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럴 때가 있다. 마음 속에 찬바람이 불 때. 그 어떤 걸로도 돌이킬 수 없게 마음이 냉담해질 때. 요즘 내가 그런 때였던 것 같다. 마음에 큰 구멍이 뚫린 것처럼 공허한데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가 없었다. 책으로 위로를 얻을까 해서 이럴 때 위로가 될 만한 책들을 골랐지만 연달아 세 번이나 실패를 했다. '아, 이런. 책으로도 안 되는 건가?' 약간은 절망스러운 마음으로 네 번째 읽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솔직히 이 책도 100쪽까지는 냉담했다. '이 책도 아닌가 보다.' 그런데 바로 100쪽에서 얼음같던 마음이 와르르 녹았다.
이 에피소드의 제목은 '황홀'인데, 남편이 암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의 심정을 담담하게 적은 글이다. 한동안 어이 없다가 모든 게 다 황홀로 변해갔다는 고백. 그가 앉은 의자도, 칫솔도, 그가 쓰고 버린 휴지조각도 끔찍스럽던 부부싸움도... 모든 것이 애틋해졌다는... 그 고백에 공감되었다고 할까?
어떤 한 가지, 그 한 가지를 공유할 수 있다면 아흔 아홉 가지가 설사 다르다 해도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데... 김점선씨와 나 사이에는 바로 그 한 가지가 있다는 그런 느낌. 그 뒤로는 작품에도 완전히 몰입되었을 뿐더러... '아, 이 사람이라면 나를 이해해줄 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일정 부분 참 많이 닮아서일까?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분이지만, 하늘나라에서 만나더라도 뭔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래서 쉽게 친해지고, 오래 친구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
음... 애초부터 김점선씨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나같은 경우는 장영희씨 덕분에 알게 된 케이스이다. 『축복』과『생일』.
작년에 한국에 나갔을 때 인사동에 갔다가 갤러리에서 김점선씨의 작품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어렸을 때 보던 식탁보처럼 친근하면서도 정겨운 작품들이 눈에 꼭꼭 밟혔다.
아, 이런 마음결을 가진 사람이라서 그런 그림도 그릴 수 있었던 거구나.
자신을 정직하게 보여주는 글을 읽으면서... 글도 그림도 결국은 사람을 닮아가는 구나 싶었다.
참 어린아이같은 사람이다. 평생을 살면서 그렇게 순수하고 깨끗한 영혼으로 살 수 있었다는 게 한편으로는 존경스러우면서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안쓰럽기도 한... 그런 복잡한 마음도 들고.
매우 씩씩해보이지만 유리처럼 투명하고 연약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이렇게 앞서간 선배들의 삶을 보면서 나도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위안을 받을 수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가족간의 사랑도 소박하지만 아름답다.
이런 거 너무 좋다. 소박하지만 행복한...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을 만큼의 민감한 감수성을 가진. 작은 것에도 감동할 수 있는 아이같은 천진함과 순수함을 가진. 딱 그녀의 그림같이 사람을 행복하고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쉬운 언어를 사용하지만 깊이 있는 사유와 뿌리 깊은 경험이 뒷받침되어 있기에 쉽게 공감할 수 있고 울림이 있는.
엄마가 해주는 밥 같은 책이었다. 자극적이지 않고 심심해서 당장 먹을 때는 맛있는지 모르겠지만,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뚝딱 먹고 노곤하게 한 잠 자고 나면 뭐든 할 수 있는 자신감이 불끈불끈 솟게 만드는. 그대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그런 밥 말이다. 엄마가 해준 밥.
그런 '밥심'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과 좋은 시간을 함께 하는 건, 좋은 차를 마시는 것만큼이나, 솔숲에서 삼림욕을 하는 것만큼이나 사람의 몸과 마음을 가볍고 충만하게 해주는 것 같다. |
|
김점선을 만나게 된것은 그림이아니라 책이다.
우연히 서점의 한구석에서 나, 김점선을 읽고부터
아 이사람이 박완서의 책에 삽화를 그린사람이구나.했다.
그리고 글에 아주 뿅가고 말았다.
문장들을 읽어가면서
처음에는 이런사람이 다있나 하는 놀라움과 호기심이
그림에 대한 열정과 단순하고 과감한 삶이 부러워진다.
새로운 작가와의 만남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반갑고 즐거운 일이다. 더군다나 우연하게 만나게 되는 경우에는 더욱더.
책을 펴들고 작가에 대한 내력을 읽어가면서야 이사람이 화가라는 것을 알게 됬고
그때 나는 김점선이란 이름이 필명인줄 알았다.
점선, 점과 선,표현의 기본단위, 화가에게는 정말 딱 맞는 이름 아닌가?
글과 그림이 똑같다. 거침없으면서도 순수하고 따뜻하다.
그러면서도 보는/읽는 사람에게 위안을 준다. 피로할때 박카스를 마시면
왠지 힘이 나는 것처럼,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현실앞에서의 무기력함이 나를 지배할때면
김점선의책을 펼친다. 그러면 나는 갑자기 김점선처럼 용감한 인간이 된다.
|
|
책 한권으로 한 사람을 안다는게 무리수는 있겠지만 어쩐지 이 책은 그런 느낌을 주었다.
나를 알아주세요. 라는...
김점선씨의 책은 이 책한권이 다 인줄 알았는데 검색을 해보니 꽤 많은 책이 나왔다. 투잡을 하는 사람의 책을 탐독했다는 그의 말처럼 그도 투잡이었는데 화가와 작가라는 투잡은 자신을 알리는데 상승효과를 내는 듯 싶다.
