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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의 품격 [산문-근원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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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에세이라고 불리는 글들(책들)이 늘어나고 있다. 에세이, 신변잡기, 수필 등의 용어들이 조금씩 다른 뜻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자세한 구별 없이 자신의 경험담을 글로 풀어 내는 형식의 글들 말이다. 인터넷 공간이 늘어나면서 글을 쓰기도 이를 발표하기도 쉽게 된 현상은 분명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표현의 본능이 있고 이를 발휘하도록 하는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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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에세이라고 불리는 글들(책들)이 늘어나고 있다. 에세이, 신변잡기, 수필 등의 용어들이 조금씩 다른 뜻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자세한 구별 없이 자신의 경험담을 글로 풀어 내는 형식의 글들 말이다. 인터넷 공간이 늘어나면서 글을 쓰기도 이를 발표하기도 쉽게 된 현상은 분명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표현의 본능이 있고 이를 발휘하도록 하는 일은 좋은 일임에 틀림없으니까. 다만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글이라고 해서 누구나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이제야 뒤늦게 들기 시작했다.(모든 사람이 글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국어교육의 목표가 있다고 여겨 온 내 입장에서는 좀 많이 난감하다. 쓰도록 하기는 하되 남들에게 발표하는 것은 다른 문제로 다루어야 할 듯하다.)

 

수필은 '자신의 경험이나 느낌 따위를 일정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기술한 산문 형식의 글'로 풀이되어 있다. 최근에 좀 질렸다. 비슷한 주제와 비슷한 한탄과 비슷한 위로와 비슷한 자기애로 둘러싸인 글들을 많이 만났나 보다. 예전에는 문장에 초점을 두고 읽으면서 수준을 따졌는데 요즘은 다들 쓰기 연습을 어지간히 하고 사는지 글들은 잘 써 놓았다. 이제는 주제에서 걸린다. 이런 것도 내놓는구나, 이런 것까지 내놓는구나, 내가 남의 이런 것까지 읽고 있어야 하는 건가......에 이를 만큼.

 

근원은 김용준의 호다. 화가이면서 수필을 썼다. 월북작가여서 해금이 되기 전까지는 이 작가의 글을 읽을 수 없었다. 해금이 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섭섭했으랴. 책에 실린 글들 중 몇 편만 읽었던 기억을 갖고 있었는데 이제야 이 책을 만지게 되었으니 깊이 죄송스럽다.(섭섭하다는 말이나 말든지.)

 

국어 교과서에 실린 작품들은 어떤 이유로든 타당한 근거가 있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믿고 있고 감탄하는 쪽이다. 이 작가를 비롯해서 그때 그 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만났던 수필 중에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 글들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그 시절을 함께 한 친구들과의 에피소드도 함께, 그 어렸던 열정과 미래에 대한 꿈도 함께. 언젠가 나도 나이 들면 이렇게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근사한 수준을 가진 사람으로 나이 들었으면 좋겠다, 따위의.

 

쉽게 읽히는 글들이 모두 좋은 글들은 아니라고 본다. 어렵게 읽히는 글이 모두 좋지 않은 글이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한자어가 많고 문체가 예스러워 요즘의 수필처럼 금방금방 읽어 나갈 수는 없지만 진득하니 읽어낼 수만 있다면 퍽 고상한 글맛을 얻을 수 있을 책이다. 혼자 얻기 아까워 권하고는 싶은데 막상 누구에게 권할지 몰라 딱하기는 하지만. 다소 어렵게 읽었다 싶어도 이 과정을 거치면서 생각의 깊이와 폭을 익힌 사람이라면 본인의 수필 수준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얻을 것 같은데.

 

경험은 돌고 도는구나. 어려서 진가를 몰랐던 작품이 한 세상을 건너 오니 놓쳤던 즐거움을 알게 해 준다. 고전이라는 말이겠지. 그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오로지 글만으로 추측하고 감상하는 그림들, 조금도 아쉽지 않았다. 오랫만에 학생들과 수업을 해 보았으면 좋겠구나 싶은 글들을 만난 것인데, 부질없어 쓸쓸해진다.

