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숙인님의 [나에게 속삭여 봐]는 열일곱살인 주인공 셋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어느날 예기치않은 죽음으로 혼란에 빠진 서준과 유전의 영향으로 혼령의 기를 느끼는 아리, 그리고 서준의 죽음으로 인한 죄책감으로 힘들어하는 서준의 쌍둥이 여동생 유주.. 사건이 일어난후 생각해보는 '만약에'라는 말은 참 공허하게만 들린다. '만약 그때 조금만 주위를 살폈더라면..' '만약 그때에 조금만 조심을 했더라면..'안타까움과 절망이 뒤범벅이 된 채 아무리 후회를 해도 이제는 이미 늦어버린 후이기 때문이다. 서준이 그때 그렇게 앞뒤 살피지않고 달려나가지않았더라면, 유주가 카페 보리수가 아닌 집에서 만나자고 했더라면...그랬다면 이런 일들은 벌어지지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몇달동안 계속되는 상황이 불편했던것은 비단 서준만이 아니었다. 까칠한 서준을 받아내는것이 쌍둥이 동생인 유주에게도 그리 탐탁한 상황은 아니었을것이다. 엄마의 계속되는 반대에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못하는 유주가 서준은 한켠으로는 부러운 마음도 있었다. 왜냐하면 서준 자신의 꿈도 유주와 별로 다르지않았기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외교관이 되기를 희망하는 부모님의 바람도 외면할 자신이 없었던 서준은 그냥 자기안에서 새어나오는 목소리를 외면하며 지내오고있었다. 그러다 이제 그만 마음의 고민을 털고 유주와 힘을 합해 부모님을 설득하기로 용기를 내는순간 서준이 맞닥뜨린것은 바로 죽음이었다. 예기치않게 찾아온 죽음앞에서 서준은 미련을 버리지못한채 유주와 가족주위를 맴돌게된다.49일이 되기전에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는 설명을 들었던탓에 서준이 찾아낸것은 바로 혼령의 기를 느끼는 아리였고 새벽이면 아리를 찾아가게된다.
어려서부터 다른아이들과 무엇인가 다른것을 느낀다는것을 아리는 알고 있었다. 외가의 영향때문인지 몰라도 무엇인가 특별한 기운을 느낀 아리는 엄마가 걱정할까봐 엄마에게는 사실을 숨긴채 이모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그제서야 아리에게 아리가 가진 특별한 능력을 설명해주는 이모는 아리가 죽은 사람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피하던가, 아니면 맞서든가..두개의 갈림길에서 아리는 직접 맞서는쪽을 택하고 이모가 알려준 방법대로 행해 서준과 마주하게 된다. 처음 귀신을 본다고 했을때는 두려움이 앞섰지만 막상 눈앞에 나타난 귀신은 샤방샤방 빛나는 외모를 가진 미소년이어서 아리의 두려움이 많이 해소된다. 서준과 매일 대화를 하면서 아리는 서준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알게되고 서준의 부탁대로 아리를 만나 가족들이 서준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지내라는 말을 전하게된다.
엄마에게 유주는 늘 서준 다음이었다. 오빠인 서준의 앞기를 막는다는 생각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엄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면에서 유주보다는 아들인 서준을 더 좋아하고 편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보리수에서 서준을 만나기로 한 날 서준이 유주를 만나러오다가 사고를 당해 죽었다는 사실은 유주를 원망하기에 모자라지않은 이유라고 생각했다. 집안은 웃음을 잃고 분위기는 점점 가라앉는 상태에서 별로 친분관계도 없던 학원친구가 전한 서준의 소식은 믿을수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단순하게 거짓말로 치부하기에는 서준에 관한 이야기들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갑자기 찾아온 이상신호앞에서 유주는 아리에게 서준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부탁을 하게되는데...
