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 불공평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여인에게 있어 하얀 피부와 붉은 입술은 설레임과 성욕과 손대고 싶은 것의 상징인가 보다.
주인공 후안 카를로스는 조건 좋고 아름다운 명문가의 딸인 마벨과 금발의 하얀 피부를 가진 보통 여자 네네 사이에서 원하는 것은 네네였다.
소설 속의 남자들은 모두 하얀 피부에 집착한다.
그리고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원초적이고 속물적인 마음을 조금씩 지니고 있다.
폐병에 들어서도 마음에 드는 소녀를 얻고싶어하는 잘생긴 바람둥이 후안 카를로스.
미천한 신분을 탈피하고파 발버둥치면서 하얀피부의 여인에게 욕정을 느끼는 판초.
안정된 삶과 이상적인 사랑을 얻고 싶어하는 마벨.
오직 후안 카를로스와의 결혼을 원한 네네.
마누엘 푸익의 소설이 그렇 듯, 조그만 입술은 예쁘게 포장하지 않았다.
간간이 나오는 속물적 독백과 시기하는 부분이 직설적이고 솔직한 표현을 보여주었다.
결국 주인공들은 자신의 이상과는 각기 다른 삶을 살게된다.
불행한 생을 마감한 사람이 있고, 지극히 일상에 젖어 평온을 삶을 살다 가는 사람도 있다.
이 소설은 보통 사람의 연애심리에 대한 소설이다.
우리가 아름다운 것들에게 두근거리고 욕정을 느끼지만 결국 손에 넣을 수 없는 것들은 체념하는 것처럼 소설 속 주인공들은 삶의 원리를 따라간다.
초중반의 얇팍한 표현에 조금 식상한 것이 사실이었지만 후반 부의 네네의 이야기는 의외의 분위기로 나아간다.
가장 평범하고 속물적인 그녀는 원치않은 남자와의 결혼 후 많은 것이 변한다.
탈피하려 했지만 결국 네네는 가정이란 울타리에서 안정을 느끼고 생을 마감한다.
네네의 죽음 후 불태워지는 후안 카를로스의 편지는 우리가 버리려 하지만 차마 버릴 수 없는 아름다운 기억과도 같은 것이었다.
첫사랑의 아픈 기억, 모르는 사람에게 느낀 남모를 욕정, 미워졌어도 버리기는 힘든 추억같은 것들.
오래된 영화 속의 히로인들의 아름다운 금발과 하얀피부, 그리고 조그만 입술에 칠해진 붉은 입술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두근거린다.
하지만 아름다워도 결코 손에 대지 말아야 할 것들은 분명 있다.
[인상깊은구절] "...네가 '그만'이라고 말할 때까지 키스를 보내. 후안 카를로스..." "금발의 네네, 맹세하는데 키스 한번만 할게..." "....편지지가 끝나가고 있어...." "....지금 난 너를 정말로 사랑한다고 느끼고 있거든...." -후안 카를로스의 편지 |
|
편지, 사진첩, 침실, 비망록, 등장인물 각자의 하루, 하루 중 소망과 두려움. 공문서, 라디오연속극, 전화통화, 눈에 보이는 사물의 단순 나열, 수사보고서, 고해성사, 부고 ... 열엿섯번째 이야기까지 서술방법과 시점, 시간이 바뀌고 섞인다. 그럼에도 이야기가 흩트러지거나 다른 곳으로 쓸리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복잡하고 뒤섞인 서술방법과 형식에 비해, 내용은 그의 여느 소설에 비해 평범하기 그지 없으며 가장 현실에 가깝다. 사랑하고, 질투하고, 배신하고,, 그러면서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지는 것, 소녀시설 꿈꾸던 눈부신 낭만과 행복은 신기루일 뿐, 우리가 맞닥뜨리는 일상은 남루하기 그지 없다. 남성작가이면서 여성에 대해 이토록 심오한 통찰이 빛나는 작가는 없다고 단언한다. 더불어 남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토록 혹독한 작가도 없다. 혹독이 아니라 냉철함과 객관이리라. 히프를 유혹하고,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낳아 기르는데도 끝까지 외면한 채 그녀가 하녀로 일하는 집의 마벨의 침실을 넘나드는 인간. 결국 히프에 의해 죽는다. 후안 카를로스는 어떤가. 도박을 하고, 결근을 하고,시골소녀를 강제로 범하고, 애인과 데이트를 한 후에도 어김없이 과부를 찾아간다. 폐병에 걸려 요양소에 있지 않았다면 네네에게 사랑과 약속을 담은 편지를 썼을까. 판초와 후안이 이기적이고, 육욕에 눈이 먼 존재들이라면 여성들은 어떤가. 