 

이 책은 품절이다.

YES마니아 : 로얄 j***6 2019.11.27. 신고 공감 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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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시산방주인의 수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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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잔잔한 감동을 주는 수필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붓이 가는대로 자유롭게 썼으되 결코 가볍지 않으며, 절제된 듯하나 경직되지 않은.. 그런 수필. 근원(近園) 최용준의 수필이 그러하다. 김용준은 서울대 미술대학장을 지냈을만큼 화가로서 뛰어났던 사람이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나고 월북하였기 때문에 평가가 분분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시대를 살았던 지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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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잔잔한 감동을 주는 수필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붓이 가는대로 자유롭게 썼으되 결코 가볍지 않으며, 절제된 듯하나 경직되지 않은.. 그런 수필. 근원(近園) 최용준의 수필이 그러하다. 김용준은 서울대 미술대학장을 지냈을만큼 화가로서 뛰어났던 사람이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나고 월북하였기 때문에 평가가 분분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시대를 살았던 지식인의 고뇌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무작정 비난하는 것은 너무 어리석지 않은가. 그리고 월북 후 그에 관해 들려오는 단편적인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최용준은 사상적인 벌레(?)는 아닌 것이다. 누구의 평가보다 책이 그것을 대변해준다. 그가 남긴 근원수필은 그가 지식인으로 얼마나 고뇌를 했으며 답답함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하였는지 느끼게 해준다. 화가가 수필집을 내다.. 이 점에 대해서 작가도 부족함을 느꼈는지 후기에... [다방면의 책을 읽고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맛본 뒤에 저도 모르게 우러나오는 글이고서야 수필다운 수필이 될텐데......]라며 자신을 낮춘다. 그러나, 글 쓰는 작업을 꼭 국문학을 나온 작가만 하라는 법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한낱 필부인 나조차도 글을 쓰고 싶어하는데.. 그리고, 김용준의 글솜씨가 읽어주기에 아주 악필도 아니니, 세상 사람들아 흠 잡지 말아주십시오.. 후후 ^^ 근원의 수필은 마음 속에서 부글부글 뛰쳐나오려는 울분을 어디에다 호소할 길이 없어 가다오다 친구들과 떠들고 이야기했던 것들이 종이 위에 붓 가는대로 써졌던 것이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그래서 더 솔직한지 모른다. 그가 겪었던 경험들을 글 속에 담았다. 그리고 우리는 그의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가 지식인으로서 했던 고민들과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면서 고민했던 것들과 생활의 단편들과 삶의 애정... 좋은 수필은 내 마음을 살찌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기분이 들때마다 등골이 오싹오싹해진 일이 한 두번이 아니어서 읽는 데 애 좀 먹었다. 그만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임을 믿는다.
k*****1 2001.10.21.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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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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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주 오페 형네 집에 갔을때, '문장강화'와 '글고치기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특히 '글고치기 전략'의 경우 내가 열심히 읽고, 줄 쫙쫙 그으며 보고 있다고 했는데, 막상 책에 한 줄도 그어져 있지 않으니...형님, 조금 서운했을까??(나중에 보믄 알겠지만..깊은 뜻이 있다우..--;;) 여하튼 , "문장강화에 나온 예문들이 국어 교과서에서 본 것처럼 너무 좋았어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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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주 오페 형네 집에 갔을때, '문장강화'와 '글고치기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특히 '글고치기 전략'의 경우 내가 열심히 읽고, 줄 쫙쫙 그으며 보고 있다고 했는데, 막상 책에 한 줄도 그어져 있지 않으니...형님, 조금 서운했을까??(나중에 보믄 알겠지만..깊은 뜻이 있다우..--;;) 여하튼 , "문장강화에 나온 예문들이 국어 교과서에서 본 것처럼 너무 좋았어요"라고 하자 벌떡 일어나더니, 책꽂이에서 꺼내준 책이다.

