋았을 책. 독서만큼 한 활동 안에서 개인적인 취향이 천차만별로 갈라지는 분야가 또 있을까. 혹자는 좋았던 글이 나에게는 재미없고 꺼려지는 글이 되기도 하는 것은 그런 이유다.
서른 두 편의 사랑이거나, 혹은 사랑이 아니어서 죽도록 쓸쓸한 사연들이 펼쳐져있다. 사진의 느낌이 좋았고 종이의 질감이 마음에 들었다. 이야기들은 그다지. 몇 편은 의미있게 다가왔고, 한동안 나의 추억을 쑤셔놓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글이 나의 취향에는 맞지 않았던 탓이다. 남녀관계에 있어 섹스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여기 실린 그들의 이야기는 불편했다. 나의 기준에 있어 그들의 잠자리는 충동적이었고 순간의 만족을 위한 것, 그 또는 그녀가 우연히 거기 있었음에 이루어진 시간들이었다. 여전히 사랑과 관계에 있어 환상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한다면 나 또한 할 말이 없겠으나, 세상에 행복한 사랑만 있는 것이 아니라 쓸쓸하고 거칠고 동물 같은 사랑 또한 있다는 것도 알지만, 어쨌거나 관계를 만들어감에 있어 필요한 요소는 있는 것이 아닐까. 호감, 신뢰, 믿음, 예의. 한 드라마에서 ;자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된 세상이다‘ 같은 대사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그 대사가 떠올랐다. 작가는 국내외 다수의 영화제에서 입상한 감독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글이 영상적이다. 하나의 장면을 만들어냄에 있어 어렵지 않았을 것 같다는 추측을 하게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영상은 예쁘나 깊이는 부족한 그런 영화를 본 듯한 느낌. 모르겠다. 내 감성이 다 말랐는지도. 헹. 하지만 그 와중에도 p218에 실린 글에는 대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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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사랑이거나 사랑이 아니어서 죽도록 쓸쓸한 서른두 편의 이야기, 2014 지음 : 김종관 펴냄 : 달 작성 : 2014.09.03.
“글씨는 영화가 되고, 사진은 감성을 남겼으니.” -즉흥 감상-
간혹, 평생 한 번이라도 읽을까 싶은 책을 선물로 받곤 한다. 그중 대부분은 무기한 보류상태를 유지하며, 책장 어느 한 구석에서 켜켜이 먼지 옷을 입고 있다. 대신 어떤 책들은 알 수 없는 끌림에 그 자리에서 읽고 마는데, 이번 책이 후자의 경우였다는 것으로 소개의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한다.
처음, 표지에서 몽환을 읽었다. 푸르스름한 새벽 조깅 중에 보곤 했던 입김, 도시의 파란 조명 아래에서 피어오르는 담배연기를 떠올린다. 이어지는 녹색글씨들을 통해 그것은 전라의 남자와 여자가 되었다. 사진을 읽으며, 그것은 자극을 상실한 슬픔이 되어버렸다. 검은색 글씨들이 나를 현실로 돌려보냈으니, 다행이다.
책은 묘한 중독감으로 시선을 잡아끌었다. 아마 녹색 글씨의 남녀 주인공이 보여주는 말과 행동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인에게 농담 삼아 던진 말이 ‘이거 처음부터 끝까지 섹스야.’였으니, 필시 이 책에는 ‘미성년자 구독불가’딱지를 붙여야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야하지 않았다. 날이 밝아오면 사라지는 입김과 바람이 불면 흩어지는 연기처럼, 많은 이야기를 담은 듯한 사진은 ‘섹스’라는 단어를 ‘대화’로 바꿔버리고 말았다. 글씨와 사진, 섹스와 대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인생경험이 짧으니, 설명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직접 책을 많나 감상과 생각의 시간을 가져볼 것을 권할 뿐이다.
제목을 읽어본다. 문득 잠은 죽음과 비슷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불을 끈다는 것은 영화나 연극이 끝나는 것을 말하기에, 일상속의 환상이 계속 되었으면 한다는 지은이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이야기를 좋아하며, 그것은 꿈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불이 꺼진다면? 우리는 도시의 숲을 살아가는 좀비처럼, 육체의 껍데기만 남은 채 도심의 밤을 배회할지도 모를 일이다.