성장소설을 좋아하는 편인데 사실 이 작품은 어떤 감동을 느끼지는 못하면서 읽었던것 같다. 단순하게 판타지소설도 아닌데 서준이 혼이 되어서 혼을 볼 수 있는 아리와 만난다는 설정에서부터 조금 삐딱한 시선을 보낸것도 있는것 같고..거기에 보태어 서준이 유주에게 까칠하게 굴었던 이유도 쉽게 납득할수 없는 면이 있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읽기에 어려운 작품은 아닌데 여운은 별로.. |
|
얼마 전 죽음에 대한 상상으로 풀어내어 삶과 나를 둘러싼 모든 이들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는 <푸른 하늘 저편>이라는 청소년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푸른 하늘 저편 어디에선가는 살아있는 자의 불행까지도 부러워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살아있다는 건 아주 큰 축복임을 일깨운 이 작품은 누나와 심하게 다투고 교통사고로 죽게 된 소년이 누나에게 못다한 말을 하기 위해 이승으로 내려와 노력끝에 누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한다는 이야기였다. <<나에게 속삭여 봐>>를 읽으면서 문득 이 작품을 떠올리게 된 것은, 죽음이라는 소재로 삶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는 방식 탓이었다. 뜻하지 않은 죽음으로 못다한 이야기, 못다한 일로 세상 저편으로 가지 못한 채 이승을 떠도는 주인공의 모습은 오래 전 흥행했던 영화 '고스트'를 통해서도 이미 본 적이 있다. 세 작품의 공통점에서 우리는 귀신이 되어 이승을 떠돈다는 것은 무언가 못다한 일(말)들이 남아있다는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억해야 할 말이 있다. 이 책에서 서준이 말하는 '카르페 디엠' 이다.
'엄친아' 혹은 고리타분한 '범생'이라 불리는 서준에게는 8분 늦게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 동생 유주가 있다. 사극 스타일인 서준과 달리 가수가 되기를 꿈꾸는 유주는 아빠 엄마의 반대로 꿈꾸던 예술고가 아닌 일반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밖에 없었다. 어릴 때부터 사이가 좋았던 쌍둥이었지만, 개인적인 문제로 유주하게 까칠하게 굴었던 서준은 개인적인 문제를 정리한 터라 그동안 냉랭하게 굴었던 것을 해명하고 화해도 할 겸 유주에게 빛예고 편입을 적극 권하려 했는데, 때마침 유주에게 동네에 있는 커피숍 에서 만나자는 전화가 걸려온다. 엄마에게 유주의 예술고 편입을 복선으로 깔아두고 유주와 만나고 오겠다며 나간 서준은, 교통사고로 끝내 돌아오지 못한다.
새벽 2시 38분, 아리는 지난 며칠 동안 잠결에 으스스한 기운을 느꼈고, 어제와 똑같은 시간에 깨어났다. 치귀지사 사주를 가진 아리는 민속 문화를 연구하는 이모의 도움으로 귀신이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 알아보기로 결심한다. 죽은 서준은 빛의 길을 따라 저승으로 가려했지만 가슴 속에 있는 그 어떤 것 때문에 일반 혼의 중량보다 무거워져 빛의 길에 오르지 못한다. 49일 뒤에도 이 길에 오르지 못하면 떠도는 원혼이 될 수 밖에 없는 서준은 그 무게가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을 유주와, 유주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고 용서하지 못할 엄마, 슬퍼하고 있을 아빠에 대한 걱정 때문임을 깨닫는다. 서준은 앞으로 46일 동안 서로 사랑하면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는 자신의 뜻을 전하고 편안하게 저승으로 갈 수 있을 방법을 모색하게 되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찾다가 아리를 발견하고 매일 밤 찾아가게 된다.