 

 그렇다고, 단박에 읽지는 않았다. 요즘 꽂히는 것이 있어, 내 가방 안에는 DSLR 책과 '글고치기 전략'단 두 권만 넣고 다녔는데, 둘 다 실용서다보니... 주 1회는 문학 작품도 읽어야지 하는 생각에 오늘 아침 출근하면서 넣고 나왔을 뿐...뭐, 꼭 오늘 읽어야 겠다고 작정한 것은 아니였지만....

 

 

#2.

 읽으면서..머리가 맑아진 느낌이다.

어찌나 맑은지...푸른 벌판에 나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큰 호흡을 하고 있는 것처럼 속이 시원했다.

 

 나는 '신록예찬'이나, '방망이 깎던 노인' 같은 담백하고 단아하며 깨끗한 글은 이 세상에서 다시는 만날 수 없으리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좋은 부분의 페이지를 접으면서, 나는 몇 번은 닭살이 돋을 정도로 전율했던 것 같다.

 

 매화, 조어삼매, 뚜거비 연적은 산 이야기, 답답한 이야기, 거속,노시산방기 등... 많은 글이 나를 웃게도 하고, 미소짓게도 했으나...특히,'원수원과 정판교와 빙허와 나와'라는...  빙허 현진건의 죽음을 접하고 돌아서는 길에 솟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글을 읽고는...나는 눈물이 그렁 그렁 맺힐 정도로 너무 마음이 아프고 또 아팠다.

 

 

#3.

 문학의 힘은 얼마나 위대한지...

 

 회사에 도착하니 시간이 조금 많이 남았다.

나는 검색대를 통과해서 엘리베이터를 타는대신, 지하 매장으로 내려가며 친구한테 전화해서 FAX 번호를 물었고, 문구사에 가서 '원수원과 정판교와 빙허와 나와'가 담겨진 부분을 확대 출력한 다음에 싸인펜으로 크게 "죽지마, 나보다 먼저 죽으면 죽여버릴꺼야" 라고 꾹꾹 눌러써서 친구의 회사로 보내버렸다.

 

 문구사 직원이 "죽지마"라고 쓴 부분을 보면서..나름 큰 일이라도 났다고 생각했는지, FAX 발송비는 받지 않았다.

 

 조금 있다가 친구가 FAX를 받고 전화 해서는 '아침부터 이게 무슨 미친 짓이냐'며 어처구니 없어했지만...나름 기분은 흐믓했나 보다. 

카메라 사 달라는 헛소리(?)를 하지 않는다면 작은 부탁 하나 들어주겠다고 해서, 모닝커피 값을 보내달라니...4800원을 계좌에 넣어주었다.ㅎㅎㅎ  

 

#4.

  책은 잘 읽었는데...책을 잘 읽고나니 문득, 오페 형도 이 책을 선뜻 내주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도 좋은 책은 소장하고 싶지, 갖고 있는 책을 내주기가 싶지 않은데...--;; 

 덕분인지... 점심즈음하여 어떤 미친女가 설쳐대는 것 빼고는..퍼펙트한 하루였다.ㅎㅎㅎ

 

 

ps. 오페형, 책 고맙게 잘 읽었구요...새 책으로 한 권 사서 다시 돌려드릴께요.

    이 책은 일단은.. 형 책꽂이에 다시 꽂혀 있어야할 책 같아요.

    선뜻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ps. 관객 누나, 요즘 바이올린도 잘 하고 있고..지난 번에 책도 한 권 선물해

    주시고, 밥도 사주고, 도넛도 사주셨으니..제가 이번엔 이 책 한 권

    선물할게요.

    대신 읽고 재미 있으면, 또 다른 분께 릴레이로 이 책 선물해 주세요.        