책에 인쇄돼어 있는 그림속에서도 그를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생각이 곧 말이 되고 행동이 되어 나타나는 여자.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말하라고 하지만 이렇게 바로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것이 나한테는 청량감도 느껴졌다.
하지만 공중도덕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는 대놓고 싸움을 건다는 그에게 어찌보면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싸움을 쉽게 거는건 아닐까 라는 생각에 가까이 하고 싶지는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책은 책이고 작가는 작가이다. 작가는 작가로서만 접하고 싶지 역시 생면으로 접하고 싶지는 않다. (그의 말처럼)
어른이 자신을 낮추는 것은 보지 못해서 어른을 경멸했다는 그. 나이만 먹으면 어른인줄 알고 유세떠는 못나기 그지 없는 어른짝퉁들을 보면서 속으로 욕을 해댔던 나.
<이희문 선생님>이라는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내주위에 자신을 낮추는 어른이 있나 찾아보리라 마음먹었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진심으로 존경하리라 다짐하겠다.
책에서 소개되는 다른 작가의 그림이나 책들을 찾아보기도 하는데 이 책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프리다 칼로라는 여자 화가가 인상적어있는데 평생을 자화상만 그리고 살아다는 화가. 18세때 자신이 탄 버스와 전동차가 충돌해 허벅지에 들어간 철봉이 척추와 다른쪽 허벅지를 관통해 스무차례가 넘는 수술을 받았다고 하는 프리다 칼로
이 여자에게 세가지 소원이 있다면 도대체 그 남자화가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 이 남자와 결혼하는 것. 그림을 그리는 것. 또 한가지가...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은 어둡고 침울하다고 해서 그림만으론 프리다 칼로에 대해 알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보지 않은 이상은 아직 모르겠다.
난 강한 여자를 좋아한다. 김점선같은, 프리다 칼로같은. 아직까진 멘토삼을 만한 강한 여자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남자는 부드러운 사람이 좋다.
|
|
새로 책을 주문했다. 이번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 놀 것인데, 그냥 이 책을 선물하기로 했다. 친구들이 이 화가를 이미 알고 있다면 더욱 반가울 것이고, 나처럼 모르고 살았더라면 이제라도 이 책을 읽고 즐거워하게 되리라 생각하면서.
당분간, 내가 도움을 받은 분들께 선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 책을 주문할 것이다. 읽는 동안 내내 즐거웠다. 작가의 말투(문체라고 해야겠지만), 삶에 대한 생각과 태도까지 내 마음이 끌렸다. 그녀처럼 살 수는 없을지라도 그녀의 생각만큼은 그저 따르고 싶은 게 적지 않았다.
그녀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더 이상의 그림도 글도 태어날 수 없다는 것이 그저 서러울 따름이다.
더 늦지 않게 그녀를 읽도록 소개해 준 '행복한 왕자'님께 고마움의 메시지를 남겨 두어야겠다. |
|
추천 : 성인용이야... 부럽지만 따라할 수 없기에.. 며칠 전, 모백화점 에스컬레이터를 내려오다가 낯 익은 그림들을 보았다. 평소 다른 출입구로 다녀서 미처 알지 못했는데 그 곳에 작은 갤러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 곳에 화가 김점선의 작품들이 있었다! 책 속의 화보로만 접하던 그림의 원본 보면서 행복했다. 김점선의 책 중에서 생애 처음 쓴 책이라는 '나, 김점선'을 가장 먼저 읽었다. 그리고 이 책 속에서 '화가'라는 얼핏 화려해 보이는 직업 뒤에 감춰진 육체노동자로서의 치열한 삶, 너무나 솔직해 두렵기까지한 자연인, 김점선을 만났다. 그리고 '슈퍼마켓에 양파사러 가는 것보다 쉬운 것이 그림그리기'라는 그녀 뒤에는 수 많은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들과 마찬가지로 부모님이 계셨다.
...집에 손님이 오면 아버지는 나를 불러 그들의 모습을 그리게 했다. 내가 몰두해서 그림을 그리고 나면 아버지는 "똑 같지! 사진이야!"하면서 나를 칭찬했다. 아버지는 혼자서 나를 칭찬해대는 것도 모자라서 모든 손님들로 부터 칭찬을 받아냈다.... 아버지의 칭찬이 그림 그리기를 자연스럽고 편안한 작업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끊임없는 칭찬의 말들이 어른이 돼서도 세상 속에서 어지간한 일에는 끄떡도 하지 않게 하는 기초가 되어 주었다.
또 한 명이 있다. 살면서 20만원밖에 벌어다 주지 못했다는, 한 번 이혼 경력이 있어 '중고'로 화가와 결혼한 그녀의 남편이다. 첫번째 전시회를 앞두고, 화가의 친구들이 화가 몰래 남편에게 만나자고 했단다. 한참 다른 얘기를 하다가 어렵게 꺼낸 말인즉슨... 전시회를 포기하도록 점선을 설득해 달라는 거였다. 그런 것들을 내 놓으면 다들 정신이상자로 볼 거라고...그런데 남편은 전시회가 끝나고 나서야 아내에게 그 이야기를 한다. 그녀는 묻는다. 왜 그 얘길 이제서야 꺼내냐고..."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 아내를 무조건 믿어주는 남편이 있어서 오늘, 무모할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그녀가 있다. 나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인디언처럼 솔직하고 따뜻하고 무모한 김점선의 매니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