뭔가 혼자서 쓰는 시 같은 이상한 말투를 그만하고, 평상시로 돌아와 달라니. 으흠, 알겠습니다. 아마 이번 책이 저의 감수성을 자극한 나머지 살짝 맛이 가버렸던 것이 아닐까 하는데요.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손가락의 춤을 이어봅니다. 책은 표시된 것으로 279쪽으로, 간략한 소개 글을 옮겨 ‘제목 있는 콩트와 제목 없는 산문, 그리고 사진’들이 하나로 서른 두 편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어질듯 말듯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통해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었는데요. 다른 분들은 또 어떻게 느끼셨을지 궁금해지는군요.
네? 제가 품고 있는 상상의 세계가 궁금하시다구요? 글쎄요. 저야말로 그동안 도심의 살아가는 좀비가 되어있었을지도 모으겠습니다. 그래도 예전에는 개인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 북카페를 만들고 싶다. 이 세상을 뜨기 전에 내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키고 싶다와 같은 꿈을 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위해 그 많던 꿈들을 하나씩 접어버리고는, 북극성을 잃은 뱃사공 마냥 인생을 표류하는 기분인데요. 일상의 단면을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통해 이야기했듯, 저는 지금 바라보고 있는 세상의 일부분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 고민의 시간을 가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또 한 권의 책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수필집처럼 편안하면서도, 만원의 지하철에서 스릴(?)을 선물해준 책이었다는 것으로,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칠까 합니다.
덤. 지은이는 글도 쓰지만 영화감독이라고도 하는군요. 조만간 책에 조그마한 글씨로 언급된 영상 작품도 한번 만나보고 싶어집니다.
TEXT No. 228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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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 서른 두편이 담겨져 있다. 책은 꽁트와 산문 그리고 저자가 직접 촬영한 감수성이 느껴지는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지금은 폐간되어 나오지 않는 영화잡지 <무비위크>의‘케빈의 섹시한 페이지’에 연재했던 내용들이다. 서른두 편의 이야기 속 주인공은 다르지만, 모든 이야기는 ‘사랑과 욕망’이 담겨 있다. 결국은 성질이 닮은 욕망끼리 으르렁거린다. 자기 자신에 관대하면 서 자기 자신을 미워하기 때문.(p.163)
욕망( 慾望 )이라는 한자를 순 한글로 바꾸면 사랑이 가장 가깝지 않을까싶다. 사랑없는 하룻밤 허튼 욕망이야 언급할 필요가 없을테니 그렇다면 욕망없는 사랑을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사랑은 욕망의 부분 집합인가? 사랑은 욕망의 소품일 뿐인가? 연애라는 게, 욕망과 이타심 속에 갈등하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내 욕망을 챙기면서 생기는 부작용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낮과 저녁의 명확한 구분은 없다. 한 땀의 이음새없이 낮과 저녁은 매끄럽다. 사랑과 욕망도 그런 것이 아닐까? 아직은 낮이라는 말과 벌써 저녁이라는 말은 같은 말이다. 지독한 사랑과 지독한 욕망 사이를 구분짓는 적절한 말이 있기는 한 걸까? 어떤 느낌! 이라는 것은 있을까?
세상이 무너질 듯 간절했다가 또 어느샌가 세상에 더없이 시시하고 시큰둥해지는, 사람이 사람을 만나 사랑을 나누는 모든 순간이, 우리가 사랑에 관해 할 수 있는 모든 상상의 최대치가 들어 있다. 그는 흘러가는 시간의 서사 속에 한 장면을 포착해 '보고'있는 것처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사랑에 의무를 지는 일은 사랑에 대한 모독이다. 사랑의 본질은 오직 권리일 뿐이다. 욕망은 댓가를 치르는 방향으로 치닫는다. 사랑이라는 게 댓가를 치러야 하는 욕망에 대해 자유로운 권리를 부리는 것으로 구분되어지는 것은 아닐까? 욕망은 의무를 지는 것으로 사랑으로부터 멀어진다고 말해도 될까?
계절과 거리와 단지 두 사람만으로, 관계의 이야기들을 만들어보았다. 이야기는 돌고 돌며 끝없이 이어진다. 책장을 넘기는 누군가, 불을 밝히는 여행에 이 책의 용도가 있기를 바란다.(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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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사랑이야기다. 그 흔한 연인들 혹은 생각지도 못한 관계의 사랑이 담겨있다. 뒷표지에 나와있는 본문의 일부 내용만 읽어봐도 얼머나 파격적인지 알 수 있다.