YES마니아 : 로얄 c******m 2009.07.22. 신고 공감 1 댓글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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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근원수필 ★★★★★
"[에세이] 근원수필 ★★★★★" 내용보기
읽은 후에 한참 동안 리뷰를 쓰지 못했다. 그 이유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의 벽을 봐버렸기 때문이다. 글을 읽고 글 쓴 이의 감정과 교류하는 일에 약간의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상대방의 마음을 얼마나 포용할 수 있는가에 따라 그 글에서 받을 수 있는 감동의 크기는 다르니, 내 마음의 벽은 글을 읽는데 큰 장벽이었다.   그래서 시간을 두고 다시 읽었다. 꼭 두 달만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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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후에 한참 동안 리뷰를 쓰지 못했다. 그 이유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의 벽을 봐버렸기 때문이다. 글을 읽고 글 쓴 이의 감정과 교류하는 일에 약간의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상대방의 마음을 얼마나 포용할 수 있는가에 따라 그 글에서 받을 수 있는 감동의 크기는 다르니, 내 마음의 벽은 글을 읽는데 큰 장벽이었다.

 

그래서 시간을 두고 다시 읽었다. 꼭 두 달만에 다시 읽고나니 마음이 한걸음 물러난 것인지 벽이 조금은 허물어진 것인지 읽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특히나 '검려지기'를 읽고 난 느낌은 뒷통수를 세게 얻어 맞은 느낌이었다. '아마 나란 사람이 처음 대할 때 인상이 험하고 사귀기 어렵고 심사도 고양한 듯하다가 실상 알고 보면 하질것 없는 못난이요 바본데 공연히 속았구나, 나와 만나고 사귀는 사람은 누구나 이렇게 생각되나보다.'와 그 이후로 이어진 이야기가 너무 와 닿아 나 자신에게 코웃음 지었다. 도대체 두달 전의 나는 뭐였던건가? 두꺼비 연적을 사고 살피고 이야기를 만들어내거나 하는 열정과 8년 된 조끼에서 보여지는 무심함과 동해로 가던 길에서 보여지는 그 설렘을 느끼기 어려울 만큼 마음이 단단했던 것일까? 아주 짧은 글들로 잔잔하게 보여지는 저자의 수필들이 마음에 많이 남았다. 뒤로 갈수록 미술을 모르는 내가 읽기에는 좀 벅찼고 요즘 쓰지 않는 단어나 한자어는 책을 읽는데 어려움을 줬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잔잔하고 아름다운 글이었다.

 

험한 세상을 살며 결국에 월북한 저자의 글을 읽으며, 이 평온한 세상에서 내가 무언가를 가꾸면서 살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했다. 선물 받고 교과서 읽듯이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의 빛을 봤다.

k******m 2009.11.01. 신고 공감 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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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수필ㅣ김용준ㅣ범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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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릴레이를 타고 내게 온 근원수필. 왕자오라버니는 근원수필에서 솟아나는 눈물에 대한 아련한 가슴이 찌르르한 짠함을 느꼈다고 했다. 관객언니는 교과서를 읽는 듯 했다고 했고 난 동해로 가는 길에서의 한 대목처럼 살고 싶어 졌다.  ‘바다에서 나서 바다에서 살다 바다에서 죽었으면…'(P. 53 동해로 가던날 中) 나의 바다사랑을 이 문장 하나로 표현하고 싶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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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릴레이를 타고 내게 온 근원수필. 왕자오라버니는 근원수필에서 솟아나는 눈물에 대한 아련한 가슴이 찌르르한 짠함을 느꼈다고 했다. 관객언니는 교과서를 읽는 듯 했다고 했고 난 동해로 가는 길에서의 한 대목처럼 살고 싶어 졌다.

 ‘바다에서 나서 바다에서 살다 바다에서 죽었으면…'(P. 53 동해로 가던날 中) 나의 바다사랑을 이 문장 하나로 표현하고 싶어질 정도다.

 구태여 머리에 기름을 발라 젖히고 싶은 마음도 없거니와 그렇다고 봉두난발로 지낼 수도 없다. 아침이면 눈을 떳나보다, 배가부르면 밥을 먹었나보다, 그러다가 죽고 마나보다. (P.45 8년 된 조끼 中)

 한동안 우울의 바다에서 허우적 거리던 적이 있엇다. 많은 것들이 나의 상황이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닌 줄은 머리로는 알지만 마치 버려진 넝마처럼 마음이 병들어 있던 시절이 떠올라 이 한문장에서 뜬금없이 울기는 또 왜 그리도 울었는지.