현실감각이라곤 없이 한결같이 낭만을 꿈꾼다. 네네와 마벨 모두 후안의 잘생긴 남성적 용모에 반하지만 정작 그가 아프자 냉정히 돌아선다. 그녀들은 갖지 못한 것을 열망하며 서로를 질투한다. 결혼하지 못한 여자는 결혼을, 결혼한 여자는 자유를, 셀리나의 음모는 그녀가 포장하듯 동생에 대한 복수가 아닌 질투에서 비롯된 것이다. 멋진 남자. 자신만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는 연인을 꿈꾸지만 현실에선 버림받거나 능욕당하거나, 이용당할 뿐이다. 소설은 후안의 편지 대신 남편의 유품을 함께 묻어달라는 네네의 유언으로 끝나지만, 뚱뚱하고 못생긴 남편에게 돌아 온 네네는 행복했을까. 후안에 대한 사랑이 그의 그럴싸한 외모에 대한 어리석은 환상에 불과했음을 세월과 함께 깨달은 것일까. 혹, 또다른 환상을 꿈꾸며 그 세월을 견뎠을까. '조그만 입술'은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남성적 환타지가 아니고, 여성이 경계해야 하는 남성성의 상징은 아니었을까 |
|
거미 여인의 키스를 쓴 아르헨티나 소설가 마누엘 형님이시다 그 형님이 이번엔 이성애자들의 사랑을 이야기하신다 그런데 그다지 읽는 기분이 상쾌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이것은 지독히도 현실적인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남자는 욕망 즉 성욕에 굶주려 천박하고 ,비록 아주 잘 생긴 미남자임에도 , 여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입장을 바꾸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남자를 배신한다 그런데 원래 이런 것이 현실 아니던가 원래 현실은 시궁창처럼 검고 찐득찐득한 뻘흙같은 더러운 진창이고 고매한 로맨스는 마치 하늘의 별처럼 존재하지만 잡을 수 없고 보이지만 만질 수 없는 그런 풍문같은 그런 것 그래서 역설적으로 그렇게 드라마와 영화에서 사랑을 찬미하고 칭송하는 것 그 이유는 단지 그런 사랑이 귀하고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현실의 사랑은 아주 더럽고 하찮다는 것 그 정도로 고귀한 사랑이 어렵고 하기 힘들기에 구경도 못 할 정도로 뭐든지 귀할수록 가치가 있다 이 세상에 남자가 나 하나라면 나는 아마 여자들 사이에서 원빈이나 정우성 같은 존재가 되어 모든 여자들을 소유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너무 드물어 귀중한 그런 존재니까 생각해 보라 남자는 오로지 단 한 명 나뿐이다 여자들이 남자를 원한다면 나에게 당연히 모두 조아리지 않겠는가 각설 거두하고 절미한다 한 남자가 죽고 - 그의 사인은 병이다 - 그리고 그 여자가 죽은 남자의 가족에게 편지를 보내 얽히고 섥힌 그 동안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 뜯어낸 그래서 숨겨 둔 잡지별책부록 같은 그러나 한 편으로는 가슴이 찢어졌을 그 동안의 파노라마가 굽이치는 그들만의 러브를 -그렇다 그건 러브였다 누가 뭐래도- 들려준다 다양한 양식의 글쓰기로 작가는 단순한 소설쓰기를 탈피한다 편지 , 보고서 등등 그렇게 여자의 입장과 남자의 마음과 남자 가족의 간계와 분노 등등을 자유롭게 오가며 아르헨티나인들이 2차 대전 전의 연애에 관한 당대의 풍속과 경향을 복원하고 남미인들의 사랑에 관한 모습들을 제시한다(2차 대전과는 그다지 연관성이 없다) 낭만적인 사랑이란 이렇다는 것을 반대로 추악하고 계산적이며 자의적인 탈주의 사랑을 통해 반대의 의미로 형상화한다고 할까 주인공들의 욕망과 이기심 그리고 깨끗하지 못한 마음에서 나오는 엇갈린 행동들이 서로 점점을 찾지 못하고 달리는 평행선 이나 레일처럼 그렇게 떨어져 달려나가다가 결국 파국을 맞아 졸렬하고 지리멸렬하게 그렇게 엔딩의 순간은 찾아든다
마치 인생은 그저 범속한 추문에 다름 아니라고 말하듯 정말 그런 걸까 인생이란 살아봐야 그저 통속 잡지의 표지같다는 목마와 숙녀를 지은 박인환 시인의 시 구절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