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 일본 서점 대상 수상작이자 일본에서 영화화되었고, 2018년 강동원 주연으로 리메이크되는 <골든슬럼버>의 영화원작소설 <골든 슬럼버>. 이사카 코타로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는 편인데 다른 책보다 오히려 늦게 읽은 소설입니다. 읽는 내내 조마조마, 읽고 나서는 분명 해피엔딩임에도 씁쓸한 여운을 남긴 스토리였어요.  비틀즈의 실질적인 마지막 앨범 <애비 로드>에 수록된 곡, 골든 슬럼버 Golden Slumber. Once there was a way to get back homeward. Once there was a way to get back home. 한때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있었지. 한때는 집에 돌아가는 길이 있었어.
황금 잠이란 뜻을 가진 골든 슬럼버. 비틀즈의 선율과 가사를 음미하다 보면 소설 골든 슬럼버의 상황과 묘하게 들어맞아 아련한 마음이 듭니다. 완벽한 배경음악이에요.  소설은 평범한 어느 날 사건이 터지는 초반 진행 상황을 보여주고, 어느덧 사건 20년 뒤 논픽션 작가의 시점 (순간 책 덮을 뻔. 독자를 낚기 좋은 기발한 구성), 그리고 그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주인공 시점의 진행을 거쳐 마지막 사건 석 달 뒤의 상황으로 끝납니다. 첫 야당 출신 총리가 센다이에서 퍼레이드를 하는 날. TV 생중계로 진행되던 퍼레이드 도중 어디선가 나타난 폭탄 실은 무선조종 헬기에 총리는 폭사합니다. 그와 동시에 뒷골목에 주차되어있던 자동차에서도 폭발이 일어나고 이때 용의자는 도망칩니다.  20년 뒤 시점. 그때까지도 총리 암살 사건에 대한 진상이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음을 먼저 보여줍니다. 문제는 이상할 정도로 관계자들 대부분이 사망했다는 겁니다. 온 세상이 추격하던 용의자 아오야기 마사하루.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총리 암살 사건을 앞두고 뒷골목 차 안. 아오야기와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함께 있습니다. 그가 준 물을 마시고 깜박 잠이 들었다 깨어나는 아오야기에게 친구가 들려주는 심상찮은 이야기. 큰 사건에 휘말리게 하려는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에 대해 밝히는데.  친구는 아오야기에게 경계하고 의심하라고 합니다. 오즈월드가 될 거라고 말입니다. 케네디 암살 사건에서도 범인으로 지목된 오즈월드가 수송 중 암살되었듯 누명을 쓴 친구에게 도망치라고 합니다. 도망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계획적이기에 오즈왈드 꼴이 될 게 뻔합니다. 그가 죽어야 누군가는 한숨 돌릴 터입니다.  완벽한 표적 사냥이 된 아오야기. 왜 그가 용의자로 지목되었을까. 아이돌을 구한 택배기사로 영웅이 되었던 그가 타락하는 모습은 극적인 상황으로 연출됩니다. 세상은 이미지로 움직이니까요.
용의자가 된 그를 세상 모든 이가 추격하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자신을 감시하는 것만 같아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인 채 필사의 도주를 하는 아오야기.
인간의 가장 큰 무기는 습관과 신뢰라는 친구의 말처럼 아오야기를 은밀하게 도와주는 이들도 있습니다. 옛 여자친구와 그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들, 세상의 부조리를 경멸하던 이들이 도와줍니다. 경찰에 한 번 붙잡혔지만 센다이를 벌벌 떨게 한 연쇄살인범의 도움을 되려 받아 다시 도주하기도 합니다.
거대한 부조리의 사냥감이 된 아오야기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도망치는 것뿐. 그와 닮은 가짜를 내세우며 이렇게 큰 계획을 저지른 이들의 정체조차 알 수 없습니다.  소설 <골든 슬럼버>에서는 단죄 따윈 없습니다. 그래서 뒷맛은 더 씁쓸할지도 모릅니다. 시큐리티 포드 시스템을 등장시킨 감시사회의 이면을 보여준 원작소설 <골든 슬럼버>. 평범한 한 사람을 용의자로 만드는 데 쓰인 기술들, 보이는 대로 믿는 사람들... 리메이크작 한국 영화 <골든슬럼버>에서는 어떻게 재구성할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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