"카르페 디엠. 라틴어야. 현재에 충실하라는 뜻이지. 지금 슬프면 맘껏 슬퍼하고 기쁘면 맘껏 기뻐하라, 뭐 그런 뜻. 죽어 보니까 알겠더라. 우린 다만 순간을 사는 것이고, 그게 어떤 순간이든 소중히 여기고 충실히 살아야 한다는 걸 말이야." (본문 143p)
이제 이야기는 아리와 서준의 이야기가 중접척으로 전개되어가고, 아리는 서준의 이야기를 유주에게 전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유주까지 더해져 세 명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떠나는 시간동안 매일밤 아리를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둘은 친구가 되고, 서준은 아리에게 첫사랑의 느낌을 갖게 되면서 고민하지만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긴 여운을 남겼던 '현재를 붙잡으라'을 통해 매순간마다 찾아오는 감정에 충실하기로 한다. 반면 유주는 서준에게 서준이 작곡했던 '작별'을 불러 주고 싶은 마음에 노래를 하려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음에 절망한다. 서준은 유주한테 하고 싶은 말을 아리를 통해 편지로 남긴다. 그 편지를 전해받은 유주는 엄마와의 갈등을 풀게 되고, 유주는 아리의 도움으로 보이지 않는 서준 앞에서 서준의 용기를 받으며 다시 노래할 수 있게 되는데, 어려서부터 둘이서 해 오던 수신호였던 가위바위보 놀이로 힘을 주는 오빠의 모습을 보게 된다. 반면 유전자 공부하고 싶은 자신과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엄마와의 갈등 속에서 아리는 서준의 '카르페 디엠'을 통해 용기를 얻게 되고, 서준과의 만남으로 진로를 결정하게 되고, 생각지도 못한 반전을 털어놓고 서준은 세상 저편으로 가게 된다.
<<나에게 속삭여 봐>>는 기존에 읽었던 <푸른 하늘 저편>과 같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를 사는 삶의 소중함'이라는 큰 줄기 속에 서로 다른 이야기 전개와 요소들을 가미함으로써 다른 느낌으로 감동을 전한다. 무엇보다 17살에 죽은 서준이 보여주는 첫사랑의 감정과 두 소녀가 보여주는 꿈에 대한 이야기는 청소년들에게 삶에 대한 의미의 크기와 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 줄 듯 싶다. 저자는 이렇듯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자신의 자리를 돌아보고 삶을 반추해 보도록 하였다.
"난 이렇게 일찍 죽었기 때문에 다시 태어나서 해 보고 싶은 게 많아. 난 무엇보다 첫사랑을 제대로 해 보고 싶어. 그냥 바라만 보는 게 아니라 햇빛 찬란한 야외로 나가 데이트를 하고 싶어..." (본문 233p)
요즘 우리 아이들은 잉여의 삶을 추구하기도 하고, 앞에 놓인 장애물에 버티고 이겨내려고 하기보다는 너무도 쉽게 무너지고 삶을 포기하려고 한다. 살아있는 자의 불행까지도 부러워하는 세상 저편의 사람들(아니..귀신들?)이 있다. 살아 있음에 우리는 꿈을 꾸고, 또 사랑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리라. 너무도 일찍 죽음을 맞이한 서준을 통해 지금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현재에 충실하기를...바래본다. 그리고 다 같이 되내여보면 좋겠다. '카르페 디엠'
(사진출처: '나에게 속삭여 봐' 표지에서 발췌) |
|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대부분 과거에 연연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걱정하느라 지금 이 순간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 뒤늦은 후회를 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며 지금 자신앞에 놓인 시간들을 놓치고 만다. 그 놓친 시간들은 또 후회의 시간이 되어 버리고 만다.