 

 책의 내용을 처음 접했을 때 무척이나 관심이 갔었고 읽고 싶었고 왕자 오빠의 리뷰를 봤을 때도 관심은 갔으나 사실 옛날 문장이라는 생각에 손에 책이 쉽게 잡히질 않았다. 사람들이 칭송하는 김탁환의 소설들도 모르는 단어들의 융단 폭격 때문에 책장을 덮은 적이 여러 번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사실 읽다가 포기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많았으나 생각보다 책이 너무 좋아 마음속에 책이 쏙 들어와 버렸다. 물론 모르는 단어가 너무너무 많아서 국어사전을 옆에 끼고 노트북에 우리말대사전을 링크시키고 보기도 했고 말이다.

 

 내겐 수필이면서 참고서가 되기도 한 책.

 책이 중간쯤을 넘어 가면 우리나라 그림쟁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고 삼국시대의 미술을 요약하기도 한다. 앞의 수필도 좋았지만 난 그림에 관한 다른 화가들에 대한 그의 설명이 무척이나 맘에 들었다.

 근원 김용준의 문장을 구경 갔다가 그림 구경을 실컷 하게 된 셈이라고나 할까? 물론 본 책에는 삽화가 없지만 난 그의 글을 읽으며 또 다시 내가 가진 책들을 뒤적이고 인터넷을 뒤적여 그가 이야기 하는 화가와 그림, 조각들을 찾아 이리저리 인터넷과 책의 바다를 유영했으니 실로 오랜만에 그림공부 참 잘했다 소리가 입에서 절로 나왔다.

 

그림쟁이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다.

어느 한 모퉁이 빈 구석이 없고 서는 시나 그림이 나올 수 없다. (P.107 시와 그림 中)

사실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한다던가 시를 쓴다던가 하는 소위 말하는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어느 한 구석 빈 구석이 있다기 보단 예민한 감수성을 주체 못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런 돌출 행동이나 자신의 감성을 주체 못해 표현하는 걸 보고 가끔 사람들은 나사가 풀려 있다거나 똘끼라는 표현을 쓰기도한다.

 예술가와 세인의 현격한 차이는 요컨대 예술가는 성격의 솔직한 표현이 그대로 행동이 되는 것이요 세인의 상정은 성격이 곧 행동될 수 없는 곳에 있다. 예술가가 예술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능력은 이 솔직한 성격의 고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P.139 최북과 임희지 中)

 최북과 임희지의 일화 라던가 영화 ‘취화선’으로 잘 알려진 화가 오원 장승업에 대한 이야기는 이런 면을 잘 보여 준다 고나 할까?

 

 나도 한때 동양화의 매력에 취해 있었다는 걸 잊고 있었다.

 본래 김용준은 서양화를 그리던 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동양화를 접하고 동양화의 길로 들어선 이라고 한다. 내가 본 그의 그림들도 서양화 보단 동양화 그림들이 맘에 들었고 ‘근원전집 이후의 근원’이란 책 에서 만난 그의 ‘춤’이란 제목의 그림은 단박에 내 마음을 사로 잡았다. 단아한 듯 정갈한 그림을 보고 있자니 그의 그림과 글이 하나로 보인다고나 할까. 그의 성격 생각이 고스란히 그림에 글에 묻어 난다 생각이 들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그의 우리미술 사랑이 고스란히 묻어 나는 글들은 몇번이고 되풀이 해서 읽었고, 최북이나 임희지, 장승업의 이야기에서는 한밤중에 키드키득 신나게 웃기도 했다.

 

 김용준은 월북 작가라고 했다. 우리세대에게 월북 작가들의 글과 작품은 생소하긴 하나 나의 윗 세대들이 가진 월북 작가의 작품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금기에 대한 욕망과는 다르게 다가오곤 한다. 대학 도서관이나 국회도서관에서 그들에 관한 자료를 심심치 않게 찾아보기도 했고 월북작가 아무개의 작품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서점에서도 그들의 작품을 윗 세대들 보단 쉽게 접한 세대이니까 말이다.