'... 지워지지 않는 점이기를 바라며 고혹 또는 뇌쇄를 책임지고...'
극히 일부분인 이 한 문장만 봐도 책에 담긴 32가지 이야기가 대략 어떤 스타일로 진행되는지 알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평생 살아가며 겪지 않을 수도 있는 너와 나만의 비밀이야기가 떠오르는건 왜일까? 남편과 내연녀 그리고 나, 과외선생님과의 이야기, 옆집 그녀와의 은밀한 만남..단순하게 아무런 비판적 사고와 개인적인 추억, 공감 등을 떠올리며 읽지 않는 이상 흔히 떠도는 은근히 야한 3류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의 유형은 모두가 순수하고 깔끔하며 뻔한 스토리로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추구하는 사랑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풋풋한 것도 있지만 오직 육체적 관계만을 하는 사랑도 있을 것이고 남의 것을 탐하는 혹은 남에게 뺏기거나 남과 공유하는..? 생각지도 못했던 온갖 사랑이 다 담겨 있다. 우리는 더 이상 누구의 간섭에 의해 통제되고 제제받는 청소년이 아니고 성인이기에.. 자유의지를 향유할 수 있는 한 인간으로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누릴 권리가 있기에 이런 사랑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책은 3-4페이지 정도의 1개의 이야기와 1-2장 정도의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진은 이야기에 나왔던 가장 중요했던 배경이나 분위기를 잘 나타내준다. 아무렇지 않던 풍경이 프레임에 담기면 특별해 지듯이 주변을 돌아보면 흔히 볼 수 있는 곳들이다. 그렇게 사랑은, 이 책에 담긴 사랑이야기는 지금도 어딘가 그 누군가에게서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노량진 학원가 건물 사이의 뒷골목에서.. 703번 버스 뒤에서 2번째 자리에서.. 안성천교 앞 어느 풀숲에서.. 주공3단지 분리수거장에서.. 알게 모르게 누군가가 인생의 심적 갈림길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랑은 해피엔딩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씁슬한 면도 있다. 새로운 사랑은 언제나 그 누구도 모르게 조금씩 다가와 예전의 아픈 사랑을 치유받거나 삶의 활력이 되는 긍정적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지만 어린 날의 씻을 수 없는 상처, 영원히 감추고픈 비밀들이 생겨나고 권태기에 빠져있던 부부관계를 이간질시켜 되돌릴수 없는 상황에 놓일수도 있다. 그건 모두 그들이 선택한 결과이니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이런게 사랑에 빠진, 얽매인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보는건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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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서는 어떤 장르의 이야기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더불어 표지를 보니 더욱더 감이 오질 않았다. ![]() ![]()
그런데 부제를 살짝 보니..음....이야기는 이야기인데...쓸쓸한 이야기란다...
흠...그렇다면 제목도 표지도 조금은 이해가 가는 듯한... 물론 아직은 막연한 상태였지만...
그렇게 막연한 마음을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에세이 같기도 하면서...소설 같으면서...왠지 그냥 살짝 추상적으로 느껴졌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더욱 이해하게 되었다. 왜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사진들이 이렇게 쓸쓸하고 외로운지...
![]() 왜 등장인물들의 뒷모습이 그리도 많이 등장하는지... ![]() ![]()
이야기 속의 남녀는...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듯한 사랑을 하는 사람들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되었다. 물론 사랑이 환상적이고 멋지고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뭔가 2%부족하고 뭔가 어색하기만한 만남들을 좀 더 많이 등장시켜서... 이야기 속에 표현되어 있던 단어인 서걱거린다는 것이 뭔지 자꾸 느끼해 줬다고 해야하나...
![]() 책을 다 읽었다. 그리고...사랑에 대해서....다시 생각했다. 여전히 나한테는 무척이나 어려운 과제다.
그리고... 한번의 만남...짧은 만남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슴 벅차고 절륜한 .... 그래서 더욱 절절한 사랑을 여전히 꿈꾸고 그리고 실행해 옮기는 사람들도 존재하니...그래서 서걱거리지만...안쓰러운 마음까지 가지게 하는 그런 사랑이야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이런 책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서걱거려서 더욱 안쓰러운 사랑이야기 한번 만나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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