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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주요국가에 대한 이해에 기반한 저자의 논지 전개를 흥미롭게 읽었다.
아시아가 가지각색의 방식으로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고 "세계의 중심" 역할을 하는 미국을 점차적으로 대체할 것이 유력해 보이는 가운데, 중세까지 우위를 지키고 있던 중국,인도가 유렵/미국에 주도권을 넘겨주게 된 이유와 일본,중국,인도,한국이 처해 있는 각각의 상황에 대한 커멘트가 매우 인상적이다.
- 세계어가 될 뻔한 중국어
1405년에서 1433년까지 중국의 '정허'란 인물은 7번에 걸쳐 세계를 향한 대장정을 떠난다. 콜럼버스의 함대보다 훨씬 우월한 함대와 항해기술로 그는 이미 전 세계를 누리고 있었다. 1750년까지만 해도 중국인의 생활수준은 유럽에 못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은 많다. 또한 1700년까지도 중국과 인도는 각각 오늘날 미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몫보다 많은 부분은 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성장을 멈추고 침체의 수렁에 빠져있는 동안 유럽과 미국이 도약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이러 결과를 가져 왔는가? 우선 첫째로는 욕심이 부족했다. 중국을 지배했던 사회사조는 유교였고, 인도의 경우는 카스트제도였다. 두 나라 모두 엘리트계급은 상업을 경시했다. 그 결과 부자들은 자신들의 부를 재활용하거나 재투자를 하기보다는, 금이나 토지의 형태로 묶어두는데 익숙했다.
반대로 유럽은 탐욕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들의 항해는 대부분 상업적인 것이었으며 이익을 위함이었다. 또 하나의 이유도 욕심의 부족에서 연유한 것으로 자기만족, 내부지향성, 과거의 사상 및 방법에 대한 맹종, 권위에 대한 존경심, 새로운 사조에 대한 의심과 관계가 깊다. 중국의 엘리트들은 중화사상에 빠져 이방의 야만인들에게는 아무 것도 배울 것이 없다고 믿었다. 인도와 일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에 비해 포르투갈은 완전히 외부세계에 초점을 맞추고 부를 차지하기 위해 대양으로 나갔다. 마지막 이유는 아시아가 유럽에 비해 통일국가를 이루어내는 데 성공한 것에 있다. 통제를 주장하면서 항해를 금지시킴으로써 모든 중국인들을 하나의 운명으로 묶어놓은 것이다. 이와 같은 것들이 동양의 영속적 발전을 방해한 이유였다면, 오늘날 아시아는 지난 수백 년간 발목을 잡고 있던 요인들을 잘라내버렸다. 그에 비해 미국은 제국주의적 과잉팽창과 제국주의적 과소팽창 사이에서 진퇴유곡의 상태다. 오만과 종교적 우월주의, 외국어와 외래문화에 대한 무관심, 자아몰두와 같이 중국과 인도를 추락시킨 징조들도 나타나고 있다. 선박과 항해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고, 국가적 의지가 부족해서 중간에 멈춰버린 아시아의 대양진출의 한계점 말이다. 앞으로 2, 3년 또는 10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나든, 정허의 정신이 결국 동양에서 되살아날 것이라는 점은 틀림없다.
- 일본
세계를 놀라게 하며 국제무대의 눈부신 샛별로 떠올랐다. 2차대전 이후 지난 반세기 동안 경제호황 역시 눈부셨다. 그러나 외경심을 불러일으켰던 세기가 지난 지금, 일본은 세계 여러 나라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시금 상당히 후퇴하는 처지로 비치고 있다. 일본의 전성기는 지난 세기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21세기 중반의 일본은 20세기 중반의 영국과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여러 해 동안 일본은 여전히 몇몇 세계 굴지의 회사들을 소유한 강대국으로 남을 것이고, 아시아의 주도적 경제국가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것이다. 일본은 자기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더욱 크게 내게 되고, 아마도 핵무기에 눈을 돌려 군사적 입지를 강화할지도 모른다. 일본이 장기 경제전망을 밝게 하기 위해 택할 수 있는 해결책의 하나는 외국인의 이민을 엄청나게 늘리는 것이다. 둘째로는 자본과 노동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도록 경제구조를 조정하고, 이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하는 방법이다.
- 중국
중국이 안고 있는 경제적 취약성은 국책은행과 국영기업들 간의 상호관계와 비효율성과 연관돼 있다. 더 큰 문제는 은행을 파산으로 몰고 가면서도 끊임없이 손해를 보는 국영기업들이다. 경제적 취약성 중 또 하나는 일부 중국 회사들은 지나치게 많은 돈을 빌리거나 투자해서 과잉설비와 부동산 거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적 취약성은 정치적 약점과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정부가 한 걸음 더 민주적인 체제로 가기 위해서는 깊은 수렁을 건너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중국은 이런 모든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무한한 힘을 가지고 있다. 중국의 금융기관은 파산에 이를 수도 있지만, 채권이나 주식을 발행해 자본금을 늘릴 수도 있다. 국영기업들은 뒤죽박죽이지만 전체 경제생산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줄어들고, 경제운영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이 5세기 동안 상실했던 중대한 심리적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는 점이다. 오늘날 중국인들은 이윤을 중요시하고 그것을 추구하고 있으며, 중국은 융통성과 호기심을 가지고 외국기술을 잘 받아들여서 자기 것으로 발전시킨다. 중국은 향후 수십 년 동안 심각한 고민에 빠질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중국이 발전과 번영을 지속하여 민주적인 체제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믿고 있다.
- 한국
중국, 인도, 일본의 3두체제가 21세기의 아시아를 지배하겠지만, 다른 주역들도 맹활약할 것이다. 현재보다 월등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이런 선두 중강국 가운데 하나가 한국이다. 그런 단계에 이르면 북한은 이미 붕괴돼 한반도는 통일국가로 국제 무대에 대두하고, 세계 최고의 교육수준을 갖추고 가장 근면한 국민을 가진 나라로 등장할 것이다. 한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통일이나 구조조정에서 오는 심리적 타격이 아니다. 민족주의와 외국인 혐오가 더 문제다. 다 같이 격렬한 민족주의자가 아니면서도 진정한 애국을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만약 한국이 가진 잠재력을 실현하려면 파벌주의의 원인이 되는 약자 학대를 멈추고 세계를 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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