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에는 결혼생활과 관련해서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책을 집어들었다. 그런데 책을 계속 읽다 보니, 결혼한 사람 뿐만 아니라 결혼하지 않은 여자에게도 중요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이 책에서 말하는 '결혼'이란 우리가 흔히 이해하는 '관계'의 다른 말이었던 것이다. 우리의 삶은 수많은 관계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는 그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한다. 아무리 혼자 고고하게 사는 척해도 우리는 관계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 그리고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 중의 하나가 바로 '결혼'이다. 결혼은 우리를 살게 하고, 또 죽게 한다. 그리고 우리 여자들은 그 결혼에 의해 '팔자'가 정해진다. 누구는 사모님이 되고, 누구는 행상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사모님의 삶은 정말 행복한 것일까? 나는 이 책이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남편과의 관계, 시댁과의 관계, 자식과의 관계, 사회와의 관계 등등 결혼함으로써 생기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주체적으로 살기보다는 상대방에게 맞춰주는 삶에 익숙한 그 '아줌마'는 과연 그 어떤 공허감이나 상실감도 없이 완벽하게 행복할까 하는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가정을 박차고 나와 새로운 '나'로 살아갈 것을 선동하지는 않는다. 아니면 가정 내에서의 위치를 새롭게 다져서 자신의 권리를 소리 높여 주장하라고 부추기지도 않는다. 이 책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써 가정으로부터 떠나 있어 볼 것을 권한다. 그것이 한 달이든 일 년이든 기간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만 충실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다른 누군가의 어머니, 아내, 며느리로서가 아니라 그냥 나 자신으로 살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결혼이 아닌 직장, 부모자식, 친구 등 다른 관계의 이름을 대입해 볼 수 있다. 비단 결혼 뿐만이 아니라 다른 수많은 관계 속에서도 우리는 나날이 자기 자신을 잃어가고 있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면 일상 속에서 우리가 왜 그렇게 자주 공허감을 느끼고 상실감을 느끼겠는가. '관계'는 분명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이다. 관계 속에서 우리는 삶의 방향을 정하고 여럿이 모여 사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러기에 이 책 또한 결혼이란 제도를 부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결혼이 그렇게 나쁜 것이라면 아마 이 책의 저자도 결혼하지 말라고 강변했을 것이다. 결혼이 우리에게 주는 여러 가지 좋은 점들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결혼 생활을 충분히 유지하되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들을 모색하자는 것이 이 책의 취지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나 또한 이 책을 통해,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철 속에서, 매일같이 스트레스를 주는 상사의 잔소리 속에서, 점점 줄어만 가는 은행 잔고 속에서, 잘나가는 친구들이 주는 위압감 속에서, 변변한 해외여행 한번 못 시켜 드린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 속에서 나 자신을 온전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 책의 용감한 여성들처럼 여행은 고사하고 현실적으로는 당일치기도 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먼저 과감하게 뛰어든 여성들의 전범이 있기 때문에 조금은 덜 외롭고 조금은 더 희망적인 생각으로 나만의 길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
| 처음 책 제목을 접했을 땐 좀 놀란 감이 없지 않았다. '결혼'과 '여자'와 '혼자'와 '여행'. 얼핏 보기에 어울리는 단어들은 아니니까. 여기서 '여자'를 '남자'로 바꾼다면...? 글쎄, 그래도 아마 자연스럽진 않았을 거다. 여자건 남자건 결혼은 대개 속박이거나 구속이거나 것두 아니면 책임감 같은 거니까. 그랬는데 '결혼 안식년'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안식년은 대학 때 교수님들이 종종 쓰던 단어였는데, 결혼 안식년이라니... 뭔 말이래? 물론 친절하게도 책 뒷면에 뭔 말인지 쓰여 있었지만, 낯선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소위 말해)결혼할 때가 된, 한국, 여자니까, 말이다. 그리고 책을 읽은 후에도 여전히 낯선 느낌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다. 책 한권을 달랑 읽었다 해서 국적을 바꾸거나 성별이 달라지진 않으니 말이다. 다만, 조금은, 숨이 쉬어졌다. "아, 그래? 그럴 수도 있어? 그렇담 다행이네..." 결혼생활만이 아니라 연애도 그렇다. 연애만이 아니라 친구도 그렇고, 친구만이 아니라 직장동료도 그렇다. 때론... 너무 딱 붙어 있는 관계에선 통로를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애인이 여행이라도 떠나 있으면 사랑이 더 절절해지고, 친구가 외국연수라도 가게 되면 갑자기 우정이 샘솟고,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야 직장동료가 좋은 사람임을 알아차린다. 참, 우스운 일이다. 그런데... 그러다... 물론 이 책 한권 달랑 읽었다고 해서 갑자기 훌륭한 인간으로 변신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마음이 기뻐졌다. 아, 그래? 이런 방법도 있구나. 잠시만... 떠나 있으면 되는구나. 잠시만...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 해보면 되는구나. 여행이란...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거니까. 그게 결혼생활이든, 연애든, 우정이든, 휴식을 얻기 위해 떠나는 여행은 오로지, 다시 돌아왔을 때 좀더 행복해지기 위해 있는 거니까. ......며칠 전 결혼한 친구 집들이 때 들고 가, 남편 앞에서 보란 듯이 내밀어야겠다. 그리고... 결혼도 하지 않은 주제에 혼자 한번 어디든 떠나봐야겠다. 비록 단 하루일지라도. 비록 기다려주는 남편도 자식도 없지만. 어쨌든 돌아올 거니까, 더... 훌륭해져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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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안식년이라는 개념은 생소하지만, '안식년' 이라는 말에서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떠나는 첫 번째 이유는, 소진이다. 두 번째 이유는, 자아상실에서 벗어나 성장하기 위함이다. 대표적인 예로 남편의 직업과 기회를 위해 거주지를 옮기는 것을 들 수 있다. 문제는 우리 문화에 결혼에 대한 내러티브가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떠나는 데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자기 자신의 두려움이다. 또한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자기 안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변화나 떠남을 결심한 후에는, 타인과의 관계 조정 문제가 남는다. 사실 떠나기 적당한 시간은 없다. 떠나기 적당한 시간이 없기 때문에 여성들은 어느 순간 마음의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자기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무엇을 얻었는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의 경험과 함께 안식휴가를 떠난 여러 여성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거기에서 실제적인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떠난 시간 동안 자기 부재를 메울 방법을 마련하는 것에서부터, 떠나서도 물리적 돌봄은 하지 않았지만 정서적 돌봄은 했다는 것까지 말이다. 결혼을 오랫동안 행복하게 가꾸어나가기 위해서, 어떤 모습을 그려보고 실행해야 할지 고민하게 한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