 "남에게 해만은 끼치지 않을 테니 나를 자유 스럽게 해달라." 밤낮으로 기원하는 것이 이것이건만 이 조그만 자유조차 나에게는 부여되어 있지 않다.  (P.175 역자후기 中) 

 근원 수필을 다 읽고 김용준이라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다. 그림만 넘겨보고 책 꽂이에 꽂아두었던 ‘근원전집 이후의 근원’이란 책을 다시 펼쳐 들어 김용준이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일제치하를 견디고 나니 미군이 들어와 나라를 좌지우지 하는 꼴이 그에게 영 꼴사나워 보였을 것이라 짐작이 되었다. 그에게서 미술사를 배운 북쪽의 학생들은 미술사 공부가 무척 잼있지 않았을까? 누구보다 우리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웠을 테니 말이다. 너무 꼬장꼬장해서 학점 받기가 어려웠으려나? ㅎㅎㅎ

 

 문장을 모으려다 그림을 모으고 너무나 멋진 그림스승을 만났다. 조만간 근원전집을 사서 읽게 될 듯하다.

 

YES마니아 : 로얄 g******k 2009.08.20. 신고 공감 0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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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맑고 아름다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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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그마한 꽃 분을 몇 개 가꾸고 있다. 대부분이 씨뿌림이나 잎꽂이로 키운 것들이다. 잔손 들여 가꾼 때문인지 느끼는 정이 각별하다. 새 이파리 하나만 보여도 마냥 좋아서 하루가 꽉 찬다.     어제는 오랫동안 머물러만 있어 언제 피려나 싶던 봉선화가 꽃망울을 틔웠다. 연하디 연한 살색이라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그걸 바라보고 있으려니 왠지 화려하게만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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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그마한 꽃 분을 몇 개 가꾸고 있다. 대부분이 씨뿌림이나 잎꽂이로 키운 것들이다. 잔손 들여 가꾼 때문인지 느끼는 정이 각별하다. 새 이파리 하나만 보여도 마냥 좋아서 하루가 꽉 찬다.

 

 

어제는 오랫동안 머물러만 있어 언제 피려나 싶던 봉선화가 꽃망울을 틔웠다. 연하디 연한 살색이라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그걸 바라보고 있으려니 왠지 화려하게만 보여 눈물이 핑 돌았다. 한 뼘 남짓 되는 식물도 저렇게 꽃을 피우고 있는데 이 나이 되도록 아무런 꽃도 피워내지 못하는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근원도 그런 생각을 한 모양이다. 분에 흙을 담다 말고 자신이 하는 일은 어느 때나 꽃을 보려나 싶어 비감에 젖는다. 깊은 공감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근원 수필>은 그를 사랑하고 수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정성으로 40년만에 재출간된 책이다. 내가 태어나기 전의 책인데도 전혀 시간의 거리감을 주지 않는다. 바로 오늘 내 이웃이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정겹다. 세월이 사람 살아가는 방법은 변화시킬 수 있어도 순수한 사람들의 영혼은 어쩌지 못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꾸밈없이 전해주는 진솔한 생활의 이야기들이 진한 감동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냉돌에 이불 한 채 없이 병정들이 쓰던 담뇨쪽 하나 깔고 떠는 모습이 안돼 보였던지 친구가 이불 한 채를 보냈는데 그걸 끔찍이도 사랑하는 매화에 두리뭉수리 감아주고는 자신은 추워서 손을 호호 부는 x선생 이야기는 말할 수 없는 온기로 따사롭기 그지없다. 얼핏 해학 같기도 하지만 자연을 사랑하는 지순함이 울컥 눈물 솟게 한다.