"카르페 디엠. 라틴어야. 현재에 충실하라는 뜻이지. 지금 슬프면 맘껏 슬퍼하고 기쁘면 맘껏 기뻐하라, 뭐 그런 뜻. 죽어 보니까 알겠더라. 우린 다만 순간을 사는 것이고, 그게 어떤 순간이든 소중히 여기고 충실히 살아야 한다는 걸 말이야." - 본문 143쪽
아뿔사, 한 치 앞!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 인생이라고. 사실, 이 말은 대부분 좋지 않은 경우에 쓰인다.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돌이킬 수 없는 큰 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 본문 7쪽
이란성 쌍둥이 서준과 유주. 젊은 시절 외교관이 꿈이였던 아빠와 그 꿈을 열렬히 지지했던 엄마. 아빠가 이루지 못한 꿈 때문일까. 엄마는 쌍둥이 남매, 특히 아들인 서준이가 그 꿈을 이루어주리라 믿는다. '엄친아', '고리타분한 범생'이라 불리는 사극스타일인 서준과 달리 가수라는 확고한 꿈을 가지고 있는 유주. '빛나 연예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싶었지만 엄마의 반대로 입학을 할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꿈을 접은 것은 아니다. 이렇게 다른 두 남매. 서준 또한 마음 속에 가진 꿈이 있지만 쉽게 드러내지 못한다. 대신 동생의 꿈을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 작은 문제는 있어보이지만 누구보다 단란하고 행복하게 지내는 서준이의 가족에게 한 치 앞도 모를 일이 일어난다. 동네에 있는 아담한 커피숍 '보리수'에서 동생 유주를 만나러 가다 사고를 당하는 서준. 17년이라는 짧은 삶을 마감하게 된다.
새벽 2시 38분 지난 며칠 동안 새벽 2시 38분 똑같은 시간에 눈을 뜨는 아리.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잠결에 으스스한 기운을 느낀다. 어릴 때는 엄마 말처럼 키 크려고 꾸는 꿈인줄만 알았는데 중학교 3학년 때는 거의 병이다 싶을 정도로 심해 한의원을 하는 외삼촌이 지어준 약과 '몽(夢)'이라는 큼직한 한 글자가 쓰여진 액자를 머리맡에 두고 좀 나아지는듯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인 지금 알수 없는 서늘한 기운 때문에 늘 이 시간에 잠을 깨는 것이다.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아이. 한 아이는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한 마디 인사도 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고 한 아이는 평범한 여고생이다. 두아이는 도대체 어떤 관계인 것일까? 우리들이 흔히 말하는 운명인 것일까.
"역사와 운명에는 가정이 없는 것 같다고 네가 말했잖아. 운명적인 일은 반드시 일어나고 운명적으로 만날 사람은 어떻게든 만나는 거라고. 아마도 우린 만나게 되어 있었던 것 같아. 아니라면 어떻게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의 혼이 만날수 있겠어?" - 본문 164쪽~165쪽
자신의 마음 속에 어떤 것 때문에 일반 혼의 중량보다 무거워 '빛의 길'에 오르지 못한 서준. 49일 뒤에도 이 길에 오르지 못하면 떠도는 원혼이 될수 밖에 없다고 한다. 서준이의 마음 속에는 무엇이 남아있길래 쉽게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것일까. 죽은 사람이기에 당연히 살아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말해도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단 한사람, 아리는 서준이를 보고 서준이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다. 그들의 말처럼 만날수 밖에 없었던 운명인 것일까. 마음속에 있는 무언가를 풀어놓고 서준이이는 다시 '빛의 길'에 오를 수 있을까.
누구나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은 모른다. 그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이책에서 서준이는 계속 우리들에게 말한다. '카르페 디엠'. 짧은 생을 마감한 열일곱 살 아이가 전하는 메시지는 크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야할 일도 많았던 아이가 못해보고 가야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무거울까. 그 순간에도 자신보다는 사랑하는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아이. 그렇기에 읽는 우리들의 마음도 무거워진다.
미래의 자신을 생각하며 혼란스러워하는 서준이와 같은 또래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서준이의 말을 기억한다면 행복한 지금 이 순간들이 모여 결국 후회되는 과거도 불안한 미래도 없지 않을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