 

 

옛날 시인 송씨가 가세가 기울어져 이웃사람에게 집을 팔고는 오열에 가까운 탄식을 한 토막 절구(絶句)에 쏟아놓았다. 집을 샀던 사람이 이 시를 보고서는 감격을 못 이기어 그 집을 도로 송씨에게 돌려주고 그의 부채까지 물어 주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떠오르게 해준 노시산방(老枾山房)의 새 주인 수화의 이야기도 눈물나도록 감동적이다. 영혼이 맑은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어찌 흉내인들 낼 수 있겠는가.

 

 

단상에 오르자마자 다짜고짜로 바이올린 줄을 끊어버리더니 한 줄 남겨둔 G선만으로 귀신 곡하게 바하의 아리아를 연주해낸 김 니콜라이의 이야기에서는 뜨거운 열정이 가슴 뭉클하게 와 닿는다. 독자를 감동시키는 근원의 수식 없는 글 솜씨에 감탄을 금할 길 없다.

 

 

세상을 살다보면 답답할 때가 참으로 많다. 상대방을 이해하기도 어렵지만 상대방에게 나를 이해시키기는 더욱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속이라도 열어 보일 수만 있다면 열어 보이고 싶을 때가 얼마나 많은가. 맛좋고 영양 좋은 사과나 고기가 가게마다 그득한데 하필 그 비싼 쌀만 먹자고 그 야단들인지 조선 사람을 이해할 길이 없다는 외국인 이야기는 남의 심중을 몰라주어 답답하기만 하다. 사과나 고기를 보고도 못 먹는 심정을 정말 무슨 수로 이해시킬 수 있겠는가. 설명할 수 없어 답답해하는 심정은 읽는 사람도 답답하기만 하다. 세상살이에 답답한 이야기가 어찌 이뿐이겠는가.

 

 

근원의 수필을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만나는 그의 인품은 그지없이 맑고 고고하다. 읽으면 읽을수록 마치 내가 오래 전부터 근원과 잘 아는 사이 같은 착각에 빠져 한동안 무더위도 잊을 수 있었다. 동양적인 운치와 해학이 넘치는 짤막한 글 속에서 영혼이 맑은 사람들과 만나 몇 번이고 감동할 수 있으니 독자는 얼마나 행복한가. 또 수필이란 얼마나 그윽하고 격조 높은 문학인가. 다 읽고 나니 수필문학에 취하고 싶은 강한 유혹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수필은 어쩌면 아직껏 피어보지 못한 내 삶을 꽃피우는 꽃 분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t*****s 2009.01.1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천천히 읽어야 맛
"천천히 읽어야 맛" 내용보기
잘 쓴 수필집으로 꼽힌다. 화가 김용준의 글들이다.   이태준과 친분관계가 있다. 책에서도 드러난다. 내가 김용준을 알게 된 것도 이태준의 '문장강화'를 통해서 였다.   언젠가부터 한국어만의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착어라고 하나? '조사'의 매력은 크다. 또한 한어로부터 무수한 어휘, 색깔, 냄새등을 나타내는 토속어 일제시대 글들을 보면 그 궁합이 괜찮은
"천천히 읽어야 맛" 내용보기

잘 쓴 수필집으로 꼽힌다.

화가 김용준의 글들이다.

 

이태준과 친분관계가 있다. 책에서도 드러난다.

내가 김용준을 알게 된 것도 이태준의 '문장강화'를 통해서 였다.

 

언젠가부터 한국어만의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착어라고 하나? '조사'의 매력은 크다.

또한 한어로부터 무수한 어휘, 색깔, 냄새등을 나타내는 토속어

일제시대 글들을 보면 그 궁합이 괜찮은 글들이 적지 않다.

 

화가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이라, 그에 대한 얘기들이 자주 등장한다.

조금은 퐝당하게 삼국시대에서부터 미술사를 나름대로 정리하기도 했다.

미술사를 집중적으로 연구하였다는 저자의 이력때문에 이해할 만했고, 이 글들은 수능언어 지문으로 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알 읽었다.

일제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고뇌가 언뜻, 살짝 비친다.

월북했단다.

월북한 이들중에 잘난이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k*****k 2008.12.0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